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133화 (133/153)

133

집안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했다.

아들이 제 힘으로 힘겹게 마련한 새 집이 하루도 안돼 박살이 나기 시작하자 백연지의 얼굴은 완전 울상이 되어버렸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본 김서준은 더욱 분노했다.

그 사이 거실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난입한 원피스 여인이 눈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신비를 발동시켰다.

부우욱

그녀의 신비는 육체 강화.

작고 여린 체구였던 원피스 여인은 신비를 발동하자마자 헬창 저리가라 할 정도의 체격으로 변했다.

원피스는 신기하게도 찢겨지지 않았고, 타이트한 수영복처럼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이 되고 말았다.

그 상태에서 조미령을 주먹으로 날려버리고, 쇼파 두 개를 박살내며 구두에게 달려들었다.

그때, 구두도 눈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원피스의 머리를 가리켰다. 순간, 원피스의 코앞에 검은 구체가 생겨나더니 반경 50센티의 공간을 단숨에 삼켜버렸다.

원피스는 간신히 그 구체를 피했지만,

콰득

왼쪽 어깨 일부가 구체에 먹히고 말았다.

“크윽!”

그대로 바닥을 구르며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인 그녀는 다시 구두 쪽으로 달려들었다.

“죽어!”

원피스가 소리를 내지르며 허공에서 몸을 휘돌려 구두를 향해 강력한 뒤돌려 차기를 날렸다.

꽈아앙!

구두는 그 공격을 막아내긴 했지만, 너무도 강력한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전실 벽을 뚫고 5미터나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구두는 또 다시 신비를 발동시켰다. 이번에 구두가 손으로 가리킨 방향은 바로 김서준과 백연지 쪽이었다.

이를 본 원피스가 크게 놀라며 김서준을 향해 몸을 날렸다.

“피해!”

그녀는 자신의 몸을 날려 김서준과 백연지를 한꺼번에 끌어안으며 몸을 굴렸다. 그 순간,

콰득

방금 김서준이 서 있던 장소에 검은 구체가 나타났고, 구체는 어느새 원피스의 옆구리를 한움큼이나 뜯어먹었다.

“크윽!”

원피스가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다 죽여버리겠어!”

구두가 벌떡 일어서더니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내며 악독한 얼굴로 소리쳤다.

그녀는 눈을 부릅떴고 손으로 김서준을 가리켰다. 그때,

피슛

김서준이 감쪽같이 사라지더니, 어느새 구두의 코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우드득

구두의 손목을 가차없이 꺾어 버렸다.

“아악!”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김서준은 차갑게 굳은 얼굴로 진각을 쿵 밟았다.

구두의 발을 납작하게 짜부시켜 기동성을 없어버린 뒤, 엄청난 속도로 몸을 뒤틀어 철산고를 펼쳐냈다.

퍼엉!

김서준의 등과 어깨에 몸통을 강타당한 구두는,

“커억!”

비명을 지르며 입에서 피를 뿌렸고,

콰과과과광

집안 물건들을 죄다 박살내며 10여미터나 날아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 상황을 한켠에서 지켜보던 조미령.

그녀는 상황이 불리함을 깨닫고 그대로 도주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서준이 빨랐다.

김서준은 비뢰신보를 펼쳐 순식간에 조미령의 등 뒤를 잡았고, 그녀의 옷깃을 살짝 잡자마자 팔극철산고의 반위를 시전했다.

휘웅

찰나의 순간에 김서준과 위치가 뒤바뀐 조미령은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분명 박살난 통유리창 쪽을 보고 달렸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주방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뻐어엉-

그녀의 등허리로 김서준의 붕격쌍장이 때려박혔다.

“크악!”

비명성이 터졌고,

쿠당탕탕

조미령은 구두와 같은 방향으로 튕겨져 바닥 위로 거칠게 내팽게쳐졌다.

조미령과 구두는 둘 다 게거품을 물고 기절해 버렸다.

김서준은 자신과 어머니를 구하려다가 큰 상처를 입은 원피스를 부축했다.

“괜찮습니까?”

“아윽! 크…. 뭐 이 정도로 죽을 것 같진 않은데…. 그보다, 너. 신입 예거 아니었….웁!”

원피스가 뭐라고 말하려 할 때 김서준이 급히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

“네. 맞습니다. 저 헌경국 예비 헌경이에요.”

헌경국은 헌터 경찰국을 말하며, 매년 2백명에 달하는 헌터 경찰을 뽑아 4년간 전문적인 교육을 진행한다.

김서준은 자신이 헌경국 예비 헌경이 되었다고 백연지에게 말했고, 원피스가 이상한 소리를 못하게 눈짓을 줬다.

그 눈짓에 뭔가를 깨달은 원피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품에서 포션을 꺼내 일부는 상처에 붓고 나머진 자신이 머셔버렸다.

“후아…. 이제야 살겠네. 그나저나 내가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래서 누구신데요?”

김서준은 팔짱을 끼고 원피스를 노려봤다.

하지만 김서준은 이미 이 원피스 여인이 적이 아니라 정부의 요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조미령과 구두 여인을 기절시킨 즉시 김서준은 심안을 발동시켰고, 세 여인의 정보를 빠르게 확인한 뒤였다.

조미령의 마력은 청색을 지닌 평마력이었고, 붉은 구두 여인은 검은빛의 흑마력의 소유자였다.

반면, 원피스 여인은 백마력을 지닌데다가 손가락에 특이하게 생긴 반지 하나를 끼고 있었다.

그 반지는 예거의 기프트와 연동되어 정보를 주고받거나 비밀리에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유령의 ‘팬텀링’이었다.

대외적으로 대한민국 최강의 비밀 헌터 조직으로 알려져 있는 ‘유령’.

그곳의 공식명칭은 대한민국 헌터 감찰국으로, 줄여서 헌감국으로도 불리워지고 있었다.

원피스가 팬텀링을 끼고 있다는 건 그녀가 유령의 요원이라는 뜻이었으며, 백마력까지 지니고 있었으니 김서준은 그녀를 어느 정도 믿을 수 있었다.

“최다미. 헌감국 유령 49호다.”

“유령이 저희 집에는 무슨 일이죠?”

“그러게. 나도 그게 참 궁금하구나. 국장님 지시로 가사도우미 일을 하면서 김서준이라는 학생과 그 가족을 보호하라고 해서 왔는데, 집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이 일이 터진 거거든.”

“국장님? 헌터 감찰국 국장님이요?”

“그럼 니네 국장님이겠냐?”

“아….”

김서준은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김서준이 살펴본 예거의 비밀 정보 중에는 예거의 국장 장범수와 유령의 국장 이상철이 절친한 친구 사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장범수 국장과 이상철 국장.

이 둘은 치열한 경쟁관계이면서도 필요할 때엔 언제든지 서로를 돕기도 하는 희한한 관계였다.

아마도 김서준이 가사도우미를 구한다는 사실이 예거의 정보망에 걸려들었을 것이고, 이를 안 이채윤이 몰래 장범수 국장에게 이 사실을 알린게 분명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장범수는 직접 나서기엔 눈치가 보이니 절친인 이상철 국장에게 연락해 비밀리에 김서준과 가족을 보호해 달라는 부탁을 했으리라.

‘가사도우미 두 번 구했다간 집안 거덜나겠네.’

김서준은 한숨을 푹 쉬고는 백연지에게 최다미 요원을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백연지는 경찰이나 응급차 부르지 않아도 되냐고 물었지만 최다미가 자신의 요원 신분증을 보여주며 걱정말라고 안심시켰다.

“그런데 최다미 요원님.”

김서준이 기절한 두 여인에게 다가가며 최다미를 불렀다.

“왜?”

“저거 다 보상 해주시는 거죠?”

김서준은 박살난 거실 통유리와 전실, 그리고 부서진 가구들을 아련한 눈길로 훑어봤다.

“뭐? 아니, 내가 부순건 유리창 밖에 없는….”

당황해서 황급히 변명을 하려던 최다미는 김서준이 바닥에 떨어진 붉은 구두 여인의 검을 뚜둑 부러뜨리는 걸 보고는 말을 멈췄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말했다.

“암. 보상해 줘야지. 국장님한테 말해서 확실하게 고쳐 줄게. 가구도 다 바꿔주고. 하하하.”

“감사합니다. 최대한 빨리 부탁드릴게요.”

김서준도 그제야 방긋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기절해 있는 두 여인의 목덜미를 턱 거머쥔 채 짐짝처럼 집어들고는 어딘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잠시 아래에 내려가서 상황좀 알아보고 올 테니 기다려요.”

“그 여자들은 어떻게 하려고?”

“어떡하긴요. 죄값을 치르게 해 줘야죠.”

김서준은 차갑게 대답하고는 집 지하에 준비해 놓은 자신만의 공간으로 향했다.

***

이 집의 지하엔 100평 넓이의 거대한 수련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수련장은 추가 공사를 진행해서 1미터 두께의 보호벽이 덧대어졌고, 방음 효과도 확실해서 여기서 아무리 큰 소란을 피워도 밖에선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게끔 만들어졌다.

그런 수련장 한쪽엔 공용 샤워실이 있었고, 김서준은 지금 그곳으로 두 여인을 끌고 들어가 바닥에 내동댕이 쳐버린 상태였다.

김서준은 아공간에 늘 가지고 다니는 밧줄을 꺼내 두 여인의 팔과 다리를 묶어 샤워실 벽에 기대놨다.

그리고 우선 조미령의 품을 뒤져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을 밖으로 꺼내놨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물건 하나가 조미령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노란색 액체가 들어있는 주사기 하나.

향을 맡아보니 그건 조미령이 피로회복제라며 백연지에게 먹였던 환마충의 체액과 동일한 액체였다.

‘도대체 누가 나와 내 가족을 이런 더러운 물건으로 해치려 한 거지?’

언뜻 예상이 가는 인물이 하나 있긴 했다.

하지만 그 자가 이제와서 갑자기 이렇게 나선다는 건 왠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김서준은 다음으로 붉은 구두 여인의 몸을 뒤졌다.

그녀의 몸에서는 별다른 것이 나오지 않았다.

아예 작정하고 김서준을 노렸는지 신분증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김서준은 정신을 잃은 두 여인 앞에 쪼그려 앉아 있다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어차피 좋게 말해서는 사실을 말하지 않겠지.’

이런 류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쉽사리 입을 열지 않는다.

끔찍한 고문을 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답을 듣기 힘든 상황.

김서준은 이를 알기에 괜한 수고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 편이 이들을 위해서도 차라리 나으리라.

짜악

김서준은 따귀를 날려 두 여인을 깨웠다.

“으음….”

“으….”

둘 다 정신이 들었지만 고통이 밀려오자 신음을 흘렸다.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살피는 두 여인.

그러다 김서준을 발견하고는 흠칫 놀라했다.

“이, 이게 뭐하는 짓이야!”

“당장 안풀어?”

두 여인 모두 손발이 묶여 있다는 사실에 몸을 마구 뒤흔들었다. 하지만 김서준이 묶은 밧줄은 마력을 실려있는 그녀들의 몸부림에도 전혀 끄떡이 없었다.

“우리 쉽게 쉽게 갑시다. 협조를 잘하면 혹시 알아요? 내가 곱게 돌려보내 줄지.”

“닥쳐! 난 아무 것도 말하지 않겠다!”

붉은 구두 여인이 이를 꽈 깨물며 고개를 팩 돌렸다.

“이것부터 풀어주고 편하게 대화하는게 어때, 동생?”

조미령은 그래도 김서준과 몇 번 대화했다고 은근히 추파를 던지며 이 상황을 모면해 보려 했다.

두 여인의 반응에 김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차피 다 말하게 될텐데 꼭 이러더라.”

작게 중얼거린 김서준은 조미령을 똑바로 바라보고는 던지듯 한마디 내뱉었다.

“파륜환.”

지이잉

김서준의 왼쪽 눈동자에 세 개의 물방울 문양이 떠오르더니 한바퀴 돌아가며 상단에 흰색 물방울이 위치했다.

조미령은 자기도 모르게 김서준의 눈을 마주했고, 그 즉시 눈빛이 탁 풀리며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간 듯 축 늘어졌다.

파륜환의 최면 스킬에 당한 조미령은 입까지 반즘 연 상태로 멍하니 김서준을 바라봤다.

“이름은?”

“조….미령.”

“나이.”

“서른 한 살.”

“소속은?”

“스캐빈저 SRV-09섹터.”

최면 스킬의 효과는 과연 탁월했다.

“이곳에 온 목적은 뭐지?”

“의뢰를 받았다. 제3 헌터 아카데미 1학년 생 김서준의 집에 가사도우미로 들어가 기회를 봐서 김주혁의 부인에게 환마충의 체액을 먹이고, 정신이 없는 틈을 타서 김서준과 김주혁에게 환마충의 체액이 담긴 주사를 놓는 의뢰다. 그리고 반항하면 죽여도 좋다고 했다.”

막힘없이 흘러나오는 대답.

그 이야기를 들은 김서준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이를 뿌드득 갈았다.

“의뢰인은?”

분노를 꾹 누르며 묻는 말에 조미령은 고개를 저었다.

“모른다. 내가 아는 건, 의뢰인은 김서준이 자신의 아들과 똑같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기를 원한다는 것 뿐이다.”

“역시 그 자였군.”

이 정도면 의뢰인이 누군지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다.

‘고태환.’

현무 길드의 부길드장이자 동급생이었던 고한석의 아버지.

고한석은 예전의 김서준을 끔찍하게 괴롭힌 것도 모자라 아예 스캐빈저까지 고용해 귀화의 즙에 중독시키려고 했었다.

그러나 오히려 김서준의 역습에 당해 스스로 약쟁이가 되어 헌경국에 끌려가고 말았다.

안그래도 고한석의 아버지인 고태환이 이일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너무 잠잠해서 복수를 포기했나 싶었다.

하지만 역시나 이런 류의 인간이 복수를 포기할 리가 없었다.

고태환은 김서준을 여전히 감시 중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그러다 김서준의 집안에 행운이 찾아들고, 급기야 최고급 주택으로 집을 옮기며 가사도우미까지 두려고 하자 더 참지 못하고 일을 벌인 것이 분명했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죽이려고 한 고태환을 생각하니 더욱 이가 갈렸다.

이번엔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 의뢰를 받아들인 이 조미령이라는 여인을 포함해서.

“그동안 몇이나 죽였지?”

“열 둘까지 기억한다. 그 뒤부터는 세지 않았다.”

“하….”

조미령이 지금껏 살해한 사람 수는 최소가 열 두명이었다.

“누군가를 죽이고 나서 후회한 적은?”

“왜…. 후회해야 하지? 그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조미령의 대답은 결코 김서준이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이것이 평소 조미령의 생각인 것이고, 그녀가 살아온 인생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렇군. 덕분에 내 마음이 가벼워졌다.”

김서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아까 거실에서 부러뜨렸던 검 조각 하나를 손에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콱!

그대로 조미령의 가슴에 검 조각을 박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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