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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이 천을 넘었어?’
깜짝 놀랄만한 사실이었다.
999에서 멈출거라고 생각했는데, 수치는 천을 훌쩍 넘어버렸다.
게다가 염동장막이 염동력으로 변경되었고, 마력끊기라는 새로운 스킬까지 생겨났다.
‘어우야…. 이게 다 뭐냐?’
정보창의 구성이 엄청 화려해졌다.
김서준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바뀐 내용을 하나씩 확인해 봤다.
‘먼저 염동력부터.’
[염동력]
-염동력으로 20미터 거리 내의 사물을 조작한다.
-염동력을 사용해 20미터 내의 목표를 방어막으로 둘러싼다.
-염동력으로 20미터 내의 목표를 우그러뜨린다.
-염동검을 날려 20미터 밖의 목표를 베어낸다.
-재사용 대기 시간: 10초
*유사 신비를 획득하게 되어 염동장막과 자동으로 합성되었습니다.
사기에 가까운 신비가 탄생했다.
염동장막일 때도 엄청난 신비였는데, 염동력으로 변화하면서 더욱 무서운 능력을 갖추게 됐다.
‘그 용병 여자의 마석을 흡수한게 이런식으로 도움이 되네.’
안그래도 윤혜정의 신비가 염동장막가 유사한 점이 많다 싶었는데, 역시나 시스템에서도 그걸 인지하고 ‘염동력’이라는 새로운 신비로 진화시킨 모양이었다.
이건 확실히 커다란 이득이었다.
‘다음은 수라극섬인가?’
수라극섬의 숙련도가 20%에 도달했으니 과연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확인하기로 했다.
[수라극섬]
-고도의 집중력으로 빛처럼 빠른 발도술을 펼쳐낸다.
-X자 형태의 소닉붐을 일으켜 목표를 빠르게 베어낸다.
-33%의 확률로 상대가 발동한 신비를 가른다.
-사거리: 20미터
‘허…. 이거 참.’
신비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자마자 헛웃음이 흘러 나왔다.
이젠 상대가 펼쳐낸 신비까지 베어내는 엄청난 검술이 생겼다.
안그래도 강력한 위력을 지닌 수라극섬에 적의 신비를 베어낼 수 있는 능력까지 추가되다니.
물론 33% 확률이라는 애매한 성공률이 살짝 걸리긴 했지만, 크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다.
세번 중 한번은 신비를 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능력이었다.
‘마력끊기 스킬은 뭐길래 S급이지?’
대충 어떤 스킬인지 감은 왔지만, 직접 확인해 보기 전에는 섯부르게 단정할 수 없었다.
김서준은 스킬 항목에 추가되어 있는 ‘마력끊기’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 봤다.
[마력끊기(S)]
-마력의 맥을 끊을 수 있다.
-유효 범위: 반경 10미터
“….!”
김서준의 눈이 확 커졌다.
마력의 맥을 끊는다.
이 문장이 의미하는 바를 김서준이 어찌 모르겠는가.
게다가 10미터나 되는 원거리에서도 사용이 가능했다.
‘설마 이런 스킬이 생길 것에 대비해 내가 마력의 흐름을 볼 수 있게 된 건가?’
마력끊기는 마력의 흐름을 볼 수 없으면 별 소용이 없는 스킬이었다.
사람의 맥을 짚으려면 혈의 위치와 흐름을 알아야 하듯, 마력의 맥을 끊기 위해서는 마력의 흐름을 볼 수 있어야 했다.
‘제어력에 이런 효과가 있었구나….’
마력이나 내공 수치에 이어 가장 끝자리에 떠 있는 제어력 수치는 지금까지 눈에 보이는 효과가 딱히 없었다.
그저 제어력이 높아지면 신비를 컨트롤 하는게 좀더 쉬워지겠구나 하는 생각만 있었을 뿐.
그런데, 이제야 제어력이 지닌 효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마력의 맥을 끊을 수 있으며, 제어력을 이용해 스킬의 위력까지 높이는 것도 가능해졌다.
스킬은 신비와 다르게 마력이 높다고 위력이 높아지지 않는다.
따라서 애초에 정해진 위력으로만 발동되기 때문에 신비보다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제어력을 사용해 스킬의 위력을 높일 수 있다고 정보창에 떡하니 새겨져 있으니 이 어찌 놀랍지 않을까.
‘한번 시험해 볼까?’
과연 어느 정도나 위력이 높아지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김서준은 스킬 하나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파륜환.”
시험용으로는 파륜환이 가장 적당했다.
김서준이 사용한 파륜환의 능력은 ‘투과’였다.
원래대로라면 투과 스킬을 사용할 경우, 유지가 가능한 시간은 단 5초.
김서준은 여기서 제어력을 사용했을때, 유지 시간이 달라지는를 알아봤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제어력 100을 소모했더니 1초가 늘어났고, 200을 소모하면 2초가 늘어났다.
‘최대 10초까지 투과 능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거네?’
이건 대단한 변화였다.
이런 식이라면 최면 능력도 5분 이상으로 유지하는게 가능하고, 모방을 유지하는 시간도 늘릴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점점 무서워지는데….’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스템 덕분에 무공을 신비로 각성시킬 수 있게 되었고, 능력적으로도 엄청난 성장을 이룰 수가 있었다.
그러다 만약, 이 시스템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기라도 한다면?
김서준은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멍하니 있을 병신 같은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시스템에 너무 의존하는 건 피해야겠어.’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은 하되, 그게 없더라도 별 문제가 없도록 무공 수련에도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었다.
‘내일부턴 무공 수련에 좀 더 박차를 가해보자고.”
그렇게 결심한 김서준은 지금 할 일부터 빨리 마무리 짓기로 했다.
‘그나저나 스킬석은 어떻게 한다?’
김서준은 아공간에서 ‘격발(B)’ 스킬석을 꺼내 놓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격발(B)]
-손가락을 튕겨 원하는 위치에 폭발을 일으킨다.
-폭발 위력: 100
-폭발 가능 거리: 10미터
다행히 스킬석 상태에서도 스킬의 정보를 확인할 수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활용도가 좋았다.
‘위력이 100이라는 건, 간신히 B급 마력 수준의 파괴력을 가졌다는 거겠지?’
각성자의 마력수치가 100이상 199이하일 경우 B급 각성자로 구분되니 당연한 예상이었다.
위력이 좀 약하다 뿐이지,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 원하는 위치에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건 굉장한 매리트였다.
‘제어력을 써서 위력을 높이면 사용에 큰 문제는 없겠네.’
하지만 스킬 자체가 지닌 등급이 B라는 점이 걸렸다.
‘A급만 됐어도 고민없이 스킬을 흡수하겠는데….’
이 격발 스킬은 싼값에 주면 맛있게 먹겠지만 굳이 비싼 돈 주면서까지 사먹고 싶지는 않은 음식과 비슷했다.
그러다 매우 좋은 아이디어가 반짝하고 떠올랐다.
‘유니온 코어로 스킬석 자체를 각성시키면 등급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왠지 가능할 것 같았다.
유니온 코어를 스킬석에 박으면 B급 스킬을 A급 정도로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김서준은 코어의 동면부터 끝내보기로 했다.
바로 유니온 코어를 꺼내든 김서준.
-동면 기간: [1691:54:17]
-동면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마석이 필요합니다.(0/70)
‘오렌지급 마석 한 개에 5일을 앞당길 수 있으니까 지금 마석이면 충분하겠어.’
김서준의 수중엔 오렌지급 마석 11개 외에도 마석이 꽤 많이 있기 때문에 동면기간 70일을 확 앞당기기엔 차고 넘쳤다.
‘일단 오렌지급 마석부터 하나씩…. 어?’
김서준은 유니온 코어에 오렌지급 마석을 가져다 대려다가 흠칫 놀랐다.
한쪽 구석에서 서로 엎치락 뒤치락하며 놀고 있던 우기와 치호가 어느새 침대 위로 올라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석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
치호는 혀를 길게 내밀고는 강아지처럼 헥헥 거렸고, 우기는 입을 반쯤 벌리고 침을 질질 흘렸다.
“뭐냐, 너희들? 마석 먹고 싶어서 그래?”
끄덕. 끄덕.
고개를 끄덕이는게 힘차기도 하다.
“이거 이 코어에 먹여야 하는 거라서 너희 못 줘.”
“끼이잉….”
김서준의 말에 치호는 꼬리와 귀까지 축 늘어뜨리며 한없이 실망한 표정을 지었고,
“흐허헝!”
우기는 뚱뚱한 몸으로 팔짱을 끼더니 머리를 팩 돌리며 삐친 척을 했다.
그 모습에 김서준은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 녀석들을 통해 시공의 탑에 대한 진실을 캐내려면 아무리 주인이 되었다고 해도 호감도를 높여 둘 필요가 있었다.
‘오렌지급 마석 두 개 정도는 쓰지 뭐.’
김서준은 피식 웃으며 양손에 하나씩 오렌지급 마석을 쥐고 우기와 치호에게 내밀었다.
“으이그. 알았다. 알았으니까, 이거 먹어.”
김서준이 내민 오렌지급 마석을 본 우기와 치호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단숨에 마석을 먹어치웠다. 그런데,
우우우우웅
마석을 먹은 두 녀석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다.
이상한 느낌에 심안을 발동시켜서 정보를 확인해 보니,
[113/엘리트]
[108/엘리트]
두 녀석 다 마력이 5씩 상승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탑 밖에서는 주인과 10미터 이상 떨어지면 생존력이 감소한다.
주인과 떨어져 있을 수 있는 거리가 10미터로 늘었다.
‘이것봐라?’
이 두 녀석이 자신과 떨어질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활용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김서준은 옳다구나 싶어 다시 두 개의 오렌지급 마석을 내밀었다.
“이것도 먹을래?”
말이 끝나자마자 우기와 치호는 마석을 낼름 삼켜버렸다.
[118/엘리트]
[113/엘리트]
-탑 밖에서는 주인과 20미터 이상 떨어지면 생존력이 감소한다.
마석 하나를 먹을 때마다 마력수치와 제한거리가 팍팍 늘어나니 꽤나 흥미로웠다.
하지만 김서준은 그 이상 마석을 내밀지 않았다.
‘일단은 여기까지하고 유니온 코어부터 해결하자.’
우기와 치호가 신나하는 것과는 별개로 우선 처리해야 할 일부터 해야했다.
김서준은 최소한의 마석을 사용해서 유니온 코어의 동면일을 줄이기 위해 계산을 해봤다.
‘오렌지급 마석 하나에 5일이 줄어드니까….’
오렌지급 마석은 7개가 남아있으니 35일을 줄일 수 있었고, 옐로우급 마석으로는 10일 정도 줄일 수 있다고 치면 최소 55일까지는 앞당길 수 있었다.
코어 동면일 앞당기자고 블루급 이상을 소비하는 건 솔직히 낭비였기에 옐로우급 까지만 사용하는 걸로 끝내기로 했다.
‘우선 옐로우급 마석으로 며칠이 줄어드는지부터 확인해 보고.’
김서준은 왼손에 유니온 코어를, 오른손에는 옐로우급 마석을 쥐었다.
그리고 두 손을 가까이 가져다 대자,
우우웅
오른 손의 옐로우급 마석이 코어 쪽으로 딸려가더니 찰싹 달라붙어 그대로 녹아들었다. 잠시 후.
-동면 기간: [1091:50:24]
-동면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마석이 필요합니다.(0/45)
“얼라?”
옐로우급 마석 한 개에 무려 25일이 줄어들었다.
생각도 못한 횡재였다.
김서준은 바로 두 번째 옐로우급 마석을 코어에 흡수시켰고, 남은 시간은 491시간으로 확 줄어들었다.
이제 20일하고 11시간 정도면 코어의 동면은 풀린다.
하지만 김서준에겐 아직 오렌지급 마석이 7개나 더 남아 있었다.
그대로 4개의 오렌지급 마석을 코어에게 먹이자 남은 시간은 정확히 11시간 47분이었다.
‘내일이면 코어를 사용할 수 있겠구나.’
이게 대체 뭐라고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남은 오렌지급 마석은 3개.
김서준은 그중 2개를 또 다시 우기와 치호에게 주었다.
그 덕에 우기는 마력 123이 되었고, 치호는 118까지 올랐다.
제한거리도 이젠 30미터로 늘었으니 앞으로 쓸모가 많을 것 같았다.
‘이제 남은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아무 스킬도 새겨져 있지 않은 스킬메이커에 어떤 스킬을 새기느냐였고, 우기의 투구에서 얻은 청홍의 오드마석을 어디에 사용하느냐를 정하는 거였다.
김서준은 자신이 각성한 신비들과 무공들을 쭈욱 훑어봤다.
그리고 이중 어떤 능력에 스킬메이커를 노출시켜야 가장 훌륭한 스킬을 탄생시킬 수 있을지를 가늠해봤다.
그러다 한가지 무공이 번쩍 떠올랐다.
‘양의분심공!’
다른 신비나 무공들보다 이 양의분심공을 기본으로 한 스킬이 있으면 굉장히 좋을 것 같았다.
‘결정했어!’
김서준은 스킬메이커에 노출시킬 무공으로 양의분심공을 택했다.
정좌를 하고 앉은 김서준.
양손으로 거머쥔 스킬메이커를 단전 앞에 두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양의분심공을 일으켜 정신을 두 개로 쪼갰다.
하나의 정신으로는 다크디맨션이라는 이름 높은 길드가 왜 자신을 죽이려고 암살자를 고용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다른 정신으로는 집에 설치할 무인 경비 시스템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고심했다.
그렇게 5분 여의 시간이 흘렀을 때, 김서준은 양의분심공을 중단하고 스킬메이커를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도 못한 결과에 흠칫 놀라고 말았다.
[분심강림(A)]
스킬메이커에 새겨진 스킬은 놀랍게도 A급 스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