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107화 (107/153)

107

장갑을 낀 김서준은 마력을 흘려넣어 속성 능력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머릿속에 다섯 가지 속성의 구슬이 둥실 떠올랐고, 김서준은 그중 검은빛을 내고 있는 ‘금’속성의 구슬을 선택했다.

순간,

콰드드드드득

김서준의 피부가 새까맣게 변하며 쇠처럼 단단해졌다.

손으로 피부를 두드려 보니,

텅. 터엉.

정말 쇳소리가 난다.

‘이런 강철피부를 10분간 사용할 수 있다, 이거군.’

속성을 사용했을 때의 효과가 김서준의 머릿속에 저절로 주입되고 있었다.

이번엔 파란색 구슬이었다.

방금 전처럼 푸른빛을 내는 ‘수’ 속성의 구슬을 선택하자 목과 코가 간질거리며 본인도 모르는 어떤 변화가 생겼다.

그 즉시 머릿속에 자동으로 스며드는 정보들.

‘물 속에서 50분간 호흡이 가능하다? 이젠 바다에 빠져도 죽을 일은 없겠네.’

소소한 능력이지만 생존에는 더할 나위없이 중요한 능력이기도 했다.

그래서 김서준은 ‘수’의 능력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다음은 빨강 구슬이군.’

세 번째로 선택한 ‘화’의 속성이 지닌 능력은 꽤나 화려했다.

손을 뻗어내면 화염 방사기처럼 불길이 뿜어졌는데, 심지어 발바닥으로도 화염을 뿜어낼 수 있었다. 게다가,

푸하아아아악

두 발과 두 손을 아래로 하고 동시에 화염을 발출시키면 몸을 허공에 띄우는 것도 가능했다.

혹시 몰라 신발을 살펴봤지만, 불길에 타거나 그을리는 현상은 없었다.

‘신기하네. 완전 인간 토치가 된 기분이야.’

이 불길은 장시간 계속해서 사용하는 건 불가능했다.

최대 2분 정도.

그래도 2분 동안 비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니 굉장한 메리트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기프트 능력에서 비행은 빼는 건데. 아까비.’

아쉽게도 이미 기프트R0의 능력에 비행이 있었기에 중복되는 능력이었다.

‘나중에 변경이 가능한지 한번 물어봐야겠다.’

김서준은 이틀 뒤, 예거 본부에 들어가게 되면 이채윤에게 확인해 보기로 했다.

네 번째로 확인한 건, ‘빙’의 속성.

빙의 구술을 선택하자 김서준의 몸에서 한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옥상 난간 쪽으로 다가간 그는 손으로 난간을 잡은 채 마력을 일으켰다. 순간,

쩌저저저저저정

반경 10미터 범위가 죄다 얼어붙고 말았다.

‘와…. 이거 죽이네.’

손에 닿는 건 물론, 마음만 먹으면 최대 반경 10미터까지 죄다 얼려버릴 수가 있었다.

‘이제 마지막인가?’

김서준은 적금색을 띠고 있는 다섯 번째 ‘뇌’ 속성의 구슬을 선택했다.

그러자 김서준의 몸 이곳 저곳에서 스파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빠지직. 빠직-

근처를 날던 모기들이 그 스파크에 닿자마자 빠박 소리를 내며 불타 올랐다.

‘최대 500만 볼트? 어우야. 이걸 사람한테 쓰면 바로 골로 가겠는데? 조심해서 써야겠다.’

몸을 휘감고 있는 뇌전은 10만 볼트 수준이었지만, 마력을 컨트롤 해서 뇌전을 뿜어내게 되면 최대 500만 볼트까지 전압을 높일 수 있었다.

물론 이 뇌전 능력은 10초 동안만 유지되는 거라 유지 시간을 잘 감안해서 사용해야 했다.

다섯 가지 속성 능력을 모두 확인한 김서준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어마어마하게 대단한 능력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잘만 사용하면 큰 효과를 낼 수 있어 굉장히 유용한 능력들이었다.

김서준은 초시공 건틀릿을 가만히 봐라봤다.

이 장갑 하나에만 무려 아홉 가지의 능력이 담겨 있다.

1분 뿐이긴 해도 금속 재질의 건틀릿으로 변형되는 능력까지 치면 열 가지나 마찬가지.

가치로 따진다면 수백억, 아니 수천억은 충분히 되고도 남았다.

‘이젠 잘때도 이걸 끼고 자야할 판이네.’

장갑을 몸에서 떼어 놓는다면, 불안해서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곧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지, 아니야. 아무리 장비가 좋아도 내 힘이 부족하면 결국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거야.’

김서준은 장비에 의존하려는 자신을 향해 스스로 경종을 울렸다.

‘장비는 장비일 뿐, 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그렇게 생각을 마친 김서준은 장갑을 툭툭 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

일요일 아침.

김서준은 지난 밤 늦게까지 태양신공을 운용했고, 양의분심공을 사용해 부동심까지 함께 수련했다.

그 덕분에 내공과 마력을 소폭으로 상승시킬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김서준이 침대에 드러누운 건 새벽 3시.

일요일이라고 늦잠을 잘 생각은 없었기에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간단히 샤워를 마친 김서준은 방으로 돌아와 아직도 각성 중인 키링을 집어들었다.

[헤븐스 도어(A)]

-각성 중….98%

‘아직도 안 끝났네.’

키링의 각성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새벽 1시 정도면 끝날 줄 알았는데, 아직도 2%나 남아 있었다.

‘뭘 얼마나 대단한 각성을 하길래 이리 오래 걸려? 설마 각성에 실패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굳이 마음에 담아두진 않았다.

‘그런데 어째 보내준다는 집 사진은 아무 소식이 없지?’

김서준은 책상 위에 올려 놓은 기프트와 특수폰을 들어 연락이 온 게 있는지 확인해 봤다. 그런데,

‘어라? 언제 보냈지?’

특수폰 개인 계정으로 메일이 들어와 있었다.

생각해보니 어제 수련을 한답시고 특수폰을 무음으로 바꿔 놨는데,깜빡 잊고 있었다.

김서준은 서둘러 메일을 확인해 봤다.

예상대로 메일엔 다섯 곳의 집 외부와 내부를 찍은 사진이 담겨 있었다.

사진을 쭉 살피던 김서준.

다섯 군데 모두 굉장히 넓고 예뻤으며, 여유 공간도 많았다.

가장 좋은 건 단독주택이라서 큰 정원까지 딸려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약간씩 차이가 있었다.

어떤 집은 너무 오픈이 되어 있어서 외부의 침입에 굉장히 취약했고, 어떤 집은 담벼락이 너무 높아서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김서준이 아버지와 수련을 할만한 큰 공간을 지닌 집은 딱 두 곳이었다.

‘이왕이면 수련장소가 쉽게 오픈되지 않은 곳이면 좋겠는데….’

김서준은 자신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하는 집 하나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 집은 매우 모던한 형태의 집이었는데, 담벼락도 그리 높지 않았고 주변의 다른 집들과도 꽤 떨어져 있어 사생활 보호에 적합해 보였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집에 꽤나 거대한 규모의 지하 2층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집 자체가 다소 높게 지어져 있어 이상하다 싶었더니 그 이유가 바로 이 지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인 듯 했다.

‘지하에 추가로 특수 내벽 설치하면 수련실로 딱이겠어.’

거기다 담벼락에 고가의 방범설비를 달면 헌터라 하더라도 쉽게 침입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 이 집으로 결정이다!’

바로 결정을 내린 김서준은 권윤성에게 메일로 회신을 보냈다.

김서준이 확정한 집은 제3 헌터 아카데미와 2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교통 및 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안성맞춤이었다.

지하 3층 공간에 추가해야할 사항과 벽에 설치할 방범설비까지 자세하게 기록한 메일을 권윤성에게 보내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 졌다.

이제 집을 옮기게 되면 다른 사람 눈치 안보고 마음껏 수련에 임할 수 있었으니 그보다 더 좋은게 또 뭐가 있을까?

김서준은 기분 좋은 얼굴로 거실에 나갔고,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아침식사를 마쳤다.

1시간여가 지나고 다시 방에 돌아왔을 때, 책상 위에 올려 놨던 키링은 각성을 이미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키링에서 떨어져 나온 유니온 코어의 색이 짙은 암회색을 띄고 있는게 뭔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급히 달려가 코어를 집어든 김서준은 코어의 상태를 살펴보고는 낮게 탄식하고 말았다.

[유니온 코어(S)]

-각성 에너지의 과도한 소비로 인하여 장기 동면에 들었습니다.

-마력 잔량: 0%

-동면 기간: [2399:56:32]

-동면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마석이 필요합니다.(0/100)

헤븐스 도어를 연속으로 각성시킬때 나타났던 경고 문구는 바로 이걸 의미하는 것이었다.

장기 동면. 그것도 무려 100일이나 된다.

마석을 사용하면 동면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모양이지만 옆의 숫자를 보니 100개는 필요했다.

‘내가 욕심이 과했구나. 쩝….’

항상 과한 욕심은 화를 부르기 마련이었다.

이미 벌어진 일이라 되돌릴 수가 없었기에 김서준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바로 코어를 아공간 속에 넣어버린 뒤, 각성을 마친 키링을 쥐고 어떻게 변했는지를 확인해 봤다.

[헤븐스 도어(A++)]

-문을 통해 10km 내의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정보를 읽지 못하면 사용할 수 없다.

-사용 가능 횟수: -

이동이 가능한 거리가 늘고, 사용 횟수가 무제한으로 바뀌긴 했지만 엄청난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능력이긴 했지만 코어를 100일간 동면에 들게 만든 결과치고는 많이 아쉬운것도 사실이었다.

‘후…. 어쩔 수 없지 뭐.’

김서준은 헤븐스 도어도 아공간에 집어 넣었다.

모든걸 끝내고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운 김서준은 팔배개를 한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제 내일이면 새로운 집에 새로운 차도 생기고, 돌아오는 금요일 부터는 아카데미도 개강이다.

‘다들 잘 지내겠지?’

그동안 주광식과 유호성이 어떻게 지냈을지 살짝 궁금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궁금한 인물은 바로 한세아였다.

외삼촌에게 저주의 목걸이를 받아 오랜 시간 신비 각성을 억눌려왔던 한세아.

그녀의 각성을 도와주긴 했지만 과연 그게 잘한 일인지, 아니면 오히려 위험에 빠뜨린 건 아닌지 걱정이었다.

김서준은 생각난 김에 책상 서랍을 열어서 한달이 넘게 꺼 두었던 휴대폰을 꺼냈다.

전원을 켜자 휴대폰 액정으로 가족 사진이 뜨며 무선 인터넷과 연결되었다. 그때였다.

부르르르. 부르르.

폰이 계속해서 진동하며 부재중 전화 표시가 끊임없이 떠올랐다.

게다가 마카오톡과 문자메시지로도 수십 개의 연락이 수신되었다.

연락은 딱 두 사람에게서 온 거였다.

주광식과 한세아.

주광식은 김서준이 귀가한 날부터 계속적으로 연락을 했는데,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그저 개강 전에 시간 내서 어디 가까운 곳에라도 놀러가자는 내용이 다였다.

그런데 한세아의 연락은 좀 달랐다.

[저기. 세아에요. 이거 보면 전화 좀 부탁드릴게요.]

[어디 외국으로 나간 건가요? 한달 동안 전화도 사용하지 못하는 거에요?]

[할아버지한테 제가 각성했다는 사실 말씀드렸어요. 처음엔 크게 놀라더니 지금은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고 계세요. 오빠 이야기를 했더니 한번 보고 싶다고 하시네요.]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건가요? 광식이 오빠가 27일 쯤엔 집에 있을 거라고 하던데….]

[치사하게 일부러 메시지 확인 안 하는 거죠?]

[와, 너무하네. 그래도 한때는 잘 나가는 아이돌이었는데, 내 연락을 이렇게 씹어요? 내가 다시는 먼저 연락하나 봐라.]

여기까지 마카오톡을 읽은 김서준은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애처럼 혼자 급발진하고, 아주 난리도 아니네.’

김서준은 곧바로 다음 메시지를 확인했다.

[내가요. 원래 연락 안하려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꼭 좀 보자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연락한 거에요. 이거 보면 이번엔 꼭 전화 줘요. 알았죠!]

[하…. 정말 심하다. 그나마 읽씹은 아니라 다행이네. 이게 마지막 연락이에요. 이번에도 연락 없으면 정말 끝이에요, 끝!]

메시지 내용만 봐도 한세아가 굉장히 상심했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어제 밤에 연락 온게 마지막이구나.’

김서준은 주광식과 한세아 중 누구한테 먼저 연락을 할까 잠시 고민했다. 그때,

삐리비리비리리- 삐리비리삐리리-

휴대폰이 신나게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는 주광식.

‘타이밍 죽이네.’

김서준은 자신의 고민을 말끔하게 해결해 준 주광식이 고마워졌다.

“어, 왜?”

-야, 이 자식아! 이제야 전화를 받냐? 우와. 너 진짜 징하다. 집에 왔으면 왔다고 따박 따박 보고를 해야지. 삼일 동안 대체 뭘 한 거야?

“아우, 귀청 찢어지겠다. 그리고, 내가 왜 너한테 보고를 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폰을 지금에서야 켠 것 뿐이라고.”

-아, 됐고. 오늘 뭐해? 할 거 없으면 이 형 좀 만나러 와라.

주광식은 다짜고짜 자기를 보러 오라고 명령이었다.

“내가 왜? 나, 내일 또 보충훈련 있어서 멀리 가봐야 해서 시간 없어.”

-뭔 보충훈련? 너 무슨 이상한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 이리 저리 휩쓸려 다니는 건 아니지?

“내가 미쳤냐?”

-아니면 다행이고. 아무튼 당장 나 보러 와. 여기 오면 좋은 일 있을 거라고 내가 장담하지.

“볼 일 있으면 네가 와라. 나 바쁘다.”

-세아가 온다고 했는데도?

“….뭐?”

김서준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세아가 왜 주광식을 만나러 가는 걸까?

한세아의 할아버지가 만나고 싶어한다는 건 나 하나가 아니었던건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잠시 혼란스러워졌다. 그때, 통화 중 또 다른 전화가 수신되었다는 표시가 떴다.

발신자를 보니 한세아였다.

“야, 주광식. 잠깐 전화 끊는다. 이따 통화해.”

-뭐? 지금 뭔 소리야? 잔말말고 빨리 나 있는 곳으로 오….

뚝.

김서준은 통화를 끊고 곧바로 한세아의 전화를 수신해 버렸다.

“미안! 지금 막 전화 하려고 했어. 진짜야. 거짓말 아니다.”

한세아가 꽤 화났을 거라는 생각에 다짜고짜 사과부터 했다.

이전 세계에서도 한세아가 한번 화를 내면 수습이 굉장히 힘들었기에 자동으로 나온 반응이었다. 그런데,

-어…. 저기. 음. 세아야! 전화 받자마자 미안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내가 계속 통화해?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한세아가 아니라 그녀의 매니저인 이채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