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121화 (121/153)

121

이채윤은 김유라와 장호의 대화를 웃음기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다시 본론을 꺼냈다.

“앞으로 백호씨와 연락이 가능한 인원은 딱 두 명으로만 제한 됩니다.”

“어라? 그건 또 뭔 소리에요? 신분을 숨기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그건 좀 심한데요? 그래도 가끔 따로 만나서 소주도 한잔 걸치고 하면서 남자들간의 우정도 좀 쌓고 해야죠. 연락조차 못하게 되면 엄청 데면데면해 질텐데…. 그런게 다 임무에 영향을 미치는 거라고요.”

이번엔 차준혁까지 불평을 쏟아냈다.

물론 그 불평은 소주와 우정에 국한된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었지만.

“술 마시고 싶으면 신입들이랑 해. 또 수준 안맞는다고 헛소리나 하면서 혼자서 싸돌아 다니지 말고.”

차준혁을 쏘아붙인건 조미진이었다.

“조미진이가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어디한번 보지 뭐. 이번 기수에서는 과연 날 상대할만한 실력자가 있으려나?”

소주잔을 꺾는 시늉을 하며 히죽 웃는 차준혁.

그는 예거에서도 이름난 지독한 술꾼이었다.

05기수로 박대만과 동기였는데, 차준혁의 주량을 제대로 받아줄 수 있는 인물은 박대만밖에 없었다.

차준혁은 2년 전 06기 생도들이 훈련 캠프를 수료하고난 직후, 팀웍 훈련까지 마친 시점에서 신입 예거들을 전부 데리고 거하게 술판을 벌였었다.

그 술판에서 버틴 인물은 장호를 포함해 아무도 없었다.

미성년자라 술판에서 제외된 김유라를 뺀 나머지는 술판이 시작된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전부 기절했다.

그 뒤부터 차준혁은 어린 녀석들은 자기랑 수준이 안맞는다며 혼자서 술을 퍼마시고 다녔다.

“차준혁. 또 본부에서 술판 벌였다간 3개월 감봉조치다?”

이채윤이 겁을 주자 차준혁이 이크하며 뒤로 후다닥 달아났다.

“아무튼, 백호씨와의 연락을 담당할 인원은 권윤성 선배와 김유라가 될겁니다. 이건 백호씨의 선택이지 저희가 정한게 아니에요.”

“에? 저요? 제가 왜요?”

김유라가 당황하면서 묻자, 이채윤이 뭔가를 생각하는듯 하더니 피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백호씨 말로는, 네가 나보다 어리고 예뻐서 그렇다던데?”

“에이,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아무튼 이걸로 전달 사항은 끝입니다. 모두 해산하세요!”

이채윤은 지금 김서준과의 두 번째 연락책으로 권윤성을 선택했던 일을 살짝 후회하는 중이었다.

‘그 녀석이 이렇게 사람을 궁금하게 만들줄 알았으면, 내가 연락을 담당하는 건데…. 지금이라도 바꾸자고 해볼까?’

이채윤은 김서준에 대해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서준은 알면 알수록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고, 이채윤으로 하여금 엄청난 호기심에 안달나게 만들고 있었다.

안그래도 김서준을 만나 확인할 것이 있었다. 그래서 이 참에 연락책을 권윤성에서 자신으로 바꿔도 될지를 넌지시 물어볼 생각이었다.

‘일단, 할 일부터 끝내놓고 가야겠지?’

이채윤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늦어도 2시간 내로 김서준이 머무는 EX룸을 찾아가기로 했다.

***

김서준은 아무도 모르게 자신에게 배정된 B4층의 EX룸에 스며든 상태였다.

아무리 많은 CCTV가 존재해도 김서준이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김서준에겐 ‘헤븐스 도어’라는 기막힌 아티팩트가 있었고, 그것만 있으면 10킬로미터 거리 내에서는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헤븐스 도어를 사용해 EX룸 안으로 바로 들어온 김서준은 침대 위에 대자로 누워버렸다.

그리고 배창훈과 1대 1로 전투를 벌였던 상황을 되새기며 비효율적인 동작은 없었는지 천천히 복기하기 시작했다.

‘배창훈 요원이 진심으로 날 죽이려고 했다면 상황이 조금은 달라졌을거야.’

김서준도 배창훈이 미궁에서의 대결에 진심을 다한게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김서준이 특별한 아티팩트를 사용하지 않았듯, 배창훈 또한 오로지 피지컬과 본인의 신비만을 가지고 전투에 임했었다.

반드시 쓰러뜨려야 할 적이었다면 배창훈의 전투력은 최소 두 배 이상 더 강력해졌을 것이다.

‘다른 요원들도 다들 생각 이상으로 강해.’

차주혁도, 장호도, 그리고 이채윤까지도 모두 직접 겨뤄보고 나니 그들이 실전에서는 얼마나 강할지가 충분히 예상되었다.

‘그나저나 3일만에 꽤 성과가 좋단말이지?’

김서준은 몸을 일으켜 앉고는 자신의 능력치 정보를 확인해 봤다.

[김서준]

-마력: 152[761] / 내공: 126[630] / 제어: 460[460]

-신비: 역발산기개세(43%) / 태양신공(52%) / 염동장막(19%) / 수라극섬(18%) / 심안(19%) / 천번구(8%) / 비뢰신보(11%)

-스킬: 파륜환(A)

다른 요원들이 함께 있어서 이틀 밤동안 운기행공을 하지 못했음에도 마력과 내공이 모두 꽤나 증가했고, 신비들의 숙련도도 상당히 올랐다.

특히, 염동장막과 수라극섬, 심안은 숙련도 20%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조만간 또 한차례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 나왔다.

그때, 김서준의 머릿속으로 문뜩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좀 있으면 이채윤 선배가 찾아올텐데, 마력 수치에 대해선 뭐라고 변명하지?’

김서준은 백호로 변장했을 때, 마력커버 비율을 30%조 조정해서 528이라는 수치를 보여줬었다.

이채윤은 이 수치에 대해 분명 의구심을 갖고 있을테고, 김서준의 진짜 마력수치가 얼마인지를 캐물을게 분명했다.

‘그냥 우겨?’

이채윤의 성격상 그냥 우긴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현재 김서준의 마력수치는 761.

지금은 마력커버 비율을 80%로 변경시킨상태라 152로 낮춰져 보이고 있었지만, 이채윤이라면 기프트를 벗어서 증명해 보라고 말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확실한 변명거리가 필요했다.

물론, 김서준이 이채윤에게 정확한 마력수치를 오픈해야 할 의무는 없다.

아무리 같은 요원들끼리라도 마력수치를 확인하겠다는 건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채윤을 제대로 납득을 시켜놓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마력수치에 대해 궁금하게 여길 것이기 때문에 무척이나 귀찮아질게 뻔했다.

‘이번에 확실하게 해놔야 다음부터는 크게 신경쓰지 않겠지.’

김서준은 이채윤을 납득시킬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프트를 벗은 상태에서 스캔 결과가 150 좌우로 나오게 하는 것이었다.

‘사슬낫을 쓰면 50%만 봉인되니까 안되고….’

사슬낫에는 봉인 능력이 있긴 하지만 그걸 착용한다 해도 마력을 381 이하로는 떨어뜨릴 수가 없었다.

‘어? 잠깐만.’

그때, 문뜩 떠오른 아티팩트 하나가 있었다.

운명의 주사위.

정말 운명처럼 김서준의 소유가 된 아주 쓸데없는 아티팩트였다.

주사위에 마력 111을 정확하게 주입하면 숫자를 마음대로 정할 수가 있지만, 그래봐야 최대로 얻을 수 있는 마력은 150 뿐.

소모된 마나 111에, 추가로 얻은 마력이 150이니 결과적으로 39의 마력을 얻는 걸로 끝나버리기 때문에 아무 의미 없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갑자기 의미가 있어졌다.

‘마력 111을 써서 숫자를 6으로 고정하면 600이나 되는 마력을 5분동안 없애버리는게 가능하잖아?’

김서준의 현재 마력 수치가 761이니 600을 빼면 161만 남게 된다.

그러면 이채윤이 스캔으로 확인한다고 해도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운명의 주사위에 마력을 빼앗아 가는 패널티가 있는게 이처럼 고마울 수가 없었다.

김서준은 ‘운명의 주사위’를 옆에 꺼내 놓은 뒤 감각을 넓게 퍼트려 이채윤이 찾아올 것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이채윤이 이곳에 오는 시점에 딱 맞춰서 주사위를 굴려야 했기 때문.

‘새로 넘버링 된 녀석들 데리고 각성실로 갔을 테니까 대충 1시간 정도 여유는 있겠구나.’

김서준은 남는 시간동안 이번 훈련을 통해 획득한 보상들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어디, 송곳니부터 좀 볼까?’

김서준이 가장 먼저 꺼내 든 건 ‘아이지라의 날카로운 송곳니’였다.

이건 B급 아티팩트로 15센티 길이의, 말 그대로 송곳니처럼 생긴 뾰족한 이빨이었다.

송곳니를 손에 쥔 채, 심안을 발동시켜 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머릿속으로 스며들었다.

[아이지라의 날카로운 송곳니]

-쇠에 가까운 내구성을 지닌 생체합금이다.

-마력을 주입하면 30센티까지 늘어난다.

-절삭력이 상당히 높다.

송곳니가 지닌 능력은 평범했다.

생각보다 내구성이 좋고, 마력으로 길이를 두 배로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절삭력이 그저 ‘상당히 높다’라고만 표현되고 있어서 뭔가 애매했다.

‘이건 나중에 유니온 코어로 한번 각성을 시켜봐야 겠구나.’

송곳니는 그렇게 아공간 행으로 결정났다.

‘이번엔 마석인데….’

아이지라를 잡고 아티팩트를 정할 때, 김서준은 마석 주머니를 선택했다.

그 결과 보스에게서 얻은 블루급 마석까지 더해서 총 여덟개의 마석을 보유하게 되었다.

김서준은 마석과 더불어 유니온 코어까지 꺼내들었다.

-동면 기간: [2319:23:54]

-동면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마석이 필요합니다.(0/96)

‘필요한 마석 개수가 96개로 줄었네?’

동면기간이 96일로 줄어든만큼 마석 개수도 줄어들었다.

이것만 봐도 마석 한 개당 동면일을 하루씩 줄일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유니온 코어에게 마석을 먹이면 되는 거겠지?’

김서준은 우선 오렌지급 마석 하나를 코어 앞으로 슥 가져다 댔다.

그런데 약 10센티 정도로 마석이 가까워졌을 때, 갑자기 마석이 무언가에 이끌리듯 손바닥 위로 붕 떠올랐다. 그리고,

>>마석을 이용해 유니온 코어가 동면에서 깨어나는 날짜를 앞당기겠습니까? YES/NO

‘그래도 이놈은 신사네. 사슬낫 녀석은 가져다 대자마자 묻지도 않고 바로 집어 삼키더니.’

김서준은 혼자 피식 거리며 YES를 선택했다. 순간,

후욱

마석이 단숨에 코어쪽으로 끌려갔고 코어에 찰싹 달라붙더니 스르르 녹아들기 시작했다.

눈 몇번 깜박일 시간에 마석은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어디, 얼마나 날짜가 줄었으려나?’

김서준은 다시 코어의 정보를 확인했다.

-동면 기간: [2199:22:43]

-동면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마석이 필요합니다.(0/91)

‘5일이나 줄었어?’

급이 낮은 오렌지급 마석이라서 하루, 이틀 정도 줄지 않을까 했는데 무려 5일이나 줄었다.

이에 꽤나 고무된 김서준은 바로 두 번째 마석을 코어에게 먹였다.

그리고 연달아 세 개의 오렌지급 마석까지 모두 코어에게 먹인 결과, 코어의 동면기간을 총 25일이나 훅 줄이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동면 기간: [1719:18:25]

-동면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마석이 필요합니다.(0/71)

오렌지급 마석 덕분에 동면기간이 꽤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도 71일이나 남아 있었다.

‘옐로우급 마석이랑 블루급까지 전부 먹여?’

오렌지급 마석 하나가 5일을 앞당겼으니 옐로우급이면 대략 8일에서 10일 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거기에 블루급 마석이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30일 내지 40일까지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마석을 탈탈 털어도 당장은 코어를 동면에서 깨우는 건 불가능하겠구나.’

가지고 있는 마석을 다 써도 동면에서 깨울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자 굳이 이 비싸고 귀한 마석을 소비할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건 일단 킵 해두고 나중에 필요할 때 써먹자.’

김서준은 유니온 코어와 마석 세 개를 주머니에 담아 다시 아공간에 집어 넣었다.

‘아직 오려면 멀었나?’

이제는 딱히 할 일이 없어진 김서준.

티비나 보면서 이채윤이 오길 기다릴까 하다가 뭐하러 시간을 낭비하나 싶은 생각이 들자 바로 침대 위로 올라가 정자세로 앉았다.

그리고 태양신공을 운용하여 며칠간 몸 속에 쌓인 탁기를 몰아내며 몸과 마음을 다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운기행공을 하면서도 양의분심공을 이용해 이채윤의 접근에 대비하고 있었던 김서준은 누군가가 EX룸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두 명?’

감각으로 전해지는 기운은 둘.

하나는 이채윤이 확실했고, 다른 하나는 처음 접하는 기운이었다.

김서준은 바로 운기행공을 마무리 짓고, 급히 ‘운명의 주사위’를 꺼냈다.

그리고 정확히 111에 해당하는 마력을 끌어올려 천천히 주사위로 밀어넣었다. 순간,

>>히든피스를 만족하였으므로 주사위의 숫자를 정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숫자를 말씀하세요.

예상대로 히든피스가 발동했고, 김서준은 생각할것도 없이 숫자를 말했다.

“육.”

>>숫자 ‘6’을 선택하셨습니다. 주사위를 굴리면 효과가 발동됩니다.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메시지에 작게 ‘좋았어’를 외친 김서준은 바닥 위로 주사위를 던졌다.

또르르르르

주사위가 굴러가는 동안 김서준은 손목에 채워져 있는 기프트를 풀러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기프트를 차고 있는 상태에서 이채윤을 만나면 마력수치가 이상하게 꼬일 수 있으니 미리 벗어두려는 것이다.

그때, 주사위가 멈춰섰다.

[6]

숫자 6을 확인하자마자 묵직한 마력이 한꺼번에 훅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고, 김서준은 크게 휘청했다.

‘마력이 600이나 빠져나가서 그러나? 상실감이 장난 아닌데?’

김서준은 휘청거리는 몸의 중심을 잡은 뒤 주사위를 주워들었다. 그때,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김서준은 주사위를 아공간에 집어 넣으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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