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이게 대체….’
아티팩트를 먹어서 스킬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그 영향으로 눈에 기이한 문양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도 지금 알았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이 파륜환이라는 스킬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였다.
김서준은 일단 자신의 능력 정보부터 확인했다.
[김서준]
-마력: 130[650] / 내공: 102[510] / 제어: 350[350]
-신비: 역발산기개세(41%) / 태양신공(46%) / 염동장막(19%) / 수라극섬(15%) / 심안(18%) / 천번구(5%) / 비뢰신보(5%)
-스킬: 파륜환(A)
뭔가 확실히 달라졌다.
뭘 한 것도 없는데 마력이 5가 올랐고, 제어도 10이 늘었다.
가장 중요한 건 신비 아래로 스킬 항목이 새로 생겼다는 것.
‘와…. 이런 식으로 스킬을 얻는게 가능할 줄은 또 몰랐네.’
보통은 스킬북이나 스킬석 같은 아티팩트를 획득해야 정보창에 스킬 항목이 생긴다고 이야기 들었는데, 자신은 아예 아티팩트를 먹어서 스킬을 얻었다.
확실히 소문과 실제 경험엔 차이가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어쨌든 신비가 아닌, 스킬이 생겨난 정보창을 보니 무척이나 신기했다.
세상에 알려지기로, 획득한 스킬을 발동시키려면 캐스팅 하듯이 직접 말로 내뱉어야 한다.
신비의 경우엔 본인이 신비를 정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마치 내공을 운용하듯이 발동시키지만 스킬은 전혀 달랐던 것.
김서준은 스킬 발동을 위해 자기 입으로 ‘파륜환!’이라고 외쳐야 한다는 사실에 얼굴이 다 화끈 거렸다.
‘그런데 눈알 세 개가 합쳐진 건데 왜 스킬 이름은 하나야?’
문뜩 떠오른 생각.
김서준은 신비의 정보를 살피듯 스킬 정보도 자세히 살펴봤다.
[파륜환(A)]
-파륜환을 직접 흡수함으로써 투과, 최면, 모방의 세 가지 스킬을 획득한다.
-투과 스킬: 5초간 사물을 통과할 수 있다.
-최면 스킬: 눈을 직접 마주침으로써 5분간 타겟에게 최면을 걸 수 있다.
-모방 스킬: 파륜환을 발동한 상태로 타겟을 스캔하여 똑같이 모방할 수 있다.
파륜환 스킬의 정보를 훑어보니 세 가지 스킬이 맞긴 했다.
‘그럼 뭐, 투과! 최면! 모방! 이렇게 외쳐야 한다는 건가?’
그걸 외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더욱 창피한 느낌이다.
그래도 어떤 스킬이고,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알아야 하기에 테스트 해보기로 했다.
김서준은 혹시 스킬이 발동될 때 아까의 그 문양이 다시 나타나는 건 아닌가 싶어 확인을 위해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투과.”
아주 작게 투과를 외쳤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마력이 빠져나가는 느낌도, 뭔가 능력이 발동된 느낌도 전혀 들지 않았다.
‘소리가 작아서 그런가?’
그런 생각이 들어 조금 더 큰 소리로 외쳐봤다.
“투과!”
이번에도 결과는 동일했다.
‘뭔데, 이거?’
스킬은 시동어를 외치는 걸로 발동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으니 알 수 없는 노릇.
‘시동어가 틀렸나? 설마 파륜환이 시동어야?’
김서준은 혹시나 싶어 다시 시동어를 외쳤다.
“파륜환.”
그 순간 이었다.
피이이잉-
눈앞으로 빛 한줄기가 가로로 번쩍하는가 싶더니 왼쪽 눈동자에 아까와 같은 세 가지 칼라의 물방울 문양이 떠올랐다.
동시에 김서준의 머릿속으로 선택지가 나타났다.
[투과] / [최면] / [모방]
그 선택지를 보고 나서야 이 스킬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파륜환이 스킬 시동어고, 스킬이 발동되면 선택지가 나타나는 거군. 그럼 어디한번….’
김서준은 의식의 흐름대로 투과를 선택했다. 그러자,
스아아….
그의 몸이 반투명한 유령처럼 변해버렸다.
김서준은 그 상태로 바로 앞에 놓인 전신 거울을 손으로 슥슥 휘저어 봤다.
놀랍게도 손은 전신거울을 그냥 지나쳐 버렸다.
‘이거 죽이는데?’
신이난 김서준은 이번엔 아예 몸으로 거울을 통과해 보려고 했다.
가장 먼저 손이 통과하고 발이 통과했다.
이제 몸통까지 거울을 통과하려는 찰나,
투웅-
김서준의 몸이 뒤로 확 튕겨져 나왔다.
동시에 반투명했던 육체도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와 버렸다.
‘아…. 5초 밖에 사용을 못하는 거였지?’
투과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5초.
김서준은 거울을 통과 하는 도중에 투과 시간이 끝나도 사물과 몸이 합쳐져 버리지 않고 튕겨져 나온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주의는 해야겠군.’
두꺼운 벽이나 건물을 통과하다가 투과가 풀리면 어디로 튕겨 나갈지 모르니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스킬 하나에 마력은 얼마나 소비되지?’
김서준은 다시 자신의 능력 정보창을 열어봤다.
-마력: 120(-10)[650]
‘어? 10밖에 안 줄었네?’
생각보다 마력 소모가 크지 않았다.
그런데 하단의 스킬 항목에 또 변화가 생겼다.
-스킬: 파륜환(A)[00:04:48]
스킬명 끝에 시간 표시가 붙었다.
‘쿨타임이 5분이란 소리군.’
다른 두 가지 스킬의 쿨타임도 동일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스킬이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남발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눈에 문양이 생기는 건 또 신박한데?’
파륜환은 세상에 알려져 있는 일반적인 스킬들과는 상당히 달랐다.
김서준은 합성으로 훌륭한 파륜환 스킬을 가져다 준 유니온 코어를 사랑스런 눈으로 내려다 봤다.
‘이번에도 잘 부탁한다!’
마지막 피각성체는 다름아닌 스킬낫.
이미 S급의 오파츠 수준으로 진화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또 모르는 일이기에 유니온 코어로 각성 여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왼손엔 사슬낫을, 오른손엔 유니온 코어를 들고 선 김서준.
한차례 심호흡을 한 뒤 코어를 사슬낫 위로 힘차게 내리쳤다. 순간,
쩌엉-
안타깝게도 코어는 사슬낫에 박혀들지 않았다.
>>각성 불가
김서준의 바람이 무색하게 머릿속으로 각성 불가라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파고들었다.
‘시작이 좋아서 혹시나 했더니만…. 딱 시작만 좋은 거였네.’
김서준은 살짝 아쉬웠지만 사슬낫이 이미 S급의 훌륭한 오파츠로 거듭난 지금 상황에 일단 만족하기로 했다.
‘오늘은 일단 이쯤에서 마무리 할까?’
유니온 코어의 마력은 아직 62%나 남아 있었지만, 더는 각성시킬 아티팩트가 없었다.
‘아니다. 아직 하나 남았구나?’
김서준은 박 구석에 버려지듯 쳐박혀 있는 ‘공간 확장용 배낭’을 끄집어 냈다.
[공간 확작용 배낭]
-아공간에 물질을 수납하거나 구현할 수 있다.
-공간 제한: 40c㎥
이건 균열 레이드를 뛰거나 할 때 개인 물품을 넣어 놓고 다니려고 일부러 남겨 놓은 아공간 아티팩트였다.
심재덕 교수의 돈 99만원을 주고 헌터 매장에서 구매한 것으로, 이번 예거 캠프에서도 그런대로 잘 사용했었다.
‘이것도 한 번 정도는 각성을 시켜줘야겠지?’
김서준은 큰 기대 없이 가방에 유니온 코어를 박아 넣었다.
코어는 부드럽게 박혀들었고, 시작과 동시에 각성 진행률이 15%를 찍어버렸다.
운동 삼아 목을 좌우로 움직이다가 다시 보니 진행률은 순식간에 100%를 찍었고, 코어는 밖으로 굴러 떨어졌다.
‘공간이 조금은 넓어졌으나?’
가방은 겉 모양은 딱히 바뀐게 없었다.
바로 가방을 손에 쥐고 정보를 확인한 결과,
[공간 확작용 배낭(A)]
-아공간에 물질을 수납하거나 구현할 수 있다.
-매우 튼튼하다.
-공간 제한: 2㎥
생각보다 우수한 능력을 지닌 A급 유물로 각성해 버렸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
2세제곱미터짜리 아공간을 지닌 튼튼한 배낭.
모양도 평범해 보여서 아무렇게나 가지고 다녀도 이게 A급 유물이라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무게는 얼마나 보정이 되지?’
초시공 건틀릿은 완전히 별개의 공간에 아공간을 형성하는 것이어서 무게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이 배낭은 배낭 안에 아공간이 형성되는 거라 무게와 관계가 깊었다.
김서준은 대충 5킬로그램 정도 되는 책들을 배낭 안에 넣었고, 그걸 들었다 놨다 하며 무게를 가늠해 봤다.
‘엄청 가벼운데? 1킬로그램도 안 될 거 같아.’
느껴지기로는 10그램 미만.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1000분의 1정도로 무게가 감소되는 것 같았다.
‘배낭에 5톤짜리 물건을 넣어도 5킬로그램 밖에 안나간다는 거네.’
즉, 웬만한 SUV 한대는 그냥 넣고 다녀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다.
물론, 배낭에 차를 넣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김서준은 바로 이를 확인해 봤다.
가방 입구를 최대한 벌려서 입구보다 큰 물건을 넣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약간 큰 정도는 수납이 가능했지만, 10% 이상 큰 물건은 아무리 가벼워도 들어가지지 않았다.
‘뭐, 어차피 이 배낭에 커다란 물건을 넣고 다닐 생각은 없으니까.’
그에겐 이미, 무게와 아무 상관없이 부피가 20㎥만 넘지 않으면 무엇이든 수납할 수 있는 초시공 건틀릿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급하게 할 건 다 끝났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침 8시가 조금 넘었다.
‘오늘은 시간도 많으니 수라극섬부터 부동심까지 한번 쫙 훑어야 겠다.’
내공을 쓰지만 않는다면 옥상에서 팔극철산고와 풍뢰도까지도 얼마든지 수련할 수 있었다.
한달 전, 최경문 형사로부터 받은 특수폰만 가볍게 챙긴 김서준은 어머니한테 운동하고 온다고 말한 뒤, 곧장 옥상으로 향했다.
***
“후아….”
참았던 숨을 토해낸 김서준은 온몸을 쭉 펴며 기지개를 켰다.
‘오랜만에 마음껏 몸을 움직이니까 엄청 개운하네.’
그동안은 보는 눈들이 하도 많아서 편하게 무공을 익힐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선 보는 눈이 없으니 그동안 소심하게 해오던 동작들을 시원시원하게 펼쳐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아무 생각없이 수련에만 집중해서인지,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벌써 11시가 다 됐네.’
거의 3시간 가량 집중해서 수련을 한 덕분에 3시간 만에 내공 수치가 2나 올랐다.
이쪽 세상에서는 소소하게라도 능력수치가 오르는 걸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게 참으로 대단했다.
자신의 성과를 감으로밖에 알 수 없었던 무림계 세상과는 확실히 달랐다.
김서준은 잔뜩 굳어져 있는 근육에서 힘을 뺐다.
그리고 준비해간 수건으로 이마에 송송 맺힌 땀을 닦아냈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디리띠리리~ 띠리디리띠띠~
한쪽에 놓아두었던 특수폰이 요란한 벨 소리를 울렸다.
폰을 들어 발신인을 확인했지만, 저장된 번호가 아니었다.
김서준은 수신확인을 누르고 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여보세요?”
-저기…. 혹시 김서준 학생 전화 맞습니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낯선 사내의 목소리.
김서준은 그 목소리가 어제 잠시 만났던 박연중 요원과 비슷하다는 느낌이었다.
“혹시, 박연중 요원님?”
-어? 맞구나, 서준 학생. 아니, 김서준 요원.
예상대로 상대는 박연중이었다.
“안 그래도 연락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 그래? 이야긴 들었겠지만, 우리 6호 지부에 워낙 인원이 부족해서 말이야. 이런 일이 생기면 좀 알아서 지원 인력을 투입해 주던가 해야지, 매번 자체 해결을 하라고 하니 원.
“이해합니다. 그런데, 제가 어떤 걸 도와드리면 되나요?”
-이거 예거에서 받은 특수폰 맞지? 그럼 보안은 확실할 테니까 그쪽으로 자료를 좀 넘겨줄게. 그거부터 확인하고 1시까지 서점으로 와 줬으면 좋겠다.
“서점으로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1시에 뵙죠.”
-그래. 그럼 이따 보자고.
박연중과의 통화를 끊고 얼마 되지 않아 특수폰 계정으로 자료가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김서준은 집으로 귀가하자마자 박연중이 보내준 자료를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자료는 천간십이지에 관한 정보로 가득했다.
그들이 어떤 조직이며, 무엇을 추구하는지, 그리고 그 조직의 우두머리와 주의해야 할 인물들은 누구인지까지 상세하게 정리된 자료였다.
천간십이지는 한명의 천간부주를 중심으로 열 두명의 신장으로 구성되는데, 지닌 바 무력이 상당히 강할 뿐 아니라 놀라울 정도의 정보력을 지니고 있어서 일망타진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조직이었다.
특히, 천간부주의 능력이 대단하여 지닌 마력이 S급을 넘긴 것이 확실하고 나머지 십이신장도 그에 못지 않다는게 예거의 판단이었다.
‘이 정도면 거의 십대 길드와 맞먹을거 같은데, 요원 몇 명으로 이번 일을 해결하라고?’
박연중이 이제 막 캠프를 수료한 김서준을 상대로 투덜거릴만 했다.
박연중이 넘겨준 자료 속에는 그들의 거점으로 예상되는 장소 및 건물들이 스물 일곱 군데나 적혀 있었다.
주소의 대부분이 은평구인 것을 보니 정말 천간십이지가 은평구를 주된 활동 무대로 삼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주소 중 한 곳이 김서준의 눈길을 확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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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라 소나라? 여기가 천간십이지의 거점이라고?’
어처구니 없게도, 그곳은 김서준이 가족과 함께 밥을 먹으러 갔다가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는 오창석을 발견했던 음식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