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104화 (104/153)

104

휘우우우웅-

김서준은 밖에서 소란이 일자마자 심안을 발동시켜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가장 먼저 오창석의 머리 위로 마력수치와 격이 튀어올랐다.

[783/스페셜]

헉 소리가 절로 나오는 엄청난 수치.

게다가 그의 몸을 은은하게 휘감고 있는 기운은 분명 백마력이었다.

김서준은 곧바로 옆방에서 헤드폰을 쓰고 있는 여자의 정보도 확인했다.

[426/엘리트]

그녀 또한 A급을 훌쩍 넘는 높은 마력의 소유자였고, 오창석처럼 백마력의 소유자였다.

김서준은 그녀가 바로 해커 능력을 지닌 각성자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놀랍도록 민감해진 감각 덕분에 벽이나 장애물로 막힌 장소라 하더라도 정신을 조금만 집중하면 10미터 내에 위치한 각성자의 존재를 파악하는게 가능했다.

그래서 바로 옆방에 상당한 마력을 지닌 각성자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고, 벽에 구멍을 뚫어 그 정체를 확인한 것이다.

김서준은 옆방의 여인을 바라보는 즉시 마력의 흐름을 읽어냈고 그녀가 어떤 종류의 신비를 지녔는지, 혹은 어떤 아티팩트를 지녔는지까지 바로 알아냈다.

헤드폰 여인의 심장에서 뻗어나온 마력은 그녀가 앉아 있는 주변 전자기기들과 거미줄처럼 얽히고 섥혀 있었는데, 그 하얀 선을 통해 전자기가 빠르게 오가고 있었다.

그것만 봐도 그녀가 마력을 이용해 전자기기들을 조작하는 능력자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김서준은 그녀를 통해 따로 연락을 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여인의 신비가 해킹 능력인 이상, 김서준이 아무 전자기기에 접속해 자신을 인증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쉽게 그녀와 접촉할 수 있을테니까

김서준은 여인을 보자마자 심안을 발동시켜 주변을 감시하던 각성자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빠르게 훑었다.

그리고 가장 취약해 보이는 방향을 찾아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재밌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근처에 있는 각성자들 중에 흑마력을 지닌 자가 하나 존재했다.

그는 근처의 방 안에서 대기 중이던 각성자였는데, 탈출 소동이 벌어졌음에도 그쪽으로 달려가지 않고 오히려 김서준이 있는 방 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첩자 찾아내기가 너무 쉬운데?’

김서준은 단번에 천간십이지에 숨어든 첩자를 찾아냈지만, 이 정보를 쉽사리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

대신 적은 항상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는 힌트만 던져주었다.

김서준의 말에 오창석은 흠칫 놀랐다.

말투를 봐서는 벌써 천간십이지에 숨어든 첩자가 누구인지 이미 찾아낸 모양.

그렇다면 더욱 더 김서준을 보내줄 수 없었다.

그래서 오창석은 김서준이 몸을 내빼기 전에 한발 먼저 움직였다.

파악!

오창석이 앞으로 달려나가며 김서준의 팔목을 잡아 비틀려고 했다.

그 속도와 기술은 이런 일을 한 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오창석은 마력이 높은만큼이나 실전 기술에도 강했다.

하지만 상대는 김서준.

다른 각성자였다면 모를까, 상대가 김서준인 이상 오창석의 기술은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

김서준은 오창석의 잡아채기를 가볍게 회피하며 오히려 그의 손목을 붙잡아 문쪽으로 확 잡아던졌다. 그와 동시에 오창석의 디딤발 정강이를 반대 방향으로 밀어차버려 몸을 공중에 띄웠다.

“…!”

오창석의 눈이 확 커졌다.

불시에 달려든 기습이었는데 김서준이 너무도 쉽게 피하는 것도 모자라 되려 반격에 당하고 말았다.

16살 이후로는 단 한번도 역습을 허용한 적이 없었던 오창석이었기에 그의 놀라움은 너무도 컸다.

허공에 붕 떠버린 오창석.

그는 김서준의 손 힘에 당겨져서 문을 향해 날아갔고,

꽈앙. 우당탕탕!

문을 통째로 부수며 나뒹굴고 말았다.

하지만 오창석도 나름 타고난 싸움꾼이었다.

낙법하듯 몸을 굴려 단번에 일어선 그는 반대쪽 벽을 발로 탁 차내며 김서준을 향해 몸을 확 회전시켰다. 그런데,

후웅

몸을 돌린 오창석의 코앞으로 어느새 김서준이 날아들고 있었다.

김서준이 쭉 뻗어낸 주먹이 눈 깜짝할 사이에 안면을 강타하려는 순간, 오창석이 본능적으로 머리와 목을 확 비틀었다.

김서준이 뻗어낸 주먹은 아슬아슬하게 오창석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김서준의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오창석이 어깨로 주먹을 받아치려는 그때, 김서준의 팔이 90도로 구부러졌고 팔꿈치로 목을 찍어버렸다.

퍼억

“크윽!”

오창석은 간신히 왼팔뚝으로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충격이 보통이 아니어서 그대로 바닥에 곤두박질 치고 말았다.

파앙!

오창석은 그 와중에도 팔을 뻗어내 바닥을 손으로 짚은 뒤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을 보이며 반대쪽으로 튕겨 올라갔다.

“너 이 자식….!”

열이 받을대로 받은 오창석이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김서준을 향해 신비를 사용하려는 찰나,

파바바박

김서준은 이미 그 자리를 떠나 복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러다 바로 옆의 문을 손으로 꿰뚫더니 문짝째로 뜯어내 오창석 쪽으로 내던졌다.

“어딜 도망 가려고!”

오창석은 문짝을 그대로 후려쳐 날려버리며 소리쳤다.

그런데 그 짧은 사이 김서준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제길! 다들 어디에 있나! 놈이 도망치지 못하게 막아!”

오창석은 급히 수하들을 찾았지만 예거 요원들의 탈출을 막는데 전원이 투입된 터라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때, 좀 전에 김서준이 벽을 부쉈던 방문이 열리더니 20대 초반의 여인이 머리를 빼꼼히 내밀었다.

“저라도 도와드려요?”

그녀를 보자 오창석은 힘이 탁 풀렸다.

“아니다. 넌 됐다. 그냥 하던 일이나 해라.”

“….네.”

여인은 다시 방으로 모습을 감춰버렸다.

여인의 이름은 문지혜.

22살의 어린 여인으로 ‘전파감염’이라는 특이한 신비를 지니고 있었다.

문지혜가 이 신비를 각성한 건 3년 전이었으나 그 당시 우연하게도 양상익의 눈에 띄었고, 아카데미를 가지 않는 대신 거액의 돈을 받고 천간십이지를 도와 필요한 시스템을 해킹해 주는 계약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전투에는 문외한이었기에 지금처럼 전투가 벌어지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김서준…. 녀석은 대체 어떻게 이곳 지리를 저리 잘 아는 건데?’

김서준은 벌써 지하 5층을 벗어난 뒤였다.

귀신같이 천간십이지 소속의 각성자들이 없는 장소만을 골라 무섭게 빠른 속도로 도망쳐 버렸다.

오창석은 그 흔적이라도 뒤쫓기 위해 김서준이 도망친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부주 님. 괜찮습니까? 놈은 도망친 건가요?”

김서준의 손에 문짝이 뜯겨져 나간 방에서 한 사내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오창석이 그를 바라보며 의아한 눈빛을 띄자 사내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숨어 있다가 기습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들키고 말았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그렇군. 알았으니 먼저 가보게. 수상한 게 보이면 바로 연락하고.”

“알겠습니다. 그럼.”

사내는 오창석에게 힘차게 대답하고는 김서준이 사라진 방향으로 뛰어갔다.

오창석은 그 사내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최명우…. 뭔가 자연스럽지가 않아.’

사내의 이름은 최명우로, 천간십이지 중에서도 부주인 오창석이 직접 관리하는 호룡부의 십인대장 중 한명이었다.

또한 그는 오늘 이곳에 모인 천간십이지 대원들 중에서 양상익 호룡신장 다음으로 신분이 높은 자이기도 했다.

그런데 자신이 이끄는 십인대를 두고 엉뚱한 장소에서 기습을 준비하고 있었다?

뭔가 말이 안맞는다.

게다가 김서준이 도망치면서 그가 숨어 있던 방의 문을 뜯어내지 않았다면 오창석은 그곳에 최명우가 숨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다.

오창석이 느끼기에 최명우는 문이 뜯겨나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았다.

‘가장 큰 적은 항상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는 말이…. 이런 뜻이었나?’

오창석은 김서준이 말한 선물이 무엇을 말하는지 대충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

‘아티팩트를 죄다 여기에 모아놨구만.’

김서준은 클로킹 마스크를 쓴 상태로 지하 5층의 어느 한 방에 숨어든 상태였다.

건물이 워낙 넓은데다가 구조도 꽤나 복잡한 편이라 작정하고 몸을 숨기면 쉽게 찾아내기 힘들었다.

게다가 김서준은 그 어떤 스캔 장치에도 걸리지 않는 ‘클로킹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니 완전히 유령이나 다름없었다.

김서준이 숨어든 장소에는 천간십이지가 예거 요원들의 몸에서 빼앗은 아티팩트들이 모아져 있었다.

세 명의 몸에서 나온 아티팩트 치고는 과하게 많았다.

‘3등분 해도 한명 당 6개 씩이나 되네?’

모여있는 아티팩트의 숫자는 무려 18개.

크게 대단한 아티팩트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헌터 전문 매장에 내다 팔면 개당 3천만원은 족히 넘어가는 것들이었다.

김서준은 일단 아티팩트들을 죄다 챙겨가기로 했다.

그러다 한 가지 특이한 아티팩트를 발견했다.

그건 엄지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자그마한 문 모양의 펜던트가 달린 키링이었다.

딱히 열쇠는 걸려 있지 않았지만, 문틀도 있고, 미니어쳐같은 손잡이를 돌려서 당기면 정말 문이 열리기도 했다.

‘주혜민 요원님 물건이려나?’

박연중이나 이영호가 이런 아기자기한 아티팩트를 가지고 다니진 않을 것 같았다.

호기심이 생긴 김서준은 키링에 마력을 밀어넣어 정보를 확인해 봤다. 그런데, 예상 외의 결과가 나왔다.

[헤븐스 도어]

-정보 확인 불가

‘뭔데?’

기프트로 확인해 보니 분명 101이나 되는 마력을 지닌 B급 아티팩트가 맞다.

그런데 정보를 볼 수 없다니?

김서준은 혹시나 싶어 심안을 발동시켜 봤다.

휘우우웅-

마력의 파장이 아티팩트를 빠르게 훑고 지나갔을 때, 좀 전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헤븐스 도어]

-문을 통해 1km 내의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정보를 읽지 못하면 사용할 수 없다.

-사용 가능 횟수: 0/20

‘이것 봐라?’

꽤나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아티팩트다.

아티팩트는 맞지만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읽어내야 하고, 평범한 방법으로는 정보를 읽은 수가 없게 되어 있다.

‘주혜민 요원한테도 나처럼 정보를 읽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 건가?’

살짝 의문이 들긴 했지만, 크게 관심가질 이유까지는 아니었다.

‘요 작은 문으로 1킬로미터 내의 어디로든 이동할 수가 있단 말이지? 신기하네.’

솔직한 마음으로 이 아티팩트가 조금 끌리긴 했다.

하지만 이미 주인이 있는 물건이기에 슬쩍 하기가 뭐했다.

‘기회 봐서 내가 돈 주고 살 수 있나 알아봐야겠다.’

김서준은 주혜민이 이 키링의 주인이 확실하면 그녀에게 구매할 의사도 있었다.

‘밖이 좀 조용해진 것 같으니 이만 나가 볼까?’

김서준은 18개나 되는 아티팩트를 잘 챙겨 넣고는 감각을 이용해 주변의 기척을 살폈다.

바로 위층으로 올라갈 생각이라 상하좌우를 모두 확인한 김서준.

그는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시동어를 내뱉었다.

“파륜환.”

지이잉-

시동어가 흘러나오자 투명해져 있던 김서준의 왼쪽 눈만 빛을 내기 시작했다.

눈에는 세 개의 물방울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김서준이 뭔가를 선택하자 문양이 빙글 돌아가더니 붉은색 물방울이 상단에 위치했다.

스르르르

안그래도 투명한 상태였던 김서준의 몸 위로 또 한차례 투명한 흐름이 꿀렁거렸다.

김서준은 그 상태로 위쪽을 향해 힘껏 점프했다.

후욱

김서준의 투명한 몸은 천장을 그대로 관통해 한층 위에 올라섰다. 거기서 다시 뛰어오르자 한층을 더 올라선 김서준.

순식간에 지하 5층에서 지하3층까지 올라선 그는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여긴 주차장인가?’

김서준이 서 있는 곳은 지하주차장이었다.

차량은 몇 대 주차되어 있지 않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었다.

그들은 천간십이지 소속의 각성자들이었다.

‘다들 정신 없군. 다행히 요원님들도 무사히 탈출한 것 같네.’

김서준은 클로킹 마스크를 쓴 상태로 최대한 발소리를 죽이며 지하주차장 밖으로 걸어나갔다.

각성자들은 김서준이 바로 옆을 지나가고 있음에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 손에는 스캐너로 보이는 기기까지 들려 있었고, 그 기계로 계속해서 주변을 스캔하는 중이었다. 그런데도 김서준의 위치는 전혀 발각되지 않았다.

‘클로킹 마스크를 각성시켜놓길 정말 잘했구나.’

각성 전의 클로킹 마스크였으면 눈에는 보이지 않을지 모르나 스캐너에는 걸렸을 것이다.

유니온 코어로 각성시킨 덕분에 스캔장치에도 발견되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운이 좋았다.

김서준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지하 2층을 거쳐 지상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와보니 대략 30미터 거리에 우나라 소나라 고기집 간판이 보였다.

‘진짜 거점은 다른 건물에 있었군.’

예거 요원들이 탈출했으니, 며칠 안으로 이 건물에 있던 천간십이지의 인원들과 모든 장비들은 다른 장소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거점이 또 어디로 옮겨질지는 모르지만 김서준은 이제 어렵지 않게 천간십이지의 거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어디서든 전자장비만 있으면 그걸 통해 해커 능력자의 마력 흐름을 찾아낼 수 있었고, 그녀의 마력 흐름을 찾아내기만 하면 실제 위치를 추적하는 건 별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일단은…. 서점으로 돌아가 보자고.’

김서준은 골목길에서 클로킹을 풀고 편안한 걸음으로 지하철 출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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