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130화 (130/153)

130

-10초 후 폭발한다.

이 내용이 머릿속에 인식되었을 때, 김서준은 미니 오우거를 집어던지고 도망치려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정보에 나온 몇 가지 단어가 너무 신경쓰였기 때문.

오토마톤. 그리고 라노스인.

이 두 가지 단어는 김서준으로 하여금 굉장한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좀 더 조사해 봐야겠어.’

그러려면 미니 오우거가 자폭하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김서준은 양의분심공과 부동심을 동시에 사용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거기에 마력의 흐름을 보는 능력이 더해지자 김서준은 미니 오우거의 몸 속에 심어진 마력회로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분명 자폭에 관여하는 회로가 있을텐데….’

빠르게 마력회로를 스캔한 김서준.

그의 눈에 미니 오우거의 심장 한쪽 구석에 마력의 실로 얽혀있는 구슬같은 것이 보였다.

‘저거다!’

그 구슬이 바로 마력회로에 새겨진 자폭코드였다.

김서준은 정확히 그 자폭코드만을 노려 자신의 마력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폭발을 2초 남겨 놨을 때,

푸스슥

자폭코드가 새겨진 마력구슬을 제거해 낼 수 있었다.

‘휴…. 아슬아슬 했네.’

폭발은 멈춰졌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김서준은 제거된 자폭코드의 빈 자리에 자신의 마력을 임시로 채워넣었다.

그런데, 마력이 그 자리에 안착이 되질 않았다.

밀어넣은 마력은 몇 초만에 금세 흩어져 버렸다.

마력코드가 사라진 빈 공간을 그대로 내버려 두면 미니 오우거는 마력회로가 망가진 채로 생명의 기운이 소멸될것이 분명했다.

어떡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김서준.

‘마력이 안되면 내공은?’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마력 대신 내공을 끌어올려 빈 자리에 밀어넣었다. 그러자,

우우웅

내공이 저절로 뭉쳐지면서 빈 자리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

‘됐다!’

김서준은 크게 안심하며 미니 오우거를 바닥에 내려놨다.

녀석은 자유를 되찾자 김서준을 향해 시위하듯 손을 흔들어대며 그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뛰어봐야 10센티 높이여서 귀엽기만 할뿐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너 도망치면 뒤진다?”

김서준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엄포를 놓자 미니 오우거는 허리에 손을 얹고 쉭쉭 대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주변에 나뒹굴고 있는 투구 조각을 주워와 혼자 뚝딱 거리며 뭔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거 참 웃기는 놈일세.’

김서준은 오토마톤 TTS-08241이라는 이름을 가진 미니 오우거를 바라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러다 정아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검치호와의 전투를 거의 마무리 짓고 있었다.

온몸에 검상을 입은 검치호는 절룩거리면서도 정아름을 향해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정아름은 그런 검치호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피하며 계속해서 검으로 베어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따아아앙!

정아름의 검과 검치호의 기다란 송곳니가 부딪치더니, 팔뚝만한 송곳니 두 개가 그대로 부러져 버렸다.

그 충격에 검치호가 튕겨지며 바닥을 나뒹굴렀고, 고통스러운지 앞발로 입부위를 감싸안으며 몸을 잔뜩 웅크렸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슈슈슈슉

검치호의 덩치가 급속도로 크기를 줄여가더니 손바닥만한 크기로 확 줄어버렸다.

순식간에 오동통한 미니 검치호로 변해버리자 정아름도 공격을 멈췄다. 그리고 미니 검치호를 잡으려고 했지만 카악 소리를 내며 거칠게 반항하는 바람에 멈칫하고 말았다.

그때 미니 오우거가 그랬던 것처럼 부러진 송곳니가 가루로 변해 작은 구슬로 뭉쳐졌고, 검치호는 그 구슬을 낼름 집어삼켰다.

김서준은 그 행동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기에 바로 달려가 미니 검치호를 빠르게 낚아챘다.

아니나 다를까.

검치호는 시퍼런 불길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지이이잉-

또 다시 심안을 발동시킨 김서준.

그의 머릿속으로 미니 검치호의 정보가 빠르게 스며들었다.

[오토마톤 TTS-08244]

-라노스인의 손에 만들어진 오토마톤이다.

-사족보행으로 에픽급까지 성장이 가능하다.

-인챈트석을 수호하지 못할 경우, TNT 1톤의 위력으로 자폭을 실행한다.

-10초 후 폭발한다.

미니 오우거와 거의 비슷한 정보.

김서준은 이번에도 양의분심공과 부동심을 발동시켰고, 검치호의 마력회로를 빠르게 분석했다.

‘역시. 자폭코드가 있어.’

검치호의 마력회로에도 자폭코드가 새겨진 마력구슬이 존재했다.

김서준은 마력을 밀어넣어 자폭코드를 제거한 뒤, 좀 전처럼 내공으로 빈 자리를 채워넣었다.

미니 검치호는 김서준의 손아귀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다.

하지만 김서준이 눈에 힘을 주며 한마디 하자 금세 얌전해 졌다.

“반항하면…. 알지?”

끼이잉

김서준은 얌전해진 미니 검치호를 바닥에 내려놨다.

그러자 정아름이 쪼르르 달려와 검치호 쪽으로 바짝 다가섰다.

“얘 엄청 귀엽네요. 아까 그 오우거도 그렇고. 얘네들 뭐죠? 평범한 몬스터는 아닌 거 같은데….”

“나도 잘 몰라. 어쨌든 지금 당장은 위협적이지 않으니까 일단 내버려 두자.”

“네. 이렇게 귀여운 녀석들을 어떻게 죽여요. 와…. 아까와는 완전 천지 차이네요. 넌 이름이 뭐니? 언니랑 같이 놀까?”

정아름이 같이 놀자는 뜻으로 손을 내밀자 미니 검치호는 금방 그녀의 손에 머리를 치대며 친근함을 표시했다.

그런 미니 검치호를 스윽 훑어본 김서준이 피식 웃으며 한마디 했다.

“그 녀석 수컷이다. 그러니 언니 아니고, 누나.”

“어머! 이렇게 예쁜데 수컷이었어요? 토실토실한 것 좀 봐. 이름도 있어요?”

“그딴게 있겠냐?”

사실 이름이 없지는 않았다.

미니 오우거도, 이 작은 검치호도 ‘오토마톤 TTS 어쩌구’라는 이름이 있긴 했으니까.

“그럼 제가 이름 지어줘도 되죠?”

“마음대로 해.”

“어디보자…. 요 녀석은 생긴게 꼭 검치호랑 닮았으니까, 치호! 어때요? 귀여운 외모랑 딱 어울리죠?”

정아름의 작명실력도 김서준만큼이나 엉망이었다.

하지만 자기가 좋다는데 어찌 뭐라 할 수 있을까.

“저기, 저 꼬맹이 오우거는…. 어? 쟤는 지금 뭐해요? 뭘 저렇게 열심히 만들지?”

정아름은 미니 오우거를 보고는 신기해 했다.

검지 손가락 크기밖에 안되는 오우거가 어디서 난 건지 모를 망치로 쇳조각을 두드리는 모습이 생각보다 진지했던 탓에 괜히 관심이 갔다.

잠시 후, 미니 오우거는 엄지 손톱 크기의 투구 하나를 척하니 만들어서는 그걸 머리에 뒤집어 썼다. 그리고는 투구를 손으로 툭툭 치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정아름은 그런 미니 오우거한테 달려가 녀석을 바로 낚아채서는 다시 김서준에게 돌아왔다.

“얘는 우기! 이름 예쁘죠?”

“우기? 하하…. 그거 혹시 욱이라고 하려다가 기역자 뒤로 빼서 지은 거냐?”

“에이, 설마요. 아무리 몬스터라도 이름을 그렇게 대충 지으면 안되죠. 오우거니까 우건이라고 지으려다가 그건 너무 남자 이름 같아서 우기로 바꾼 거라고요.”

정아름의 대답에 김서준은 ‘이거나 그거나’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아공간에 넣어두었던 물건 하나를 밖으로 꺼내놨다.

“우긴지 우건인지 그놈은 내버려 두고 이리와서 이거나 받아.”

“그게 뭔대요?”

이제 우기가 된 미니 오우거를 바닥에 내려놓은 정아름은 김서준이 꺼내든 길죽한 원통형 유리관을 바라봤다.

“이거? 아까 말한 보상.”

“이게 보상이라고요? 그냥 돌멩이잖아요?”

유리관 안에는 총 다섯 개의 주먹한 크기의 돌멩이가 들어있었다.

그중 네 개에는 알아볼 수 없는 형태의 깨알 같은 글씨가 잔뜩 새겨져 있었고, 딱 하나만 아무 것도 없는 민자 돌멩이였다.

김서준은 뚜껑 따듯이 유리관 상단부을 돌려서 연다음, 안에 든 돌멩이를 전부 꺼냈다.

“자. 약속대로 보상을 먼저 선택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마. 먼저 골라.”

“정말요?”

정아름은 아까 김서준이 하자고 한 내기가 농담인줄 알았는데, 정말 우선 선택권을 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몬스터 사냥은 네가 이겼고,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니까.”

“그럼 이 돌멩이들이 뭔지 먼저 살펴보고 정해도 되요?”

“마음대로.”

김서준은 다섯 개의 돌멩이를 바닥에 내려놨다.

정아름이 다섯 개의 돌멩이를 살펴보는데 걸린 시간은 약 1분.

김서준처럼 심안의 신비가 있는게 아니고서는 아티팩트의 정보를 자세히 알 수가 없다.

기껏해봐야 아티팩트가 지닌 이름과 능력에 대한 간략한 설명 정도가 다였다.

그래서 정아름은 너무도 간단한 정보밖에 알 수가 없었고, 그 정보만 가지고 선택을 해야 했다.

“저는 이거요.”

정아름의 선택은 2분이나 더 지나서야 이루어졌다.

그녀가 집어든 것은 황금빛이 은은하게 도는 돌멩이였다.

“하나 더.”

“제가 또요?”

“응. 내가 마석을 하나 미리 챙긴게 있거든? 그러니까 너한텐 아직 두 번의 선택권이 더 있는 거지.”

“너무 퍼주는 거 아니에요?”

“잔말 말고 얼른 선택이나 해.”

“음…. 그럼 이거랑, 이거.”

정아름도 우선 선택권을 갖게된 것이 마음에 드는지 예의상 거절도 없이 바로 두 개의 돌멩이를 선택했다.

정아름이 세 개를 가졌고, 김서준은 남은 두 개를 가졌다.

‘왜 이걸 고르지 않았지?’

김서준은 아무 것도 새겨져 있지 않은 회색빛 돌멩이를 내려다 봤다.

[스킬 메이커]

-특수 능력에 노출시켜 스킬을 새길 수 있는 인챈트석이다.

-최대 마력: 500

회색 돌멩이에 감춰진 정확한 정보는 이것이었다.

하지만, 정아름이 볼 수 있는 건 ‘인챈트석이다.’라는 정보 뿐.

그것만으로도 이 회색 돌멩이가 상당히 중요한 아티팩트라는 건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을 텐데 정아름은 이걸 선택하지 않았다.

“제가 그걸 고르지 않아서 이상해요?”

정아름이 김서준의 속마음을 귀신처럼 알아차렸다.

“이게 뭔지 너도 대충은 알텐데?”

“알죠. 그거 인챈트석이잖아요. 엄청 보기 드문 물건이기도 하죠.”

“그런데 왜….?”

“제 손이 인챈트석 쪽으로 움직일 때마다 오빠 눈동자가 확확 커지는게 빤히 보이는데 어떻게 그걸 골라요?”

“그럼 나 때문에 일부러 안 골랐다고?”

“대신 A급 스킬석 두 개랑 B급 스킬석 하나를 가졌잖아요. 그럼 됐죠, 뭐. 헤헷.”

아무것도 새겨져 있지 않은 회색빛 돌멩이를 뺀 나머지 네 개는 모두 스킬석이었다.

스킬석을 쥐고 마력을 끌어올려 ‘먹는다’는 생각을 하게되면 스킬석에 새겨져 있는 스킬을 흡수하여 내가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네 개의 스킬석에는 이런 스킬들이 새겨져 있었다.

[메탈스킨(A)]

[절대방어(A)]

[마석스캔(B)]

[격발(B)]

이중에서 위에 있는 세 가지를 정아름이 챙겨갔다.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스킬석들은 김서준이 초거대 오우거와 전투할 때 사용했던 신비와 무공, 그리고 특수능력에 노출되면서 스킬석으로 변한 것이다.

원래는 다섯 개 돌멩이 모두 스킬 메이커로 스킬이 새겨지기 전의 상태였었다.

메탈스킨은 쇠속성의 강철피부 능력에서 기인한 스킬이었고, 절대방어는 염동장막에서, 마석스캔은 심안에서, 그리고 격발은 화속성의 화염분사 능력에 노출되면서 자동으로 스킬 메이커에 새겨진 스킬이었다

때문에 김서준은 정아름에게 아무렇지 않게 우선 선택권을 세 번이나 넘겨줄 수 있었던 것이었다.

“너도 나중에 이거 안 골랐다고 후회하기 없다?”

“네네.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정아름의 시원한 답변에 김서준은 피식 웃고는 스킬 메이커와 격발 스킬석을 아공간에 넣어버렸다.

두 사람이 그러는 동안 미니 오우거 우기가 치호의 등에 올라타서

마치 로데오 경기하듯 펄쩍거리며 뛰고 있었다.

그러다 치호가 높게 점프했다가 착지하며 몸을 크게 비틀자 뚱뚱한 체구의 우기는 더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치호는 자신이 이겼다며 폴짝대며 기쁨을 만끽했고, 우기는 투구를 벗어 바닥에 내던지며 콧김을 쉭쉭 내뿜었다.

너무나도 작은 놈들이 자기들끼리 노는 모습을 지켜보던 정아름은 둘 앞에 쪼그려 앉아 손을 내밀었다.

“우기야, 치호야. 너희들 나랑 같이 안갈래? 같이 가면 매일 재밌게 놀아줄게.”

그녀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걸까?

우기와 치호가 쪼르르 달려가더니 정아름의 손 위로 뛰어올랐다. 그걸 본 김서준이 급히 말리려 했다.

이 작은 오토마톤들이 정아름의 접촉 패널티에 당해 반으로 쪼개질까봐서였다.

그런데,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치호는 벌써 정아름의 팔을 타고 올라가 어깨에 엎드려 목을 비벼대고 있었고, 우기는 손바닥 위에 털썩 주저앉아 방금 내던진 투구를 다시 손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김서준이 잠시 어이없어 하자, 정아름이 베시시 웃으며 말했다.

“제 패널티가 신기하게 사람들한테만 적용이 되더라고요.”

“하, 거 참…. 사람만 차별하는 패널티라니. 정말 지랄맞네, 지랄맞아.”

“그러게요. 사람들과도 이렇게 편하게 부대끼며 살고 싶은데….”

갑자기 정아름의 표정에 그늘이 드리워지자 김서준은 시원하게 웃어보이며 정아름의 어깨를 툭 쳤다.

“이렇게 부대껴주면 되냐?”

김서준의 손이 어깨에 닿는 순간,

촤앙

무조건 반사로 정아름의 검이 뽑혀졌다. 하지만,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김서준은 이미 검의 궤적에서 벗어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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