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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에 들어온지 6시간.
4번 팀을 제외한 모든 팀이 한곳에 모여 작전을 짜고 있었다.
그들이 모여 있는 곳은 바위산의 꼭대기였다.
이 균열은 다른 균열들과는 달리 침입자를 향해 끊임없이 몬스터들이 몰려드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요원들은 주변이 훤히 보이는 바위산 정상에 둥그렇게 저지선을 만들어 계속해서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중이었다.
16명 중에서 4명이 동서남북으로 흩어져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동안, 나머지 12명은 중앙에 모여서 4번 팀을 공략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아니, 이곳에 들어온지 6시간이 넘도록 4번 팀의 코빼기도 못봤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장호가 답답하다는 듯 말하자 박대만이 그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네가 너무 대충 대충 해서 그런걸 가지고, 왜 남 탓을 해?”
“저만 그런게 아니라 다 같이 못찾았잖아요? 몬스터 놈들은 왜 4번 팀은 안쫓고 우리한테만 죽어라 달려드는 건데요?”
장호의 말대로였다.
이 균열은 반경 5킬로미터에 가까운 숲 속에 거대한 바위산 여러개가 삐죽삐죽 솟아오른 형태로 몸을 숨길만한 장소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6시간 전, 이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4번 팀이 시야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1시간이 지나도, 2시간이 지나도 4번 팀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하늘로 솟았는지, 아니면 땅으로 꺼졌는지 광역 스캔 장비를 이용해도 4번 팀의 흔적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4번 팀이 광학미채를 사용하는 것 같다.”
이채윤의 말에 다들 흠칫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거 아직 실험단계 아니었어요? 와, 권 선배님 너무하신다. 아직 테스트도 안 끝난 특수장비를 이 훈련에 가지고 오다니.”
“아니. 광학미채를 가져온 건 윤성 오빠가 아니야.”
“권 선배가 아니면…. 백호 씨가 그 장비를 가져오기라도 했다는 겁니까?”
“예거에서 개발 중인 광학미채는 아직 실험단계라 아무리 윤성 오빠라도 마음대로 가져올 수 없어. 미진이는 당연히 아닐테고, 민소라 요원이 그런 장비를 챙겨올 가능성도 거의 없지. 그럼 남은 가능성은 하나 뿐이지 않겠어?”
이채윤으로서도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
그녀가 알기로 스캔에도 걸리지 않고, 육안으로도 보이지 않는 장비는 광학미채밖에 없다.
그럼 도대체 김서준은 어디서 그런 말도 안되는 장비를 가져올 수 있었을까?
한두호 회장의 손녀인 한세아와 친하게 지낸다고 하더니, 한 그룹에서 지원이라도 받고 있는 걸까?
아니, 그건 불가능했다.
광학미채의 기술은 아직 어디에서도 제대로 성공시킨 사례가 없었다.
있다면 균열 안에서 가끔 구할 수 있는 고대유물 뿐.
‘도대체 언제 균열에 들어가서 그런 장비를 구했지?’
이채윤은 김서준이 광학미채의 효과를 지닌 고대유물을 사용하고 있는 거라고 확신했다.
“아무리 광학미채를 사용하고 있다 해도 우리가 4번 팀을 이길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세개 팀이 4번 팀을 수색하면서, 그들이 보스룸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동안 나머지 한 개 팀은 보스 레이드를 성공시키는 거지.”
“만약 4번 팀이 끝까지 광학미채를 사용해서 보스룸까지 밀고 들어간다면?”
지학선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이채윤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진 않을 거에요. 광학미채가 모습을 감추는데는 굉장한 효과를 보일지는 몰라도, 보스 레이드에서도 광학미채를 쓰게되면 균열 시스템 상 보스를 잡아도 성공으로 인정이 안되니까요.”
“아, 그렇군. 그걸 잊었어.”
“자, 그러니까 우리가 할 일은 이거에요. 우선 레이드를 뛸 팀은 3번 팀으로 하고….”
이채윤이 최종 작전에 대해 설명을 하려는 그때였다.
삐. 삐. 삐.
장호의 기프트에서 묘한 신호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어? 이건 미진이 누나 신호인데요?”
예거 요원들의 기프트에는 서로를 감지할 수 있는 추적시스템이 존재했고, 상대방 코드만 알고 있으면 자신의 위치를 전달할 수가 있었다.
즉, 지금 이 신호는 조미진이 일부러 장호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장호는 자신의 기프트로 전달된 조미진의 위치를 모두와 공유했다.
“하, 이곳에 있었어? 광학미채로 모습을 숨기고 숲 가장자리를 빙 돌아서 절벽 뒤쪽을 통해서 보스룸으로 가려는 거였구만?”
지학선이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조미진이 위치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모두 엉뚱한 장소에서 또 다시 시간만 낭비할 뻔했다.
지학선과 장호는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위치가 파악됐으니까 바로 움직이지.”
“잠깐만요. 꼭 미진이 도움까지 받아가며 4번 팀을 추적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채윤은 내키지 않아했지만 다른 요원들은 그렇지 않았다.
“팀원의 배신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우리 예거 요원들이 지녀야할 덕목 아닌가요? 넘버 포가 그대로 현도 형이었으면 절대 배신자가 나오지 않았을 거라고요.”
장호 또한 윤현도에 대한 그리움이 굉장히 컸기에 백호가 넘버 포의 자리를 차지는 것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1번 팀의 리더인 배창훈이 바위산 아래로 내려가며 한마디 했다.
“우리 1번 팀은 정상적인 루트를 이용해 보스룸으로 갈겁니다.”
그의 말은 지학선을 향한 것이었다.
“배창훈! 왜 쉬운 길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미진이가 보내온 신호가 함정일 거라는 생각은 안하십니까?”
“….뭐?”
배창훈의 말에 이채윤까지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조미진은 절대 백호를 도와줄 리가 없기에 그게 함정일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던 것.
그런데 배창훈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우릴 절벽 뒤쪽으로 유인해 놓고, 김서준만 따로 보스룸으로 진입하려는 걸수도 있어.’
갑자기 생각이 많아진 이채윤.
그녀는 4개 팀을 양족으로 나누기로 했다.
“1번 팀과 3번팀이 정면으로 가고, 2번 팀, 5번팀은 절벽 쪽으로 가죠. 뭔가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바로 연락해서 연계하는 걸로.”
“그게 가장 낫겠군.”
작전이 정해졌으니 이제 시행하는 일만 남았다.
바위산 중턱에서 어렵지 않게 몬스터들을 도륙내고 있던 요원들은 다시 본래의 팀에 합류했고, 8명 씩 두 팀으로 나뉘어 빠른 속도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
아슬아슬한 절벽 위의 좁은 길을 이동 중인 이채윤.
그녀는 가는 내내 꺼림칙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미진이가 백호를 도와 거짓 위치 정보를 흘렸다라….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단 말이지.’
그렇다면 조미진의 배신은 진짜라는 것이고, 지금 자신들이 향하는 곳에 4번 팀 전원이 모여있을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았다.
인원적으로야 이쪽이 8명이나 되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이상하게 불안한 느낌이었다.
‘우리 팀엔 준혁이도 있고, 경문 오빠랑 유라도 있으니까 설마 밀리지는 않겠지?’
이채윤은 자신이 고작 4명 밖에 안되는 상대 팀을 상대로 이렇게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흠칫 놀랐다.
김서준.
그는 묘하게 사람을 긴장시키는 인물이었다.
나이도 어리고, 각성자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그가 행한 업적은 솔직히 놀라웠다.
‘그나저나 마력수치는 어떻게 조정한 거지? 며칠 전만해도 130 정도였는데, 지금은 또 500이 넘는다니….’
130이라는 수치가 마력커버 50%를 적용한거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500이 넘는 수치가 나왔다는 건 솔직히 이해가 쉽지 않았다.
‘그럼 130은 마력커버를 80%로 적용한 거였다는 얘긴데.’
지금까지 보아온 예거 요원들 중, 마력커버를 80%로 적용하는 인물은 윤현도 외에는 본적이 없었다.
윤현도는 80%를 적용하고서도 400이 넘는 마력수치를 보일 정도로 괴물 같은 인물이었으니 그렇다 치자.
하지만, 김서준은 마력이 크게 높은 것도 아닌데, 왜 굳이 80%나 되는 마력을 숨기려는 것일까?
보통의 각성자들은 자신의 마력이 조금이라도 높게 나오길 바라기 마련인데 김서준은 오히려 반대로 보였다.
‘그러고보니 두 사람…. 닮은 구석이 꽤 많네?’
이채윤은 이상하게 자꾸 윤현도와 겹쳐보이는 김서준이 이번엔 또 어떤 능력을 보여줄지를 예측해보며 절벽 위의 좁은 길을 빠르게 이동했다.
잠시 후, 좁은 길이 사라지고 넓은 분지가 나타났다. 분지의 한 쪽엔 땅속 깊은 곳으로 이어지는 동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장호의 기프트와 연동된 정보에 따르면 조미진의 신호는 여기서 동굴 안쪽으로 조금 들어간 장소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제가 앞장서죠.”
차준혁이 가장 먼저 동굴로 들어섰고 그 뒤로 안지운과 최철민이 따랐다. 김유라와 교관 이창수는 동굴 입구를 지키기로 했으며, 이채윤, 최경문, 양휘가 후발대로 동굴에 진입했다.
동굴은 꽤 컸다.
폭 10미터에 높이는 5미터 정도.
절벽 뒤쪽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다른 곳보다 강한 놈들이라 보스 레이드를 할 때는 이 길로 진입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발자국이 엄청난데요?”
차준혁의 뒤를 따르던 최철민이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진 발자국들을 보고 한 말이었다.
그의 말처럼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 발자국이 사방에 가득했다.
하지만 몬스터 사체는 하나도 안 보인다.
“몬스터는 무시하고 그냥 뚫고 들어간 모양이야.”
차준혁은 4번 팀이 몬스터와 드잡이질을 하며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곧장 동굴 안으로 달려들어갔다고 판단했다.
그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짙은 혈향이 모두의 코를 자극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휘어진 모퉁이를 돌았을 때, 그들은 상당한 숫자의 몬스터 사체가 산처럼 쌓여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어우야. 엄청나네….”
“최소 100마리는 넘겠는데요?”
안지운과 최철민이 짧게 감상을 내뱉었다. 그때, 차준혁의 눈에 뭔가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파앙
바로 땅을 박차며 튀어나간 차준혁.
3미터 크기의 몬스터들 사체가 잔뜩 쌓인 곳에서 계속 꿈틀대는 뭔가가 있었다.
차준혁은 사체를 휙휙 집어던졌다.
수백 킬로그램이나 되는 몬스터 사체를 한손으로 가볍게 들어 내던지는 것만 봐도, 차준혁의 피지컬이나 마력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이채윤은 재빨리 기프트를 이용해 주변을 스캔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 어딘가에서 보내지고 있는 조미진의 위치신호 외에는 잡히는게 전혀 없었다.
그때 차준혁이 뭔가를 발견했다.
몬스터 사체를 아홉구나 내던지고 나서야 그 아래에 깔려있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웁! 웁웁!”
놀랍게도 그 무언가는 조미진이었다.
몬스터들이 흘린 피로 범범이 된 채로 웅크려 앉아 있는 조미진.
그녀는 팔과 다리는 물론 입과 눈에 귀까지 하얀색의 붕대로 칭칭 휘감겨 묶인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차준혁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했고 곧바로 몸을 돌려 소리쳤다.
“함정이다!”
그의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체들 사이에 숨어있던 두 개의 그림자가 뛰쳐나왔다.
하나는 큰 덩치의 사내로 비틀거리듯 걸음을 옮기는데 그 속도가 눈부시게 빨랐다.
사내의 목표는 뒤쪽에 있던 양휘였다.
쿵. 쿠궁. 쿵쿵쿵!
귀를 울리는 발걸음이 이어지며 순식간에 양휘의 코앞에 당도한 사내. 그는 다름아닌 권윤성이었다.
갑작스런 공격에 놀라긴 했어도 양휘 또한 단련된 각성자였다.
곧바로 자신의 신비인 중력장을 발동시킨 양휘는 권윤성을 중심으로 반경 약 2미터 범위를 강력한 중력으로 찍어 눌렀다.
권윤성의 움직임이 크게 둔화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백호 요원이 그러더군. 양휘의 신비는 원거리 공격에 취약하니 굳이 접근할 이유가 없다고.”
눈으로 황금빛을 뿜어내던 권윤성이 피식 웃으며 마지막 한발자국을 떼어 바닥에 쾅 하고 때려박았다.
권윤성의 신비는 칠보격살.
일곱 걸음으로 적에게 빠르게 접근하며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도 하지만, 마지막 일곱번 째 걸음에 마력을 강하게 싣을 경우 거대한 거인이 등장해 발로 적을 짓뭉게는 공격을 가한다.
그리고 지금, 권윤성은 마지막 칠보에 마력을 실으며 힘차게 내딛고 있었다.
쿠웅!
그의 발이 땅을 찍는 순간,
쿠오오오오오
권윤성의 몸에서부터 천장에 닿을 정도의 커다란 거인이 불쑥 솟아올랐다. 그 거인은 놀란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는 양휘를 거대한 발로 찍어내렸다.
꽈아아아아아앙!
동굴 전체가 울릴 정도의 충격음이 터져나왔다.
“크윽!”
양휘의 답답한 신음.
다행히도 양휘는 두 손으로 거인의 발을 밀어내며 여전히 두 발로 땅을 밟고 서 있었다.
기습에 나선 자는 권윤성만이 아니었다.
츠르르르륵
사체들 사이로 희뿌연 연기 같은 것이 뱀처럼 미끄러져 오더니 단숨에 최철민의 몸을 휘감았다.
깜짝 놀란 최철민이 자신의 신비인 공간점프를 사용했지만 연기는 최철민에게 딱 달라붙어 어디로 점프하든 함께 움직였다.
그 연기의 주인은 바로 민소라였다.
“야, 민소라! 이거 안 놔? 치사하게 유체화로 들러붙는게 어디에 있어!”
공간점프 능력을 지닌 최철민에게 민소라의 유체화 신비는 카운터 펀치와 다름이 없었다.
“백호 씨가 그랬어. 철민 오빠 도망 못가게 무조건 물고 늘어지라고.”
희뿌연 연기가 민소라의 얼굴로 변했다가 다시 흩어지며 최철민의 몸을 더욱 꽁꽁 묶어 버렸다.
이채윤과 차준혁, 안지운, 그리고 최경문이 양휘와 최철민을 도우려고 나서려는 그때였다.
저벅 저벅.
방금 이들이 걸어들어온 동굴 입구 쪽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 그림자는 한손에 하나씩 묵직한 뭔가를 들고 있었다.
팔 다리를 축 늘어뜨린 채, 그림자의 손에 붙잡혀 앞 뒤로 흔들거리고 있는 그건 다름아닌, 김유라와 교관 이창수였다.
그리고 동굴 입구를 지키고 있던 두 사람을 짐짝처럼 들고 다가오는 그림자는 하얀 여우가면을 쓴 백호였다.
“당신들의 첫 번째 실수는 팀을 두 개로 쪼갠겁니다.”
백호는 그렇게 말하며 김유라와 이창수를 한쪽으로 휙 내던졌다. 완전히 정신을 잃었는지 바닥을 나뒹굴고 있는데도 미동조차 없었다.
“잘도 함정을 파놨군.”
차준혁은 조미진의 결박을 풀어주는 것도 잊은 채 백호에게 다가섰다.
이채윤은 백호의 심리전에 완벽하게 당한 것에 자존심이 상하는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백호의 퇴로를 차단했다.
최경문과 안지운 역시 백호의 좌우를 막아섰다.
그러자 백호는 자신을 둘러싸는 네 사람을 쭉 돌아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두 번째 실수는 함정인 걸 알았음에도 여전히 날 제압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빠져 있는 것이고요.”
“자만심? 훗. 웃기는 말이군. 그쪽 생각엔 혼자서 우리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거요?”
차준혁은 자신의 무력에 큰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기에 백호의 말이 가소로울 뿐이었다.
“세 번째 실수가 뭔지 압니까?”
백호는 대답대신 질문을 던졌다.
“염병하네.”
차준혁이 입에 욕설을 담았음에도 백호는 차분하게 제 할말만 내뱉었다.
“아직까지도 도망치지 않고 있다는 거.”
“….뭐?”
차준혁이 인상을 쓰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콰앙!
백호가 서있던 자리가 터져 나가더니 그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퍼억!
방어 자세를 취하며 신비를 발동시키려고 준비 중이던 안지운이 허리를 새우처럼 꺾으며 뒤로 튕겨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