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135화 (135/153)

135

최다미는 김서준의 제안을 쉽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유령에서도 가장 아래 등급의 요원이었고, 남편이 죽고 없는 지금은 언제 방출되어도 이상할게 없었다.

그나마 남편이 작전 중 전사했기에 지금까지 방출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마음은 김서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그녀에겐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존재가 있었기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나한텐 열 다섯 살이 된 딸이 하나 있단다. 그 아이를 혼자 두고 너희 집으로 들어가는 건 도저히….”

“같이 들어오면 되죠. 저희 집…. 빈방 많습니다. 1층은 자유롭게 사용하셔도 돼요.”

김서준의 파격적인 제안에 최다미는 또한번 놀랐다.

“그래도 괜찮겠어?”

최다미는 김서준의 제안에 거의 넘어왔다.

더 이상 위험한 유령의 임무에 투입되지 않아도 되고, 딸을 가까운 곳에서 보살필수도 있으며, 유령의 국장이 맡긴 임무에도 최선을 다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제안은 없었다.

사실 그녀는 자진해서 유령을 그만두려고 했었다.

다른 유령 요원들에게 눈치도 보이고, 그렇다고 딸을 혼자 두고 위험한 임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도 없었다.

문제는 유령을 그만두었을 때, 앞으로의 생활을 어떻게 영위해 가느냐였다.

남편이 작전 중 사망했기 때문에 국가유공자의 대우를 받아 상당한 금액을 받고 있지만, 딸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게 해주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지금껏 유령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너, 진심이구나?”

“이제 아셨어요? 저 완전 진심입니다.”

“하…. 재밌는 학생이네.”

“그럼 허락하시는 거죠?”

“그래. 네 말대로 한번 해보자. 유령에서 부업한다고 쫓겨나면 서준 학생이 고용해 주겠지, 뭐.”

“당연하죠. 그러니 집에 어머니와 함께 계시면서 여러가지로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서준은 최다미를 향해 허리까지 숙이며 부탁의 말을 전했다.

“부탁은 무슨. 내가 당연히 해야할 일이지. 그럼 앞으로는 서준 학생도 편하게 이모라고 부르렴. 어머니 힘드시지 않게 집안 일도 최선을 다해 도와드릴게.”

“감사합니다. 이모.”

김서준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자 최다미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럼 언제 들어오시겠어요?”

“토요일이 좋겠다. 안그래도 조만간 집을 옮기려고 했는데, 잘됐구나.”

“자가로 살고 계신 거 아니었어요?”

“이왕이면 좋은 집 구하려고 지금까지 쭉 버티고 있었지.”

“이런…. 제가 이모님 계획을 틀어지게 한 건가요?”

“아니. 오히려 좋은걸? 2, 3년만 더 모으면 서준 학생 집만큼 좋은 집을 살 수 있게 됐으니까.”

“아…. 다행입니다.”

이야기를 대충 마친 두 사람은 다시 백연지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쇼파에 앉아 있는 백연지가 뭔가를 가지고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김서준은 백연지와 놀고 있는 두 생명체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그건 배낭 주머니에 넣어둔 우기와 치호였다.

언제 주머니 밖으로 기어나왔는지 백연지의 눈에 띄어 이 상황이 만들어진 듯했다.

“아들. 얘네 너무 귀엽다. 어디서 샀어? 요즘 애완동물과 똑 같은 로봇들이 개발되었다더니, 얘네도 그런 거야?”

백연지는 우기와 치호가 몬스터일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고있지 않았다.

“어? 하하. 역시 우리 여사님, 눈썰미 좋으시네. 그거 가이아닉스에서 이번에 개발한 애완로봇 시제품이야. 정부에 사용 허가 받으려고 테스트를 부탁했는데, 내가 테스터로 지정됐더라고.”

“역시 그렇지? 근데 정말 귀엽구나, 이 녀석들. 이름은 있어?”

“이름은 내가 벌써 붙여뒀지. 작고 뚱뚱한 녀석은 우기, 털 복슬복슬한 녀석은 치호. 외우기 쉽지?”

“우기, 치호? 좀 생뚱맞긴 하지만 나쁘진 않구나. 그래, 요원님하고는 이야기 다 끝났고?”

백연지는 우기와 치호 덕분에 빠르게 충격에서 벗어난 듯 보였다.

이사한 첫날에 벌어진 일이라 더욱 놀랐을텐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응. 얘기 잘 했어. 토요일부터 요원님 우리 집에 들어와서 함께 지내기로 했는데, 괜찮지?”

김서준은 백연지에게 최다미와 딸이 함께 들어와 살게 되었으며, 집안 일도 함께 도와줄 거라고 설명해 주었다.

처음엔 정부 요원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안된다고 하다가 최다미가 몇 번이나 괜찮다고, 자기가 꼭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런다고 말한 이후에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백연지도 이 커다란 집에 달랑 세 식구만 살려니 안그래도 외로울 것 같았다며 최다미와 딸의 입주를 굉장히 반겨주었다.

그렇게 상황이 마무리 되었을 때쯤, 이 집의 가장인 김주혁이 돌아왔다.

그는 굉장히 어수선한 집안 분위기와 낯선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고는 바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대충 눈치를 챘다.

그래서 백연지가 늦은 저녁을 챙기는 동안 김서준, 최다미와 함께 오늘 벌어진 사건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를 나눴다.

김주혁은 굉장히 분노했다.

도대체 정부는 뭘 하고 있길래 아카데미의 어린 학생이 이런 범죄의 표적이 되어야 하냐며 최다미에게 따져 물었다.

당장 모든 인맥을 동원해 암살자를 고용한 배후를 캐서 직접 응징을 가하겠다고 하는 걸 최다미와 김서준이 간신히 말렸다.

어렵게 이성을 되찾은 김주혁.

다행히 가족 중에선 다친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한 김주혁은 그제야 흥분을 가라앉히고 김서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김서준이 두 침입자를 따로 데려가 상황을 파악하려다가 둘 모두를 놓쳤다는 부분에서 김주혁은 또 발끈했다.

어린 학생이 범죄자를 붙잡아 직접 심문까지 해야 하냐며 또 정부를 마구 욕했다.

김서준이 최다미가 부상을 당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을 알려주고 나서야 화를 거둬들였다. 대신 김서준에게 조용히 주의를 주었다.

만약 그런 일이 또 발생할 경우엔 범죄자의 편의 같은 건 절대 봐줘선 안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사건과는 별개로, 최다미와 딸이 토요일에 이 집에 들어와 함께 지내기로 했다는 내용에 대해선 무척이나 반기는 입장이었다.

김주혁도 이 커다란 집에 세 식구만 사는 것보다는 몇 명이라도 더 있는게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제가 국장님께 말씀 드려서 집 주변에 대한 경계라도 강화시켜 달라고 해 보겠습니다.”

“아니요. 그러시지 않아도 됩니다.”

김서준은 최다미의 제안을 거절하고는 아버지 김주혁을 바라봤다.

“아버지. 우리 집 보호 시스템은 저한테 맡겨주시겠어요?”

“네가? 사설 경호업체라도 쓰려고?”

김주혁은 김서준이 예거의 행정 요원이 된 것으로 알고 있었고, 예거 요원의 월급이 상상 이상으로 높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래서 김서준이 사설 경호업체를 쓰는 비용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서준이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경호는 최다미 요원님 만으로도 충분해요. 대신, 최첨단 무인 경비 시스템을 적용시켜서 좀 더 완벽을 기할 겁니다 .”

“무인 경비 시스템?”

“아무튼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맡겨만 주세요.”

“흠. 알았다. 자신이 있는 모양이니 얼마든지 해 보거라.”

김주혁은 아들을 믿었기에 별 다른 이견 없이 허락해 주었다. 그 모습을 본 최다미는 꽤나 신기해 했다.

아직 스물도 안된 어린 아들에게 집안의 안전을 유지하는 일을 모두 맡겨버리다니.

아들은 자신감이 대단히 컸고, 아버진 그런 아들에 대한 신뢰가 상당해 보였다.

그러는 사이 저녁이 준비되었다.

최다미와 다른 작업 요원들까지 포함해 8명이나 되는 사람이 식탁에 둘러앉아 맛있게 식사를 마쳤고, 밤 9시가 넘어서야 모두 돌아갔다.

부서졌던 거실 통유리와 각종 가구들은 모조리 새것으로 교체가 끝났다.

게다가 이번에 새로 설치된 통유리는 방탄기능까지 추가되어 있어서 전처럼 쉽게 부서지지 않을 것 같았다.

김서준은 아버지에게도 우기와 치호를 인사시켰다.

김주혁은 헌터답게 이 두 마리 깜찍이들이 로봇 따위가 아님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래서 김서준은 아버지한테만 따로 사실을 말해주었다.

물론 우기와 치호가 오토마톤이라는 사실과 시공의 탑의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내용은 뺐다.

그저 균열 안에서 발견된 생명체로 위험성이 전혀 없으며, 인간 사회에 적응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당분간 김서준이 데리고 있기로 했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김주혁은 의심은 하면서도 김서준을 믿었기에 굳이 깊게 따져묻지는 않았다.

그렇게 긴 하루가 끝나고, 김서준은 드디어 3층에 마련된 자신만의 공간에 들어설 수 있었다.

3층은 웬만한 중산층 가정집 한채와 맞먹을 정도로 넓었다.

10평이 넘는 커다란 방이 두 개나 있고, 작은 방 두 개에 삼면이 거울과 창문으로만 된 큼직한 운동실도 하나 있었다.

이 3층에도 10평에 가까운 거실에 부엌이 모두 따로 존재했으며, 화장실만 해도 세 개나 된다.

‘와, 씨. 이 넓은 공간이 다 내꺼라니.’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김서준은 3층을 쭉 둘러보고는 두 개의 큰 방 중에서 창이 좀 더 많은 방을 자신의 방으로 삼았다.

킹사이즈의 침대에 누워보니 너무도 크고 편안했다.

눕기만 해도 잠이 솔솔 올것처럼 쿠션이 폭신했고, 침대 위에 누워 두어 바퀴를 굴러도 떨어질 일이 없었다.

이제야 새 집으로 이사왔구나 하는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하지만 잠시 들떴던 기분은 빠르게 가라앉았다.

‘고태환….’

새 집에 처음 온 날부터 자신과 어머니를 해치려 했던 자. 그리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용병에게 살해 의뢰를 한 다크디맨션까지.

이 둘을 생각하자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김서준은 당장이라도 고태환을 찾아가 그의 심장에 칼을 꽂아 버리고 싶었다.

고태환의 지시를 받은 조미령도, 다크디맨션의 의뢰를 받은 윤혜정도 모두 김서준과 가족을 죽일 생각으로 이곳을 찾아온 것이기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들을 죽일 수 있었다.

자신을 노린 건 십분 이해한다 쳐도, 가족까지 노린 건 절대 참을 수가 없었으니까.

‘내일 끝장을 내주지.’

김서준은 오늘 밤 안에 고태환을 끝장낼 계획을 세우고 내일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 먹었다.

잠시 머리를 식힌 김서준은 한쪽에 내려놓은 배낭에서 우기와 치호를 밖으로 꺼내주었다.

“너희 둘. 내 허락 없이는 절대 이 집 3층을 벗어나면 안된다. 내 말 이해했으면 고개 끄덕여 봐.”

김서준이 목소리에 내공을 실어 말하자 우기와 치호가 뭔가를 생각하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누구도 내 허락없이 이 집에 침입하려고 하면 너희들 마음대로 처리해도 좋아. 단, 내 가족하고 최다미 이모님은 제외. 알았지?”

끄덕. 끄덕.

다행히 우기와 치호는 김서준의 말귀를 알아듣고 있었다.

“너희들 배고프냐?”

김서준은 우기와 치호가 만들어진 오토마톤이기 때문에 따로 뭔가를 먹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안다.

그럼에도 일부러 이렇게 묻는 건 이 녀석들 스스로가 그걸 자각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치호는 고개를 저으며 배가 안고프다는 표현을 했지만, 우기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쿠익. 쿠이익!

이상한 소리까지 내며 먹을 걸 달라고 소리치는 우기.

그러자 옆에 있던 치호가 털이 복슬한 앞발로 우기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치호는 앞으로 고꾸라질뻔한 우기를 향해 이빨까지 드러내며 으르렁 댔는데, 그러자 우기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웃기는 녀석들이네.’

우기와 치호를 보고 있자면 무슨 콩트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니들끼리 놀고 있어라. 이 형은 할 일이 좀 있으니까.”

김서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침대 위에 앉아 아공간에 넣어뒀던 물건들을 꺼내놨다.

가장 먼저 꺼내 놓은 건 17개나 되는 마석이었다.

청홍의 오드 마석 1개, 인디고급 마석 2개, 블루급 마석 1개, 옐로우급 마석 2개에 오렌지급 마석 11개까지.

김서준은 침대 위에 가득 놓여진 마석들을 훑어보며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드 마석은 인간이 흡수할 수 있는게 아니니 열외로 친다해도 남은 마석들을 다 흡수한다면 마력수치를 거의 300까지는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걸리는게 하나 있었다.

‘내 마력이 지금 901이라 999 이상으로 마력이 올라가느냐가 관건인데.’

아직까지 마력수치가 999를 넘긴 각성자가 있다는 소문은 들은 적이 없다.

지금까지 김서준이 본 각성자 중 가장 높은 마력수치를 지닌 사람은 배창훈이었다.

한두호 회장의 마력도 914나 되어 엄청난 수치를 자랑하고 있었지만, 배창훈은 50%의 마력커버를 사용한 상태에서도 463이라는 높은 수치를 보여주었다.

때문에 그 수치를 역으로 계산할 경우, 배창훈의 마력수치는 926이 된다.

‘설마 그 수치가 마력커버 80%를 적용한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배창훈의 마력수치는 2300이 넘는다는 말이 되기 때문에 김서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능해.’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배창훈과 1대 1 대결을 벌였을 때 김서준이 승리하는 일은 절대 발생할 수가 없었다.

‘일단 인디고급 마석을 하나 먹어보고 결과가 어떤지 확인하는게 낫겠어.’

김서준은 가장 먼저, 윤혜정의 심장에서 찾아낸 인디고급 마석을 손에 쥐었다.

사람의 몸에서 나온 마석이라는 찜찜한 생각은 털어버리고 그대로 삼켜버린 김서준.

마석은 솜사탕처럼 녹아 달콤한 향을 내며 목구멍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김서준은 곧바로 태양신공을 끌어올리며 운기행공에 돌입했다.

마석의 최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운기행공을 거쳐야 했기 때문.

약간의 흐르자 마석이 지닌 마력이 모두 정제되어 흡수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지난 번에 심안의 신비를 각성했을 때와 유사하게 가슴부위가 무척이나 시원해지는 현상도 겪었다.

운기행공을 멈춘 김서준은 묘한 기대감을 가지고 자신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김서준]

-마력: 210[1051] / 내공: 189[946] / 제어: 500[500]

-신비: 역발산기개세(51%) / 태양신공(57%) / 염동력(25%) / 수라극섬(20%) / 심안(21%) / 천번구(11%) / 비뢰신보(14%)

-스킬: 파륜환(A) / 마력끊기(S)

*수라극섬의 숙련도가 2성을 달성하여 마력 5%, 내공 5%, 제어 5%가 영구적으로 증가합니다.

*제어 수치 500을 달성하여 스킬 ‘마력끊기’를 획득합니다. 제어 수치를 이용해 스킬의 위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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