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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들.
이해하기 쉽게 정보들을 정리하던 김서준은 추가된 히든피스 항목에서 입을 떡 벌렸다.
‘뭐야? 그럼 내 마력 333을 소모하면 600의 마력을 얻을 수 있다는 거잖아?’
실제로야 앞서 소모한 마력이 있으니 267을 얻게 되는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이 운명의 주사위(A)를 사용할 가치는 충분했다.
문제는 이걸 공격용으로 사용할 경우엔 성공할 확률이 20%밖에 안된다는 것.
생각해 보라.
주사위 숫자를 임의 지정하기 위해 111의 마력을 소모하고, 새로 추가된 히든피스를 적용하려고 222의 마력을 소모했는데 공격에 실패하게 되면 내 마력만 333을 날리게 된다.
그렇다고 히든피스를 사용하지 않았다가는 3이하의 숫자가 나와 적의 마력만 높여주는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지금 상태로는 공격용으로 쓰기 어렵겠는데?’
물론 공격용으로 쓸 수 없다고 해도 이 주사위는 꽤나 쓸만했다.
적어도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할 때는 100% 확률로 효과가 적용되니까.
‘정보에 아직 각성불가가 뜨지 않았으니까 한번 정도는 더 각성시킬 수 있겠어.’
김서준은 이 운명의 주사위를 한번 더 각성시켜서 공격용으로 사용할 때 성공 확률을 높일 방법이 생기기를 내심 기대했다.
시간은 새벽 1시가 넘어 2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여러모로 피곤한 하루였지만, 내일은 토요일이라 마음이 편했다.
김서준은 잠들기 전에 한가지 아티팩트를 더 각성시키기로 했다.
유니온 코어의 마력 잔량은 58%.
‘이 정도면 아티팩트 하나 더 각성시키는데는 별 문제 없겠지?’
김서준이 오늘 마지막으로 각성시키기로 마음 먹은 건 바로 ‘아이지라의 날카로운 송곳니’였다.
이 송곳니는 며칠 전, 예거의 요원들과 함께 들어간 균열에서 김서준이 직접 처치한 보스에게서 얻은 보상이었다.
당시엔 아티팩트로서 등급조차 매겨지지 않은 평범한 물건이었기에 지금껏 아공간에 쳐박아 놓기만 했다.
김서준은 바로 송곳니를 꺼냈고, 코어를 힘껏 박아넣었다.
코어는 아무 문제없이 송곳니 속으로 스며들었다.
[아이지라의 날카로운 송곳니]
-각성 중…. 3%
어째 각성 속도가 운명의 주사위보다 느린 것 같았다.
‘이건 내일 아침에나 확인이 가능하겠네.’
김서준은 각성을 시작한 송곳니를 아공간에 다시 넣어두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의 옆 자리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우기와 치호를 바라봤다.
‘자는 것도 귀엽네. 자식들.’
그런 생각을 하며 김서준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과연 시공의 탑은 무슨 이유로 만들어 졌으며, 왜 균열을 열어 지구와 계속 연결되는 것인지 그 이유를 생각해 봤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 때, 김서준은 아무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기상과 동시에 아이지라의 송곳니를 확인해 봤는데 각성율이 아직 94% 수준이었다.
그래서 김서준은 일단 씻고 식탁에 앉았다.
아버진 토요일인데도 급한 일이 생겼다며 아침 일찍부터 외출하셨다. 아마도 어제 현무 길드의 길드 마스터인 이강철과의 통화 때문인듯 했다.
“엄마. 오늘 최다미 이모님 집으로 들어오는거 맞지?”
김서준은 식사가 끝나자마자 지하 수련실로 내려가며 질문을 던졌다.
“그럼~ 10시 쯤에 도착한다고 했으니까 너도 어디 나가지 말고 있어.”
10시면 아직 2시간 정도 남아 있었다.
“알았어. 그리고 나 오늘 점심만 먹고 회사에 가봐야 해.”
“토요일인데도 출근하니? 예비 헌경이라면서 벌써부터 너무 부려먹는거 아니야?”
백연지가 설거지를 하다말고 너무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식 근무는 아니야. 아카데미 졸업할 때까지는 경험을 쌓게 한다고 시간 날 때마다 헌경국 가서 선배들 일하는 거 옆에서 지켜보고 그러는 거래.”
김서준은 자신의 거짓말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사실에 괜한 자괴감이 들었다.
“아, 그래? 하긴. 이렇게나 훌륭한 집도 주고, 차까지 지원해 주는 기관인데 그 정도는 이해해 줘야지 뭐. 알았으니까 시간 되면 잘 다녀오고. 너무 늦진 마. 오늘 저녁은 다미 씨 가족이랑 함께 삼겹살 파티할 거니까.”
“네. 알겠습니다요, 백여사님.”
김서준은 웃으며 수련실로 내려갔다.
어제 그렇게나 엄청난 폭발이 두 번이나 있었는데도 수련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저 고즈넉했다.
김서준은 수련실 중앙으로 가서 우기와 치호를 풀어놓은 뒤 아공간에 넣어둔 아이지라의 송곳니를 꺼내들었다.
다행히 각성은 끝나 있었다.
-마력 잔량: 36%
코어에 남은 마력이 36%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김서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고작 송곳니 하나 각성하는데 코어 마력이 거의 22%나 사용됐다고?’
예상보다 마력 소모량이 컸다.
이제 코어는 최소 이삼일은 사용하지 말고 그냥 둬야했다. 그래야 코어의 마력을 100%로 재충전해서 초시공 건틀릿과 운명의 주사위를 각성시킬 수 있을테니까.
‘어디, 송곳니는 어떻게 변했으려나?’
김서준은 10센티 길이의 송곳니를 손에 쥐고는 심안을 발동시켰다.
지징-
마력의 파동이 뿜어지자 송곳니의 정보가 밀려들어왔다.
김서준은 그 정보를 빠르게 정리하여 내용 분석에 들어갔다. 그리고 ‘어?’ 하는 소리를 내며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치명의 클로(A)]
-쇠보다 강한 내구성을 지닌 날카로운 생체합금이다.
-마력을 주입하는 것으로 1~60센티까지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착용 시, 10% 확률로 치명타가 터진다.
-치명타 위력: 2배~4배
-각성 불가
‘좋은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이젠 그냥 송곳니가 아니라 ‘치명의 클로’라는 썩 괜찮은 이름까지 붙여졌다.
크기 조절도 자유자재였고, 착용 시 10% 확률에 불과하지만 치명타가 터진다는 점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치명타 위력이 최소 2배에서 최대 4배까지나 된다.
그런데.
‘이걸 뭐, 어떻게 착용하라는 거지?’
모양 자체는 부러진 이빨 모양이라서 어디에 어떻게 착용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클로니까 손에 착용하는걸텐데….’
김서준은 치명의 클로를 손에 쥔 채 마력을 살짝 밀어넣어봤다. 순간, 파칭!
원뿔 모양의 송곳니가 가로 막대형의 손잡이가 달린 갈고리형 클로의 모습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클로는 티하나 없이 반질반질한 검은빛을 흘리고 있었다.
손잡이는 딱 손에 잡힐 정도의 크기였고, 세 개의 짧은 칼날이 2센티 간격으로 솟아나 있었다.
클로를 손에 쥐어보니 그립감도 상당히 좋았다.
그 상태에서 마력을 좀 더 밀어넣자 10센티였던 칼날이 쭈욱 자라나듯 길어졌다.
그렇게 자라나던 칼날은 60센티 길이에서 딱 멈췄다.
김서준은 길어진 클로를 손에 쥐고 슥슥 휘둘러봤다. 적당한 무게감으로 공간을 가르는 느낌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하지만 딱 한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무기가 많아봐야 내가 그걸 다 쓸것도 아니고.’
김서준에겐 이미 아론다이트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고, 사슬낫도 있었으며, 건틀릿으로 변신이 가능한 글러브도 있었다.
이런식으로 계속 무기만 늘리는 것보다는 주무기와 보조무기 정도만 있어도 충분했다. 그때, 김서준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거…. 봉합시킬까?’
갑자기 떠오른 생각.
그런데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주무기는 아론다이트로 하고, 보조무기를 사슬낫으로 하면 된다. 거기다 초시공 건틀릿에 이 클로를 봉합시켜서 상황에 맞춰 사용한다면 꽤나 효율적이었다.
‘바로 해보자.’
김서준은 곧장 봉합의 바늘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초시공 건틀릿을 벗은 다음 속성의 구슬이 봉합된 부위 바로 아래에 치명의 클로를 꿰매기 시작했다.
한참을 정성들여 봉합하던 김서준.
봉합이 거의 끝났을 즈음 문뜩 떠오른 생각에 김서준은 피식 웃고 말았다.
‘이러다 재봉술 신비도 각성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아닌게 아니라 지난번에 속성의 구슬을 꿰맬때보다 지금 클로를 꿰매는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클로의 봉합은 마무리 되었다.
‘어디, 이제 어떻게 되나 한번 볼까나?’
김서준이 바늘에 연결된 특수실을 끊고 마감까지 완벽하게 끝낸 순간이었다.
파아아아아아앗!
초시공 건틀릿이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지난번보다 훨씬 밝은 빛이어서 김서준은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했다.
잠시 후, 빛이 잦아들었고 김서준은 조금이지만 모습이 살짝 바뀐 초시공 건틀릿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반손가락 장갑의 형태는 그대로다. 하지만 손가락뼈 부분에 약 5센티 길이의 얇은 금속판이 덧대어져 전보다 훨씬 세련된 모습이 되었다.
아마도 그 금속판이 치명의 클로가 합성된 모습인듯 했다.
김서준은 바로 장갑을 손에 끼웠고, 심안으로 초시공 건틀릿의 자세한 정보를 살폈다.
[초시공 건틀릿(SS)]
-마력을 소모하여 접촉한 물체를 0.1%까지 압축시켜 초고밀도, 초고질량의 마력물질로 전환시킨다.
-반경 20미터 거리까지 중력장을 형성시켜 100배까지 중력을 조절할 수 있다.
-어떤 물질이든 터치로 아공간 수납이 가능하며, 뇌파를 이용해 현실 구현이 가능하다.
-건틀릿으로 변형이 가능하며, 변형 시 부분 방어력이 두 배로 높아진다.
-금(金), 수(水), 화(火), 빙(氷), 뇌(雷) 속성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치명의 클로(A)가 합성되어, 자유로운 사용이 가능하다.
-건틀릿 유지 시간: 1분
-아공간 부피 제한: 20㎥
추가된 내용은 달랑 한줄.
그런데, 그 한줄이 그냥 한줄이 아니었다.
원래 치명의 클로가 지니고 있는 능력 전부가 초시공 건틀릿에 고스란히 추가된 것이었다.
김서준은 초시공 건틀릿에 마력을 밀어넣어봤다. 그러자, 손가락뼈 부분에 덧대어진 얇은 금속판에서 세 개의 칼날이 솟아나왔다.
마력을 한순간에 확 높이자,
타캉!
세 개의 날카로운 칼날이 순식간에 60센티 길이로 튀어나왔다.
‘오호?’
그 상태로 허공을 향해 이리저리 휘둘러보니 클로 상태의 무기를 휘두를 때보다 훨씬 안정감이 있고, 느낌도 좋았다.
장갑에서 칼날이 뻗어나온 것이 아니라 마치 손뼈에서 직접 피부와 장갑을 뚫고 자라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김서준은 왼손으로 칼날을 잡고 흔들어 봤다.
그런데 칼날이 아니라, 손에 박힌 뼈를 직접 흔드는 것처럼 손과 거의 한몸으로 느껴졌다.
‘치명타가 터질 확율이 10%라…. 10번 중 한번이면 나쁘지 않지.’
김서준은 점점 강력한 무기로 거듭나고 있는 초시공 건틀릿을 바라보며 만족스런 미소를 그렸다.
김서준이 미친놈처럼 혼자 웃고 있는게 이상했던 것일가?
근처에서 놀고있던 우기와 치호가 스윽 다가와서는 초시공 건틀릿을 요리조리 살펴보며 냄새도 맡고 툭툭 쳐보기도 한다.
“왜, 니들도 이런거 갖고 싶어서 그러냐?”
끄덕 끄덕
우기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자 김서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기 녀석. 어제 보니까 할버드 사용하는 폼이 보통이 아니던데.’
4미터의 거대한 오우거로 변신했을 때, 커다란 할버드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녀석이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 하나 쯤은 만들어 주는게 좋겠지?’
김서준은 생각난 김에 바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우선 유니온 코어를 꺼내고 2.3미터 길이의 할버드도 꺼내놨다.
‘마력 잔량 36%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평범한 아티팩트가 A급으로 각성하는데 20% 정도의 마력이 소모된다고 가정하면, 아티팩트가 아닌 일반 할버드를 각성시키는데는 10%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해보지 뭐.’
김서준은 생각을 정하자마자 바로 코어를 할버드에 때려박았다.
[이름없는 할버드]
-각성 중…. 9%
‘와. 각성 속도 한번 죽이네?’
시작과 동시에 9%다.
대충 시간을 측정해보니 1시간 정도면 각성이 끝날 것 같았다.
김서준은 그 1시간 동안 가부좌를 틀고 앉아 태양신공을 운용했다.
지금 태양신공의 숙련도가 59%이니 조금만 더 노력하면 60%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
그렇게 1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태양신공의 숙련도는 아직 60%에 오르지 못했다.
‘금방 될 것 같았는데, 안되네….’
김서준은 입맛을 다시며 옆에 내려놓은 할버드를 바라봤다. 그리고 흠칫 놀랐다.
‘뭐냐, 이건?’
분명 2.3미터 길이에 장대도끼의 형태를 하고 있던 할버드가 지금은 거의 언월도에 가까운 모양으로 바뀌어 있었다.
길이는 더욱 길어져 3미터는 되는 것 같았고, 창대 부위가 전보다 훨씬 두껍고 튼튼하게 바뀌었다.
할버드의 헤드 부분만 거의 1미터 크기에 시퍼런 빛을 품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이건 뭐, 딱 우기 쓰라고 만들어진 무긴데?’
커도 너무 커서 김서준은 사용하는 것 조차 쉽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4미터가 넘는 거구로 변신이 가능한 우기의 신체는 이 할버드를 사용하기에 안성맞춤.
‘어디, 위력은 어떤지 좀 볼까?’
김서준은 할버드를 잡아쥐고 심안을 사용했다.
그 즉시 머릿속으로 스며드는 정보들.
그 내용을 정리해본 김서준은 기가막힌 듯 헛바람을 들이켜야 했다.
[퀘이크 할버드(A)]
-할버드의 최상위 버전 중 하나이다.
-타격 시 초진동을 일으켜 적의 무기를 파괴한다.
-내구성이 높다.
-각성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