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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99화 (99/153)

99

벌떡!

김서준은 눈을 번쩍 뜨며 튕기듯 침대에서 일어났다.

“헉…. 헉…..”

숨이 가쁘다.

마치 몇날 며칠동안 내내 전투를 치른 것처럼 몸이 천근만근처럼 무거웠다.

‘창석이 형….’

김서준에게 무(武)의 끝이 어떤 것임을 몸소 실천해 보여주었던 동료이자 형인 오창석.

그의 죽음을 모른척하고 천강우를 향해 달려갈 수밖에 없었던 김서준에겐 그날의 일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기만 했다.

‘두번다시 그렇게 허무하게 죽는 일은 없을겁니다.’

김서준은 주먹을 꽉 말아쥐며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다.

“후….”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마른세수를 한 김서준은 습관처럼 자신의 능력치를 확인했다.

[김서준]

-마력: 129[645] / 내공: 102[510] / 제어: 340[340]

-신비: 역발산기개세(41%) / 태양신공(46%) / 염동장막(19%) / 수라극섬(15%) / 심안(18%) / 천번구(5%) / 비뢰신보(5%)

이젠 사슬낫의 봉인 효과가 빠져있어서 온전히 기프트의 마력커버 능력으로만 수치가 낮춰진 상태였다.

‘하루 사이에 마력하고 내공이 또 늘었네.’

매일 그런 건 아니지만, 내공 수련 시 집중력이 유난히 높아지며 온 몸에 기운이 넘쳐흐를 때가 종종 있었다.

어제가 바로 그런 드문 날 중의 하루였고, 그런 날에는 내공과 마력의 상승 수치가 평소보다 크게 높아진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런 날에는 꼭 악몽을 꾼다.

바로 지금처럼.

동료들이 죽어가는 장면이 생생한 꿈으로 등장했고, 김서준의 마음을 마구 핡퀴어 놓는다.

김서준은 머리를 흔들어 답답함을 털어내며 화장실로 직행했다.

간단히 샤워를 마친 뒤, 방으로 돌아와 오늘 할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코어로 각성 가능한 것들이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정보 검색 좀 한 다음에 무공 수련까지 하면…. 대충 10시쯤 되겠네.’

그때쯤이면 박연중 요원한테 연락이 올 테니 바로 밖으로 나가서 6호 지부의 요원들과 함께 천간십이지를 뒤쫓으면 된다.

‘오늘은 토요일이라고 아버지가 일찍 오신다고 했으니까 5시 전에는 귀가해야겠다.’

아버지는 자신이 예거 행정 요원이라고 알고 있는데 벌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모습을 보이면 분명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기에 당분간 야근은 금물이었다.

게다가 아직 정식으로 출근하는 것도 아니다.

‘8일 뒤면 개강이니까 진짜 업무는 그때부터 보는 걸로.’

김서준은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아카데미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하루 2시간 씩 본부로 가서 상황만 파악하면 된다.

물론, 긴급한 일이 발생한다면 다른 넘버링 요원들과 함께 임무에 투입되겠지만, 김서준은 넘버 포이기 때문에 임무를 할지 말지를 자의로 선택할 수가 있었다.

설사 장범수 국장이라도 자신을 익스퍼트 요원 아니냐며 빡세게 굴려먹으려 든다면 바로 손절할 생각이었다.

‘어디보자…. 일단 가볍게 붕대부터 시작해 볼까?’

김서준의 손에는 어느새 유니온 코어가 들려있었다.

[유니온 코어(S)]

-고대의 유물이다.

-코어를 심어 사물을 각성시킨다.

-마력 잔량: 100%

밤 사이 코어의 동면은 끝나 있었다.

‘코어의 마력 잔량이 5% 이하로 떨어지면 동면에 드는 거고, 다시 100%가 차야 깨어난다 이거로군.’

한 사이클이 돌고 나니 유니온 코어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피각성체의 등급이 높으면 코어의 마력 소모량도 덩달아 커진다.

또한 피각성체의 등급에 따라 각성이 진행되는 기간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했다.

김서준은 이제 알겠다는 표정이 되어 돌돌 말아놓은 차단용 붕대를 향해 유니온 코어를 힘차게 내려찍었다.

각성불가 판정이 나오면 튕겨져 나오기 때문에 살짝 긴장하고 있었는데,

푸욱

코어는 자연스럽게 붕대 안으로 박혀들었다.

‘오, 된다. 다행이네.’

김서준은 바로 붕대의 정보를 확인해 봤다.

[차단용 붕대]

-각성 중….11%

시작과 동시에 각성 11%에 도달했다.

‘각성 속도가 엄청난데?’

피각성체의 등급이 낮아서인지 저용량 파일을 고속으로 다운받듯, 각성 진행률이 실시간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컴퓨터를 켜기 위해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앉으니 이미 각성이 끝나 있었다.

붕대를 집어들자 유니온 코어는 밖으로 데구르르 굴러 떨어졌다.

[다목적 붕대(A)]

-붕대를 감아 시각, 청각, 열, 냉기, 출혈을 30% 효율로 차단한다.

-붕대를 감아 상처를 효과적으로 치료한다.

차단용 붕대는 이제 다목적 붕대로 각성하였고 등급도 A로 크게 올랐다.

실제 효과도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차단 효율 30%에 상처 치료 효과까지 추가됐네. 이 정도는 되어야 쓸만하지.’

회복의 잔의 열화판 정도로 보면 간단했다.

회복의 잔은 한번 사용에 재사용을 위한 대기 시간이 24시간이나 된다. 그러니 그 사이에 상처를 입었을 땐, 이 다목적 붕대를 사용하면 딱이었다.

‘코어 마력은 얼마나 소모됐으려나?’

곧바로 유니온 코어의 마력 잔량을 확인해 보니,

-마력 잔량: 91%

붕대를 각성시키는데 고작 9%의 마력만 소모됐을 뿐이었다.

‘좋은데?’

김서준은 지난 밤에 꿨던 악몽을 유니온 코어의 각성 작업 덕분에 빠르게 잊을 수 있었다.

다음 각성은 기프트였다.

눈알부터 확인해 보려다가 왠지 기프트가 빨리 끝날 것 같은 기분에 대상을 바꿨다.

굳이 기프트를 손목에서 풀지 않고 그 위에 곧바로 유니온 코어를 내려친 순간,

따앙-

예상 밖으로 거부 반응이 나왔다.

>>각성 불가

기프트는 각성이 불가능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사실 기프트는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제몫을 할 수 있기에 각성이 안돼도 큰 상관은 없었다.

‘이번엔 합성이군.’

김서준은 세 개의 눈알을 바닥에 쫙 펼쳐놨다.

붉은색의 홍구안.

하얀색의 투과안.

노란색의 모방안.

이중에서 어떤 걸 베이스로 삼을까 잠시 고민하던 김서준은 가장 최근에 얻은 모방안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 위에 유니온 코어를 힘차게 때려박았다.

쑤욱

이번엔 성공이었다.

그리고 전에 합성하던 때와 동일하게 모방안이 마구 떨리기 시작하더니 노란 아지랑이 같은 기운을 뿜어내 홍구안과 투과안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동급, 동종의 아티팩트와 합성이 가능합니다.

>>합성을 원한다면 해당하는 모든 아티팩트를 밀착시키세요.

두 개씩만 합성이 되는줄 알았는데 세 개가 한꺼번에 합성되는 것도 가능한 모양.

김서준은 홍구안과 투과안을 코어가 박혀든 모방안 쪽으로 스윽 밀어내 주었다. 그 순간,

촤락. 촥!

세 개의 눈알이 한덩어리로 딱 붙어버리더니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손으로 건드리면 안될 것 같아서 심안으로 정보를 살펴봤더니,

[모방과 최면, 그리고 투과의 눈]

-합성 중…3%

세 가지 아티팩트의 합성이라 그런지 속도가 그렇게까지 빠르진 않았다.

하지만 1시간 정도면 끝날 것 같았다.

‘밥 먹고 오면 합성 끝나 있겠네.’

김서준은 여전히 핑그르르 돌고 있는 눈알을 그대로 두고 방 밖으로 나갔다.

주방에선 어느새 출근 준비를 마친 아버지가 식사 중이었다.

“훈련받느라 힘들었을 텐데, 더 자지 않고?”

어머니 백연지는 항상 아들 걱정 뿐이었다.

“어이, 백여사. 출근하는 남편한테도 좀 좋은 말 해주면 안되나? 아무리 아들이 좋아도 그렇지, 너무 서운한데?”

김주혁이 애처럼 칭얼거리자 백연지가 풉 하고 웃었다.

“푸흡, 그게 그렇게 서운하셨어요? 그럼, 뭐. 우쭈쭈~ 우리 남편 고생하는데 우유라도 먹고 가세요, 라고 해 드려요?”

백연지는 곧바로 김주혁을 놀렸다.

그런데 김주혁은 그게 또 나름대로 마음에 드는지 히죽 웃고만 있다.

“이왕이면 자연산의 유기농 우유로 주면 좋겠….”

짜악!

김주혁의 등짝으로 백연지의 시원한 스매싱이 작렬했다.

“애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어!”

“아, 왜? 유기농이 뭐 어때서? 요즘 유기농 우유가 얼마나 잘 나오는데? 당신…. 설마 이상한 쪽으로 생각한 거야?”

“어멋! 실수. 아 몰라요. 그나저나 서준이 넌 거기 서서 뭐하니? 들어가서 안잘거면 얼른 와서 밥 먹어.”

“어…. 네. 먹어야죠. 밥.”

김서준은 유난히도 활기찬 부모님의 모습에 얼떨떨한 기분으로 자리에 앉았다.

‘두 분 금술이 좋아도 너무 좋은데? 이러다 정말 늦둥이 동생 생기는 거 아닌가 몰라.’

김서준은 거의 스무살 차이가 나는 동생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입꼬리가 저절로 말려 올라갔다.

“김서준. 너 뭔 생각을 하는데 표정이 그래?”

김주혁이 눈매를 좁히며 수상하다는 듯 묻자, 김서준은 손사레를 치며 숟가락부터 들었다.

“아닙니다. 식사 하시고 얼른 출근 하시죠, 아버지.”

“아무래도 수상해…. 오늘 저녁에 어디 가지 말고 딱 기다려라. 오랜 만에 우리 사나이들끼리 뜨거운 정이나 잔뜩 주고 받으면 좋을 것 같군.”

김주혁이 말하는 뜨거운 정이란, 다름이 아니라 대련을 말하는 것이다.

이를 눈치 챈 김서준은 바로 약속이 있다고 둘러대려다가 아버지의 무서운 눈빛을 대하고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어이구, 우리 서준이가 한달동안 힘든 훈련을 받고 오더니 효자가 다 됐구나. 그럼 늦지 않게 올 테니, 준비하고 있거라.”

김주혁은 한쪽 눈까지 찡긋해 보이고는 마지막 밥숟가락을 떠 먹었다. 그리고 곧장 가방 서류 가방 하나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녀오리다.”

김주혁이 백연지에게 한마디 하고 김서준을 힐끔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자 또 씨익 웃어보이는 김주혁의 눈빛엔 뭔가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차 있었다.

“잘 다녀오세요, 아버지.”

“오냐.”

김서준은 김주혁이 현관을 열고 나갈 때까지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면서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새 집으로 이사가면 대련실부터 만들어야겠구나. 그것도 폭탄이 터져도 멀쩡할만큼 아주 튼튼하게.’

그때 현관문이 닫혔고, 김서준은 그제야 천천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

식사를 마치고 방에 돌아왔을 때, 빙글빙글 돌던 눈알은 멈춰서 있었다.

‘시간이 딱딱 맞아 떨어지네. 좋은 징조야.’

그런데 눈알의 색상이 살짝 달라져 있었다.

세 가지 색이 골고루 섞여 예쁘게 표면을 휘감고 있었는데, 그 모양이 꼭 회오리 모양을 한 눈깔사탕과 닮아 있었다.

‘거 참 먹음직 스럽게 생겼네.’

혼자 피식 웃은 김서준은 얼른 눈알을 집어 들었다.

[파륜환(A)]

-흡수하여 스킬을 얻는다.

김서준은 자신의 머릿속으로 들어온 정보에 움찔했다.

‘정말 먹는 거였어?’

합성 덕분에 세 가지 눈알이 하나로 합쳐진 것도 좋고, 파륜환이라는 A급 유물로 새로이 각성하게 된 것도 좋다.

그런데 굳이 먹어야 스킬을 얻을 수 있게 된다니.

‘찜찜하긴 하지만, 뭐…. 먹어야지. 별 수 있나?’

김서준은 우선 옆으로 떨어져 나온 유니온 코어부터 챙겼다.

코어의 마력 잔량은 62%.

합성 한번에 29%가 훅 날라갔다.

일단 코어를 챙겨넣고 파륜환을 입으로 가져갔다.

‘어라? 향이 왜 이리 좋아?’

입 근처로 가져가니 파륜환에서 달콤한 향이 진하게 퍼져나왔다.

향이 너무 좋아서 눈알이라는 생각은 안들고 정말 사탕같다는 느낌이었다.

‘깨물어 먹어도 되려나?’

김서준은 엉뚱한 생각을 하며 파륜환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순간,

사르르르

마치 솜사탕처럼 파륜환이 녹아버렸고, 자연스럽게 목구멍을 타고 쑤욱 넘어가 버렸다.

‘맛있네?’

파륜환을 먹고난 첫 느낌은 엄청 달콤하다는 거였다.

두 번째로는 온몸에서 갑자기 열기가 확 치솟아 오르는 느낌이 들었고.

세 번째로 왼쪽 눈에서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윽!’

김서준은 손으로 왼손을 감싸며 신음을 속으로 삼켰다.

눈알이 실제로 튀어나오면 이런 느낌일까?

김서준은 자기도 모르게 부동심을 일으켜 고통에 대항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이 약 1분쯤 지났을 때,

눈을 찢어내는 것 같은 통증이 씻은듯이 사라졌다.

혹시나 싶어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떼어 살펴봤지만 피가 흐른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상해서 거울 앞에 섰다.

얼굴을 바짝 들이대 눈을 살펴봤을 때, 김서준은 놀라운 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왼쪽 눈동자에 기이한 문양이 생겨나 있었다.

가운데의 검은색 눈동자 주변에 세 가지의 색의 물방울 모양의 작은 문양이 세 방향으로 흩어진 형태로 새겨져 있었다.

흠칫 놀란 김서준이 다시 한번 눈을 확인하려고 했을 땐, 문양은 지워지듯 사라져 버렸다.

‘이건 또 뭔 일이야?’

김서준은 눈을 비벼대다가 다시 거울을 바라봤지만 물방울 문양은 다시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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