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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119화 (119/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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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저러고 싸운 거야?”

마지막으로 미궁 입구를 통과한 이리나가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는 민소라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응? 어…. 한 20분 됐으려나? 내도 정신을 차린게 얼마 안돼서 정확히는 모르겠네.”

배창훈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민소라는 10분 전쯤 정신이 들었고, 인간 같지 않은 두 사람의 전투를 넋을 잃고 바라보는 중이었다.

지하미궁의 입구 주변은 반쯤 초토화 된 상태였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동굴들 태반이 무너져 내렸는데, 권윤성과 장호 등 넘버링 요원들이 보호하지 않았으면 입구까지 무너질 뻔했다.

그만큼 백호와 배창훈이 벌이는 전투가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들이 전투를 시작한 건 정확히 26분 전.

거의 30분이 다 되어가고 있음에도 누구하나 지친 기색없이 폭발적인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사이 오늘 훈련에 참가했던 모든 요원들이 전부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절벽 근처 동굴에서 기절했던 2번 팀과 5번 팀 전원을 포함하여 이리나, 박문호까지 미궁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중엔 조미진도 있었는데, 그녀는 전과 달리 더 이상은 독기를 흘리지 않고 있었다.

그녀도 이젠 느낀 것이다.

새로운 넘버 포인 백호가 윤현도에 못지않은 엄청난 강자라는 사실을.

그런 상황에서 권윤성과 장호도 전투를 멈출 수밖에 없었고, 오히려 미궁이 무너지지 않게 보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급기야 뒤늦게 이곳으로 합류한 이채윤과 차준혁까지 미궁 보호에 가담해야 했다.

미궁 입구에 모인 열 여덟명의 예거 요원들 모두 두 사람의 전투에 끼어들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여기서 누군가 끼어들어 두 사람의 전투를 방해한다면, 그건 크나큰 실례일 뿐만 아니라 보기 드문 전투를 지켜봄으로써 한층 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 발로 차버리는 격이었다.

그만큼 두 사람의 전투는 차원이 높았다.

일단 두 사람은 모두 신비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특별한 기술이나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고, 아티팩트의 도움도 전혀 받지 않았다.

손과 주먹만으로 이루어진 맨손 격투.

하지만 그 어떤 전투보다 흉험했다.

빗겨쳐친 주먹이 후려친 벽에 대문짝만한 구멍이 뚫렸고, 가볍게 내려쳐진 발차기에 땅이 움푹움푹 파였다.

분명 손과 손, 다리와 다리가 부딪치는 것인데 천둥치듯 꽝꽝 소리가 터져나왔으며 눈으로 쫓기 어려울 정도로 두 사람의 움직임은 빨랐다.

타격의 횟수는 백호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란하지 않은 단순한 회피 동작과 빈틈을 놓치지 않는 타이밍으로 배창훈의 몸을 끊임없이 두드렸다.

하지만 배창훈에겐 경악할 정도로 높은 마력이 있었고, 그 마력의 힘으로 몸에 닿는 공격을 모두 막아낼 수 있었다.

이에 반해 배창훈의 공격은 아주 드물게 백호에게 박혀들었는데, 그때마다 백호는 강한 충격에 몇십 미터씩 튕겨져 나갔다.

얼핏 보기엔 배창훈이 곧 승기를 잡아 백호를 쓰러뜨릴 것만 같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몸이 무슨 탱탱볼 같잖아?’

배창훈은 속으로 크게 놀라고 있었다.

어렵게 공격을 적중시켜 기회를 잡았다 싶으면, 백호는 엄청난 탄성을 보이며 파괴력을 분산시켰다.

즉, 백호가 수십미터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건 그의 힘이 강력해서가 아니라는 소리.

그것 뿐만이 아니다.

10년 가까이 예거의 넘버 쓰리고 활동해 오면서 다져진 그의 전투기술이 백호에겐 하나도 먹히지가 않았다.

백호는 마치 어른이 아이하듯 가벼운 동작만으로 배창훈의 공격 대부분을 흘려버리거나 막아내고 있었다.

전투를 시작한지 거의 30분이 다 되어서야 단순한 힘과 기술만으로는 백호를 쓰러뜨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배창훈은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콰앙!

강력한 발차기로 백호를 떨어뜨려놓은 배창훈.

정확히 1초 가량의 여유를 얻은 그는 눈을 번쩍 뜨며 신비를 발동시켰다.

‘그물결계!’

그것은 배창훈이 지닌 두 번째 신비, 그물결계였다.

거미줄 같은 마력그물을 펼쳐내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그물결계는 배창훈이 각성 캡슐을 통해 얻은 신비였다.

이 신비는 다수의 적을 상대로 사용하거나 전투 기술이 뛰어난 적을 상대할 때 상당히 유용했다.

적의 숫자가 아무리 많다 해도 약간의 마력을 이용해 얼마든지 적을 결계에 가둘 수 있고, 적의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좁은 공간에 움직임을 제한시킴으로써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었다.

배창훈의 손에서 반투명한 형태의 마력그물이 뿜어져 나오자 백호는 빠르게 그물을 피해내며 접근해 왔다. 하지만 이 마력그물은 적중시키는게 목적이 아니었다.

촤악! 촥!

여기 저기로 마구 뿌려진 마력그물들이 허공에 고정되어 공간을 차단시키기 시작했다.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던 백호도 뒤늦게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고 급히 거리를 벌리며 물러나려 했다. 그때,

촤아아악!

지금까지와는 급이 다른 엄청난 크기의 마력그물이 백호의 뒤쪽을 먼저 차단해 버렸다.

터엉!

백호가 그물의 벽에 부딪친 순간, 강한 반발력이 생겨 그를 다시 튕겨냈다.

“더 이상은 도망갈 수 없다. 이 안에서 끝장을 내 주마.”

배창훈은 어디 마음껏 해보라며 양팔을 벌리고 도발했다.

백호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봤다.

어느새 그와 배창훈의 주변은 반경 5미터 크기의 큐브형 결계로 차단되어 있었다.

그걸 본 백호는 제 자리에 선 채로 발목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꼭 육상선수가 시합을 하기 전에 하는 준비운동 같았다.

“안 그래도 이제 끝낼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잘 됐군요.”

“네 전투술은 이 안에서 크게 쓸모가 없을 거다.”

“글쎄요. 과연 그럴까요?”

백호가 발로 땅을 톡톡 밟으며 한마디 한 순간,

파앙!

백호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를 본 배창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곳은 지금 반경 5미터짜리 큐브형 결계에 꽉 막힌 상태.

그런데 그 좁은 곳에서 어떻게 이처럼 빠른 속도로 몸을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터엉! 텅텅! 터덩. 텅텅텅!

백호의 움직임 대신 결계를 발로 쳐내는 소리만 사방에서 울릴 뿐이었다.

“잔재주는 통하지 않는다!”

배창훈은 현혹되지 않은 채 자신이 할 일에 집중했다.

지금 그가 해야할 일은 백호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는게 아니라 신비 먼치킨을 발동시키는 것이었다.

후우웅!

먼치킨이 발동되며 배창훈의 눈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의 온몸에서 경악할 수준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푸화아아아아악!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혈관이 툭툭 불거져 나왔으며 덩치가 훨씬 커졌다.

“뼈가 상하지 않으려면 마력을 방어에 몰빵해야 할 거다!”

백호에게 경고를 날린 배창훈.

슈욱!

그 즉시 그의 모습도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꽈아아아아아아앙!

배창훈이 숄더어택으로 큐브형 결계의 한쪽 구석을 강타했다.

하지만 백호를 타격하는데엔 실패했는지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뭔가를 찾았다. 그러다 뭔가를 발견하고 다시 땅을 박찼다.

쿠아아아아아아앙!

이번엔 어깨가 아니라 주먹이었다.

백호가 눈앞에 스쳐가는 순간을 노려 엄청난 속도로 움직여 주먹을 날린 것.

이번에도 백호는 공격을 피해냈다.

그런데 이를 기점으로 백호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생겼다.

단순히 빠르게 움직이는 것만이 아니라,

콰지직! 콰직!

백호가 움직일 때마다 눈부신 뇌전이 뿜어져 나오며 배창훈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백호는 눈이 쫓지 못할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며 뇌전을 뿌려댔고, 배창훈도 그에 못지 않은 속도로 순간 순간 몸을 날려 어깨와 주먹, 때로는 발길질로 백호를 후려치려 했다.

콰지직! 콰아아아앙!

콰직, 콰직! 꽈아아앙!

10㎥ 크기의 큐브형 결계 속에서는 천둥과 번개가 끊임없이 몰아치고 있었다.

결계 밖에서 이 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아예 넋이 나가 있었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전투 방식.

사람들은 만약 자신들이 저 결계 안에 갇혀서 배창훈의 먼치킨 신비에 공격을 받을 경우,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에 대한 답은 초 단위였다.

배창훈과 맞먹는 실력을 지녔다는 차준혁조차 자신이라면 1분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배창훈의 강함은 소문 이상이었다.

지금까지 그에 대해 알려져 있던 건 빙산의 일부였을 뿐.

배창훈이 지닌 진짜 강함은 상상을 훨씬 초월하고 있었다.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갔다.

어느새 3분이 지났고, 5분이 다 되고 있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배창훈이 먼치킨 신비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5분여.

그 시간이 넘어가면 마력이 고갈되어 더 이상 신비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현 상황으로 봐서는 백호의 저 엄청난 움직임과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벼락의 힘은 쉽게 멈춰질 것 같지가 않았다.

이를 증명하듯 배창훈의 속도와 파괴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백호는 이미 배창훈의 신비가 지닌 약점을 파악하고 버티기에 돌입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백호의 승리를 어느 정도 점칠 수 있었다.

백호는 실력만 뛰어난게 아니라 무리하지 않고서도 상대를 이길 수 있는 똑똑한 머리도 지녔다.

배창훈을 무력으로 이겨낸 건 아닐지라도, 이 또한 강함의 한 종류였으니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만, 마음 속 어딘가에 미약한 불만이 남아 있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넘버 포가 넘버 쓰리를 이겼지만, 그건 무력으로 이긴게 아니다!’라는 불만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마음 속 한켠에 새겨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콰지지지지직!

네 줄기 뇌전이 뿜어지더니 큐브의 상단부에 위치한 네 꼭지점을 정확히 강타했다. 그리고,

와장창!

큐브형 결계가 한순간에 박살나고 말았다.

그리고 배창훈 앞에 멈춰선 백호.

그는 배창훈을 향해 한마디 했다.

“마지막 기회를 드리죠. 날 때려눕히고 싶다면 모든 힘을 담아 공격해야 할 겁니다.”

“마지막 기회? 훗. 이 배창훈이 기회를 구걸하는 날이 올 줄이야.”

배창훈은 지친 듯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마력은 이제 거의 바닥을 치고 있었고, 30초 정도면 먼치킨의 효과도 끝나고 만다.

하지만 아직 마지막 한 방을 때려박을 힘은 남아 있었다.

꾸욱

배창훈은 창피함을 무릅쓰고 백호가 준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했다.

꾸드드드득

배창훈이 주먹을 쥔 순간 부풀었던 모든 신체부위가 쪼그라든 대신, 오른 주먹이 더욱 거대해졌다.

“이 한방에 모든 걸 걸겠다.”

“좋습니다. 그럼 저도 정면으로 받아내 드리죠.”

터엉

백호가 한발을 내디디며 온몸에 힘을 끌어올리자 그의 몸에서 새빨간 기운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배곻의 몸은 태양처럼 빛나고 있었다.

태양신공.

그건 약 7할에 달하는 내공으로 태양신공을 운용한 결과였다.

거대화된 주먹을 치켜든 배창훈과 그 앞에서 태양처럼 붉은 빛을 뿜어내는 백호.

그렇게 몇 초의 시간이 지났을 때,

꽈앙! 꽝!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몸을 날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서로를 향해 주먹을 날린 두 사람.

허공에서 권과 권이 마주치며 눈부신 빛이 번쩍했다. 그리고,

쿠아아아아아아아앙!

너무도 강렬한 폭발이 터졌고, 주변으로 엄청난 충격파가 동심원을 그리며 뿜어져 나갔다.

지켜보고 있던 18명의 요원들도 그 충격파에 휩쓸렸다.

다행히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지학선이 벙커존 신비를 발동시킨 덕분에 충격파에 튕겨져 나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후아아아아아악!

충격파 뒤에는 후끈한 열기가 사방을 뒤덮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꽈아앙!

난데없이 강한 충격이 또 한번 터져나왔고,

백호와 배창훈이 맞부딪친 장소에서 한 사람이 튕겨졌다.

콰르르르륵. 콰광. 콰아앙!

튕겨진 사람은 바닥을 쓸며 빠르게 튕겨져 나뒹굴다가 미궁의 벽까지 세 개나 연속으로 부수며 깊숙히 쑤셔박혔다.

“창훈아!”

“창훈 오빠!”

권윤성과 이채윤이 튕겨나간 사람의 정체를 알아보고 황급히 달려갔다.

폭발에 의한 흙먼지가 가라앉자 현장의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백호는 오른발을 크게 내디딘 상태에서 주먹을 쭉 뻗어내는 자세로 우뚝 서 있었다.

피쉬이이이잇

그의 주먹에서는 새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잠시 후 자세를 바로한 백호는 흙먼지를 뒤집어 쓴 팔과 다리를 툭툭 털어댔다.

사람들은 그런 백호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결국 백호가 힘으로 배창훈을 쓰러뜨렸다.

아무리 배창훈의 마력 소모가 컸다고는 해도 그 또한 백호가 실력으로 만들어낸 상황이었으며, 마지막에는 자신의 이점을 버리고 주먹 대 주먹으로 맞붙어 갈끔하게 승리를 따냈다.

이제 이곳의 그 누구도 더 이상은 백호에게 넘버 포의 자격을 논할 수 없었다.

그만큼 백호는 자신의 실력을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이들에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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