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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언-쩍!
또 다시 번개가 치고,
꽈르르르릉!
커다란 굉음이 사방을 울렸을 때, 김서준은 눈을 부릅뜬 채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또 한번 같은 형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분명 그놈이다!’
김서준이 결코 잊을 수 없는 마신병기 워머신.
그중에서도 저 하늘 위에 떠 있는 건 사자의 형태를 한 워머신이 분명했다.
놈은 구름 속을 날고 있었다.
마치 벼락을 몸으로 받아내려는 것처럼 먹구름 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었다.
김서준은 주먹을 꽉 말아쥔 채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하늘 위의 워머신을 때려부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 하지만,
번쩍!
또 한번 번개가 쳤을 때, 더 이상 워머신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방금 김서준이 본 실루엣은 환영일 뿐이라는 듯 워머신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내가 잘못본 게 아니야.’
김서준은 자신이 본 그림자가 헛것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
그건 분명 워머신이었다.
다만,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면,
‘덩치가 너무 커.’
김서준이 상대했던 워머신의 크기는 대략 4미터 정도.
천마군장 천강우를 죽였을 때, 하늘을 찢고 등장한 인간형 워머신도 8미터 크기였다.
그런데 좀 전에 구름 속에 숨어 있던 워머신은 어림잡아 12미터 이상이었다.
원래 알고 있던 워머신보다 적어도 세 배 이상이나 크다.
하지만 크기만 다를 뿐, 그 형상이 워머신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벌써 워머신의 개발이 끝났다는 건가?’
김서준은 워머신이 이쪽 세상에서도 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만 생각했었는데, 이제보니 정말 워머신이 개발된 모양이었다.
이대로라면 내년 초에 있을 전술로봇 시연회에 워머신이 등장할 거라는 건 거의 틀림이 없어 보였다.
‘워머신을 개발한게 누구고, 그걸 왜 개발했는지, 어디에 써먹으려는 건지를 알아내야 해.’
상황을 보아하니 개발이 거의 끝난 워머신을 흐린 날씨에 맞춰 밖으로 내보내 시험운행을 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워머신을 만들어 내고 그걸 시험운행하고 있는 주체는 가이아닉스라는 로봇기술 개발 회사인 것이 분명했다.
‘내일 출근하면 가이아닉스부터 조사해야 겠구나.’
김서준은 더욱 거세게 쏟아지고 있는 빗줄기 속에서 이제는 거의 밤처럼 깜깜해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이 해야할 일을 머릿속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
그날 저녁.
김서준의 집에서는 작은 파티가 열렸다.
타이틀은 새로운 집과 새로운 차가 생긴 것에 대한 자축파티였다.
파티에 앞서 김서준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집 근처를 세 바퀴나 돌았다.
이에 부모님 모두 무척이나 감격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집 매매 계약서를 꺼내 보여들였을 때, 김서준의 어머니는 눈물까지 글썽였다.
19년 동안 애지중지 키워온 아들이 벌써부터 효자노릇을 한다며 김서준을 껴안고 한참동안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감격에 겨워하는 건 어머니 뿐만이 아니었다.
아버지 김주혁도 아직 스물도 안된 어린 자식이 이처럼 커다란 선물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뿌듯해 하는 얼굴로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그렇게 감동의 시간이 지나고 백연지 여사가 준비한 진수성찬을 즐기며 마음껏 행복을 누렸다.
이 순간만큼은 김서준도 모든 근심걱정을 잊고 행복을 만끽했다.
가족만의 작은 파티는 10시가 지나서야 끝났다.
파티가 끝났을 때, 김주혁은 거나하게 취해 계속해서 웃어댔고, 백연지도 살짝 붉어진 얼굴로 흥얼흥얼 노래까지 불렀다.
김서준은 그런 부모님을 안방에 잘 모셔다 놓고, 혼자서 뒷정리를 책임졌다.
음식들을 치우고, 쓰레기들을 정리한 뒤, 설거지까지 완벽하게 끝냈다.
김서준은 뿌듯한 얼굴로 방으로 돌아가 부모님의 수고를 덜어드렸다는 생각에 혼자 피식거리며 웃었다.
‘주말에 이사란 말이지?’
백연지 여사는 벌써 이사 준비를 끝마쳤다.
지금 사는 이 아파트는 입지가 좋아서인지 시세보다 20% 비싼 가격에 매매가 진행되었고, 집을 살 때에 비해 세 배나 되는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이런 점도 백연지 여사를 기분좋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내일은 일찍 출근했다가 균열이나 좀 돌고 나와야겠다.’
김서준이 이채윤에게 마석을 요구했다가 균열 출입증으로 요구사항을 바꾼 건 수월하게 마석을 수급할 수 있는 루트를 얻어내기 위해서였다.
마석 10개로 끝내는 것 보다는, 언제든 균열에 들어가서 원하는 만큼 마석을 구할 수 있는 균열 출입증이 훨씬 이득이었다.
김서준에겐 몬스터에게 마석이 있는지 없는지를 구분해 낼 수 있는 심안의 신비가 있었기 때문.
어쨌든, 정아름의 검예라는 신비가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지녔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하루 정도는 균열에 들어가 몬스터 사냥을 하며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오늘 운기행공은 간단하게 2시간 정도만 하고 일찍 쉬자.’
김서준은 간단히 샤워부터 하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침대 위에서 가부좌를 틀었다.
그리고 곧바로 태양신공을 일으켜 운기행공에 들어갔다.
이제는 태양신공의 숙련도가 50%를 넘고 있어서 그런지 내공을 다루는 기술이 엄청나게 능숙해졌다.
몸 어디든 자유자재로 내공을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었고, 원하는 만큼의 내공을 뿌리고 거두는 것도 무척이나 자연스러워졌다.
김서준은 빠르게 소주천을 돌리고, 바로 대주천으로 넘어갔다.
이제는 운기행공을 할 때 내공의 기운이 몸을 휘감아 도는 소리까지 느껴질 정도로 감각이 예민해졌다.
10분, 20분, 1시간.
김서준은 이번만큼은 양의분심공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태양신공을 이용해 운기행공을 하는데에만 정신을 집중시켰다.
그렇게 2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온몸을 휘감으며 회전하던 내공이 김서준의 제어력을 넘어설 정도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내공을 돌렸다간 내공이 아예 제어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위험을 느낀 순간, 김서준은 바로 대주천을 멈추려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내공은 통제를 따르지 않았다.
혈맥을 따라 회전하는 내공의 기운은 더욱 더 빨라졌다.
여기서 갑자기 내공을 끊어버리면 기경팔맥에 큰 손상이 생길 수도 있었기에 김서준은 오히려 침착하게 호흡하면서 내공의 흐름을 세맥쪽으로 흘려보냈다.
정신없이 휘돌던 내공은 세맥으로 흩어지기 시작하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휴…. 하마터면 큰일날 번 했네.’
운기행공에 너무 집중을 해서인지, 아니면 생각보다 죽기가 되는 속도가 너무 빨랐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방금 전은 굉장히 위험했었다.
이제는 완전히 안정을 되찾은 내공의 흐름을 차분하게 멈춰세운 김서준.
대주천이 완전히 멈춰진 순간, 갑자기 가슴팍에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윽!”
김서준은 가슴을 움켜쥐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런데 고통은 금세 사라졌다. 대신 엄청난 청량감과 함께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느낌이 전해졌다.
쏴아아아아아아
시원하고 따뜻한 기운이 심장으로 마구 쏟아져 들어왔다.
이런 건 또 처음 겪는지라 잠시 당황했지만, 이것이 결코 자신에게 해를 끼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김서준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몇 초가 흘렀고, 심장어림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기운도 멈춰섰다.
‘이건 뭐지?’
김서준은 의아해 하면서 자신의 정보창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정보를 본 김서준은 크게 달라진 수치에 또 다시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김서준]
-마력: 180[901] / 내공: 160[801] / 제어: 490[490]
-신비: 역발산기개세(51%) / 태양신공(55%) / 염동장막(20%) / 수라극섬(19%) / 심안(20%) / 천번구(11%) / 비뢰신보(13%)
-스킬: 파륜환(A)
마력과 내공의 수치가 100 이상 크게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신비의 숙련도도 생각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염동장막하고 심안의 숙련도가 20%가 되면서 마력이랑 내공 수치가 확 늘었구나?’
신비의 숙련도가 20%를 넘기면 모든 수치가 5%씩 상승하는 추가 효과가 있으니, 기존 수치보다 최소 10% 이상이 증가한 셈.
거기다 방금 운기행공을 하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가 100 이상의 수치를 높여주는데 큰 역할을 한 것 같았다.
‘내 마력이 900을 넘기는 날이 드디어 오는구나.’
몇 개월 전만해도 불과 6에 불과했던 마력이 150나 뛰었으니 어찌 감회가 새롭지 않을까.
김서준은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간신히 참아내며 숙련도 20%를 찍은 두 신비의 정보부터 확인해 봤다.
[염동장막]
-의지를 담은 내공으로 방어막을 형성하여 몸에 닿는 모든 것을 튕겨낼 수 있다.
-10미터 거리 내의 사물을 조작한다.
-염동검을 날려 20미터 밖의 목표를 베어낸다.
-재사용 대기 시간: 15초
염동장막은 두 가지가 변했다.
우선 염동력이 발동 가능한 거리가 5미터에서 10미터로 늘었고, 염동력으로 기검을 만들어 날려보낼 수 있게 되었다.
‘확실히 무공보다는 신비로서 사용될 때, 좀 더 다양한 능력을 쓸 수 있게 되는 구나.’
그 핵심은 바로 숙련도 증가에 있었다.
모든 신비는 숙련도가 20% 증가할 때마다 능력이 진화하기 때문에 이 능력을 개방하기 위해서라도 신비들의 숙련도를 반드시 높일 필요가 있었다.
‘심안은 또 어떻게 변했을까?’
김서준은 심안의 정보도 빠르게 살펴봤다.
[심안]
-목표의 능력을 수치화하여 보여준다.
-목표의 격을 문자화하여 보여준다.
-목표의 심장에 마석이 존재하는지 알 수 있다.
-목표의 위치를 투시한다.
-목표의 능력을 완벽하게 꿰뚫어 본다.
-대상 적용 범위: 단일 대상/50미터, 광역/20미터
-재사용 대기 시간: 1분
심안에도 한가지 내용이 추가되어 있었다.
그런데 내용이 좀 명확하지가 않았다.
‘목표의 능력을 궤뚫어 본다? 설마….?’
문장을 보자마자 딱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상대의 능력치를 보고, 격을 볼 수 있으며, 마석 유무까지 파악할 수 있는게 심안이었으니 이제 남은 건 상대가 지닌 신비가 무언지를 파악하는 능력이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것까지 가능하겠어?’
김서준은 자신이 생각해 놓고도 살짝 어이가 없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다시 궁금증이 치솟았고, 곧 자신을 대상으로 심안을 사용해서 정확한 검증을 해보기로 했다.
지이잉-
김서준의 눈에서 빛이 번쩍인 순간, 황금빛 광채가 퍼져나왔고 다른 사람들은 느낄 수 없는 마력의 파동이 동심원처럼 확 펼쳐졌다.
김서준은 심안이 발동된 걸 확인하자마자 자신의 머리 위를 올려다봤다.
[180(901)/160(801)/가디언/태양신공]
‘어?’
김서준은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표시가 진짜인가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살펴봤다.
‘진짜네? 와, 이거 대박인데?’
놀랍다 못해 기절초풍할 노릇이었다.
기프트의 마력커버로 가려진 마력과 내공 수치가 모두 보이는 것도 모자라, 진짜 수치까지 고스란히 들여다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가장 끝에는 자신의 신비들 중에서 가장 숙련도가 높은 태양신공이 떡 하니 표시되고 있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까.
김서준은 혹시나 싶어 기프트를 풀어 침대 위에 내려놨다. 그리고 재사용 대기 시간이 지났을 때 다시한번 심안을 발동시켰다.
지이잉!
주변을 빠르게 훑고간 마력의 파동.
곧바로 머리 위를 바라보니 좀 전과는 달라진 수치가 떠올라 있었다.
[901/801/가디언/태양신공]
‘역시, 내 생각이 맞았구나.’
심안은 정말로 진화했다.
이제 심안은 기프트로 가려지는 수치까지 정확하게 파악해 내는 엄청난 신비가 된 것이다.
‘이젠 내 앞에서 마력을 숨겨봐야 다 들통난다 이거구만. 아주 마음에 들어.’
안 그래도 주변에 마력 수치를 숨기는 각성자들이 너무 많아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 때가 많았는데, 이제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김서준이 주먹을 꽉 쥐며 속으로 아자를 외치는 그때였다.
고개를 들어 정면을 쳐다보던 김서준은 전에는 보지 못했던 기이한 현상에 흠칫 놀라고 말았다.
[82/엘리트/멀티플레이어]
[13/노말]
부모님이 주무시고 계시는 안방 쪽 방향에 마력수치 두 개가 떠올라 있었다.
분명 안방과 김서준의 방 사이에는 벽이 두 개나 가로막고 있었는데, 그 벽을 투과한 상태로 부모님의 마력수치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서준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변을 쭈욱 둘러봤다. 그러자 옆집, 윗집, 아래집 모두에서 여러 종류의 마력수치가 떠올라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2/노말]
[1/노말]
[3/노말]
…
김서준은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심안이 광역으로 훑을 수 있는 20미터 범위 내에서는 장애물이 있다 해도 지금처럼 투과한 채로 마력정보를 모조리 읽어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하…. 이거 완전 인간 스캐너가 된 기분이네.”
말은 그랬지만 속으로는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높은 마력과 강력한 위력을 지닌 신비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정보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캐치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
때문에 이 심안의 능력 진화는 김서준에게 커다란 축복이요, 기쁨이었으며, 강력한 무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