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공 천재의 헌터 라이프-153화 (153/153)

153

김서준은 거구의 기사를 올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식으로도 소환이 가능하다고?’

벼락과 함께 소환된 기사의 모습에 살짝 놀라워하는 그때, 김필중이 허공으로 뭔가를 집어던졌다.

“블러드 레인!”

그가 시동어를 외치자 허공에 던져진 원반 같은 것에서 새빨간 물방울들이 사방으로 분수처럼 뿌려졌다.

붉은 물방울은 눈 깜짝할 사이에 주변의 모든 걸 붉게 물들였다.

김서준은 급히 염동장막을 펼쳐 몸에 둘렀다.

따다다다다당

붉은 물방울들은 염동장막에 부딪쳤고, 이번엔 장막마저 새빨갛게 물들여 버렸다.

“타깃 지정!”

또 다시 김필중이 시동어를 외치자 붉게 물든 염동장막 위로 홀로그램 같은 다이아몬드 형태의 표식이 새겨졌다.

그 직후 거구의 기사는 표식이 있는 곳을 향해 폭풍 같은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김서준이 염동장막을 거두어 들였음에도 표식은 허공에 그대로 떠 있었다. 게다가 김서준이 움직일 때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계속해서 따라붙었다.

‘잔머리를 썼군.’

김필중은 보이지 않는 김서준의 위치를 찾아내기 위해 마력을 빼앗는 스킬인 ‘블러드 레인’과 목표에 표식을 새겨 언제든 추적이 가능하게 하는 ‘타깃 지정’ 스킬을 함께 사용한 것이다.

특히 이 타깃 지정 스킬은 목표가 사용하는 마력 자체에 표식을 새기는 것이기에 마력을 운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 마력의 주인을 따라 계속해서 움직이게 된다.

김서준은 클로킹 마스크의 효과가 더 이상 소용이 없다고 판단했고, 바로 마스크를 벗어 아공간에 집어 넣었다.

김서준의 모습이 드러나자 거구의 중세 기사는 더욱 더 맹렬하게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꽈앙! 꽝!

기사는 대검을 마치 해머 다루듯 무식하게 휘둘렀다.

빗나간 대검은 옥상 바닥을 마구 때려부쉈고 클로로 막아내면 김서준을 몇 걸음 씩 튕겨낼 정도로 강한 충격을 만들어냈다.

[638/스페셜/파워증폭]

김서준이 심안으로 살펴본 중세 기사의 능력치는 꽤나 놀라웠다.

물론 김서준이 전력으로 상대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력의 7할을 사용 중인데도 오히려 기사가 김서준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김서준은 비뢰신보로 공격을 피해내는 한편, 중세 기사를 소환해낸 김필중을 눈여겨 봤다.

‘신교단의 핵심인물이 확실하군.’

김필중에 염상훈까지 모두 해치우려면 좀 더 확실한 수를 써야할 것 같았다.

김서준은 바로 클로를 휘둘러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대검을 가로막았다.

꽈아아앙!

묵직한 충격음과 함께 건물 옥상이 폭삭 주저앉았다.

기사가 짓누르는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마력 수치가 이미 600을 넘고 있는데다가 파워증폭이라는 신비까지 사용 중이라 900 이상의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김서준은 기사의 검을 거뜬히 버텨냈다. 그리고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기사를 올려다 보며 피식 웃었다.

“이제 잘 가고.”

짧게 한마디 한 김서준이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이 황금빛으로 충만해진 순간,

키이이이이잉-

김서준의 왼손 앞에 빛이 모여들며 새빨간 탁구공 같은 것이 생겨났다.

김서준은 지금 천번구를 사용한 것이었다.

그 작은 빛의 응집체에서 위험을 느낀 김필중도 전투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염상훈을 향해 소리쳤다.

“염상훈! 돕지 않고 뭘 하는 거냐!”

“….!”

천둥 소리와 같은 호통에 염상훈이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리고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들고는 3층으로 떨어져 내린 김서준을 향해 붕 날아올랐다.

“이 새끼가 감히 날 엿먹여!”

김서준에 대한 분노가 공포를 이겨냈다.

염상훈은 모든 마력을 끌어올리며 자신의 신비, 중력제어를 발동시켰다.

쿠웅!

김서준의 머리 위로 30G가 넘는 강력한 중력기둥이 떨어져 내렸다.

비뢰신보로 재빨리 중력기둥의 범위를 벗어났지만, 그곳엔 김필중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딜!”

쑤아아앙

김필중이 내지른 기다란 창이 김서준의 심장을 향해 날아들었다.

김서준은 김필중의 창을 클로로 튕겨내며 응집을 마친 붉은 구체를 한곳으로 튕겨냈다.

피윳-

구체는 점멸하듯 10미터를 단숨에 건너뛰었고, 높게 날아올라 대검을 수직으로 내려긋는 중세 기사의 가슴팍에 정확히 박혀들었다. 그리고, 꽈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과 함께 기사의 몸체가 산산조각이 나며 터져버렸다.

그때, 염상훈이 떨어져 내리며 김서준의 목을 베어내려 했다.

카앙!

클로를 휘둘러 검을 막아낸 김서준.

더불어 태양신공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자,

퍼엉!

강력한 반탄력에 염상훈이 위로 튕겨 오르고 말았다. 하지만 염상훈도 S급 헌터였다.

공중에서 한차례 회전하여 자세를 바로잡은 그는 다시 김서준을 향해 신비를 발동시켰다.

쿠웅!

또다시 김서준의 머리 위로 거대한 중력기둥이 떨어져 내렸다. 이번엔 피할 틈이 없어 두 손으로 중력기둥을 막아낼 수밖에 없었던 김서준.

그때, 잠시 시간을 번 김필중 또한 눈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그러자 이번엔 세 개의 뇌전이 작렬했다.

콰앙! 쾅쾅!

뇌전이 떨어진 곳으로 또 다시 중세 기사가 나타났다.

이번엔 셋이다.

방금 김서준이 터트려버린 기사보다는 약하지만 셋 모두 S급에 가까운 강력한 마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492/노멀/라이트닝피어]

[495/노멀/방패장막]

[499/노멀/마력궁]

적이 오히려 늘어나버리자 김서준은 짜증이 솟구쳤다.

최대한 자신의 능력이 들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속전속결로 적을 해치우려고 했는데, 상황이 생각처럼 흘러가질 않았기 때문.

‘너무 쉽게 봤어.’

최근들어 능력이 크게 상승한 탓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 과한 자만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호랑이는 토끼 한마리를 사냥할 때에도 최선을 다한다는데, 난 지금 뭘하고 있는 거지?’

김서준은 스스로를 자책했다.

양의분심공으로 전투를 하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김서준은 쓰게 웃으며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그리고 양의분심공을 풀고 오직 한가지에 집중했다.

김서준이 집중한건 바로 태양신공이었다.

푸화아아아아악!

김서준의 몸에서 뜨거운 태양신공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푹 눌러쓰고 있던 모자는 내공의 힘에 튕겨져 나갔고, 머리카락이 일제히 솟구쳐 오르며 한올 한올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

온몸에서 넘실거리는 열기가 주변 공기까지 뜨겁게 달구자 김필중과 염상훈은 뒷걸음질 쳤다.

그들로서는 처음 접하게된 압도적인 광경.

김필중은 과도한 마력을 사용한 탓에 다소 지친 상태였지만, 적의 강함에 놀라 꼬리를 말고 도망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S급 헌터로서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염상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넌 여길 벗어나라.”

“….네?”

“굳이 너까지 남아서 결전을 치를 이유는 없다.”

“하지만 형님 혼자서 저 괴물 같은 놈을….”

“적어도 익스퍼트 요원의 팔 한짝 정도는 가지고 갈 수 있겠지.”

“형님!”

김필중은 지금 죽음을 각오했다.

상대가 전력을 다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승기를 잡지 못했다. 그런데 이젠 폭발적으로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했으니 이후의 결과가 눈앞에 선하게 보였다.

이미 함정은 깨졌고, 당장은 도와줄 지원세력도 없다. 상황은 이미 수습 할 수 없을 정도.

김필중은 신중하게 생각했다.

자신이 염상훈과 함께 도망친다면 둘 다 죽겠지만, 자신이 남아 목숨을 걸고 적을 상대한다면 최소한 염상훈은 살릴 수 있을 거라고.

“가라. 여기서 목숨을 잃을 생각이 아니라면.”

콰아아아아아아

김필중의 몸에서도 강력한 마력 파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힘은 염상훈까지 뒤쪽으로 밀어낼 정도로 강력했다.

김필중을 잠시 바라보던 염상훈은 시선을 돌려 김서준을 노려봤다.

뿌드득.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내 목숨을 다해서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널 죽이고 말겠다!’

염상훈은 김서준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했다. 그리고 이를 갈며 복수를 맹세했다.

지금은 이대로 물러나지만 자신이 직접 준비한 계획을 전부 박살내고 아끼는 수하들까지 잃게 만든 저 젊은 녀석만큼은 절대 가만둘 수 없었다.

염상훈은 화가난 듯 거칠게 몸을 돌리고는 무너진 건물 옥상을 향해 힘차게 뛰어올랐다.

그의 두 발이 옥상에 무사히 착지하는가 싶은 그 순간, “염상훈, 피해라!”

무너진 공간 아래에 있던 김필중이 경악에 찬 외침을 터트렸다.

갑자기 무슨 소린지 몰라 착지와 동시에 고개를 돌려 구멍 아래를 내려다본 염상훈.

그의 눈에 도저히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날아오고 있는 새빨간 형체 하나.

그건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을 갈지(之)자로 튕기듯 움직여 염상훈을 향해 무섭게 짓쳐들고 있었다.

쾅! 콰광! 쾅!

걸음을 옮길 때마다 뇌전을 뿜어내며 눈깜짝할 사이에 코앞으로 날아든 그건.

스칵

섬뜩한 소리와 함께 섬전처럼 염상훈의 곁을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푸슈슈슈슈슈

날카로운 클로의 칼날에 베어진 염상훈의 목에서 피분수가 터져 나왔다.

“염상후운-!”

김필중이 비명처럼 염상훈을 부르며 소환 기사들과 함께 날아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염상훈의 머리가 목에서 떨어져 나갔다.

머리를 잃은 몸이 균형을 잃고 흔들거렸다. 그때 김서준이 염상훈의 몸뚱이를 발로 퍽 차버렸다.

염상훈의 몸은 핏물을 흩뿌리며 구덩이 안으로 떨어졌다. 그곳으로 김필중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김필중은 자신의 정면으로 떨어져 내리는 염상훈의 목없는 시체를 피해 옆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를 뿌드득 갈아낸 그는 무너진 옥상의 가장자리에 서서 무심한 눈길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김서준 쪽으로 쏜살같이 날아들었다.

“씨바알-!”

분기탱천한 김필중이 자신의 모든 마력을 담은 창을 뻗어낸 그때였다.

따악!

김서준이 손가락을 튕긴 순간,

꽈아아아아아앙!

마네킹처럼 힘없이 추락하던 염상훈의 시체가 산산조각나며 끔찍한 폭발을 일으켰다.

지옥의 불길이 사방을 뒤덮으며 주변의 모든 산소를 빨아들여 한순간 진공상태로 만들어 버릴 정도의 강력한 위력.

산산이 조각난 염상훈의 뼈와 살점들은 강력한 암기가 되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퍼버버버벅

김필중은 자신이 아끼던 동생의 신체 조각을 창으로 쳐내며 악귀처럼 소리쳤다.

“죽여버린다!”

김필중의 외침이 끝난 그 순간,

콰앙

붉은 기운에 휩싸인 김서준이 바닥을 박차며 탄환처럼 튀어나왔다.

김필중은 소환 기사들을 이용해 자신의 정면을 보호하는 한편, 그 자신은 무너진 구덩이의 측면을 밟으며 옆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지이잉

김서준의 몸에서 기묘한 마력의 파동이 퍼져나온 그때, 퍼벅. 퍽퍽!

김필중의 버팀목과 같은 소환 기사들이 촛불 꺼지듯 그대로 소멸했다.

사방을 휩쓸고 간 파장은 다름아닌 MPSP(마력폐쇄파)였다.

정면을 가로막고 있던 소환 기사들이 사라지자 그곳으로 김서준이 쐐기처럼 날아들었다.

김서준은 더 이상 클로를 쥐고 있지 않았다. 대신 오른손을 허리춤에 대고 있었다.

김필중은 그런 김서준을 향해 미친사람처럼 소리를 내지르며 창을 찔러넣었다.

“죽어, 죽으라고 이 개새끼야!”

부아아아아악

마력이 잠긴 상태였음에도 창이 뻗어나오는 속도와 힘이 꽤나 대단했다.

하지만 그가 상대하는 적은 각성한 헌터이기 이전에, 무공으로 정점에 오른 적이 있었던 엄청난 고수.

김필중이 뻗어낸 창을 미세한 차이로 피해낸 김서준은 허리춤에 두었던 손을 앞쪽으로 벼락처럼 휘둘렀다.

촤아아앙

김서준이 휘두른 손의 궤적을 따라 커다란 반월의 검로가 그려졌다.

허공에 반월의 검로를 그려낸 그건 기다란 곡도였다.

아론다이트.

그 짧은 시간에 왼쪽 허리춤으로 아론다이트를 소환한 김서준은 극한의 속도로 수라극섬의 발도술을 펼쳐낸 것이었다.

푸쉬쉬쉬쉬쉬

김필중의 가슴팍이 쪼개지며 핏물이 확 뿜어졌다.

마력이 잠기지 않았더라도 도저히 막을 수 없을 정도의 빠름.

쩔그렁

김필중은 창을 떨어뜨렸고 곧이어 털썩 무릎을 꿇었다.

깊게 베어진 상처 틈으로 펄떡거리는 심장이 보이고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허파의 움직임까지 훤히 들여다 보인다.

김필중은 허탈한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내려다보다가 핏덩이를 한웅큼 토해냈다.

그의 흐릿해진 시야로 한 사람의 다리가 나타났다.

김필중은 차분한 걸음걸이로 자신을 향해 다가선 김서준을 천천히 올려다봤다.

여전히 붉은 빛에 휩싸인채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김서준.

“죽….여라.”

그 말이 김필중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서걱

김서준은 일언반구 없이 그대로 김필중의 목을 베어버렸다.

툭. 데구르르….

잘려진 김필중의 머리가 저 멀리 날아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이로써 이 자리에 있던 신교단과 천간십이지의 배신자는 모두 제거되었다.

“후우….”

김서준은 그제야 참고 있던 숨을 토해내며 한껏 끌어올렸던 태양신공의 내공을 회수했다.

내공이 갈무리되자 펄럭이며 솟구치던 머리카락이 다시 내려앉으며 온몸을 뒤덮고 있던 붉은 기운도 씻은듯이 사라졌다.

방금의 전투는 6성에 이른 태양신공을 9할의 힘으로 사용한 결과였다.

‘태양신공의 힘이 이정도로 강력할 줄이야….’

김서준은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봤다.

핏물에 물든 새빨간 손에는 방금 전까지 온몸에 가득 채워져 있던 짜릿한 감각이 그대로 남아있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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