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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143화 (14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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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환은 도무지 진정할 수가 없는지 넓은 거실을 계속해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스케빈저라고 해도, 조미령은 B급 헌터입니다. 그깟 어린애 하나 어쩌지 못하고 당했을 리가 없습니다.”

고태환을 향해 위로의 말을 건네는 사람은 A급 헌터인 박호민이었다.

“그깟 어린애? 하…. 자넨 지금 그 괴물 같은 자식을 어린애로 치부하겠다는 건가?”

고태환이 걸음을 멈추고 박호민을 노려봤다.

움찔한 박호민은 아차 싶었는지 급히 말을 돌렸다.

“크흐흠. 괴물은 괴물이죠. F급에 불과했던 녀석이 어떻게 단시간에 D급을 넘어 C급에 가깝게 성장했으니까요. 블루급 이상의 마석을 몇 십개씩 처먹는 엄청난 행운을 얻은게 안니고서야 어찌 이런 일이….”

“그러니까 내가 미치겠다는 거 아닌가! 뭔가가 있어. 뭔가 있는게 틀림 없는데, 도무지 그게 뭔지를 모르겠다는 거야. 자넨 아나? 내 귀한 자식이 마약 사범이 되어서 끔찍한 각성자 특수 감옥에 처박히는 걸 보는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말이야!”

“그, 그래서 제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와드리고 있는게 아닙니까? 부길드장님께 받은 은혜를 갚기엔 부족하겠지만 말입니다.”

박호민은 솔직히 고태환의 마음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손톱 밑의 때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그는 그저 예전에 고태환에게 진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쓸만한 스케빈저를 소개시켜 준 것이고,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사설 경호업체를 반값에 이용할 수 있게 호의를 베풀어준 것 뿐이다.

‘열 아홉살 짜리 학생이 그렇게 대담한 일을 벌인다는 것도 우습고, F급이 갑자기 C급이 됐다는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박호민은 립서비스를 해 주면서 속으로는 빨리 이 상황이 끝나기만 바라고 있었다.

“모든게 다 그 병신 같은 김주혁 때문이야. 기껏해야 D급짜리 쓰레기 각성자가 길드 창립맴버라며 거들먹 거리는게 어찌나 거슬렸는지 알기나 하나? 부길마인 나보다 길드원에게 더 존경받고 신임을 얻는게 말이 되냐고? 그게 바로 길드의 규율을 무너뜨리는 꼴이지않나!”

고태환의 분노는 더욱 커져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제 입으로 줄줄 내뱉고 있었다.

“규율을 무너뜨리는 놈을 길드의 부마스터로서 어찌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있겠나? 그래서 귀화의 즙을 장기복용 시키고 성장을 방해하는 약물까지 몰래 먹였지. 그래서 한 7, 8년은 조용했다고. 그런데…. 그런데!”

콰직!

고태환이 화를 참지 못하고 힘을 주자 손에 든 와인잔이 그대로 박살나고 말았다.

그럼에도 고태환의 손은 상처하나 없이 멀쩡했다.

“그런데, 이젠 놈의 아들새끼가 튀어나와 내 아들의 인생을 망친 것도 모자라 이 고태환의 앞길까지 가로막아? 이 때려 죽여도 시원찮을 놈들이, 감히!”

“아, 네….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그래도 곧 해결이 될 테니 이만 진정하시지요.”

박호민은 그저 형식적으로만 대답할 뿐이었다.

고태환이 이런식으로 자신의 걸림돌을 처리한 적이 한 두번도 아니기 때문에 그다지 놀라울 것도 없었다.

하필이면 고태환이라는 지독한 인간 앞에서 걸리적 거리다니.

이건 당한 놈들이 재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봐, 박 사장. 이번 일이 잘못되면 자네가 책임져야 할 것이야.”

“네?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조미령, 그 바람기만 잔뜩 든 년을 소개해 준 것도 자네고. 그년 하나면 김서준, 그 애새끼랑 그놈 애비까지 처리하는 일은 손바닥 뒤집기만큼이나 쉽다고 한 것도 자네이지 않나?”

“그건 맞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보고 모든 책임을 지라는 건 좀….”

“책임지기 싫으면 당장 결과를 가져오라고, 결과를! 내가 그놈들 때문에 잠도 못자고 이러고 있는 게 안쓰럽지도 않나!”

고태환이 짜증섞인 음성으로 소리를 친 그 순간이었다.

꽈아아앙!

거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정원에 갑자기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뚝 떨어져 내리며 커다란 굉음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

고태환의 경호원들은 한순간에 패닉에 빠졌다.

적이 하나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예상은 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적이 인간의 범주 내일 거라고 생각했지 인간이 아닌 존재일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침입자는 셋이었다.

가장 먼저 로브 사내가 정원의 중앙으로 뛰어내렸고, 곧이어 그의 몸에서 두 개의 작은 뭔가가 뛰어내려냈다.

그런데 그 작은 것들이 갑자기 거대한 몬스터로 변신하더니 무시무시한 포효를 내질렀다.

쿼허어어어엉-

크아아앙!

하나는 4미터가 넘는 오우거였고, 다른 하나는 중형견보다 살짝 큰 검치호였다.

놈들은 변신을 끝내자마자 사방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정원에 심어진 거목을 뽑아 던지는가 하면, 건물 벽을 타고 나는 듯이 달리면서 엄청난 치악력으로 근처에 있는 경호원들을 물어서 공중에 휙휙 내던져 버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로브의 사내는 거대한 메이스를 사용했는데, 움직임이 귀신처럼 빨라 아무도 사내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게다가 로브 사내는 일정 거리를 움직일 때마다 몸에서 벼락을 뿜어내어 경호원들을 무자비하게 튕겨내기까지 했다.

“허, 헌경국(헌터 경찰국)에 연락해!”

“헌형국(헌터 형사국)이든, 유령이든 다 부르라고!”

“균열도 없는데 어디서 저런 몬스터들이….!”

“이러다 우리 다 죽겠어!”

C급의 경호원 대부분은 벌써 멀리 나가떨어져 기절해 버렸고, B급 경호원들만 간신히 로브 사내와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판세는 급격히 기울어져 있었다.

꽈앙!

“으아아악!”

메이스에 맞은 B급 경호원의 팔이 뼈 채로 짓뭉게졌고.

콰지직!

로브 사내의 몸에서 뿜어진 벼락에 몸통을 얻어맞은 경호원은 입으로 검은 연기를 흘리며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때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서 튀어나온 2미터짜리 할버드가 오우거 쪽으로 날아들었다.

경호원들은 자신들의 지원군이 왔다고 생각했으나,

터억

크허어어어엉!

할버드를 멋지게 받아든 오우거가 괴성을 질러대자 모든 희망을 잃고 말았다.

“뭐하는 거야, 이 병신같은 새끼들아!”

거실 쪽 방탄 유리문이 활짝 열리며 A급 경호원, 박호민이 뛰쳐나왔다.

갑작스런 적의 기습에 처음엔 살짝 놀랐지만, 자신이 직접 키운 경호원들을 믿었기에 거실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려 했다.

하지만 로브 사내에 이어 오우거가 등장하고 검치호까지 나타나면서 경호원들이 순식간에 나가 떨어지자 더 기다리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선 것이다.

박호민은 등장과 동시에 눈을 황금빛으로 빛내기 시작하더니, 곧장 오우거를 향해 손을 뻗어냈다.

후욱-

그의 손바닥으로 강력한 회오리가 빨려드는가 싶더니,

꽈아아아아앙!

오우거의 머리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쿠웅-

오우거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져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 높게 세워진 담벼락을 타고 날아오른 검치호가 박호민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박호민은 이미 이런 공격이 있을 것임을 예상했는지 바로 몸을 웅크리며 왼팔로 측면을 보호했다. 순간, 콰강!

그의 팔뚝 위로 반투명한 방패가 나타났고 검치호의 송곳니는 그 방패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상대를 물어뜯지 못하자 검치호는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낸 앞발로 방패 위를 힘차게 후려쳤다. 그때 박호민이 웅크렸던 몸을 활짝 펴면서 힘차게 소리쳤다.

“반탄기!”

쩌어엉!

박호민이 숨겨놨던 스킬을 발동시키자 방패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에 노출된 검치호는 엄청난 반탄력에 튕겨져 10미터를 날았다가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자신의 강력한 힘에 만족한 박호민은 이제 로브 사내만 해치우면 된다는 생각에 비릿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바로 그때였다.

B급 경호원들을 내버리고 곧장 박호민 쪽으로 달려든 로브 사내가 야구배트 처럼 메이스를 휘둘렀고, 꽈아아아아아아앙!

메이스가 방패의 중심을 정확히 후려갈겼다. 순간,

콰직!

방패는 메이스의 힘을, 아니 그 메이스를 쥔 로브 사내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그리고, 휘웅. 콰과과과과과과광

담벼락으로 튕겨져 날아간 박호민은 벽을 부수고 도로까지 날아갔다가 수십미터를 더 굴러가고 말았다.

“이, 이럴 수…..가.”

털썩

힘겹게 고개를 들어올리고 뭔가를 말하려던 박호민.

하지만 힘이 다했는지 눈을 하얗게 뒤집어까며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정확히 4분.

로브 사내가 정원으로 뛰어들고 오우거와 검치호가 나타나 주변을 초토화 시키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그 모든 걸 집안에서 지켜보고 있던 한 고태환.

굵은 눈썹에 다소 팍팍하게 느껴지는 인상을 지닌 그는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현 상황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그 또한 마력 266의 A급 헌터.

재빨리 정신을 수습한 고태환은 품 안에 늘 차고 다니는 단검을 뽑아들며 스킬을 발동시켰다.

“은신.”

스윽

그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씻은듯이 사라지더니 이제 막 A급 경호원을 시원하게 날려버리고 자세를 바로 잡으려는 로브 사내 옆에 홀연히 나타났다. 그리고, 푸욱

고태환의 단검이 로브 사내의 옆구리에 깊숙히 박혀들었다.

“끝이다, 애송이….?”

말을 하던 고태환은 후드에 가려져 있던 침입자의 얼굴을 바라본 순간, 자기도 모르게 헉 소리를 내며 뒷걸음질 쳤다.

침입자는 인간이 아니었다.

나무토막으로 된 얼굴에 파랗게 빛나는 눈과 길쭉하게 튀어나온 코가 인상적이지만 입은 보이지 않는 기이한 외모의 괴물.

그 괴물이 옆구리에 박힌 단검을 스윽 내려다 보더니 아무렇지 않게 콱 잡아 빼버렸다. 그리고, 물러나는 고태환을 향해 힘껏 내던져버렸다.

피잉-

고태환은 깜짝 놀라며 더욱 빠르게 물러났고, 단검이 가슴에 박혀드는 찰나에 맞춰 몸을 옆으로 비틀었다. 그런데, 빗겨가야 할 단검이 갑자기 허공에서 덜컥 하고 멈춰섰다.

단검은 보이지 않는 뭔가에 박혀든 듯 검날의 80%가 허공에서 사라진 채 둥둥 떠 있었다.

그때,

스르륵

아무 것도 없던 허공에서 붉은색 구두를 신은 체격 좋은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태환의 단검은 그녀의 심장에 정확히 박혀 있었다.

그런데 피가 흐르지 않는다.

여인의 창백한 얼굴엔 핏기가 하나도 없어보였고, 눈은 꽉 감겨져 미동조차 없었다.

마치 공포영화의 한장면을 보는 것 같은 상황.

‘호흡도, 체온도…. 없다고?’

고태환은 그제야 단검이 박힌 여인이 이미 죽은 시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게 무슨….’

고태환은 소름이 오소소 돋는 위화감을 느끼며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그때, 시체로 판단되는 여인이 제 손으로 단검을 뽑아들더니 좀비처럼 달려들었다.

“뭐, 뭐야!!”

소스라치게 놀란 고태환.

그때 고태환의 등뒤로 또 다른 여인이 스륵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몸 상태도 붉은 구두의 여인과 다를 바 없었다.

핏기없는 새하얀 얼굴에 꽉 닫힌 눈꺼풀.

살포시 숙인 얼굴과 좌우로 흘러내린 긴 머리카락들.

여인은 좀비나 다름없는 형색으로 두 팔을 늘어뜨린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으아아악!”

고태환은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조미령이었다.

고태환이 김서준과 그의 가족을 해치우기 위해 거금을 주고 고용한 스케빈저, 조미령.

그녀가 죽은 시체의 모습으로 돌연 눈앞에 나타난 것에 고태환은 미칠듯한 공포심을 느꼈다. 그리고, 푸욱

정신없이 뒷걸음질 치는 그의 등에 섬뜩한 뭔가가 박혀들었다.

“컥!”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붉은 구두의 여인이 단검을 찌르는 자세로 서 있었다.

여전히 눈을 꽉 감고 있는 여인은 호흡도 심장의 박동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 시체가 분명했다.

하지만 시체가 움직여 자신의 등에 검을 쑤셔박았다.

이 말도 안되는 일에 고태환은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커억!”

이번엔 가슴에서 화끈한 통증이 일었다.

고태환은 간신히 고개를 돌려 자신의 가슴을 바라봤다.

거기엔 부러진 검 조각이 박혀 있었다.

그 검조각을 쥐고 있는 건 앞에 서 있던 조미령의 시체였다.

“마, 말도 안….돼.”

털썩

결국 고태환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A급 마력을 소유한 고태환은 시체가 움직이는 듣도보도 못한 상황에 평정심을 잃었고, 그로인해 반항도 제대로 못해보고 당하고 만 것이다.

윤혜정과 조미령이 시체인 상태로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고태환은 좀 더 현명하게 대응했을 것이고, 아무리 김서준이라고 해도 존재를 숨긴 상태에서는 쉽게 처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고태환이 쓰러지자 윤혜정과 조미령의 시체도 그 위로 겹쳐지듯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 노란 액체가 든 주사기가 고태환의 팔뚝에 꽂혀졌다.

고태환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호흡도 끊겨 숨을 쉬지 않았다.

두 여인의 시체와 겹쳐진 채로 숨이 끊어진 고태환.

현장엔 많은 경호원들이 있었지만 그들이 본 건 정체불명의 두 여인의 손에 고태환이 살해당하는 광경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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