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사내가 나가 떨어지자 김서준은 곧장 심안을 발동시켰다.
지이잉-
마력의 파장이 주변으로 확 퍼져나갔을 때, 탐색 범위 안에 있는 모든 각성자들의 능력 수치들이 우두두 떠올랐다.
[213/노멀/파괴의 권]
[267/노멀/허공도약]
[274/스페셜/검도술]
…
..
[239(342)/노멀/파이어월]
[221(441)/스페셜/라이트닝 스피어]
..
수많은 수치들이 김서준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하지만 김서준은 그 중에서도 특이한 수치 몇개를 정확히 찾아낼 수가 있었다.
[312/스페셜/시한폭발]
[362/노멀/위력증폭]
[353/노멀/감지회피]
하나같이 A급을 훌쩍 넘는 높은 마력에 독특한 신비까지 지닌 세 명의 각성자.
그들은 예거와 천간십이지가 접선 중인 요트의 밑바닥에 숨어 있었다.
이제보니 방금 문지혜가 있던 계류장 아래에서 날아오른 자들은 단순한 시선끌기에 불과했던 것.
김서준이 심안으로 적들의 위치를 파악해 냈을 때, 그들은 물속에 그대로 잠수한 상태에서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요트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위험해!’
김서준의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시한폭발. 위력증폭. 감지회피.
이 세 가지 신비가 합쳐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 김서준의 눈앞에 그려지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피이이이이이잉-
요트 하단부에서 눈부신 빛무리가 뿜어져 나오며 초 고음의 음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젠장!”
김서준은 도망쳐도 늦은 상황에서 오히려 요트 쪽으로 몸을 날렸다. 정아름도 뭔가 잘못되었음을 파악했는지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와 요트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엄청난 속도로 요트에 접근했지만, 빛 보다 빠를 수는 없었고, 결국….
꽈아아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과 함께 요트가 수면 위로 폭발하듯 튕겨져 올랐다.
거대한 요트가 비행선처럼 하늘을 날았다.
그것도 무려 20미터의 높이로.
요트 아래에서 터져나온 폭발은 그만큼 위력적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요트는 비교적 멀쩡했다.
배 하단부에는 배의 크기만큼이나 넓다란 반투명한 막이 둘러쳐져 있었다.
폭발의 충격은 그 막에 가로막혔고, 그로인해 요트는 높에 날아오른 것이다.
콰아아아앙!
촤아아아아악!
날아올랐던 요트는 굉음과 함께 다시 수면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 충격으로 사방에 물살이 흩뿌려졌다.
후두두두둑
폭발 때문에 높게 솟아 올랐던 물기둥도 사방으로 흩어지며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김서준은 배가 폭발하지 않은 것에 안심하며 뻗어냈던 손을 거두어들였다.
‘큰일날 뻔 했어.’
방금 김서준은 위험한 순간에 염동력을 펼쳐냈고, 배 아래에 두터운 방어장막을 만들어 폭발에서 보호한 것이다.
“우와. 방금 그거 뭐에요?”
정아름은 김서준이 펼쳐낸 염동력을 코앞에서 목격했다. 그리고 놀란 듯 입을 반쯤 벌리고 있었다.
“넌 여기서 다른 요원들이랑 같이 있어.”
“네? 오빠는요?”
“난 잠시 어디 좀 다녀와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대답하는 김서준은 수상 계류장의 건너편 강변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도 같이….”
“안돼. 넌 저기 저 여자를 보호해라.”
김서준이 말한 여자는 문지혜였다.
문지혜 근처에서는 살벌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사내들이 문지혜를 죽일 듯이 덤벼들었고, 이를 막기 위해 천간십이지 조직원들이 나선 상태.
하지만 암습자들의 실력이 조금 더 높아 보였다.
“저 여자가 문지혜죠?”
정아름은 바로 여인의 정체를 알아봤다.
“맞아. 문지혜는 예거에서 준비한 작전을 완벽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키를 쥔 사람이야. 그러니 절대 죽게 내버려 두면 안된다.”
김서준은 문지혜의 신비를 이용해 염상훈은 물론, 그의 아버지이자 신교단의 단주인 염재문까지 찾아내 뿌리를 뽑아낼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문지혜를 죽게할 수 없었다.
“적들이 계속 늘어나는데요?”
정아름의 말대로였다.
적들이 계류장 아래의 물 속에 얼마나 많이 숨어 있었는지 바퀴벌레처럼 하나 둘 튀어나오더니 어느새 30명이 넘고 있었다.
“저놈들이 다가 아니야.”
김서준은 지금 모습을 드러낸 자들이 전부가 아님을 이미 알고 있었다.
계류장 밑바닥에 몸을 숨기고 있던 놈들이 34명이었고, 염상훈의 요트 안에도 12명이나 되는 각성자가 대기 중이다.
게다가,
‘저 놈들까지 치면 50명이 훨씬 넘고.’
계류장 건너편쪽 강변에 세워진 3층 건물 위.
이곳에서 약 200미터 떨어진 그곳에 꽤나 강력한 마력의 기운을 품고 있는 각성자가 6명이나 모여 있었다.
‘신교단 놈들…. 정말 철저히 준비했구나.’
가장 먼저 문지혜를 타깃으로 삼아 모두의 시선을 그쪽으로 돌린 뒤, 예거와 천간십이지의 중요 인물들이 있는 요트에 특수 신비를 지닌 각성자를 침투시켜 폭발을 일으켰다.
그 폭발을 신호로 계류장 아래의 물속에 숨어있던 각성자들이 나타나 혼란에 빠진 천간십이지의 조직원들과 예거 요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염상훈의 요트에서 대기 중인 각성자들까지 합세하여 일제히 몰아친다면 천간십이지와 예거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김서준은 이 함정을 파놓은 핵심 인물들이 건너편 건물의 옥상에서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자들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문지혜를 부탁한다.”
김서준은 정아름에게 한번 더 강조하고는 그대로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때, 방금 튕겨졌다 떨어진 요트 안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다들 낭패한 표정이었지만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어보였다.
“김서준은? 그 녀석 왜 안보여?”
이채윤은 밖으로 나오자 마자 김서준부터 찾았다. 그러자 정아름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보스몹 때려잡으러 갔을 걸요?”
정아름은 김서준이 이 사건의 배후를 정리하기 위해 움직였다는 사실을 귀신같이 눈치채고 있었다.
“보스몹? 몬스터까지 나타났다는 말이야?”
“아니요, 그건 아니고…. 말이 그렇다는 거에요. 전 일단 제 할일부터 할게요.”
정아름은 이채윤을 향해 어색하게 웃어보이고는 그대로 문지혜를 돕기 위해 계류장 D라인 쪽을 향해 달려나갔다.
***
‘이거 쓸만한데?’
김서준은 자신이 물속에서도 장시간 잠수할 수 있다는 사실에 꽤나 놀라면서도 만족스러워 했다.
이게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수’속성의 구슬이 지닌 능력 덕분이었다.
김서준은 지금 초시공 건틀릿에 봉합된 수속성 구슬을 발동시킨 상태였는데, 이 구슬의 효과 덕분에 꽤 긴 시간 동안 수면 위로 올라가 호흡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저 자식들, 수중 스쿠터까지 준비해 왔네.’
김서준이 뒤쫓고 있는 세 사내는 수중 스쿠터를 이용해 빠르게 건너편 강가로 도망치고 있었다.
시한폭발과 위력증폭, 그리고 감지회피라는 신비를 지닌 세 명의 A급 각성자.
계류장에 난입한 각성자들 중에서 가장 강한 마력을 지닌 자들이 왜 같은 편을 돕지 않고 도망부터 치려는 걸까?
김서준은 그 이유가 궁금하긴 했지만 굳이 저들을 붙잡아 이유를 캐묻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어디, 물 속에서도 격발 스킬이 먹히는지 알아볼까?’
마치 인어라도 된 것처럼 빠르게 헤엄쳐가던 김서준은 도망치는 적들이 사거리 안에 들어오자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물 속이라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스킬은 바로 발동됐다.
부우우우욱
각성자 세 사람의 코앞으로 커다란 기포가 부풀어 오르는가 싶더니,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수중임에도 불구하고 후끈한 열기가 느껴질 정도의 강력한 폭발이 터져나왔다.
김서준은 강 바닥에 버티고 서서 폭발에 의해 밀려나온 뜨거운 충격파를 맨몸으로 버텨냈다.
그리고 폭발로 뿌옇게 흐려진 전방을 똑바로 노려봤다.
‘끝났군.’
흙탕물이 가라앉으며 드러난 광경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단 한번의 폭발이었지만 그 위력은 700의 마력을 지닌 S급 각성자의 힘과 맞먹었다.
때문에 400에 못미치는 마력을 지닌 적들은 폭발의 위력을 견뎌낼 수 없었다.
더군다나 수중에서의 폭발이었기 때문에 몸의 움직임이 둔할 수밖에 없었고, 세 사람 모두 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끔찍한 고열을 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세 명의 A급 각성자들은 마치 식인 상어에게 온몸을 물어뜯긴 것처럼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버렸다.
팔 다리가 다 뜯겨져 나갔고, 머리는 목부터 떨어져 나가 물 속을 부유하고 있었다.
몸통은 갈가리 찢겨서 내장이 사방으로 흘러나온 상태.
S급 스킬인 격발의 위력은 정말이지 끔찍하게 강력했다.
김서준은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물속을 빠르게 헤엄쳐 나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건너편 강가에 도달했다.
몸을 똑바로 세우고 천천히 물 밖으로 걸어나간 김서준.
고개를 살짝 들어올리니 아까 계류장에서 봤던 그 3층 건물이 코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건물과 강 사이에 있는 도로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강력한 폭발음이 연속으로 두 번이나 울려퍼진데다가 수십명의 각성자들이 치열하게 전투를 치르는 소리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물 속에서 갑자기 김서준이 올라오자 귀신을 본 것마냥 놀랐다가 사람이라는 걸 알아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서준은 잔뜩 몰려있는 사람들을 향해 조용히 한마디 했다.
“이 건물에서 최대한 멀리 피하세요.”
그의 말에는 거역하기 힘든 묵직한 힘이 실려있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흩어져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다.
김서준은 건물 위쪽을 가만히 올려다봤다.
건물 옥상에선 여전히 예의 그 강력한 마력의 흐름이 느껴지고 있었다.
김서준은 적의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역발산기개세와 심안을 연달아 사용했다.
파아아아앗
눈빛이 황금색으로 물들며 김서준의 마력이 주변을 일제히 휩쓸고 지나갔다.
그 파장의 끝에 옥상의 각성자들이 걸려들었다.
총 6명의 각성자들.
[478/노멀/마광포] [★★★]
[484/스페셜/마력증폭] [★★★]
[453/엘리트/스턴기] [★★★★☆]
[495/노멀/섬전검] [★★★★☆]
[638/스페셜/기사소환] [★★★★☆☆]
[563/엘리트/중력제어] [★★★★★☆☆☆]
여섯 명 모두가 아찔할 정도의 실력을 지닌 강자들이었다.
마력이 500을 훌쩍 넘는 S급 각성자가 둘이나 되는데다가 지니고 있는 신비들 또한 살벌하기만 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김서준은 역발산기개세의 부가 효과를 이용해 잠재력과 위험도까지 파악했는데, 마지막 두 명은 위험도가 각각 4성과 5성이었고, 잠재력은 6성, 8성이나 된다.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앞선 5명의 마력은 모두 흑마력이었지만 잠재력 8성의 각성자만은 악마력의 소유자라는 사실.
‘저 위 신교단 단주라도 있는 거야, 뭐야?’
이 정도 강자들이면 웬만한 대형 길드의 최강 전력에 해당한다.
‘염상훈…. 분명, 그놈도 저 위에 있어.’
김서준은 계류장에서 이쪽을 바라봤을 때, 문지혜의 사진에서 본 그 사내도 함께 있는 걸 확인했었다.
이로써 사진 속 사내가 신교단의 염상훈이라는 사실도 거의 확실해졌다.
‘속전속결이 답이야.’
김서준은 적들이 제대로 대처할 수 없도록 이 상황을 신속하게 끝내기로 했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계류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가 꽤나 치열해 보였다.
천간십이지의 최고 간부 7명에 예거의 넘버링 요원이 셋이나 전투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전세는 어디로도 기울어지지 않고 팽팽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천간십이지의 간부들과 넘버링 요원들이 신교단의 진짜 강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힘을 비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염상훈의 요트에 숨어있는 자들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저 싸움을 끝내려면 이쪽부터 쳐야해.’
김서준은 단숨에 적들을 쳐낼 생각을 하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때였다.
쿠르르릉
묵직한 물건이 끌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3층 건물의 옥상 난간 밖으로 굵고 길쭉한 쇠파이프 같은 것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건 전술차량에 장착되는 대전차용 기관포와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기관포의 총구가 빛을 머금기 시작했다.
빛은 구체를 만들어냈고, 점차 크기를 키워갔다.
김서준은 빛의 구체에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느낀 순간, 온몸에서 소름이 돋았다.
총구가 향하고 있는 곳은 전투가 한창인 계류장 중심.
총구 앞에 뭉쳐든 빛의 구체는 계류장 전체를 초토화 시킬 정도로 강력했다.
‘같은 편까지 죽일 셈이냐!’
저들에게 인간성을 기대한 것 자체가 실수였다.
김서준은 황급히 무릎을 구부려 다리의 모든 근육을 한껏 응축시켰다.
부우우욱
근육이 당겨지고 허벅지가 터질 것처럼 크게 부풀어 올랐다. 그러던 어느 순간, 콰아아앙!
바닥이 움푹 패이며 김서준의 몸이 하늘을 향해 탄환처럼 솟구쳐 올랐다.
엄청난 속도와 탄력으로 순식간에 3층 건물 위로 날아오른 김서준.
그의 눈앞에 40미리 구경의 기관포를 꽉 움켜쥐고 마력을 쏟아붓고 있는 한 사내가 보였다.
[478/노멀/마광포] [★★★]
마광포라는 신비를 지닌 사내.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는 눈동자에는 경악의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김서준은 그 사내의 심장을 향해 손가락을 뻗어내며 작게 중얼거렸다.
“마력끊기.”
뚝
뭔가가 끊어지는 느낌이 전해지더니,
“커헉!”
이제 막 기관포의 방아쇠를 당기려던 사내가 입으로 피를 뿜으며 뒤고 확 튕겨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