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126화 (126/153)

126

전자감식.

이 신비를 사용하면 자신의 주변에 존재하는 전자신호로 된 모든 정보를 철저히 감식하여 진위를 판단할 수 있으며, 그 정보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그 출처까지도 역추적이 가능했다.

신비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건, 약 50에 해당하는 마력과 손가락 하나를 꽂을 수 있는 삽입장치 정도면 충분했다.

예거에서는 단 1시간 만에 이리나가 전용으로 쓸 수 있는 전자식 삽입장치를 만들어 냈고, 그걸 사용해 천간십이지에게서 받은 정보를 빠르게 분석했던 것이다.

그로인해 이리나는 어제 집에도 가지 못하고 예거 본부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그러니까, 연락이 완전히 끊긴 천간십이지와 다시 접촉할 수 있게 도움을 달라, 이거네요?”

이채윤이 김서준을 급하게 부른 이유가 이것이었다.

천간십이지의 첩자를 찾아냈는데, 그걸 알려줄 방법이 없다는 것.

대놓고 반드시 알려줘야 할게 있다고 여기 저기 정보를 흘렸다가는 첩자들이 먼저 눈치채고 방해를 해올 수도 있고, 아예 꼬리를 말고 도망칠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서 천간십이지의 최고 간부와 직접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이 필요한 것이었다.

“너라면 연락할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

이채윤의 질문에 김서준은 팔장을 낀 채 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적어도 그들과 연락할 다른 수단이 하나 정도는 더 있지 않을….”

“저기요.”

김서준이 이채윤의 말을 끊었다.

“말씀 중에 죄송한데…. 예거라는 곳이 원래부터 이렇게 허술한 집단이었습니까? 이제 막 생도를 수료하고, 아직 제대로된 실전에 투입된 적도 없는 신입한테 이런 막중한 일을 맡기정도로 말입니다.”

“맡기는게 아니라 쉬운 길이 있으니 그 길을 가려는 것 뿐이야.”

“천간십이지에 침투한 첩자를 색출하는 일에는 이리나 요원의 도움을 받고, 천간십이지의 최고 간부와 연락하는 일에는 제 도움을 받겠다?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제가 보기엔 예거 자체적으로도 이번 일을 처리할 다른 방법이 분명 있을 것 같은데요.”

김서준은 예거라는 거대하고 뿌리 깊은 조직에 이런 일들을 내부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을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는데도 굳이 이리나와 김서준을 끌어들였다는 말이된다.

마치 신입 예거 요원들의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김서준의 말에 이채윤이 권윤성의 얼굴을 슬쩍 돌아봤다. 그러자 권윤성이 짧은 탄식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확실히 다른 녀석들하고는 다르군. 솔직히 말하자면…. 네 말이 맞다. 우린 이미 이번 사건에 대한 해결책을 두 가지나 더 가지고 있지. 그런데도 너와 이리나 요원을 이일에 끌어들인건….”

“테스트겠죠. 신입 예거들이 임무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는지 지켜보고, 임무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는지도 관찰할 생각으로 말이죠.”

김서준의 말에 권윤성과 이채윤은 씁쓸하게 웃었다.

“넌 애가 참 나쁘다. 그걸 알고 있었으면 그냥 모르는 척 좀 넘어가지, 그걸 또 굳이 입밖으로 꺼내서 애써 준비한 사람들 힘빠지게 만드니? 봐봐. 이리나 요원도 깜짝 놀란 표정이잖아.”

“말 돌리지 말고 핵심을 말해보시죠. 아직도 더 테스트할게 남았습니까? 이젠 그냥 동료라고 생각하고 모든 걸 오픈해 주셔야지, 이게 뭐냐고요. 테스트를 하시는 분들이야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걸 당하는 입장에선 굉장히 기분나쁘다는 거 아십니까? 두 분도 신입 때 겪어 봤을 거잖아요?”

“끄응. 됐다. 알았으니까 그만 하자.”

권윤성이 재빨리 상황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차라리 이건 테스트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해결해 봐라라고 했으면 최소한 기분은 안 나빴을 겁니다. 오히려 우릴 믿어준다고 생각해서 더욱 최선을 다했을 테고요. 이번 일은 크게 실수하신 겁니다.”

김서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그러자 권윤성이 이채윤에게 한마디 했다.

“거봐. 내가 말했지? 김서준, 저 녀석한테는 안먹힐 거라고.”

“휴…. 그러게요. 오빠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아무튼, 김서준. 이번 일은 미안하게 됐어. 속이려고 한 건 아니야. 앞으로는 적어도 너한텐 이런 식으로 시험할 일은 없을 거다. 그러니 이쯤에서 서로 이해하고 넘어가는게 어때?”

“….”

이채윤이 사과까지 했지만, 김서준은 여전히 말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가만히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정아름이 김서준의 옷깃을 슥 잡아 당기더니 귀쪽으로 입을 가져다 대며 아주 작게 속삭였다.

“산에 가야 범을 잡죠.”

정아름의 말은 김서준의 머릿속에 한자 한자 명확하게 박혀들었다.

그 말이 뜻하는 바를 바로 이해한 김서준.

그의 눈이 살짝 커졌다.

산에 가야 범을 잡는다.

어떤 중요한 일을 이루기 위해선 직접 부딪쳐 실행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정아름은 지금 김서준에게 이걸 말하고 있는 것이다.

테스트가 됐든, 명령이 됐든 위에서 맡기는 모든 걸 직접 부딪쳐서 해결하다보면 분명 큰 일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니 뭐든 마다하지 말고 일단 한번 해 보자고.

그 말이 꽉 막혀있던 김서준의 머리를 뻥 뚫리게 해 줬다.

이제 막 요원으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된 김서준이 선배 요원들이 모든 걸 오픈하지 않아 기분 나쁘다고 이러고 있어봐야 좋을게 하나도 없었다.

지금의 김서준은 이런 거 저런 거 따질지 말고 작은 임무 하나에도 최선을 다해 경험을 쌓고, 실적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정아름은 김서준이 잠시 잊고 있었던 부분을 정확히 짚어준 것이다.

순간적으로 김서준의 눈빛이 확 변했다.

“일단…. 이해하는 거로 하겠습니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겠죠. 제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김서준이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꿔 사과를 하자 이채윤과 권윤성은 오히려 벙찐 표정이었다.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이게 뭔 일이래? 하는 표정을 짓는 두 사람.

그들을 바라보는 이리나 역시 다소 황당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까마득한 선배인 이채윤, 권윤성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다가 김서준 바로 옆에 바짝 붙어 앉은 정아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여자애는 누구지? 둘이 무슨 사이길래 여자애 말 몇마디에 김서준 태도가 저렇게 바뀌는데?’

참으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이리나가 아는 김서준은 자신의 신념이 무척이나 확고하고, 늘 모든 걸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완벽주의자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때문에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말 몇마디에 자신의 생각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그런데 방금 이리나가 본 광경은 그녀가 아는 김서준의 모습이 아니었다.

굉장히 어려보이는 여자애가 귓속말로 몇 마디 하자마자 바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부터 하다니.

07기수 최강의 생도가 처음보는 어린 여자애의 말에 휘둘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이상하게 기분이 나빠졌다.

이리나가 그러거나 말거나 김서준은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예거에서 원하는건 천간십이지의 최고 간부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겁니까? 아니면, 예거에서 찾아낸 첩자들 명단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겁니까?”

김서준이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하자 이채윤의 얼굴이 바로 활짝 펴졌다.

“둘 중에 하나만 성공해도 돼. 어떻게, 가능하겠어?”

“흠…. 솔직히 말씀드려서 둘 다 가능은 합니다. 그런데 이왕이면 좀 더 예거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시도해 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첩자 명단을 넘기는 것 말고, 다른 내용이 더 있는 거면 후자가 나으니까요.”

“그럼 후자로 가자. 이리나 요원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이틀 뒤에 신교단 놈들이 천간십이지 소유의 물류창고를 급습할 계획을 하고 있더라고. 이 정보까지 자세히 알려주고, 합동전선을 꾸며서 신교단을 함정에 끌어들이려면 아무래도 직접 만나서 의견을 조율하는 편이 낫겠지.”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잘 듣고 그대로 처리해 주세요. 그래야 채윤 선배님이 바라는 작전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겁니다.”

김서준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놓고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접선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번 일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다름아닌 이리나였다.

그녀가 지닌 전자감식 신비가 있어야만 가능한 방법이었고, 그녀가 실수하면 모든게 끝장이었다.

약 10여분에 걸친 설명이 끝나자 이채윤도, 권윤성도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

김서준은 마치 모든 걸 이미 알고 미리 이런 방법을 준비해 놓은 것처럼 치밀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건 둘 뿐만이 아니었다.

전혀 막힘없이 작전을 설명하는 김서준을 바라보고 있는 이리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세명 다 김서준이 이 일에 대해 미리 알고 있을 리가 없다는 건 너무도 잘 안다.

그들도 지금의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게 된게 불과 5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

즉, 김서준은 권윤성과 이채윤의 말만 듣고 즉석에서 이런 계획을 세웠다는 말이된다.

실로 경악할 정도의 머리회전이었다.

“허….”

“하.”

“와….”

거의 동시에 감탄성을 내뱉은 세 사람.

그러나 당사자인 김서준은 아무 것도 모르는지 혼자서만 진지한 얼굴이었다.

“만약 이 작전에 저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하시죠. 작전 개시는 이틀 뒤니까 그 땐 저도 시간이 됩니다. 아름이 너도 가능하지?”

“네, 그럼요. 저랑 오빤 같은 팀이잖아요. 오빠가 되면, 저도 당연히 가능하죠.”

정아름은 김서준을 향해 방긋 웃어주었다.

그러자 김서준은 이채윤과 권윤성 쪽을 다시 바라봤다.

“그렇다네요. 하하.”

“어? 어. 그래. 일단 세부적인 작전부터 짜보고 네 도움이 필요한지는 다시 알려주도록 할게.”

“그럼 난 바로 작전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도록 하지. 이리나 요원. 같이 가볼까?”

권윤성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기, 잠깐만요. 여기 아름이 학생하고 인사 좀 하고 가도 될까요?”

이리나가 권윤성을 불러세웠다.

“아, 그러고보니 두 사람 아직 인사를 안했구나? 다들 일에 너무 정신이 팔려가지고…. 암튼, 미안한 이 늙다리 선배는 빠져줄 테니 둘이서 직접 인사 나누렴.”

권윤성이 멍석을 깔아주자 이리나가 먼저 정아름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 난 이리나. 서준이하고 같은 07기 수료생이야.”

“아, 네. 저도 반가워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06기 정아름이라고 합니다.”

정아름은 당연하게도 이리나가 내민 손을 잡지 않았다. 아니, 잡을 수가 없었다.

대신 허리를 90도로 구부리며 힘차게 인사했다.

이리나는 악수를 거절당하자 머쓱해져서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씩씩해서 좋네. 앞으로 서준이 잘 부탁할게.”

“네. 걱정 마세요. 최선을 다해 보필하겠습니다.”

정아름은 이리나가 김서준과 친한 것 같자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신비의 패널티 때문에 늘 위축되어 살아가던 정아름으로서는 굉장히 의외의 모습이었다.

이채윤은 그런 정아름의 변화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이리나 요원이 넘버링만 아니었어도 셋이 한 팀으로 만들어 주는 건데, 조금 아쉽다. 그치?”

이채윤이 웃자며 꺼낸 말에 이리나도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요. 지금이라도 넘버링 자리 내놓고 김서준이 팀원으로 들어갈까요?”

“오, 그래? 정말 원하면 그렇게 해줄 수 있는데, 해줘? 말만 해. 언제든지 처리해 줄테니까. 후훗.”

이채윤이 이렇게까지 나오자 흠칫한 이리나는 슬쩍 발을 뺐다.

“아, 아니요. 이제 막 넘버링이 됐는데 바로 걷어차는 건 또 예의가 아니잖아요? 하하하.”

“그런가?”

이채윤은 눈을 얇게 뜨며 ‘난 네가 그렇게 나올 줄 알았지.’를 표정으로 시전하고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인사도 나눴으니 이제 가보자. 생각보다 준비할게 많아.”

권윤성이 먼저 자리를 뜨고, 그 뒤를 따라 이리나가 움직였다.

“그럼 또 보자, 김서준.”

“그래. 수고하고.”

권윤성과 이리나는 그렇게 보안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러자 이채윤은 잠시 눈치를 보다가 ID 카드를 꺼내 김서준에게 내밀었다.

“약속한대로 준비해 놨으니까 너무 과용하지는 마. 균열 자유출입증 따내느라 내가 국장님한테 욕을 얼마나 먹었는지 알아?”

“이것도 다 예거에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믿어볼 테니까 잘해보자. 그건 그렇고…. 하나만 묻자. 네가 선택한 균열 말이다. 이곳에 있는 균열이 16개나 되는데, 왜 하필 3번 균열을 콕 찍었지?”

이채윤은 그게 정말 궁금했다.

예거 본부의 B2층에는 총 16개나 되는 균열이 존재했고, 그중 생도 훈련에 사용된 2개를 제외한다 쳐도 아직 14개가 남아 있었다.

그런데 김서준은 하필이면 3번 균열을 콕 찍어서 자유출입증을 달라고 했으니 이상할법도 했다.

왜냐면 3번 균열은 꽤나 다양한 문제들을 안고 있는 트러블성 균열이기 때문이었다.

이 균열의 내부는 매우 단순한 구조로 숲과 들판이 전부인 장소인 반면, 등장하는 몬스터 물량이 16개의 균열 중 가장 많았다.

그래서 그 균열은 보통 전투 경험을 높이거나, 집단 전투를 훈련하는데 사용될 뿐이었다.

게다가 균열 내에 존재하는 결계구역이 굉장히 넓어서 결계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려면, 아무것도 안하고 이동만 한다는 전제 하에서도 빨라봐야 이틀이었다.

보스가 위치한 곳이 하필이면 결계 끝쪽이라서 보스를 처리한다 해도 1시간 내로 균열 입구까지 되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너무 크다는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보스 레이드를 할 때는 항상 전동형 모토사이클을 가지고 들어가야 했다.

또한 이 3번 균열은 보스 레이드에 성공해도 균열이 폐쇄되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녔으며, 보스 난이도가 거의 B급으로 구분될만큼 어려운데 반해 획득할 수 있는 보상이 상대적으로 낮아 예거 요원들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

보스 레이드를 성공시켜도 균열이 폐쇄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둘 수가 없어서 어쩔 수없이 예거가 회수해 온 균열이었지만, 정작 예거에서도 이 균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해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상태였다.

그래도 몇몇 예거들은 이 균열이 이렇게 독특한 것에는 히든피스가 숨겨져 있기 때문일 거라며 그걸 찾아내겠다고 수없이 도전했었다.

하지만 예거가 회수해 온지 거의 10년이 다 됐음에도 아무도 히든피스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김서준이 왜 하필 이 균열의 자유출입증을 원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도전입니다, 도전. 지금껏 누구도 해결해 내지 못한 것을 내가 해결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 같은 거? 아무튼 제가 그런 걸 즐기는 편이라서요.”

김서준이 별 거 아니라는 듯 대답한 말에 이채윤은 씁슬히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도전이라…. 말이 좋아 도전이지, 결과가 빤히 보이는데 무슨 도전이니? 아무튼 너도 곧 실망하게 될 거야. 3번 균열은 현도 선배도 도전했다가 1년 만에 완전히 포기한 곳이거든.”

“아, 그래요? 그건 또 몰랐네요. 하지만, 전 윤현도 선배님이 아닙니다. 그러니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죠.”

“그거야 두고보면 알게 되겠지.”

이채윤은 김서준이 3번 균열에서 뭔가 새로운 걸 발견할 확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걸 알기에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때 김서준이 ID카드를 흔들어 보이며 한마디 물었다.

“이거, 지금 바로 사용해도 되는 거죠?”

“지금? 너 설마 오늘 바로 균열에 들어가려고?”

“네. 아름이하고 한 팀이 된 기념으로 신나게 몬스터나 썰어보려고요.”

“….너 돌아이냐? 그럴거면 축하 파티를 해야지, 무슨 몬스터를 썰어?”

이채윤이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되묻자, 정아름이 끼어들었다.

“전 좋아요.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도 풀 겸, 마음 놓고 검을 휘둘러 보고 싶어요.”

“아름이, 너까지? 어휴. 아주 둘이 제대로 만났구나. 내가 둘이 안붙여 줬으면 어쩔뻔 했데?”

이채윤은 겉으로는 툴툴대면서도 속으로는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정아름이 이렇게 밝은 얼굴로 누군가와 함께 하려는 모습을 보인건 정말 오래간만이었으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