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나중에 다른 말 하기 없기다?”
이채윤이 결정을 내린 듯 묻는 말에 김서준은 빙그레 웃었다.
“아름씨도 옆에서 다 들었는데, 설마 그럴리가요.”
“좋아. 네가 원하는 두 가지…. 모두 들어줄게. 단, 이 일에 대해서는 그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된다. 알았지? 아름이 너도!”
“네? 아, 네….”
정아름은 이채윤이 꼭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올 일이 대체 무얼지 큰 의구심이 생겼지만 어깨를 으쓱하고는 관심을 끊기로 했다.
그녀에게 있어 최 우선 순위는 지금처럼 복잡하게 머리로 수싸움을 하는 거래가 아니라 오직 ‘검’ 뿐이었으니까.
“그럼 기프트를 드릴 테니까 비행 능력을 면역강화로 바꿔주세요. 그리고 내일 주실 ID카드엔 3번 균열에 대한 무제한 출입권한을 꼭 넣어주시고.”
김서준은 이채윤이 결정을 내리자마자 미리 준비한 것처럼 막힘없이 말을 이었다.
“김서준 너…. 내가 이런 부탁할 거라는 거 알고 미리 준비라도 한 것처럼 너무 자연스럽게 말한다? 균열 번호까지 딱 정해서?”
“제가 무슨 예언자도 아니고 그런 걸 어떻게 압니까? 아무튼, 전 1시간 뒤에 퇴근할 거니까 그 전까지 기프트만 준비해 주세요.”
“에휴. 알았다, 알았어. 볼 일 끝났으니 우린 이제 가보마.”
이채윤이 그렇게 말하고 일어서자 정아름도 뒤따라 일어섰다.
김서준은 그런 정아름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아, 네. 서준 씨도요.”
김서준은 정욱을 떠올리게 만드는 정아름이 왠지 남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편하게 오빠라 불러도 됩니다.”
“네? 아, 하하하. 그럴….게요.”
정아름은 어색하게 웃으며 김서준의 손만 멀뚱히 바라볼 뿐 악수는 하지 않았다. 그러자 김서준은 뻘쭘함에 입맛을 다시며 악수 대신 어깨를 살짝 두드려 주는 걸로 인사를 마무리 하고자 했다.
김서준의 손이 정아름의 어깨에 아주 살짝 닿았을 때,
정아름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확 바뀌었다.
그녀의 손은 어느새 허리춤의 검으로 향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을 뽑아냈다.
스앙!
검은 엄청난 빠르기로 휘둘러지더니 단숨에 김서준의 손목을 베어버렸다.
실로 눈부신 쾌검이었고, 누구도 쉽게 반응할 수 없는 빠르기였다.
“정아름!”
이를 본 이채윤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누가봐도 정아름의 검은 이미 김서준의 손목을 베어버린 뒤였으니까.
하지만,
“어우, 깜짝이야.”
김서준은 이미 저만치로 물러서서 자신의 손목을 쓰다듬고 있었다.
다행히 손은 제대로 붙어 있었고, 어디에서도 피가 보이지 않았다.
정아름도 뒤늦게 현 상황을 인지했는지 화들짝 놀라며 얼굴이 하얗게 된 채 허리를 90로 연신 굽혀댔다.
“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이건 절대 고의가 아니었어요!”
“일단 알았으니까, 그 검부터 좀 넣고 말하시죠.”
정아름의 손에는 여전히 서슬이 시퍼런 검이 쥐어져 있었기에 김서준은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자 정아름이 앗! 하고 소리를 내지르더니 허둥지둥 검을 허리춤의 검집에 꽂아 넣었다.
그래도 검을 수련한 사람답게 자기 검에 손을 베이는 불쌍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철컥
검이 단단히 채워지는 소리가 들리자 김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김서준을 향해 이채윤이 한마디 했다.
“이건 아름이 잘못이 아니야. 그러니까 너무 탓하지 않았으면 해. 사실 아름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검예라는 신비 때문이거든.”
“네? 신비 때문에 무턱대고 사람 손목부터 베고 본다고요?”
김서준이 놀라며 되묻자 정아름의 얼굴이 침울해졌다.
그런 정아름을 대신해 이채윤이 좀 더 설명을 이어갔다.
“아름이 신비는 검예라는 건데, 위력만 따지면 거의 S급으로 분류될 정도로 강력하지. 하지만, 신비의 위력이 너무 강해서 그런지, 어이없게도 신체적인 패널티가 부여되어 있어.”
“신비로 인해 패널티가 부여될 정도로 강한 신비인가요?”
“맞아. 강해도 너무 강해. 패널티만 없었으면 신비 하나만 가지고도 넘버링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이채윤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로 봐선 검예라는 신비가 정말 보통이 아닌 모양이었다.
김유라의 신비인 ‘권예’와 무척이나 비슷한 이름이긴 했지만, 권예에는 그 어떤 패널티도 부여되지 않았다.
“대체 어떤 패널티길래 살짝 스친 것 뿐인데 손목을 자르려고 합니까?”
“패널티가 좀 어처구니가 없어. 검예를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는 외부의 작은 자극에도 엄청 공격적이 되거든. 아름이가 마음 속으로 허락하지 않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접촉을 시도하면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조건적인 공격반응을 보이지.”
“본인이 제어할 수 없는 겁니까?”
김서준의 질문에 이채윤이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하다더라고. 벌써 수십번도 더 테스트를 해 봤는데, 전부 실패야. 그래서 아름이 근처엔 누구도 오려고 하질 않아. 정식 요원이 된지 거의 1년이 다 되가는데도 팀 없이 혼자서 외롭게 일하고 있으니 얼마나 안쓰러운지….”
이채윤의 표정엔 진심이 가득 묻어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보니 확연히 깨달아 지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저기요. 그러니까, 지금 아름 양이 혼자 일하는게 안쓰러워서 이렇게나 무서운 패널티가 있는데도 저한테 팀원으로 붙여준거다, 뭐 이런 거네요? 내 손목이 잘려나가든 말든 상관없이 말이죠.”
“그런건 아니야. 오해는 없었으면 해. 아름이의 패널티가 워낙 위험하다 보니까, 그걸 견뎌낼 수 있는 요원은 넘버링 뿐이라는 결론이 나왔거든. 그래서 창훈 오빠랑, 주혁이한테 아름일 팀원으로 붙여줬었는데….”
“둘 다 거절한 거네요.”
“맞아. 딱 일주일이 한계였어. 그 이상은 두 사람 다 못버티겠다고, 미안하다면서 다른 팀원으로 바꿔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다음 희생자로 절 택한 건가요?”
김서준이 눈을 얇게 뜨며 묻자, 이채윤이 손을 급히 저었다.
“그런거 아니라니까? 너랑은 나이 차도 한 살밖에 안나고 너 정도 실력이면 크게 위험하지 않을 것 같았어. 그래서 둘이 팀을 이루면 좋겠다 싶어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고 한 팀으로 묶어 준거야.”
“아름 양을 서로 데려가겠다고 난리였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죠?”
“아름이 패널티를 몰랐을 땐, 정말 예거 본부가 떠들썩 할 정도였어. 지금이야 상황이 좀 많이 달라졌지만.”
“휴….”
김서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익스퍼트 요원으로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무서운 패널티를 지닌 정아름을 팀원으로 데리고 있는 건 굉장히 리스크가 컸다.
아무리 능력이 좋고, 신비가 대단하다고 해도 옷깃만 스쳐도 검부터 날리고 보는 팀원하고 어찌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
김서준이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정아름이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시선을 아래로 내리 깐 채로 조용히 말했다.
“제가 부담되시면 다른 팀원으로 교체하셔도 되요. 한 두번 당해본 일이 아니라서 이젠 익숙하거든요.”
마치 죄를 진 사람처럼 시선도 못맞추고 모든 걸 포기한 듯이 말하는 정아름.
정아름의 이런 모습을 본 김서준은 돌연 마음을 바꾸었다.
“함께 해 보죠, 뭐. 손목이야 날아가면 다시 붙이면 되는 거고. 목만 안날아 간다면 해볼만 하겠네요.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서준이 의외의 결정을 내리자 정아름이 고개를 번쩍 치켜들며 ‘대체 왜?’라는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 패널티라는 거…. 몸에 닿지만 않으면 발동 안되는 거 맞죠?”
“네? 아, 그게요…. 옷에만 닿아도 발동이 되는 거라서…. 여기 보시면, 딱 요정도? 당사자들은 모르시던데, 정말 이 정도로 스치기만 해도 패널티가 지맘대로 발동이 되거든요.”
정아름이 당황한건지, 아니면 기쁘서 그런건지 무의식 중에 김서준의 손을 덥썩 잡아서 자기 옷에 살짝 대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은 마치 그녀 나름대로 살아가기 위한 발버둥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혹시라도 불상사가 생기지 않게끔 최선을 다해 자신의 패널티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김서준은 그런 정아름의 말과 행동에 가슴이 살짝 아파왔다.
‘얼마나 고통스런 세월을 살아왔으면 이럴까?’
정아름은 김서준을 마지막 기회처럼 생각하는 듯 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마지막 기회가 맞았다.
이번에 김서준의 팀원으로 들어가서도 얼마 버텨내지 못한다면, 정아름은 예거 요원의 자격을 박탈 당한채 특별 관리기관에 수감되어야 했으니까.
그만큼 정아름의 패널티는 심각할 정도로 위험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둘을 바라보는 이채윤이 눈빛을 강렬하게 빛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김서준의 손목을 잡고 있는 정아름의 손에 못박혀 있었다.
‘아름이가 먼저 상대의 몸에 접촉을 시도했다고? 만난지 1시간도 안됐는데?’
정아름의 패널티는 타의에 의한 접촉이 있을때만 발동할 뿐, 자의에 의한 접촉 시엔 발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아름이 김서준의 손목을 잡았다는 사실은 별 문제될 게 없었다. 하지만, 이채윤이 아는 정아름은 지금껏 함부로 타인의 신체에 접촉하는 법이 단 한번도 없었다.
오죽했으면 수년 간을 알고 지낸 이채윤과도 손끝 하나 스치지 않으려고 극도로 조심하고 있을까.
‘잘 하면 정말 괜찮은 팀이 탄생할지도….’
이채윤은 정아름이 팀장으로 모시게 될 김서준에게 모든 걸 알려주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
드디어 집 계약이 끝났다.
더불어 퓨리오스 브랜드의 방탄 SUV 차량에 대한 소유권 이전도 모두 마무리 되었다.
김서준은 딱 계약서 두 장에 싸인 하는 것만 끝내고 권윤성과 헤어졌다.
권윤성과의 만남은 B4층의 오픈 휴게실에서 이루어진 거라 딱히 길게 나눌 이야기도 없었고, 벌써 6시가 넘었기 때문에 서둘러 집에 가봐야 했다.
서둘러 떠나려는 김서준에게 권윤성은 딱 한마디만 했다.
‘채윤이가 원한다 해도 둘이 사적으로 만나는 일은 자제해라. 장수하고 싶으면.’
뭔가 협박처럼 들리는 말이었지만 김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때는 권윤성이 이채윤을 마음에 두고 있어서 질투심에 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훗날 진짜 이유를 알게된 김서준은 땅을 치고 후회했다.
권윤성은 질투가 아니라 진심으로 김서준의 안전을 걱정해서 해준 말이었다.
아무튼, 김서준은 이채윤으로부터 수정된 기프트를 돌려받은 뒤 다시 포탈실을 통해 몬스터서점의 지하 포탈실로 이동했다.
포탈실에서 지하 상황실로 올라오자 제6호 지부의 요원 세명이 모두 김서준을 반겨줬다.
그들은 삼일만에 돌아온 김서준에게 근무지가 어디로 배정되었는지를 물었고, 김서준은 본사 출근이라며 대충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이에 세 요원 모두 굉장히 아쉬운 표정을 지었는데, 그 모습에서 이 사람들이 정말 자신과 함게 일하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진심을 느끼며 속으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김서준은 그들에게 내일 다시보자고 말하고는 서점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권윤성이 알려준대로 제3 아카데미 동문 쪽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엔 화단 쪽으로 엉덩이를 붙인 상태로 예쁘게 주차되어 있는 하얀색 SUV 차량이 있었고, 그 차를 발견한 김서준은 자기도 모르게 활짝 미소지었다.
‘드디어 내 명의로 된 차가 생겼구나!’
마음 같아선 바로 축하파티라도 열어 마음껏 기쁨을 누리고 싶었다.
이전 세계에선 장거리 이동이 아닌 경우엔 차량을 거의 이용한 적이 없었다.
그 세계엔 경공술이라는게 존재했기 때문에 100킬로미터 내의 거리는 그냥 두 발로 뛰어다녔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차량이 갖고 있는 의미는 크게 달랐다.
얼마나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느냐가 자신의 신분을 알리는 상징과 같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하나의 지표와 다름이 없었다.
물론, 김서준이 기뻐하는 건 그런 의미 때문이 아니었다.
김서준은 남의 시선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 성격이다.
그래서 남들이 뭐라 하든, 무슨 생각을 하든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산다.
김서준이 SUV차량을 소유하게 되면서 기분이 좋아진 이유는, 바로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전 세계에서 김서준은 9살에 부모님을 잃었었고, 남들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철이 들어버렸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김서준이 쭉 꿈꿔오던 일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가족 여행이었다.
차에 캠핑용 트레일러를 연결한 채로, 부모님과 함께 시원한 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으로 가서 고기도 구워먹고 물놀이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게 꿈이자 바람이었다.
때문에 덩치도 크고, 힘도 좋아 보이는 SUV차량을 갖게 되자 그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조만간 날 한번 잡아서 부모님하고 여행을 다녀와야겠구나.’
김서준은 손가락에 걸어 놓은 차키를 빙글빙글 돌리며 만족스런 미소를 그렸다.
달칵!
차에 다가가자 잠금장치가 자동으로 풀리고 사이드 미러가 펼쳐졌다.
그 모습이 꼭 비행기가 날개를 펴는 것 같아 괜히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석에 앉은 김서준은 네비를 켜고 두 개의 주소를 입력했다.
하나는 현재 사는 증산역의 집 주소였고, 다른 하나는 이번 주 내로 이사하게 될 아카데미 뒤쪽의 고급 단독주택 주소였다.
“지금은 증산역 집으로 간다.”
김서준이 혼잣말을 하자, 네비에서 A.I의 응답이 흘러나왔다.
-증산역 홈으로 바로 출발합니다. 편안한 시간 되십시오.
부우웅
차는 부드러운 배기음을 흘리며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SUV 차량은 완벽한 자율주행이 가능했기 때문에 운전자는 손하나 대지 않은 채로, 안전하고 빠르게 목적지까지 이동하는게 가능했다.
주차장을 빠져나온 차량은 아무런 흔들림도 없이 도로를 주행하기 시작했다.
김서준은 운전석 등받이에 편하게 기댄 채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러다 왼쪽의 창문 밖을 통해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는 하늘을 올려다 봤다.
삼일 내내 지하미궁에만 지내서 그런지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인데도 괜히 반갑기만 했다.
‘삼일이 꼭 한달 같네.’
고작 삼일만에 집에 돌아가는 건데 느낌 상으로는 한달은 지난 것 같았다.
‘있다, 저녁에 부모님 모시고 드라이브나 한번 해야겠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김서준은 혼자 피식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이 차를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리고 집 계약서를 보면 또 얼마나 기뻐할지를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버지도 분명 말은 안하지만 이 차를 몰아보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을 터.
이 차를 운전할 수 있는 운전 가능자 대상에 아버지도 꼭 등록시켜놓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투둑. 투두두둑.
잔뜩 뭉쳐든 먹구름이 결국 빗방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쿠르르릉
천둥까지 치며 빗줄기는 빠르게 굵어졌다.
‘차 없었으면 비 쫄딱 맞았겠어.’
김서준은 창문에 바짝 붙어 하늘을 다시 올려다봤다. 그때 먹구름 사이로 빛이 번쩍하더니,
꽈르르르릉
더욱 강한 천둥소리가 울려퍼졌다.
그와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김서준이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방금 먹구름 속에서 빛이 번쩍하는 순간, 김서준은 흐릿하지만 검은 무언가의 실루엣을 얼핏 볼 수 있었다.
‘방금 그건….!’
구름 속에 가려진 검은 실루엣이 결코 낯설지가 않았다.
거대한 육식동물의 형상.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수많은 인간들을 잔인하게 찢어죽였던 공포의 존재.
방금 본 실루엣은 끔찍한 살인기계인 워머신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