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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준은 여전히 클로킹을 한 상태로 잠시 고태환의 시체를 내려다 봤다.
끔찍한 공포에 휩싸여 눈도 못감고 죽어간 고태환을 보자니 한껏 치밀어 올랐던 분노가 조금이나마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차분히 호흡을 가다듬고 주변을 돌아봤다. 그 많던 경호원들은 어느새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더 이상 서 있는 경호원들은 없었고, 부우와 우기, 치호도 큰 상처없이 멀쩡해 보였다.
김서준은 녀석들 옆을 지나쳐가며 하나씩 클로킹을 적용시켰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있던 몇몇 경호원들의 눈에는 가만히 서 있던 로브 사내와 몬스터가 유령처럼 홀연히 사라지는 것으로 보일 뿐이었다.
김서준은 일부러 부우와 우기, 치호가 갑자기 사라지는 모습을 경호원들에게 보여준 뒤, 다 같이 담벼락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아무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조용히 무악산을 향해 움직였다.
김서준이 사라지고 얼마되지 않아 고태환의 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일반 경찰부터 시작해 헌경국 경찰들과 헌형국의 형사들, 그리고 구급대원들까지 50명이 넘는 인원이었다.
그들은 몬스터가 출현했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했지만, 그들이 도착했을 땐 고태환을 비롯한 두 여인의 시체와 부상당한 경호원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몇몇 헌터 형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흔적을 찾아봤으나 그 어디에도 몬스터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다행히 집안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어 녹화된 영상을 되돌려 보는 것으로 몬스터의 모습을 확인할 수는 있었다.
헌형국의 형사들은 녹화영상을 보는 내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서 별안간 툭 튀어나와 갑자기 정원으로 떨어져 내린 로브 사내.
그리고 그와 함께 마치 허공을 찢고 나온 것 같은 4미터 거구의 오우거와 균열에서조차 마주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는 검치호의 등장까지.
이 난데없는 침입자들이 벌인 전투는 경험많은 헌터 형사들도 놀랄 정도로 매우 유기적인 형태를 띄고 있었다.
특히 로브 사내의 움직임은 CCTV로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할만큼 빨랐기에 정지 화면으로도 흐릿하게 보여서 제대로된 용모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경호원들은 로브 사내와 두 마리 몬스터의 손에 짚단처럼 우수수 쓰러졌다.
결국 경호 업체 사장인 박호민이 나섰으나 로브 사내의 손에 만신창이가 되어버렸고, 급기야 고태환까지 직접 나서는 상황이 만들어 졌다.
하지만, 두 여인이 공간을 찢고 등장하면서 또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여인들을 본 고태환은 귀신을 본 것마냥 공포에 가득찼고 제대로된 저항도 못해보고 날카로운 날붙이에 가슴과 등을 찔리고 말았다.
그걸로 모든게 끝났다.
고태환은 쓰러졌고, 갑자기 등장했던 두 여인도 암기에 당했는지 몸이 뻣뻣하게 굳어져 고태환의 몸 위로 겹쳐져 쓰러지고 말았다.
베테랑 헌터 형사, 장동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CCTV를 모두 분석하고, 현장에 있던 경호원들의 증언을 들어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치정에 의한 살인인 것 같은데, 왜 몬스터가 등장하는거지?”
굉장히 복잡한 사연이 숨겨져 있을 것 같지만 당장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고태환의 시체를 살피던 후배 형사 하나가 다급히 장동주를 불렀다.
“장형사님! 여기 좀 와 보셔야 겠는데요?”
이곳에 온 헌터 형사 중 가장 고참이었던 장동주는 바로 걸음을 옮겼고, 후배 형사가 미량의 노란 액체가 담긴 주사기를 집어드는 걸 볼 수 있었다.
후배 형사는 주사기를 조심스레 증거물 보관팩에 넣어 장동주에게 건넸다.
“이 주사기…. 고태환씨 시체 옆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주사기에 든 노란 액체는 뭐야?”
“아마도 환마충의 체액일 겁니다. 지금은 미량만 남은 상태고요.”
“환마충?”
장동주가 놀란 얼굴을 하자 후배 형사는 고태환을 내려다보며 한심하다는 듯 비웃음을 흘렸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더니. 아들이 환마충의 체액에 푹 빠져 살게된 이유가 아버지 때문이었나 보네요. 아들이 마약 사범으로 잡혀들어간게 두 달 밖에 안됐는데…. 장형사님도 아시죠? 아카데미 학생 고한석의 마약 사건이요.”
“거 참…. 치정 살인에 몬스터가 끼어들더니, 이젠 부자가 쌍으로 마약 상습복용까지? 아주 대단한 집안 나셨구만, 쯧. 일단 현장 정리는 경찰들한테 맡기고, 우린 몬스터 추적에 들어간다. 그런 무시무시한 놈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지 않겠어?”
장형사는 뽕쟁이 헌터의 죽음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고태환이 십대길드 중 하나인 현무의 부길드장이라는 사실도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마약을 혐오하는 장동주로서는 뽕쟁이들이 뭔짓을 하다 죽었던 그건 자기들이 자초한 결과라고 여길 뿐.
하지만 균열 밖으로 나온 몬스터를 처리하는 일은 헌형국의 형사로서 반드시 책임져야 할 일이었다.
***
덜컹, 덜컹.
규칙적인 소리와 자연스러운 몸의 흔들림.
김서준은 지하철 출입문 옆 기둥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는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올라 30여분 전 자신의 손에 죽은 고태환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의 죽음에 어떤 감정이 생겨서가 아니다.
죽여야 할 자를 죽였고, 죽어야 할 자가 죽었다. 그의 죽음에 대해선 일말의 자책감도 없었다.
지금 김서준의 머릿속이 복잡한 이유는, 그가 고태환을 죽일 때 사용한 시체 조종술 때문이었다.
‘마력으로 시체를 조종하는 것까지 가능할 줄이야….’
당시 김서준은 먼저 윤혜정을 아공간에서 꺼낸 뒤, 클로킹 상태에서 그녀의 시체를 뒤에서 직접 조종했었다.
그러다 고태환이 뒷걸음질로 도망치자 퇴로를 막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조미령의 시체를 소환했는데, 놀랍게도 시체가 쓰러지지 않고 산 사람처럼 우두커니 서있는게 아닌가.
이에 김서준은 정신을 집중시켰고, 조미령의 시체와 자신의 몸이 마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김서준은 이걸 곧바로 활용했다.
마치 실로 조종되는 마리오네뜨처럼 마력을 이용해 조미령의 시체를 조종한 김서준.
그 결과 고태환은 귀신을 본 것마냥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 뒤는 너무나도 쉬웠다.
두 시체를 조종해 고태환을 앞뒤로 공격해 단숨에 목숨을 끊을 수 있었다.
김서준은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클로킹으로 꽁꽁 숨긴 채, 시체 두 구를 조종해 고태환을 제거하는데 완벽하게 성공했다.
김서준은 그때의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지하철이 안에서도 계속 복기하는 중이었다.
‘마력의 실로 조종이 가능한 건 시체 뿐인 건가?’
지하철을 타고 가는 와중에 이런 저런 실험을 해 본 결과 자신의 몸에서 발출된 마력의 실은 일반적인 사물이나 살아있는 사람에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그래도 시체를 조종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한 일이었다.
아직 이 시체 조종술을 정확히 어떤 범위까지 응용할 수 있는지는 몰랐지만, 최소 5미터 내에서 두 구의 시체를 동시 조종할 수 있다는 건 확실했다.
‘조만간 균열에 들어가서 정확하게 실험해 봐야겠어.’
만약 이 시체 조종술이 넓은 범위로, 그리고 많은 개체를 대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
‘무적의 네크로맨서가 탄생하는 거지.’
김서준이 그런 얼토당토 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지하철은 어느새 아카데미 역에 도착해 있었다.
바로 지하철을 나선 김서준은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벌써 7시를 훌쩍 넘겼지만 집에는 조금 늦는다고 연락해 놓은 터라 밥을 굶을 일은 없었다.
‘이제야 걱정 하나를 덜었구나.’
고태환을 처리했으니 걱정 하나가 덜어진 건 맞지만 아직 끝난게 아니다.
가까이에서 가족을 노리는 다크디맨션이 남아 있고, 워머신을 세상에 등장시킬 가이오닉스가 있었으며 세상의 깊숙한 곳에서 모든 걸 조종하고 있는 사대 가문이 존재했다.
김서준은 그들까지 완벽하게 처리해야 비로서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서준의 새로운 집은 아카데미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에 20분 정도 걸어가니 바로 도착할 수 있었다.
집에는 아버지 김주혁도 이미 퇴근해 있었는데, 거실에서 대형 티비로 뉴스 속보를 보는 중이었다.
“아들! 생각보다 많이 안 늦었네? 얼른 와서 밥 먹어. 오늘도 엄마가 맛있는 김치찌개 끓여 놨다.”
“어? 아…. 김치찌개. 그럼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김서준은 백연지의 말에 영혼없이 대충 대답하고는 아버지가 보는 뉴스를 힐끔거리며 천천히 주방으로 향했다.
[….참으로 아찔한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몬스터가 주택가에서 모습을 감췄지만, 언제 어디서 다시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서울시 경찰과 헌형국은 크게 긴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고태환씨는 유명 길드의 부길드 마스터로 얼마전 아들이 이계의 마약 사건에 연루되면서 대한민국의 젊은 아카데미 학생들을 충격으로 몰아 넣었는데요. 알고보니 고태환씨 본인 또한 이계 마약의 하나인 환마충의 체액을 장기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고태환씨의 집 안에서 대규모로 조성된 환마충의 배양실을 발견하였으며….]
티비에서는 고태환의 죽음과 몬스터의 출현에 대한 속보를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그것도 돈 많은 부자들만 산다는 연희동의 고급 주택가에서 몬스터가 나타난 거라 그로인한 파급효과는 꽤나 컸다.
헌경국과 헌형국에서는 고태환의 집에 침입한 로브 사내를 찾기 위해 주변 지역은 물론 멀리 떨어진 곳의 CCTV를 전부 뒤지고 있었다.
또한 몬스터의 모습을 그대로 방송으로 송출하여 어디서든 그 몬스터를 발견하게 되면 제보해 달라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뉴스는 실시간으로 새로운 정보가 뜰 때마다 시민들과 공유했다.
김서준이 거의 식사를 마쳤을 때는 고태환이 어둠의 조직인 스케빈저와 자주 만남을 가졌으며 수많은 불법적인 범죄를 주도 했다는 내용까지 떴다.
더불어 고태환과 함께 사망한 두 여인의 정체도 밝혀졌다.
한명은 가장 최근에 고태환의 의뢰를 받은 스케빈저 조미령이고 다른 한명은 수배중이었던 A급 빌런 윤혜정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두 여인은 원래 고태환과 의뢰 대금 미지급 문제로 다툼이 있었고 그것이 발단이 되어 몬스터를 동원한 살인으로까지 번지게 된 거라며 더욱 시끄러워졌다.
김서준은 혹시라도 고태환이 조미령에게 자신을 죽이라는 의뢰를 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질까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김서준은 잠시 거실에서 아버지와 함께 뉴스를 지켜봤다. 그러다 더는 특별한 소식이 뜨지 않자 방으로 들어가 쉬고자 했다.
그때, 테이블에 올려진 아버지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네, 김주혁입니다.”
김주혁은 발신자를 슬쩍 보더니 다소 심각한 얼굴이 되어 전화를 받았다.
“네. 저도 지금 보고 있습니다. ….네? 아니, 그건 좀. 전 아직 등급도 낮은데다가 마력도 부족해서 그런 막중한…..”
김주혁은 당황해 하며 변명하듯 말하다 김서준을 힐끔 보더니 거실 밖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김서준은 극도로 민감해진 감각 덕분에 아버지의 통화를 고스란히 엿들을 수가 있었다.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길드장님.”
-허…. 주혁아. 전화로 통화하면서까지 길드장 대하듯이 그러면 내가 너무 서운하지. 조금 늦긴 했지만, 이젠 우리 현무도 제 자리를 찾아야 하지 않겠냐? 아무리 생각해도 현무의 부길드 마스터 자리에 어울리는 건 김주혁이, 너 밖에 없다.
“길드장님. 아니, 강철 형님. 형님의 마음은 잘 알지만 태환이가 저렇게 됐다고 제가 바로 부길드 마스터 자리에 오르면 길드원들의 불평 불만이 거셀겁니다.”
-내가 길드 분위기도 모르고 기분 내키는대로 너한테 이런 제안을 하겠냐? 이미 다 알아봤다. 고태환이 녀석, 길드원들한테 신뢰를 잃은지 벌써 오래 되었더구나. 그동안 내가 너무 길드 내부 사정에 무관심했어. 개인적인 욕심 차리기 싫다고 모든 걸 태환이한테 맡겨놨더니 5년 만에 길드를 아주 양아치 집단으로 만들어 놨더군. 그래서 이번 기회에 길드 전체를 완전히 갈아엎을 생각이다. 그걸 제대로 해내려면 주혁이, 네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후…. 말씀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제 마력이 너무 보잘 것 없는지라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허어. 이 녀석 봐라? 다른 사람들이 못알아 본다고 나까지 장님인 줄 알아? 너, 이 자식. 얼마 전에 C급의 벽을 깼다는 걸 내가 모를거라고 생각했냐?
“….!”
움찔한 김주혁이 잠시 대답을 못하고 있자 수화기 너머의 상대가 쐐기를 박았다.
-주혁아. 내가 누구냐? 불멸의 기사라고 불리는 이강철이다. 내가 불멸의 기사가 된 건, 어떤 위험한 균열에 들어가더라도 매번 살아서 돌아왔기 때문이라는 거 누구보다 네가 잘 알잖냐. 내가 어떤 방법으로 100% 무사귀환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는지 몰라? 남들이 못보는걸 볼 수 있고, 남들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지. 그러니 날 속일 생각은 마라.
“하아…. 정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결국 김주혁은 현무의 길드 마스터인 이강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잘 생각했다. 그럼 주말 잘 보내고, 월요일에 보자. 내가 필요한 건 싹 다 준비해 놓을 테니 아무 걱정말고 출근만 해. 알았지?
“네, 형님.”
그렇게 통화는 끝났다.
드르륵
거실 통문을 열고 들어서는 김주혁은 여러모로 난감한 얼굴이었다.
“아버지. 뭐 안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김서준이 슬쩍 운을 떼 보았지만, 김주혁은 고개를 저으며 별 일 아니라고 말한 뒤 먼저 쉬겠다며 2층으로 향했다.
부모님은 2층을 통째로 사용하고 계셨는데, 2층 거실에서도 얼마든지 식사를 하고, 티비를 보며 모든 생활을 할 수있는 구조였다.
“어머, 여보!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올라가? 서준이랑 좀 더 놀아주지 않고?”
아버지가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본 백연지가 김서준을 아이 취급을 하며 하는 말에 김주혁이 걸음을 우뚝 멈춰세웠다.
그리고 고개만 스윽 돌려 김서준을 바라봤다.
“서준아. 애비가 좀 놀아주랴?”
놀아달라고 대답하면 훈련이라는 미명아래 늘씬하게 줘 패버릴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아, 아니요. 제가 뭐 어린애도 아니고…. 아버지 먼저 쉬세요.”
“그렇지? 우리 서준인 이제 다 컸으니까. 크흠. 그럼 먼저 올라가마.”
김주혁은 백연지를 향해 ‘들었지?’라는 표정을 보여주고는 당당하게 계단을 올라갔다.
“어휴, 저 양반도 참. 저리 무서운 얼굴을 하고 물으면 나라도 싫다고 하겠다. 그치?”
“피곤하신가 보지, 뭐. 난 지하 수련실에 좀 내려가 있을게.”
“벌써 훈련하려고? 좀 더 쉬었다 하지.”
“소화도 시킬겸, 지금이 딱 좋을 것 같아.”
김서준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아침에 메고 나갔던 배낭을 들고 수련실로 내려갔다.
수련실의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서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수련실 내에는 비싸고 좋은 각종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으며, 마음대로 무공을 펼쳐도 누가 훔쳐보거나 방해할게 아무 것도 없는 김서준 혼자만의 장소였다.
게다가 이곳에선 커다란 굉음이 터지더라도 밖으로 새어나갈 염려가 없었다.
“이젠 나와도 된다.”
김서준이 작게 중얼거리자 배낭 주머니에 숨어있던 우기와 치호가 후다닥 뛰쳐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