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152화 (152/153)

152

사내, 염상훈은 모든 것이 자신의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에 만족스런 웃음을 그렸다.

물류창고에 보낸 20명의 수하들은 눈속임에 불과했다.

애초부터 사내가 노린 건 이쪽, 아라마리나 수상 계류장이었으니까.

반년 전쯤이었을까?

염상훈은 우연히 문지혜를 만났다가 그녀의 미모에 혹해 재미삼아 그녀와 연인놀이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을 때, 염상훈은 문지혜에게 흥미가 떨어졌고 결국 칼같이 잘라냈다.

문지혜는 염상훈에게 버림받은 사실에 크게 분노했고 강한 앙심까지 품게 되었다. 그런데,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신비까지 각성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사실, 문지혜의 미모는 생각 이상으로 괜찮았기에 어딜 데리고 다녀도 체면이 구겨질 일은 없었다. 그래서 염상훈은 자신의 찐친들만 드나들 수 있는 요트까지 데려왔었고, 그곳에서 많은걸 함께 즐겼다.

하지만 점차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문지혜에게 짜증이 솟구쳤고, 결국 길가의 돌멩이 차버리듯 시원하게 차버린 것이다.

그로인해 문지혜는 신비를 각성했다.

그것도 전파감염이라는 S급 수준의 특별한 신비를.

염상훈은 이 기회를 그냥 놓칠 수가 없었다.

문지혜가 각성한 전파감염 신비는 모든 정부 조직이나 길드에서 눈독을 들이는 특이계열의 능력이었다.

염상훈이 속한 길드인 신교단에서도 그녀를 최고 대우로 영입하고 싶어할 정도.

하지만 염상훈에겐 다른 계획이 있었다.

안그래도 신교단의 뒤를 자꾸 캐내며 잦은 충돌을 벌이고 있는 천간십이지가 눈엣 가시와 같았던 염상훈.

이 기회에 문지혜를 천간십이지의 눈에 띄게 하여 그곳에 밀어넣는다면, 복수심에 가득찬 문지혜는 어떡하든 자신에게 복수를 하려고 발버둥 칠 게 분명했다.

그럼 천간십이지는 문지혜가 트롤러라는 사실을 모른 채 그녀가 물어다 주는 정보를 토대로 신교단을 공격해 올 것이고, 그러다 결국 커다란 빈틈을 만들 수밖에 없게 되리라.

거기다 최근 매수에 성공한 천간십이지의 십이신장 두 명을 문지혜와 적절히 버무려 이용한다면 천간십이지를 한순간에 공중분해 시키는 것도 어렵지 않아보였다.

그래서 일부러 흔적을 남겨 문지혜가 신교단의 비밀을 캐낼 수 있게 모든 걸 조작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이 함정에 천간십이지 뿐만이 아니라 예거라는 대어까지 함께 걸려들었다.

얼마전, 예거 생도로 위장하여 침투시킨 금쪽같은 여동생이 동기생의 손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해 염상훈은 침통하기 이를데가 없었다.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예거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던 염상훈은 아버지까지 설득시켜 이번 일에 신교단의 사활을 걸기로 한 것이다.

그 노력이 지금 결실을 보이고 있었다.

예거와 천간십이지는 아무 것도 모른채 문지혜의 말 몇마디에 놀아나 계류장을 접선 장소로 잡아버리는 똥멍청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

‘흐흐. 이제 저곳에 오창석, 그 개자식이 있는 것만 확인되면 너희들 모두를 통째로 구워서 사이좋게 저승으로 보내 주겠다!’

염상훈은 슬슬 준비하라는 뜻으로 뒤를 돌아보며 눈짓했다.

그의 등 뒤엔 신교단의 핵심 전력인 김필중과 신지효, 그리고 박태식이 대기 중이었다.

그 외에도 거금을 들여 매수에 성공한 천간십이지의 십이신장 중 두 명도 이곳에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병묘신장 이장혁과 무오신장 최태진.

이 둘은 십이신장 중에서는 중간 정도의 강자였지만 욕심이 많은 인물들이라 신교단이 던진 유혹의 손길을 벗어나지 못했다.

“상훈아. 폭발에 실패했는데도 작전을 강행할 생각이냐?”

신교단의 최강 헌터 김필중의 말에 염상훈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우리한텐 박태식이가 있는데 뭐가 걱정입니까? 태식이의 마광포와 기관포의 조합이면 최소 TNT 50톤의 위력은 나온다고요.”

염상훈의 말투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김필중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저곳엔 천간십이지의 천간부주와 예거의 넘버링 요원도 셋이나 있어. 요트 폭발로 타격을 주지 못한 상태에서 마광포를 쏴봐야 몇이나 해치울 수 있을까?”

“필중 형님. 무슨 걱정이 그리 많습니까? 마광포로 절반만 죽일 수 있어도 이번 작전은 대 성공입니다. 게다가 형님과 제가 있으니 예거 넘버링 한놈 정도는 잡아 족칠 수 있을 테고요.”

“우리의 진짜 목표는 오창석이다. 천간십이지의 천간부주를 못잡으면 우리의 손해라는 걸 모르는 것이냐?”

지금 박태식의 신비인 마광포를 쏘겠다는 건, 계류장에 있는 신교단의 단원 대부분을 함께 희생시키겠다는 뜻이나 다름 없었다.

만약을 위해 염상훈의 요트에 대피를 위한 조치를 해 두었다고는 하나 마광포가 발사되는 짧은 시간에 과연 얼마나 그쪽으로 피신할 수 있을까?

때문에 천간부주 오창석을 해치우지 못한다면 단원들의 희생은 덧없는 것이 되고 만다.

“형님은 지금 희주의 복수를 하지 말라는 겁니까? 내 동생 희주가 얼마나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는지 모르냐고요!”

염상훈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고, 눈에서는 분노의 감정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복수도 좋지만, 우리 신교단을 위한다면 이번 작전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챙기는 게 우선이다. 그게 단주님의 뜻이기도 하고.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은게 아니다.”

“필중 형님!”

염상훈이 김필중에게 반박을 하려는 그때,

꽈아아아아아아앙!

계류장과 이 건물 사이에 흐르고 있는 강물 중앙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물기둥이 하늘로 치솟았고, 물기둥 사이엔 사람의 신체 조각으로 보이는 것들이 섞여 있었다.

“뭐야, 이거?”

염상훈이 화를 내며 소리치자 천간십이지의 배신자 이장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누군가 신비를 사용해 당신 부하들을 터트려 버린 것 같군요.”

이장혁은 마력증폭이라는 신비를 지니고 있었기에 남들보다 마력의 기운에 굉장히 민감했다.

그래서 방금의 폭발이 누군가의 능력에 의해 발생한 것임을 바로 알아봤다.

“중요 인물들은 전부 계류장 쪽에 있는 거 아니었나?”

염상훈이 신경질적으로 묻자 다들 계류장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다 유일한 여자 단원인 신지효가 뭔가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공대장님. 레저 센터 직원 복장을 하고 있던 놈 하나가 안 보입니다!”

신지효는 염상훈을 공대장이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그놈이 누구냐고!”

“그건 저도 잘….”

신지효로서는 김서준에 대한 걸 알 턱이 없었다.

하지만 배신자 이장혁과 최태진, 이 두사람은 오늘 예거 쪽에서 어떤 인물들이 이곳에 올 예정인지 대충은 알고 있었다.

“아마도 이번에 새로 임명되었다는 익스퍼트 요원이 아닐까 싶군요.”

“익스퍼트 요원?“

“넘버링과 일반 요원 중간쯤 되는 역할이라고 하던데, 얼굴이나 이름은 전혀 알려진게 없습니다.”

“혹시 07기 생도 출신이야?”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렇군. 크큭. 오늘 이곳에 07기 생도 출신이 셋이나 나와있다 이거지? 잘됐군, 잘됐어. 흐흐흐.”

염상훈은 살기를 뿜어내며 비릿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박태식이. 마광포 준비해.”

“지금…. 말입니까?”

조금 앳된 얼굴을 한 사내가 움찔하며 반문했다.

그 말에 염상훈이 흉악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내 명령에는 절대 반문하지 말라고 경고 했을텐데?”

“아, 알겠습니다.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힘차게 대답한 박태식은 아공간에서 바로 40미리 기관포를 꺼냈다.

2미터가 넘는 기다란 포신에 상하좌우의 폭이 60센티나 되는 두꺼운 후방동체를 지닌 기관포는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박태식은 그걸 옥상의 난간 끝쪽으로 이동시켰다.

쿠르르릉

바퀴가 달려있음에도 기관포의 무게가 상당했기 때문에 육중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박태식이 양 손으로 기관포의 손잡이를 쥐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준비 되었습니다, 공대장님. 언제든 말씀만 하시면 당장 저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겠습니다. 하하핫!”

박태식의 얼굴에도 슬슬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스물 셋이라는 젊은 나이였지만, 그는 이미 신교단과 염상훈의 악랄함에 물들어 사람 수십명을 떼죽음 시키는 일에도 전혀 개의치 않아했다.

“당장 발사해. 시발, 저기에 있는 새끼들 전부 죽여버리라고!”

드디어 염상훈의 명령이 떨어졌다.

박태식은 옳다구나 싶어 바로 신비를 발동시켰다.

그의 눈이 황금색으로 빛나며 80%에 해당하는 마력이 기관포 안으로 최대한 쏟아부어졌다.

그 즉시 기관포의 총구 앞으로 커다란 빛의 광구가 생겨났으며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의 힘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증폭되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꽈아아앙!

건물 아래쪽에서 강한 충격음이 터지더니,

슈아악!

계류장을 겨누고 있는 기관포의 총구 앞으로 청년 하나가 휙 날아올랐다.

물에 홀딱 젖은 상태의 그는 배낭을 하나 둘러매고 있었고, 레저 센터 직원들이 걸치는 조끼를 입고 있었다.

박태식은 물론이여 염상훈과 김필중까지 갑작스런 청년의 등장에 크게 경악하고 말았다.

청년은 허공에 떠 오른 상태에서 박태식을 향해 손가락을 겨냥했다. 그리고 작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마력끊기.”

뚜둑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커헉!”

40미리 기관포에 마광포를 담아 계류장 전체를 폭파시키려던 박태식이 새빨간 핏물을 왈칵 뿜어내고 말았다.

곧이어 강한 충격파에 튕겨졌다가 거칠게 나뒹굴고 말았다.

“저 새끼부터 죽여!”

염상훈이 소리치자 나머지 네 명의 각성자들이 일제히 공격에 나섰다.

신지효는 ‘스턴기’라는 신비를 지닌 헌터로 마력의 그물을 뿜어냄으로써 그 안에 걸려든 상대를 짧게는 2초에서 길게는 5초까지도 꼼짝 못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녀는 청년을 향해 손을 뻗어내며 눈을 황금빛으로 빛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때를 같이하여 천간십이지의 배신자 최태진이 달려나가며 ‘섬전검’을 펼쳐냈다.

퍼엉!

공간이 터져나간 순간, 최태진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청년의 머리 바로 위였다.

어느새 최태진의 손에는 기다란 검이 들려있었고, 그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청년을 갈라버렸다.

촤아앙

가히 섬전처럼 번쩍하고 베어진 검.

그 검에서 뿜어진 섬뜩한 검기는 건물 옥상의 일부까지 함께 갈라버렸다.

하지만, 정작 반으로 갈라져 죽었어야 할 청년이 보이지 않았다. 이를 눈치챈 최태진이 급히 몸을 움직이려 할 때, 푸학!

최태진의 가슴을 뚫고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건 세 개의 날카로운 칼날이었다.

“이, 이런 제….길.”

최태식이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릴 때,

츠아악!

세 개의 칼날은 그의 가슴을 그대로 찢어발겼다.

최태식의 몸은 처참히 찢겨진 고깃덩이가 되어 바닥으로 후두둑 쏟아져 내렸다.

“어, 어떻게….?”

신지효는 물론 염상훈과 김필중도 모두 경악했다.

분명 신지효의 스턴기까지 발동이 되었는데, 어찌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떻게 최태식의 섬전검보다도 빠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었다.

청년, 김서준의 손목에 채워진 기프트에는 모든 디버프에 대한 저항력을 30%나 높여주는 ‘면역강화’ 능력이 담겨져 있으며, 그가 운용하고 있는 태양신공은 신체에 불온한 영향을 미치는 디버프성의 힘을 모조리 태워버리는 엄청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즉, 신지효의 스턴기는 김서준에게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김서준은 그 틈에 클로킹 마스크를 꺼냈고, 재빨리 얼굴에 뒤집어 썼다.

스르륵

그의 모습이 귀신처럼 사라져 버리자 신교단의 각성자들은 또한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스캔으로 놈을 찾아! 빨리!”

염상훈은 S급의 헌터이면서도 이런 돌발 상황에선 제대로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는 수치적으로만 S급일 뿐, 실전은 거의 없었고 기껏해야 신교단의 단원들이 차려둔 밥상에 손을 얹는 정도밖에 해보질 못했다.

그런 이유로 함정을 파는데 있어선 염상훈의 교활함이 빛을 발하게 되지만, 지금처럼 위험이 코앞에 닥치게 되면 머리가 굳어져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휘이잉. 휘이잉.

이장혁이 다급히 스캔용 아티팩트를 꺼내 주변을 훑었다.

하지만, 없다.

이장혁은 지금까지 모습을 감추는 능력이나 관련 아티팩트를 지닌 사람들을 많이 접해봤다. 하나, 스캔 장비까지 속일 수 있는 사람은 한명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적은 달랐다.

희한하게 생긴 가면을 얼굴에 두르는 것만으로 너무도 완벽하게 자취를 감췄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놈이…?’

그의 놀라움은 길게 가지 못했다.

촤악

아무런 기척도 없이 공간이 갈라지며 이장혁의 오른쪽 팔이 그대로 잘려나갔으니까.

“으아아악!”

이장혁은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적이 있을 만한 곳을 향해 총을 마구 난사했다.

이 상황에서 검같은 근접 무기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 것.

하지만 김서준에겐 그런 총질도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다.

김서준은 클로킹 마스크로 존재를 완벽히 숨긴 채 박태식이 꺼내 놓은 40미리 기관포로 다가섰다.

그리고 손으로 총열을 살짝 거머쥐며 초시공 건틀릿이 지닌 고밀도의 압축 능력을 사용했다. 순간, 콰드드득. 콰직!

2미터가 넘는 커다란 기관포가 엄청난 압력에 우그러지며 순식간에 2미리의 콩알만한 쇠구슬로 압축되었다.

김서준은 200kg의 중량을 고스란히 지닌 초소형 구슬을 손으로 힘껏 튕겨냈다.

콰앙!

구슬이 튕겨진 순간, 공간이 터져나가며 소닉붐이 일었고, 퍼억!

쓸데없이 사방으로 스턴기를 남발하고 있던 신지효의 몸통을 꿰뚫었다.

“컥!”

신지효는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한 채 가슴에 축구공만한 구멍이 뚫려 그대로 절명했다.

스아아아악

소름끼치는 바람소리가 옥상 위에 흩뿌려졌을 때,

스칵. 서걱!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박태식과 이장혁의 머리가 날카로운 칼날에 잘려 바닥을 나뒹굴었다.

바람은 또 다시 움직였고,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당황해 있는 염상훈을 향해 날아들었다.

쓰아아아악

바람을 타고 날아드는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세 개의 섬뜩한 칼날.

그 칼날이 염상훈의 목에 거의 닿는 그 순간,

버언-쩍!

염상훈의 코앞으로 벼락이 떨어져 내리더니,

카아아아아앙-

무언가가 김서준이 휘두른 클로의 칼날을 막아냈다.

그건 거대한 대검이었다.

그 대검을 역으로 휘두르는 자세로 서 있는 건 2미터 신장의 거구.

염상훈을 지키듯 그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자는 중세시대에서나 볼 법한 전신 풀플레이트 갑옷을 걸치고 있는 거구의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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