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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건 앞으로 네 무기다.”
김서준은 꼬꼬마 우기를 잡아서는 거대한 할버드의 손잡이 위에 올려 놓으며 말했다.
그러자 우기는 그 작은 몸집으로 직경이 5센티나 되는 막대부위를 덥썩 껴안고는 얼굴을 부비적 거렸다.
어지간히 마음에 쏙 드는 모양.
“일단은 내가 가지고 있다가 필요할 때 너한테 줄 테니까 그렇게 알아. 알았지?”
“^$%^!”
우기가 뭐라 소리쳤지만 대충 알았다는 뜻으로 이해됐다.
김서준은 우기가 할버드와 마음껏 애정행각을 벌일 수 있게 그냥 내버려 둔 채 유니온 코어를 살폈다.
-마력 잔량: 24%
코어에 남은 잔량이 아직 24%나 된다.
‘딱 12%가 날아갔네.’
김서준은 이왕 하는 거 남은 하나의 무기도 각성시켜 보기로 했다.
곧바로 아공간에서 무식하게 생긴 메이스를 꺼내들었다.
길이 2미터.
헤드 부분은 30센티 였고, 울퉁불퉁한 쇠로 만들어져 있었다.
‘이건 부우한테 주면 딱이겠지.’
마음을 정한 김서준은 이번에도 코어를 힘차게 메이스에 박아넣었다.
[이름없는 메이스]
-각성 중…. 8%
각성 속도는 할버드 때와 거의 비슷해 보였다.
시간을 보니 8시 52분.
이 메이스의 각성까지 확인하면 최다미와 딸이 도착하는 시간에 거의 맞춰질 것 같았다.
김서준은 이번에도 자투리 시간을 태양신공을 운용하는 것으로 떼우기로 했다.
물론 습관처럼 양의분심공을 사용해 운기행공에 집중하는 한편, 다른 정신으로는 오늘 있을 천간십이지와의 합동 작전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우우우우웅
김서준의 몸은 다시 태양신공의 기운에 휘감겼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태양신공을 운용한지 거의 30분이 지났을 때였다.
휘우웅. 휘우우웅.
김서준의 몸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던 태양신공의 기운이 갑자기 빠르게 휘돌기 시작했다.
정좌해 있던 김서준의 몸은 바닥에서 10센티가량 떠올랐고, 몸에서 뿜어지는 열기로 인해 수련실이 사우나실처럼 뜨겁게 달궈지고 있었다.
우기와 치호는 김서준에게서 최대만 멀리 떨어졌다.
둘 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김서준의 변화를 지켜봤다. 그러던 어느 순간, 푸화아아아아악!
김서준의 몸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기운이 폭발적으로 뿜어졌다. 그리고 씻은듯이 모든게 사라졌다.
정신없이 휘돌던 기운도, 주변을 뜨겁게 달구던 열기도 모두.
김서준은 어느새 벌떡 일어선 상태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건….!’
지금 자신이 겪은 현상이 무엇인지 김서준은 잘 알고 있었다.
‘신비를 각성한거 같은데?’
태양신공 신비의 숙련도가 60%에 도달했다. 그런데 그것 말고도 뭔가가 더 느껴지고 있었다.
김서준은 서둘러 자신의 능력치 정보창을 확인했다.
[김서준]
-마력: 252[1261] / 내공: 240[1200] / 제어: 700[700]
-신비: 역발산기개세(51%) / 태양신공(60%) / 염동력(26%) / 수라극섬(21%) / 심안(23%) / 천번구(12%) / 비뢰신보(15%) / 양의분심공(1%) -스킬: 파륜환(A) / 마력끊기(S) / 분심강림(A) / 격발(S) *태양신공의 숙련도가 6성을 달성하여 마력 5%, 내공 5%, 제어 5%가 영구적으로 증가합니다.
김서준의 예상이 맞았다.
태양신공의 숙련도는 확실히 60%에 도달했고, 추가로 ‘양의분심공’을 신비로 각성했다.
‘대체 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이전까지는 본인이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무공을 사용했을 때에만 신비로 각성이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은 태양신공의 숙련도가 60%에 도달하면서 신비까지 함께 각성해 버렸다.
‘그렇다면 신비의 숙련도를 일정 수준까지 달성할 경우엔 추가로 신비를 각성할 수 있다는 건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숙련도 60% 달성으로 신비를 각성하는 현상이 김서준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현상인가, 아니면 다른 각성자들도 이런 현상을 겪었음에도 일부러 그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만약 전자라면 더할 나위없이 개꿀인 상황이지만 후자라면?
그럼 신비의 숙련도가 높은 사람은 무조건 두 개 이상의 신비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했고, 앞으로 더욱 더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건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자.’
김서준은 일단 자신이 새로운 신비를 각성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리고 숙련도 60%를 달성한 태양신공이 어떻게 변했을지를 확인했다.
[태양신공]
-호흡을 통해 흡수하는 자연의 기를 단전에 축적하여 신체 강화, 파괴력 강화, 오감 강화, 재생력 강화, 숙련도 강화를 획득한다.(패시브) -모든 분야에 걸쳐 ‘강력한’ 제어력이 적용된다.(패시브) -모든 신체적 능력이 30% 증가한다.(액티브)
-재사용 대기시간: -
-사용 패널티: 세포 내 산소 기화로 내장 기능의 급격한 저하
‘오?’
김서준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훌륭한 효과가 추가되었다.
지금까지 이 태양신공은 무공으로 사용할 때만 제대로된 효과를 볼 수 있었지만, 이번에 액티브가 하나 추가되면서 신비로 사용해도 충분히 좋은 효과를 낼 수 있게 바뀌었다.
모든 신체적 능력의 30% 증가.
말이 30%이지 실질적인 효과로 따지면 엄청난 증가율이다.
전투 중에 갑자기 모든 신체능력을 30%나 증가시킨다면 어느 누가 그걸 버틸 수 있을까?
김서준은 태양신공에 새롭게 추가된 효과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신비까지 추가로 각성하게 되었으니 기쁨이 두 배로 늘어난 상태였다.
‘메이스 각성도 잘 끝났겠지?’
김서준은 이제야 메이스를 각성 중이었다는 걸 떠올리고는 바닥을 내려다봤다.
메이스의 각성은 끝나있었다. 그런데,
‘허이구야….’
메이스는 할버드보다도 더욱 무식한 무기로 변해 있었다.
길이는 대략 2.3미터 정도.
손잡이 쪽은 특별한 변화가 없었지만, 헤드 부분이 크게 달라졌다.
각성 전에는 끝부분 30센티 정도가 울퉁불퉁한 금속으로 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50센티가 통째로 금속 재질로 뒤덮였고, 표면엔 보기만해도 소름끼치는 뾰족한 스파이크가 수도없이 박혀 있었다.
‘이걸로 한대만 맞아도 골로 가겠네.’
부우가 이 메이스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모습을 떠올리자 왠지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렸다.
하지만 부우는 자신이 스킬로 소환하는 강림체였다. 주인인 자신한테 덤벼들 일은 절대로 있을 수가 없었기에 오히려 듬직한 느낌이 들었다.
‘삐쩍 마른 해골 녀석이 스파이크 메이스를 휘두른다라….’
나름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김서준은 바로 메이스를 쥐고 심안을 발동시켰다.
[스크류 모닝스타(A+)]
-최상위 버전의 모닝스타 중 하나이다.
-헤드 부분을 빠르게 회전시켜 타격시 파괴력을 극대화 시킨다.
-내구성이 높다.
-각성 불가
‘모닝스타? 그렇네. 이 정도면 모닝스타가 맞지. 근데…. 헤드가 회전한다고?’
이건 생각도 못했다.
무슨 전기톱마냥 뾰족한 스파이크가 수백개나 박힌 쇠몽둥이가 회전까지 가능할 줄이야.
김서준은 왜 이 모닝스타가 할버드처럼 A급이 아니고 A+급으로 표시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코어부터 챙기고.’
모닝스타 옆에 떨어져 있는 코어를 집어들고 잔량을 살폈다.
-마력 잔량: 11%
‘아슬아슬 했네.’
조금만 마력 소모가 컸어도 유니온 코어가 또 장기간의 동면에 들어갈 뻔 했다.
‘이제 코어는 마력이 완전히 충전될 때 까진 봉인.’
대충 이틀 정도면 마력 잔량은 다시 100%로 채울 수 있으니 그때까진 사용을 금하기로 했다.
김서준은 시간을 확인했다.
‘10시 13분?’
이미 10시가 넘어갔지만 백연지 여사가 자신을 찾지 않는 걸로 봐서는 아직 최다미 가족이 도착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아주 잠깐만 부우랑 놀아볼까?’
김서준은 진화한 두 무기의 위력을 테스트 해보고 싶었다.
‘이왕이면 우기까지 세트로.’
수련실의 층고는 10미터나 되기 때문에 우기가 오우거로 대형화 한다고 해도 천장에 닿을 걱정은 없었다.
‘좋아. 바로 실행이다.’
김서준은 양손에 할버드와 모닝스타를 각각 나눠들고 곧바로 스킬을 발동시켰다.
“분심강림.”
스킬의 시동어를 내뱉자마자,
퍼엉!
김서준의 앞쪽 공간에 공처럼 몸을 말고 있는 나무인간 부우가 나타났다.
녀석은 기지개를 켜듯 몸을 쭉 펼쳐내며 바닥에 내려섰다. 그리고 곧장 김서준의 오른손에 들린 모닝스타를 응시했다.
“자기껀 또 귀신같이 알아보네. 옛다. 앞으로는 이거들고 싸워라.”
김서준이 스크류 모닝스타를 휙 던져주자 부우는 그걸 날름 받아들고는 잠시 위아래로 쓸어봤다. 그러다 김서준 앞으로 저벅 저벅 걸어오더니 모닝스타를 세워 놓은 채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 자세가 흡사 황제에게 충성의 서약을 하는 기사와 같았다.
스윽
부우는 뭉퉁한 왼손으로 김서준의 오른손을 받들어 올리더니 자기쪽으로 끌어당겨 이마에 가져다 댔다.
눈까지 감고 손을 가만히 머리에 대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경건한지 김서준은 손을 뻴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잠시 후, 부우는 손을 놓고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김서준을 끈끈한 눈으로 바라봤다.
“부우야. 대충 네 마음은 알았으니까 그 부담스러운 눈빛은 좀 어떻게 안되겠니?”
끄덕 끄덕.
부우도 스스로 부담스럽다고 느꼈는지 바로 눈빛을 거두고 뒤로 물러났다. 그런 부우의 몸에 걸쳐진 불타버린 넝마와 같은 로브가 유난히 김서준의 시선에 걸렸다.
“우기. 너도 이리와.”
김서준의 호명에 수련실 끝까지 도망쳐 있던 우기가 치호를 타고 쪼르르 달려왔다.
“너 지금 변신 가능하지? 최대치 말고 딱 3미터 정도로. 가능해?”
끄덕.
우기는 당연하다는 듯 거만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변신해. 치호도 원하면 끼어도 되고.”
“캬앙. 컁!”
치호는 기다렸다는 듯 몸을 튕겨 우기를 내던져 버리고는 뒤로 백점프를 하더니 순식간에 대형견 크기로 변신했다.
‘어젠 중형견 정도더니 지금은 더 커졌네?’
치호가 변신할 수 있는 최대 크기가 아무래도 이게 끝이 아닐 것 같았다.
그 사이 우기도 변신을 시작했다.
바닥을 한차례 쿠웅 찍은 우기는 단숨에 3미터 크기의 우람한 오우거로 변했다.
김서준은 그런 우기에게 퀘이크 할버드를 던져 주었다.
“자, 이제 셋이 한꺼번에 나한테 덤벼봐. 괜히 봐줄 것 없이 최선을 다해서.”
“커러렁?”
거구의 오우거가 된 우기가 굵어진 목소리로 정말 그래도 되는지를 되물었다.
김서준은 귀신같이 그 뜻을 이해하고는 바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물론, 진짜다. 그러니까 걱정말고 덤벼.”
김서준은 시원하게 대답해 주며 오른손을 슬쩍 앞으로 내밀었다. 순간, 파캉!
오른손 주먹에서 세 개의 날카로운 칼날이 번쩍하고 튀어나왔다.
“내 무기는 이거. 니들도 어느 정도는 다칠 각오를 해야 할거다.”
김서준이 씨익 웃으며 하는 말에 부우와 우기, 치호가 김서준을 중앙에 두고 삼각형으로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크아앙!”
치호의 우렁찬 괴성을 시작으로 3대 1의 경천동지할 전투가 시작되었다.
***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르릉.
수련실 내에 설치된 인터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바닥에 누워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김서준은 벌떡 일어서서는 인터폰의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응, 엄마.”
인터폰 화면에 비친 얼굴이 백연지 여사였기에 김서준은 무슨 일로 자신을 찾는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아들. 다미 이모 왔다. 얼른 와서 인사하렴.
“알았어, 바로 갈게.”
김서준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고개를 돌렸다.
그런 김서준의 시선은 대자로 뻗어 있는 두 귀염둥이를 향하고 있었다.
우기는 자기 무기인 퀘이크 할버드 손잡이 위에 드러누워 헥헥 대고 있었고, 치호는 네 발을 쫙 펼친 채로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부우는 10분의 강림 시간이 다 되어 이미 역소환 된 상태.
우기와 치호는 김서준과 단 10분 동안 전투를 벌인 것으로 완전히 녹초가 되버린 것이다.
“더 쉬고 싶으면 배낭에 들어가서 쉬어. 손님왔다.”
김서준의 말에도 둘 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너는 짖어라 나는 모르겠다, 이런 반응.
그러자 김서준이 오른손을 스윽 내밀며 작게 말했다.
“내가 강제로 넣어주랴?”
스르릉
김서준의 오른 손에서는 방금 전 부우를 비롯해 우기와 치호 모두를 끔찍하게 괴롭혔던 클로의 검은 칼날이 솟아나고 있었다.
“…!”
“!!”
두 녀석이 튕기듯 일어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한쪽에 내려놓은 배낭 주머니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꼭 행동을 보여줘야 말을 들어요.”
김서준은 칼날을 다시 숨기며 배낭을 둘러맸다. 그리고 우기 전용 무기인 퀘이크 할버드도 잘 챙겼다.
‘어디,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을지 한번 살펴볼까나?’
김서준은 자신의 가족을 지켜줄 수 있는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했기에 최다미를 집안으로 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만약 그녀가 쓸모가 없다고 판단되거나 자신의 가족들 틈으로 잘 녹아들지 못한다면 바로 내보낼 생각이었다.
이미 자신의 그런 생각을 최다미에게도 미리 밝힌 상태였기에, 김서준은 이제 최다미와 그녀의 딸이 앞으로 어떻게 처신하는지를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