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128화 (128/153)

128

김서준이 이 마법형 몬스터를 잡으려는 이유는 하나였다.

심안을 발동시킨 직후 놈의 심장쪽에서 짙은 남색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기 때문.

한두호 회장에게서 선물로 받은 인디고급 마석과 동일한 수준의 마석이 몬스터의 몸에 존재하고 있었다.

‘이건 절대 놓칠 수 없지.’

인디고급 마석을 지닌 놈을 E급 몬스터들 사이에서 발견하게 되다니.

이건 나 잡아드쇼라고 대놓고 퍼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놈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빨랐다.

게다가 눈치도 빨라서 김서준이 자신을 쫓기 시작했음을 바로 눈치채고 냅다 도망부터 친다.

놈의 눈은 수시로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도망치는 와중에도 신비를 써서 계속 몬스터들을 방패막이로 사용했다.

김서준은 몬스터들이 마구잡이로 덤벼들던 말던 신경도 안쓰고 앞을 막는 모든 걸 풍뢰도로 날려버렸다.

푸화악!

검에서 뿜어진 돌풍에 3미터짜리 거구들이 통째로 휘말려 날아오르고,

꽈지지직-

몬스터의 몸통에 강력한 벼락이 내리쳤다.

퍼엉! 퍼버벙!

벼락에 맞은 몬스터들의 육체가 풍선처럼 터져나갔다.

김서준은 앞을 가로막는 몬스터들을 단숨에 없애버리고 무서운 속도로 마법형 몬스터를 따라잡았다.

놈은 몬스터들 사이를 교묘하게 빠져나가며 끊임없이 김서준의 진로를 방해했다.

갑자기 직각으로 방향을 꺾거나, 급히 유턴하여 반대쪽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김서준은 비뢰신보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면서도 방향전환까지 자유자재였다.

결국, 마법형 몬스터는 궁지에 몰렸다.

더는 도망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한 곳에 스태프를 박아넣고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순간,

쿠르르르르

주변의 땅이 거칠게 진동하더니 두꺼운 땅거죽을 뚫고 거인이 솟아나왔다.

그건 머드골렘이었다.

각성한 인간도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머드골렘을 마법형 몬스터는 무려 두마리나 조종하고 있었다.

놈의 앞을 막아선 8미터 크기의 머드골렘 두 마리가 우렁찬 포효성을 내뱉었다.

크허어어엉!

크와아아앙!

사방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피어.

그 소리에 몬스터들이 공포에 짓눌인 듯 움찔거렸다.

‘길게 끌 필요가 없지.’

김서준은 두 마리 머드골렘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 씨익 웃음을 그리며 초시공 건틀릿에 심어진 빙 속성을 사용했다. 순간,

스아아악

초시공 건틀릿 위로 새하얀 서리가 내려앉았다.

김서준은 바로 하얗게 변한 왼손으로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그리고, 주먹으로 땅바닥을 힘차게 내리찍었다.

꽈아아아아앙!

쩌저저저정-

주먹이 박혀든 곳을 중심으로 반경 10미터가 순식간에 얼음으로 뒤덮였다.

그 범위 안에 있었던 머드골렘 두 마리도 단숨에 온몸이 얼음으로 변해 버렸다.

김서준은 그 상태에서 바로 ‘뇌’ 속성을 발동시키며 주먹을 정면으로 쭉 뻗어냈다. 순간,

콰지지지지지직

눈부신 뇌전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뇌전은 김서준을 둘러싼 채로 단단히 얼어버린 몬스터들을 그대로 강타했고,

꽈과과광! 콰앙!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며 산산이 조각나고 말았다.

그건 머드골렘도 다르지 않았다.

벼락은 정확히 머드골렘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고,

쩌적!

머드골렘의 몸을 수직으로 관통하며 몸통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쿠웅

묵직한 소음과 함께 머드골렘 두마리가 쓰러지자 마법형 몬스터가 공포에 질린듯 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그때,

콰앙

땅을 박차고 날아간 김서준이 섬전처럼 마법형 몬스터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서걱!

섬뜩한 소리와 함께 몬스터의 머리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푸슈슈슈슈슈슈

핏분수가 터져나오며 하얗게 얼어붙은 주변을 붉게 물들였다.

마법형 몬스터가 쓰러지자 사방을 꽉 메우고 있던 몬스터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김서준은 놈들을 쫓지 않았다.

대신 마법형 몬스터의 사체를 뒤져 인디고 마석을 찾아냈다.

‘대박!’

손에 쥐어진 짙은 남색의 마석을 보니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A급 균열에서도 인디고 마석을 얻는 건 쉽지가 않았다.

값으로 치면 30억 이상.

그런 마석을 이토록 쉽게 얻게 되었으니 김서준이 히죽거리는 것도 전혀 이상할게 없었다.

그런데, 놀라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푸하아아아아악!

저 멀리 숲 안쪽에서 갑자기 새하얀 빛의 기둥이 하늘을 꿰뚫을 정도로 높이 솟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김서준의 눈앞으로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크롤 위저드가 쓰러졌습니다.

>>히든피스가 발동됩니다.

‘어라?’

이건 김서준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인디고 마석을 얻었으니 이제부터 히든피스를 찾아서 탐색을 시작해 볼까 했는데, 이미 히든피스를 찾아내 버렸다.

밥을 먹으려고 숟가락을 들었는데, 이미 밥그릇이 깨끗이 비워진 느낌?

굉장히 당황스러웠지만, 기분만은 무척이나 좋았다.

“이 메시지…. 뭐에요?”

몬스터들이 죄다 도망쳐버려서 정아름도 김서준을 쫓아 이곳으로 와 있었다.

“뭐긴 뭐야. 히든피스지.”

“와, 진짜에요? 그럼 저 이상하게 생긴 몬스터가 크롤 위저드?”

정아름은 방금 김서준의 손에 죽은 마법형 몬스터를 가리켰다.

“맞아. 이렇게 아낌없이 주는 몬스터이기도 하고.”

김서준은 손에 쥔 인디고 마석을 정아름에게 보여줬다.

“이게 인디고 마석이구나…. 저 처음봐요.”

“그럼 너 가질래?”

“그,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에요. 오빠가 잡았으니 당연히 오빠 거죠. 그런데, 저 빛의 기둥은 뭘까요? 저기로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정아름이 정색하며 마석을 거부하자 김서준은 피식 웃고 말았다.

“때로는 욕심을 부려도 된다. 너무 바르게 살아가는 것도 그다지 좋은게 아니거든.”

김서준의 말에 정아름은 그저 웃음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암튼, 가보자. 히든피스니까 숨겨진 보스나 던전이 나오지 않을까 싶네.”

“둘 다면 좋겠네요. 히힛.”

정아름은 귀엽게 웃어보이고는 김서준의 손 위로 오렌지급 마석 3개를 떨어뜨렸다.

“382마리 잡고 마석 세 개 찾았어요.”

“와우. 나보다 많은데? 이번 내기는 아름이, 네가 이겼다. 보상 우선 선택권 줄 테니까 필요할 때 써먹어.”

김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새로 찾아낸 오렌지급 마석 2개와 함께 모든 마석을 아공간에 넣었다.

“나중에 후회하는거 아니죠?”

“설마 내가 그러기야 하겠냐?”

“설마가 사람잡는걸 하도 많이 봐서요.”

“난 예외.”

“풉! 농담이에요, 농담.”

정아름은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패널티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사냥하는게 너무 오랜만이라 그녀의 얼굴에선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김서준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빛의 기둥이 솟아오르는 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빨리 따라와. 늦으면 버리고 갈거야.”

“오빠 바짓가랑이 꼭 붙들고 있을거라서 버리고 싶어도 못 버릴걸요?”

김서준과 정아름은 농담을 주고 받으며 빠르게 달려갔다.

***

빛의 기둥은 여전히 환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마치 이곳에 숨겨진 보물이 있으니 얼른 와서 주인이 되라고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

울창한 숲을 지나고 높다란 절벽을 마주했을 때, 김서준은 빛의 기둥이 절벽 안에서부터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절벽 안쪽에 숨겨진 공간이 있는 모양인데요? 그런데 안으로 들어갈 길이 안 보이네요.”

정아름은 절벽에 동굴이 있나 살펴봤지만 어디에도 동굴 입구로 생각할만한 구멍은 보이지 않았다.

“저 절벽 꼭대기에 입구가 있는 건 아닐까요?”

“아니. 그건 아닌거 같다.”

김서준은 절벽을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김서준의 눈에는 미세한 마력의 흐름이 보이고 있었다.

마력은 정확히 두 곳에서 흐르고 있었다.

김서준이 서 있는 곳에서 왼쪽 절벽면에서는 높이 40미터에 폭 10미터 정도의 규모로 마력이 흐르고 있었고, 오른쪽 절벽 중간 위치에서도 손바닥만한 크기의 매우 조그마한 범위로 마력이 펄떡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두 개의 마력이 서로 가느다란 마력의 실로 이어져 있는 상태.

부동심을 이용해 정신을 더욱 집중해 바라보니 마력회로까지 들여다 보이기 시작했다.

‘오른쪽을 건드리면 왼쪽 함정이 발동되는 구조로구나.’

김서준의 감각은 이제 아무도 볼 수 없는 마력회로까지 분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한 상태였다.

“이제 어떡해야 하죠?”

정아름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기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아름아. 네 기프트에 마력스캔 기능도 저장되어 있어?”

“아니요. 전 다른사람 마력을 훔쳐보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서요.”

이 말에 김서준은 속으로 뜨끔했다.

김서준은 이 마력스캔 능력을 굉장히 중요시 했기에 심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프트에 마력스캔 능력을 저장해 놓기까지 했으니까.

“크흠. 그럼 이리와서 이거 좀 볼래?”

김서준은 기프트로 절벽을 스캔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정아름에게 보여줬다.

김서준의 감각으로는 왼쪽과 오른쪽 모두에서 마력의 흐름이 잡혔지만, 기프트로는 오른쪽의 작은 범위에서 작동하는 마력만 잡혔다.

그런데 기프트에 떠오른 마력수치가 무척이나 황당했다.

[100]/[200]/[300]/[400]/[500]/[475]

“이게….뭐에요?”

“마력수치.”

“근데 왜 여섯 개나 떠 있어요?”

“저 위치에 마력을 품은 물건 여섯 개가 뭉쳐있는 모양이야.”

“오?”

정아름은 놀란 토끼눈이 되어 우측 절벽을 올려다봤다.

하지만 정아름의 눈에는 그냥 절벽일 뿐, 다른 뭔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볼땐, 저기 절벽에 있는 물건을 건드리면 함정이 발동하는 것 같아.”

“그걸 어떻게 알아요?”

“말했잖아. 내 연륜은 보통이 아니라고.”

김서준은 이제 대놓고 사기를 치고 있었다.

정아름이 이상하게 여기는 건 죄다 연륜이라는 이름으로 납득시켜 버렸다.

“자꾸 연륜, 연륜 하니까 꼭 인생 2회차 같아요. 풉!”

혼자 말하고 혼자 웃는 정아름.

김서준은 그러거나 말거나 할 말을 계속 이었다.

“내가 저기로 올라가서 마력 물질을 빼올 테니까 넌 뒤로 좀 물러나 있어.”

“함정이 발동될까봐 그래요?”

“꽤나 위험한 함정이 준비되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알겠어요. 멀찍이 물러나 있을 테니까, 오빠도 조심해요.”

“그럼 내가 뛰어오르면 너도 바로 움직여. 알았지?”

“네!”

그렇게 작전을 마친 두 사람.

김서준은 절벽 우측의 40여미터 높이에 있는 한 곳을 뚫어져라 노려봤다.

살짝 무릎을 굽혔다가 정아름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인 순간,

콰앙!

땅이 울릴 정도의 큰 충격파를 터트리며 김서준이 절벽 위를 향해 탄환처럼 쏘아져 나갔다.

눈깜짝할 사이에 30미터 높이까지 날아오른 김서준.

거기서 절벽에서 툭 튀어나온 바위를 발로 탁 밟으며 한번더 위로 솟구쳐 올랐다.

김서준은 마치 비조처럼 날아올랐고, 단숨에 목표로 했던 위치에 도달할 수 있었다.

푸욱

검을 절벽에 박아 넣어 몸을 고정한 뒤, 마력이 흐르고 있는 곳을 살폈다.

그곳엔 불규칙한 반원을 그리며 다섯 개의 작은 구멍이 나 있었다.

구멍의 크기는 딱 손가락 굵기였다.

‘손가락 다섯개를 끼워넣으라는 건가?’

김서준은 조심스럽게 오른손을 갈퀴처럼 오므려 절벽에 나 있는 구멍에 다섯 손가락을 그대로 꽂아 넣었다. 순간,

달칵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나며 손가락이 끼워진 부분을 중심으로 손바닥 크기의 원이 그려지며 안쪽으로 살짝 밀려들어갔다.

더 이상 움직임이 없자 김서준은 손을 좌우로 돌려봤다. 그러자,

크릭

손가락이 끼워진 돌덩이가 오른쪽으로 반바퀴 돌아가더니 안쪽에서 발생한 힘에 의해 바깥으로 훅 밀려났다.

푸쉬이이이

기다란 원통형의 뭔가가 절벽 바깥쪽으로 약 20센티미터 빠져나왔다.

김서준은 손아귀에 힘을 준 상태로 원통을 쭉 뽑아냈다.

그건 50센티 길이의 실린더였다.

손가락이 박힌 부분과, 반대쪽 부분만 돌로 되어 있었으며 그 중간은 투명한 원통형의 유리관이었다. 유리관은 다섯 개 칸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칸 하나마다 돌멩이가 한 개씩 들어 있었다.

김서준이 원통형의 유리관을 살펴보는 바로 그 때였다.

쿠르르르르릉

김서준이 함정으로 파악하고 있던 절벽 좌측 부분에서 엄청난 진동이 일어나더니 마력의 흐름이 보였던 거대한 절벽이 바위를 통째로 때려부수며 바깥으로 확 튀어나왔다.

꽈과과과광

절벽 한쪽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나타난 그건,

두 발로 굳건하게 서있는 40미터짜리의 초거대 몬스터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