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106화 (106/153)

106

정신을 집중하자마자 머릿속으로 키링의 정보가 주입되었다.

[헤븐스 도어(A)]

-문을 통해 5km 내의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정보를 읽지 못하면 사용할 수 없다.

-사용 가능 횟수: 0/100

‘오, 훨씬 좋아졌는데?’

문을 통해 이동이 가능한 거리가 5km로 늘었고, 사용 가능 횟수도 크게 늘었다.

그러자 김서준은 조금 더 욕심이 생겼다.

‘한번만 더 각성하면 오파츠로 거듭나겠는데?’

김서준은 잠시 코어의 마력 잔량을 확인했다.

-마력 잔량: 61%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해 보자.’

김서준은 A급 유물이 된 키링을 다시 손에 쥐고 그 위에 유니온 코어를 때려 박았다. 순간,

번쩍!

이전과는 다른 이팩트가 터지더니 김서준의 머릿속으로 처음보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동일 아티팩트를 연속으로 각성시킬 시, 코어의 마력이 과도하게 소모됩니다. 이대로 강행하겠습니까? YES/NO

처음으로 보게된 경고문구에 김서준은 흠칫 했지만, 이왕 시작했는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그대로 간다!’

김서준은 YES를 선택한다는 생각을 했고, 그 즉시 반응이 일어났다.

[헤븐스 도어(A)]

-각성 중…. 1%

피각성체의 등급이 높아서인지 각성에 걸리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

김서준은 각성이 끝나는데 대략 5시간 정도는 걸릴 거라 생각하고 키링을 조심히 들어 책상 위에 올려놨다.

그리고 좀 전에 각성이 끝난 ‘봉합의 바늘’을 좀 더 살피기 시작했다.

A급의 유물로 각성한 봉합의 바늘.

김서준은 서로 다른 아티팩트를 봉합해 능력을 합칠 수 있다는 설명을 보자마자 떠오른 건 딱 이거였다.

‘초시공 건틀릿에 속성의 구슬을 봉합하면 어떻게 될까?’

초시공 건틀릿은 이미 S급의 오파츠로 거듭난 상태여서 더 이상 유니온 코어로 각성하는게 불가능했다.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강력한 오파츠였지만, 봉합의 바늘을 얻게 되니 한층 더 높은 수준의 오파츠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속성의 구슬은 1회용이라 한번 먹어서 능력을 사용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딱히 엄청난 뭔가가 숨겨져 있는 것도 아니니 시험삼아 봉합의 바늘로 꿰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설마 구슬 꿰매놓는다고 초시공 건틀릿이 망가지는 일은 없겠지?’

살짝 불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김서준의 호기심을 가로막을 정도는 아니었다.

마음을 정한 김서준.

오른 손에 착용하고 있던 아중력 글러브를 벗어 놓고, 왼손에 금(金) 속성의 검정색 구슬을 거머 쥐었다.

그리고 봉합의 바늘에 실을 끼운 다음 구슬에 찔러 넣었다.

바늘은 부드럽게 구슬을 파고 들었고, 금세 반대쪽으로 빠져나왔다.

‘오케이. 일단 바늘로 찌른다고 망가지는 일은 없구나.’

안심한 김서준은 그 상태로 바늘을 아중력 글러브의 손등 쪽 관절 부위에 조심스레 꽂아 넣었다.

혹시라도 튕겨지거나 무시무시한 경고 메시지가 떠오르는 건 아닐까 했으나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

‘좋았어. 이대로 꿰매보자!’

김서준은 바늘로 구슬과 장갑을 몇 번에 걸쳐 통과시켰고, 어느새 구슬은 장갑의 검지 손가락 첫번째 관절 부위에 안착하듯 딱 붙여졌다.

실을 자르고 깔끔하게 마감까지 끝냈을 때,

치이이이이익-

장갑과 구슬이 밀착된 부위에서 하얀 수증기 같은 것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파앗!

눈부신 빛이 터져나오더니 구슬의 절반 정도가 녹아내리면서 장갑과 완전히 한몸이 되어버렸다.

‘되긴 된 거 같은데….’

현재 상태로만 봐선 별 문제없이 봉합에 성공한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장갑을 들고 정보를 확인해 봤다. 그리고 초시공 건틀릿의 능력에 한 가지가 추가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초시공 건틀릿(S+)]

-마력을 소모하여 접촉한 물체를 0.1%까지 압축시켜 초고밀도, 초고질량의 마력물질로 전환시킨다.

-반경 10미터 거리까지 중력장을 형성시켜 100배까지 중력을 조절할 수 있다.

-어떤 물질이든 터치로 아공간 수납이 가능하며, 뇌파를 이용해 현실 구현이 가능하다.

-건틀릿으로 변형이 가능하며, 변형 시 부분 방어력이 두 배로 높아진다.

-금(金) 속성의 능력 하나를 사용할 수 있다.

-건틀릿 유지 시간: 1분

-아공간 부피 제한: 20㎥

‘속성의 구슬 하나 추가했다고 이름도 달라졌네?’

초시공 건틀릿의 등급에 ‘+’가 붙어 ‘S+’로 이름도 바뀌었다.

게다가 설명 상 1회성이라는 내용이 없는 걸로 봐서는 지속적인 사용이 가능해진 능력이 추가된 것으로 보였다.

‘무슨 능력인지는 나중에 확인해 보는 걸로 하고.’

김서준은 곧바로 두 번째 구슬을 꺼내 장갑에 꿰매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는 파란색 수(水) 속성의 구슬을 봉합했고, 세 번째로는 빨간색 화(火) 속성의 구슬을, 네 번째는 흰색의 빙(氷) 속성의 구슬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지쪽 관절 부위에 적금색을 띠는 뇌(雷) 속성의 구슬을 봉합시켰다.

다섯 개의 구슬이 모두 장갑에 꿰매어져 한몸이 되자 꽤나 보기좋은 형태가 만들어졌다.

짙은 검정색의 반손가락 장갑 위로 다섯 색상의 반쪽 구슬이 박혀있으니 뭔가 더 고급지고 강력해진 느낌이었다.

김서준은 다섯 개를 모두 봉합한 상태로 초시공 건틀릿의 정보를 다시한번 확인해 봤다.

[초시공 건틀릿(S+++++)]

-금(金), 수(水), 화(火), 빙(氷), 뇌(雷) 속성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기존 설명에서 달라진 건 딱 이것 뿐이었다.

다섯 가지 능력의 추가.

이걸 보고있자니 왠지모르게 가슴이 뿌듯해 졌다.

‘밥 안먹어도 배부르네.’

김서준의 입가에는 만족스런 미소가 활짝 피어 있었다.

***

약속대로 김주혁은 6시가 되기도 전에 귀가했다.

백연지가 2시간여에 걸쳐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으로 단란한 식사시간을 가진 후, 김서준은 아버지를 따라 옥상으로 올라갔다.

8시가 다 되는 시간이라 해는 이미 저물었지만 사방에 휘황찬란한 불빛들이 있어서 그리 어둡지는 않았다.

“오랜만이로구나. 그렇지?”

김주혁은 기지개를 켜듯 두 팔을 좌우로 쫙 펼치며 크게 심호흡 했다.

“그동안 저 없어서 심심하셨겠네요.”

“당연하지. 이 애비가 이상하게 실전에 강한 스타일이라 길드 내에서도 상대가 가능한 헌터가 별로 없더구나.”

“혼원진기공은 몇 성까지 이루셨는데요?”

“어디보자…. 대충 4성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벌써 4성이요? 와, 빠르시네.”

김서준은 솔직히 놀라고 있었다.

혼원진기공을 가르쳐 드린게 불과 두 달도 안된 것 같은데, 벌써 4성이라니.

아예 무공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이곳에서 이 정도 성취라는 건, 김주혁이 무공에 상당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했다.

‘아버지가 강해지면 나로서는 대 환영이지.’

김서준은 아버지의 성장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었다.

“너 표정이 영 거시기 하다? 이 애비가 빨리 강해지는게 그렇게나 부러운게냐?”

“네. 너무 부러워서 죽을 지경입니다. 흐흐흐.”

“좋다. 더 두고 볼 것도 없이 바로 시작해 보자꾸나. 마력을 쓰면 여기 무너지니까, 순수한 피지컬로만 쓰는 걸로.”

“알았으니까, 먼저 시작하시죠.”

김서준은 선공을 양보한다는 뜻으로 오른손 손바닥을 뒤집어 앞으로 내밀어 보였다.

“건방진 녀석.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전력을 다하셔야 할 겁니다.”

김서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주혁이 확 달려들었다.

두 사람의 거리는 약 5미터.

하지만 김주혁은 단숨에 그 거리를 건너 뛰며 강력한 돌려차기를 날리고 있었다.

“동작이 너무 큽니다, 아버지.”

김서준은 팔뚝으로 발차기를 막아내고는 주먹 대신 손바닥으로 김주혁의 가슴팍을 확 밀쳐버렸다.

“으음?”

한방에 빈틈을 허용한 김주혁은 놀란 눈으로 김서준을 응시하다가 본격적으로 혼원진기공의 기술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혼원진기공은 집중력을 통해 내공을 빠르게 축적할 수 있는 호흡법과 그 내공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적을 타격할 수 있는 공격 초식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김주혁은 지금 그 공격 초식들을 펼쳐내고 있었다.

이 초식들은 무기를 쥐면 또 다른 형태로 변형이 가능해서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다.

아무튼 김주혁은 상당히 잘 다듬어진 초식으로 김서준을 빠르게 압박하고 있었다.

‘움직임이 보통이 아닌데?’

좀 전엔 동작이 크다고 한마디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김서준이라서 파고들 빈틈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지 김주혁의 상대가 다른 헌터들이었다면 첫 공격에 이미 수세에 몰려 지금쯤은 바닥에 누워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김주혁의 혼원진기공에 대한 이해는 훌륭했다.

퍽! 퍼버벅!

발이 날아든다 싶으면 어느새 주먹 세례가 퍼부어졌고, 허리를 숙인 채 두 팔로 복부와 얼굴을 보호하면 발이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빈틈을 거의 보이지 않는 완벽한 연계 동작들.

김주혁의 움직임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보통 처음 무공을 배우게 되면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고 멋지게 보여지고 싶은 마음에 쓸데없이 동작이 커지기 마련인데, 김주혁은 그런게 전혀 없었다.

여기에 마력이 더해진다면 웬만한 몬스터들은 맨손으로도 충분히 때려잡을 수 있을 정도.

실전 기술로만 치면 신태양이나 양휘보다도 위협적이었다.

그래서일까? 김서준은 무척이나 신이 났다.

그렇게나 보고 싶었던 아버지와 함께 무공 초식을 겨루는 지금 이 순간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파앙! 파방!

허공에서 손과 손이 부딪치며 강한 울림이 퍼져 나오고,

퍼걱. 퍼벅, 퍽!

강한 발차기를 한번씩 주고받으며 뒤로 몇 미터씩 튕겨나가기도 했다.

두 사람의 대결은 한시도 멈춰지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5분.

10분.

20분.

거의 30분이 다 될때까지도 누구하나 지치지 않고 옥상 위를 뛰어다니며 공격과 방어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꽈앙

김주혁의 강력한 훅이 김서준의 팔뚝 위로 작렬했다.

촤아아아악

강력한 충격에 김서준이 옆으로 3미터가량 쭉 미끄러졌다.

피쉬이이이

그의 팔뚝에선 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런, 미안하다. 나도 모르게 마력이 실렸구나.”

김주혁이 살짝 당황한 얼굴로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자 김서준은 팔이 얼얼한지 휘휘 흔들며 김주혁을 흘겨봤다.

“그 공격, 다른 사람이 맞았으면 바로 입원입니다.”

“내가 너무 흥이 돋다보니 그렇게 됐다. 길드에 있는 헌터들은 영 부실해서 말이야.”

“그럼 좀 더 흥을 돋우워 볼까요?”

김서준은 씨익 웃으며 팔극철산고의 자세를 취했다.

김주혁은 처음보는 자세에 흥미가 생겼는지 눈을 반짝이며 김서준을 바라봤다.

“아버지라면 이것도 금방 배우실 것 같네요.”

“새로운 기술이구나?”

“무척이나 위험한 기술이기도 하고요.”

“각오하고 있으니, 마음껏 펼쳐보거라.”

“정신 똑바로 차리셔야 할 겁니다.”

김서준은 아버지를 상대로 팔극철산고를 펼쳐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팔극철산고의 모든 초식을 보여주진 않았다.

지금의 아버지라면 팔극철산고의 기본 초식만 배워도 웬만한 A급 헌터를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테니까.

김서준이 펼쳐 보인 초식은 네 가지였다.

상대를 붙잡아 순식간에 자리를 바꿈으로서 찰나지간 완벽한 공격 타이밍을 잡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반위’.

제대로 적중하기만 하면 어깨와 등으로 한방에 적을 기절시킬 수 있는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철산고’.

상대의 빈틈을 파고들어 가벼운 발차기 한번으로 적을 공중에 띄워 버릴 수 있는 ‘거격타’.

그리고 강한 진각으로 땅에 진동을 일으켜 적의 자세를 흐트린 다음, 섬전처럼 파고들어 상대의 가슴팍에 강력한 주먹을 때려박는 ‘진각정주’까지.

김서준은 이 네 가지 기술로 김주혁을 몇 번이나 바닥에 나뒹굴게 만들었다.

쓰러질 때마다 ‘다시’를 연발하던 김주혁은 거의 1시간이 지났을 때, 완전히 녹초가 되어 바닥에 대자로 뻗어 버렸다.

아무리 김주혁이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 때 무공천재로 불리웠던 김서준에겐 상대가 될 수 없었다.

“헉…. 헉…. 내 아들이지만, 후…. 정말 괴물 같구나.”

김주혁은 대자로 뻗은 상태로 어두운 밤 하늘을 올려다 보며 푸념했다.

그 말에 김서준은 김주혁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며 함께 하늘을 올려다 봤다.

“지금의 이 평화로움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무심코 흘러나온 질문.

김주혁이 몸을 추스려 앉으며 김서준을 바라봤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균열이 열리고, 그때마다 수십에서 수백 명의 목숨이 덧없이 희생되고 있는데, 뭐가 평화롭다는 것이냐?”

“그래도 같은 인간끼리 서로 죽이려고 아등바등 거리는 일은 없잖아요.”

“없긴 왜 없어? 마석이나 아티팩트를 노리고 같은 헌터끼리 목숨을 노리는 경우도 허다하고, 신비의 힘을 주체하지 못해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죽이는 빌런들도 한 둘이 아니다.”

“적어도 저랑 아버지는 이렇게 한가롭게 수련할 수 있는 여유가 있으니 이 정도면 평화로운 거죠.”

김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히죽 웃었다.

“싱거운 녀석. 뭐, 네 말대로라면 최소한 우리 가족한테는 평화로운 세상이 맞는 것 같구나.”

“그렇죠? 그래서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아버지.”

“네 말대로 이 애비도 요즘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너무 긴 세월 동안 행복을 잊고 살았어….”

“이제라도 그 행복 되찾아 가시면 됩니다.”

“그래, 그러자꾸나.”

김주혁은 아들을 바라보며 웃었고, 김서준 또한 아버지를 바라보며 기분 좋게 웃음을 그려보였다.

“시간이 늦었다. 이만 들어가자.”

김주혁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저는 한 10분만 더 있다가 갈게요.”

“그래? 알았다. 그럼 먼저 들어가서 씻으마. 백 여사가 여기까지 쫓아오기 전에 얼른 들어가야지.”

그렇게 김주혁은 옥상을 내려갔다.

혼자가 된 김서준은 옥상에 털썩 주저앉은 채로 잠시간 하늘의 별들을 바라봤다.

‘예전엔 하늘을 올려다 볼 여유따윈 조금도 없었는데….’

그땐 늘 적의 암습을 대비해 극도로 긴장해 있어야 했고, 한시도 수련을 멈춰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지금과 같은 이런 소소한 행복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몰랐다.

‘후…. 이왕 나왔으니 달라진 초시공 건틀릿의 효과를 확인해 봐야겠지?’

김서준은 혹시라도 누가 훔쳐볼까 감각을 극도로 확대하고는 미리 챙겨온 장갑을 오른 손에 착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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