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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끔찍하게 거대한 몬스터.
빌딩만큼이나 커다란 크기로 인해 잘 놀라지 않는 김서준도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오우거를 닮은 놈은 머리만 가릴 수 있게 되어 있는 뿔달린 해골모양의 투구를 쓰고 있었으며, 양 어깨에는 두깨가 1미터는 될법한 무지막지한 견갑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양쪽 주먹엔 뾰족한 스파이크가 수없이 달린 건틀릿을 끼고 있었고, 가슴팍에도 은빛의 두꺼운 갑주를 착용한 상태였다.
놈은 절벽 밖으로 튀어나오자마자 김서준이 매달려 있는 절벽쪽을 휙 돌아봤다. 집채만한 오우거의 머리가 노려보자 김서준은 자기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 순간, 오우거가 거대한 왼팔을 휘둘렀다.
후우우우웅
직경이 3미터가 넘는 주먹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김서준은 그럴줄 알았다는 듯 절벽을 힘차게 박차며 공중으로 붕 날아올랐다.
꽈아아아아아앙
김서준을 스쳐간 거대 오우거의 주먹이 절벽 일부를 완전히 박살내 버렸다.
그 충격에 엄청난 숫자의 바위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김서준을 향해서도 무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김서준은 초시공 건틀릿에 내장된 ‘쇠’속성을 발동시켰다.
투칵
순간적으로 김서준의 온몸이 검은빛으로 물들었다.
쇠속성의 효과로 강철피부를 얻게된 김서준.
그의 몸에 커다란 날카로운 바위조각들이 부딪친 순간,
터엉. 텅텅텅!
바위조각들은 강철피부에 튕겨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바로 그때,
크아아앙!
오우거의 주먹에 부서져 나간 절벽 안쪽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두 번째 몬스터가 뛰쳐나왔다.
놈은 다름아닌 검치호였다.
고대의 지구에 살았던 스밀로돈과 너무도 유사하게 생긴 몬스터여서 검치호라는 이름이 붙여진 놈은 아무리 약하다 해도 B급이었고, 종종 A급으로도 등장하기 때문에 헌터들에게 굉장히 두려운 존재였다.
콰득
검치호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어 단숨에 김서준의 왼팔뚝을 물어버렸다.
까드득
쇠속성의 강철피부를 발동 중인데도 검치호의 치악력은 그 쇠를 뚫어낼 정도로 강력했다.
김서준은 혹시나 모를 일에 대비해 염동장막까지 발동시켰다.
쩌엉-
김서준의 몸에서 강력한 반탄력이 일자 검치호가 더 버티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그 사이 김서준은 바닥에 착지했고, 급히 심안을 발동해 몬스터들의 능력치를 확인했다.
지이잉
마력의 파동이 뿌려진 순간, 김서준은 거대 오우거와 검치호의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618/엘리트]
[475/스페셜]
실로 경악스러운 수치.
‘젠장. 이 물건이 있던 장소에 마력수치가 여섯 개로 나타났던 이유가 검치호 때문이었구나!’
김서준은 오른손에 쥐어진 원통형 유리관을 바라봤다.
[100]/[200]/[300]/[400]/[500]
기프트로 스캔했을 때는 475라는 숫자도 있었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그 475의 숫자가 지금은 검치호의 정보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 말은 검치호가 이 유리관이 숨겨져 있던 절벽 안쪽에 은밀히 숨어 있었다는 의미였다.
쿠웅.
초거대 오우거가 김서준을 향해 한발 내디뎠다.
워낙 크기가 커서 한발을 움직였을 뿐인데 코앞까지 다가왔고, 두번째 디딤발은 이미 김서준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정아름! 검치호는 네가 맡아!”
김서준은 그렇게 외치고는 그대로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리고 화속성을 이용해 두 발로 화염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푸화아아아악
김서준은 건물만큼이나 커다란 오우거의 다리를 회오리처럼 휘감으며 단숨에 위로 솟구쳤다.
그리고 검에 마력을 듬뿍 담아 오우거의 가슴팍에 찔러넣었다.
쩌정!
검은 오우거의 가슴을 가리고 있는 갑주에 가로막혔다.
김서준의 마력이 약한게 아니라 검의 날카로움이 갑주의 단단함을 이겨내지 못했던 것.
그리고,
퍼스슥
김서준의 마력을 감당하지 못한 검날이 더 버티지 못하고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말았다.
‘이런!’
검을 잃게된 김서준은 다시 두 발로 화염을 뿜어내며 오우거에게서 떨어지려 했다. 하지만 오우거의 반응이 한발 빨랐다.
후아아아아아앙
측면에서 날아드는 거대한 주먹.
은빛 건틀릿을 착용한 오우거의 주먹은 강력한 풍압을 휘날리며 김서준을 그대로 강타했다.
뻐어억!
수십톤의 바위에 얻어맞은듯한 충격에 김서준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꽈과과광!
땅바닥 위로 비스듬하게 쑤셔박힌 김서준.
곧바로 몸을 뒤집으며 균형을 잡았지만 충격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해 30여미터나 주르륵 밀려났다.
“어우, 씨.”
김서준은 그 짧은 찰나에 강철피부와 염동장막을 발동시켜 왼쪽 팔뚝으로 공격을 막아 충격을 최소화했음에도 뼛속까지 스며드는 충격에 혀를 내둘렀다.
그러는 사이 거대 오우거는 또 다시 발로 짓밟으려 했다.
푸화아아악
화염을 뿜어내며 공중으로 날아오른 김서준은 오우거의 연속 공격에 이리저리 도망만 다녀야 했다.
후우우우웅.
부아아아아악
오우거의 덩치가 워낙 커서 느리다고 생각될 뿐이지, 실제 오우거의 공격은 무척이나 빨랐다.
게다가 살짝만 스쳐도 엄청난 충격이 전해지기 때문에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오우거는 빌딩처럼 커다란 체구에도 불구하고 마치 격투기를 하듯 손과 발을 자유롭게 휘둘렀다.
발로는 밟고 차고 무릎으로 올려찼으며, 건틀릿을 낀 주먹으로 스트레이트, 어퍼컷, 훅을 날리거나 엘보 공격에 박치기 공격까지 다양한 공격을 퍼부었다.
김서준은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인해 감히 맞서 싸울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아론다이트를 써야겠다.’
생각과 동시에 아공간에서 아론다이트를 꺼내든 김서준.
그는 때마침 날아드는 오우거의 주먹을 향해 뇌속성을 담은 아론다이트를 수평으로 휘둘렀다.
꽈아아아앙!
김서준은 충격과 동시에 뒤로 주르륵 밀려났지만, 끝까지 버텨내는데 성공했다.
아론다이트를 보니 아무 손상도 없다.
‘역시, 무기의 등급도 무시할 수는 없구나.’
천만원이나 주고 산 검이 박살난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아론다이트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자신감이 붙은 김서준은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섰다.
푸화아아아아악
두 발에서 뿜어지는 화염의 힘을 이용해 오우거의 손을 휘감아 돌며 단숨에 어깨까지 이동한 김서준.
그가 이동한 경로를 따라 오우거의 팔 전체에 나선형의 칼자국이 새겨지며 핏물이 확 튀었다. 그리고,
콰직!
김서준은 아론다이트를 휘둘러 오우거의 견갑까지 반으로 쪼개버렸다.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견갑이 쪼개지며 오우거의 몸에서 떨어져 내리자 오우거의 덩치가 10% 정도 줄어들었다.
‘이것봐라?’
이 오우거의 가장 무서운 점이 너무도 거대한 크기였는데, 크기를 줄일 방법을 찾게되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되면 굳이 힘으로 이놈을 상대할 이유가 없었다.
김서준은 곧바로 날아드는 오우거의 손을 피해 어깨를 타고 반대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콰드득!
왼쪽 견갑도 단숨에 박살을 내버렸다. 순간,
슈우우욱
또 다시 오우거의 크기가 10% 정도 쪼그라들었다.
이번엔 가슴팍에 장착된 갑주가 목표였다.
붕 날아올랐다가 가슴갑주 상단에 아론다이트를 꽂아 넣은 김서준은 그대로 아래를 향해 찢어발기듯 검을 내리그었다.
쿠드드드드득
아론다이트의 절삭력에 갑주는 너무도 쉽게 갈라졌고, 이내 좌우로 찢겨지며 오우거의 몸에서 떨어져 내리고 말았다.
슈슈슈슉
이번엔 무려 20%나 크기가 줄어들었다.
40미터에 육박하던 오우거의 덩치는 어느새 25미터 정도로 줄어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크긴 했지만, 처음처럼 압도적인 강력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에 오우거도 불안함을 느꼈는지 특수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우거가 은빛 건틀릿을 가슴앞에서 힘차게 부딪친 순간,
콰지지지지지직!
무시무시한 전격의 힘이 사방으로 뿜어졌다.
김서준은 화염을 뿜어내며 공중곡예하듯 전격을 피해냈고, 피하기 어려운 건 아론다이트로 베어버렸다.
확실히 아론다이트는 예전과 달라졌다.
아직 성마의 참격도로 변형시킨 상태도 아니었지만 전격마저 갈라버릴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김서준은 허공에서 두 번 정도 방향을 틀었다가 오우거의 건틀릿 두 개를 단숨에 갈라버렸다.
허공에서 펼쳐진 수라극섬의 위력은 확실히 대단했다.
쩌엉!
쿠드드득!
두 개의 은빛 건틀릿이 산산이 조각나며 흩뿌려졌다. 그와 동시에 오우거의 체격이 70%까지 줄어들었고 이젠 처음의 30% 정도 크기가 되어버렸다.
10미터가 조금 넘는 크기.
오우거도 이 상황에 크게 당황했는지 부서진 건틀릿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러다 당황은 분노로 변했고, 김서준을 향해 콧김을 쉭쉭 뿜어내며 코뿔소 처럼 달려들었다.
쾅쾅쾅쾅
전력질주로 달려드는 오우거.
놈이 쓰고 있는 투구의 뿔에서 새빨간 빛이 뭉쳐드는가 싶더니,
즈아아아아앙-
핏빛 레이저가 섬전처럼 쏘아졌다.
김서준은 바짝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레이저가 뿜어지는 즉시 아론다이트를 수직으로 베어버렸다.
촤아아악
반으로 갈라진 레이저는 양쪽으로 찢겨져 엉뚱한 곳을 타격했다.
콰아아아앙! 콰과광!
강력한 폭발.
그때, 김서준은 이미 오우거의 머리 옆을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카앙!
김서준이 휘두른 검에 의해 오우거의 투구가 벗겨지고 말았다.
하늘로 날아오른 투구를 손으로 잡아 쥔 김서준.
그가 투구를 박살내지 않은 건, 투구의 뿔 하단부에 박혀있는 마석 때문이었다.
아까 심안을 사용했을 때, 오우거에게서 두 개의 마석이 존재한다는 걸 확인했다.
하나는 심장에 있었고, 다른 하나는 이 투구에 있었다.
쿠허어어엉!
투구를 빼앗긴 오우거가 괴성을 내지르자, 김서준은 오우거에게서 빠르게 멀어지며 투구의 마석을 뽑아내 버렸다. 그러자,
쿠워어어억!
오우거가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했으며,
퍼석!
마석이 빠져나간 투구는 한순간 가루로 변해 사라져버렸다.
‘이 마석은 뭐야?’
김서준은 손에 들린 마석을 신기한듯 쳐다봤다.
붉은색과 푸른색이 함께 어우러진 신비한 느낌의 마석.
‘이런 마석도 있었던가?’
마석은 일반적으로 한가지 색을 가지고 있으며 아주 드물게 두 가지 칼라를 가진 마석이 발견되기도 한다.
두 가지 칼라를 가진 마석은 오드마석이라고 불리우는데, 지금까지 총 5개가 발견되었고 모두 황갈색이라고 했다.
즉, 지금 김서준이 쥐고 있는 청홍색의 오드마석은 한번도 발견된 적이 없다는 말이다.
오드마석은 절대 인간이 먹어선 안되는 마석이다.
만약 인간이 이 마석을 먹으면 너무도 강력한 마력의 힘에 심장이 버티질 못하고 터져버리기 때문.
그래서 오드마석은 오직 아티팩트에만 사용되는데, 이 황갈색 오드마석은 E급의 아티팩트에만 장착시켜도 끔찍한 파괴력을 가진 무기로 둔갑시킬 수가 있었다.
황갈색 오드마석이 장착된 E급 아티팩트의 파괴력은 TNT 5톤급.
작은 마을 하나는 통째로 증발시켜버릴 수 있는 위력이었다.
만약 오드마석을 장착한 아티팩트의 등급이 A급으로 높아진다면 그 위력은 거의 전술핵 수준까지 급상승한다.
때문에 이 오드마석이 발견되면 철저히 정부의 관리를 받게 되어 있었다.
‘자세한 건 나중에 알아보자.’
김서준은 오드마석을 아공간에 집어 넣고 정아름 쪽을 바라봤다.
다행히 정아름은 A급 검치호를 상대로도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상성이 나빴던 건지 검치호의 빠른 움직임과 강력한 파워는 정아름의 검예에 맥을 추지 못했다.
검치호의 몸에는 벌써 십여 개의 깊은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일단 이 오우거부터 처리를 해야…. 응?’
김서준이 다시 오우거 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놈은 끝없이 크기가 줄어들어 이젠 검지 손가락 정도 밖에 안될 정도로 작아져 버렸다.
40미터나 되는 압도적인 덩치를 자랑하던 오우거가 손가락 크기로 줄어든 모습에 김서준은 헛웃음을 흘렸다.
“하. 이게 뭔….”
오우거의 목을 베어버리려고 했으나 이렇게 작아진 놈을 보니 죽이고 싶은 마음마저 사라지려 했다.
작고 뚱뚱한 녀석은 뒤뚱뒤뚱 거리며 김서준을 향해 손을 마구 흔들어 댔다.
그때, 사방에 널브러져있던 오우거의 갑주들이 푸스슥 가루가 되더니 한곳으로 뭉쳐들었다. 그리고 그곳엔 손톱 정도 크기의 작은 구슬 한 개가 만들어졌다.
하필이면 구슬이 만들어진 곳이 조그만 오우거 녀석 코앞이었다.
그래서 김서준이 구슬을 집어들기 전에 오우거가 먼저 구슬을 덥석 물어버렸다.
단숨에 구슬을 삼킨 미니 오우거.
김서준은 아론다이트를 아공간에 집어 넣은 뒤 미니 오우거를 손으로 잡아쥐었다.
“뱉어내라고, 이 못생긴 자식아!”
김서준이 미니 오우거를 쥐고 짤짤 흔들어 댈 때였다.
크르륵
미니 오우거가 입에서 시퍼런 불길을 훅훅 토해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모습에 김서준은 급히 심안을 발동시켰다.
지이이잉-
마력의 파동이 미니 오우거를 스쳐간 즉시, 녀석에 대한 정보가 머릿속으로 빠르게 스며들었다.
[오토마톤 TTS-08241]
-라노스인의 손에 만들어진 오토마톤이다.
-이족보행으로 타이탄급까지 성장이 가능하다.
-인챈트석을 수호하지 못할 경우, TNT 1톤의 위력으로 자폭을 실행한다.
-10초 후 폭발한다.
이 말도 안되는 정보에 김서준은 크게 경악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