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속 야만전사-21화 (21/132)

#021화. 다르킨 토벌전 (1)

노만이 발동한 흑마법이 칸과 론을 집어삼키고 사라졌다.

정말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이었고, 아리에스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서 어쩐지 머리가 멍했다.

그러다 퍼뜩 움직여 기절한 사제들을 바닥에 눕혔다. 생각이 정리돼서 움직인 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해야 할 일을 고른 것에 가까웠다.

화아아악─.

아리에스가 일으킨 ‘치유의 빛’이 기절한 사제들을 감쌌고, 몸을 휘감는 따듯한 빛 덕분에 아리에스도 덩달아 침착함을 되찾았다.

‘들은 적 있어.’

우선 칸이 휘말린 흑마법의 정체를 떠올렸다. 대악마의 적자 중 하나인 ‘아에카리스’가 흑마법사들에게 빌려주는 권능.

만신전 교회도 정확한 이름은 파악하지 못했으나, 그 효과는 유명했다. 공간의 전이. 아에카리스가 입으로 삼킨 것들을 미리 지정해둔 ‘위장’으로 쏟아내는 것.

그럼 그 위장은 어디에 있을까. 아리에스는 거의 확신에 가까운 추측을 머릿속에서 내놓았다.

‘네카르 산.’

“크헉. 쿨럭!”

“으으윽…….”

마침 아리에스가 생각을 정리한 참이었다. 모종의 수법으로 의식을 빼앗겼던 사제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렸다.

“내, 내가 왜 바닥에…….”

“부원장님의 기도를 듣다가 갑자기 잠이 와서…. 엇! 원장님! 이보게들!”

“이게 무슨 난리지…! 바닥에 이건 또 뭐고!”

혼란스러워하는 사제들이 상황을 파악할 때까지 기다려줄 수도 있겠으나, 아리에스는 그러지 않았다. 그들에게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조용.”

성기사님? 사제들은 다소 흐트러진 행색의 아리에스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곤 화들짝 놀라 달려들었다.

감히 더러워져선 안 될 무언가가 더러워진 걸 본 것처럼.

아리에스는 그런 사제들의 호들갑에 반응하지 않고 덤덤히 자기 할 일을 했다.

“부원장 노만이 타락했어요. 그는 흑마법사의 힘을 빌려 악마의 권능을 부렸고, 바닥에 그려진 흑마법진이 그 증거고.”

“맙소사. 부원장님께서 타락했다니요…!”

“설명할 시간 없어요. 나는 주의 이름으로 타락자를 벌해야 하니까. 그러니. 당신들은 도시의 혼란을 수습해요. 아침이 밝으면…….”

아리에스치고는 드물게 길고, 끈기 있는 설명이었다. 상황이 그만큼 어지러웠다. 다행히 사제들은 노만의 배신을 전해 듣고도 의욕이 넘쳤다.

아리에스가 성기사이기 때문이었다. 성기사란 신의 뜻을 대행하는 존재이고, 성기사의 명령은 곧 신의 명령이니까. 의욕이 없을 수가 없었다.

“그럼. 당신께선……?”

“기도.”

그 한마디에 사제들이 모두 물러났다. 아리에스는 그나마 멀쩡한 장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그녀의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부디…….”

*

*

*

그녀의 백금발에 내려앉은 시린 달빛이 점차 따듯한 빛으로 변해갈 때까지 이어진 기도가 중단된 건, 오매불망 기다리던 방문자가 도착한 이후였다.

“흠. 그쪽이 날 찾은 성기사인가? 이렇게 어린 소녀일 줄은 몰랐는데.”

“스, 스승님. 기도하는 데 방해가 아닐까요……?”

“무슨 소리냐. 저치는 우리가 노크하기도 전에 기도를 멈췄거늘. 그렇지 않소?”

아리에스는 조용히 일어나 두 방문자를 살폈다.

머리가 희끗해지기 시작한 중년의 신사와 아리에스보다 조금 연상으로 보이는 청년. 둘 다 로브에 지팡이를 패용한, 전형적인 마법사의 복색을 하고 있었다.

“당신이…….”

“아, 첫 만남이니 내 이름은 직접 소개하겠소. 마땅히 그래야지. 무려 만신전의 가장 날카로운 검을 만나는 자리인데.”

어쩐지 비꼬는 것처럼도 들리는 말투였다. 그러나 중년의 신사는 원래 말투가 그런 건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반갑소. 나는 회색 마탑의 마스터께 직접 가르침을 받고, 오색 마탑의 하이 마스터께 직접 마구스의 직위를 받은 제롬이라고 하오. 이 못난 녀석은 내 제자인 얀이고.”

“얀이라고 합니다. 성기사님.”

정중한 몸짓과 당당한 말투로 자신을 소개한 제롬이 로브의 후드를 젖히며 말했다.

“못난 제자. 엘리야의 거죽을 뒤집어쓰고, 감히 마탑의 이름을 참칭한 흑마법사가 여기에 있단 말을 듣고 왔소이다.”

“엘리야 그 아이. 참 똑똑했는데…. 아, 참! 그래서 성기사님? 저희가 뭘 하면 되죠?”

마치 정해둔 만담을 주고받는 듯한 두 사제의 모습에 아리에스는 잠깐 침묵한 뒤, 질문에 답했다.

“미아 찾으러.”

*

*

*

“시발. 여기가 대체 어디야.”

“어디기는. 네카르 산 심부지 않소.”

바보냐고 묻는 듯한 론의 대답에 칸이 조용히 론을 바라보았다. 이걸 죽여? 살려? 그걸 고민하는 눈빛이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말게! 나라고 이럴 줄 알았겠어? 응?! 산속에 웬 미로가 있는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조용히 해라. 뒤통수에 혹 나고 싶지 않으면.”

“……어흠. 내 말은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거지. 나도 심부는 처음이니까.”

소심하게 항의하는 론의 뒤통수를 보며 칸이 입맛을 다셨다. 이놈을 진짜 팰 수도 없고.

“그건 그렇고. 더럽게 이상한 공간이군. 원래 이랬나?”

“나야 모른다고 했잖나. 처음이라고 백번은 말했네.”

“너한테 물어본 거 아니다.”

“악!”

파멸적인 주둥아리에 응징을 가한 칸이 하늘을 올려보았다. 새벽녘이 떠도 진작에 떴을 시간일 텐데, 심부의 하늘은 지독하리만치 캄캄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같은 곳을 빙빙 도는 느낌인데.’

뛰어난 길잡이인 론이 ‘미로’라 표현한 게 과장이 아니었다.

이상한 표현이지만, 네카르 산의 심부는 정말 미로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걸어도 정상에 가까워질 수가 없었다.

제5막의 마지막, 다르킨 토벌전으로 찾았던 네카르 산은 이렇지 않았는데……. 그냥 마물 좀 쏟아지고, 흑마법사가 나타나서 깽판 치는 정도였지.

“마법인가?”

“어떤 존재가 산 전체에 이런 해괴한 마법을 걸 수 있겠나. 그냥 환경 자체가 이렇다고 봐야겠지. 제국의 대마경처럼 말이네.”

“일리 있군.”

그럼 이 자식은 쓸모가 없다는 소리네? 칸은 제 뒤통수에 혹이 났는지 확인하는 론을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주문쟁이라도 있으면 좀 나았겠는데. 아쉽게 됐군. 뭔가 생각나는 건 있나? 길잡이 론.”

“길잡이가 아니라 쇠망치 론일세. 으음, 방법이라…. 잘 모르겠군. 이런 걸 겪어봤어야지. 내 감으론 그냥 앞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긴 한데.”

“감이라. 퍽이나 믿음직스러운 의견이군.”

하아-. 칸의 한숨이 깊어졌다.

필드 자체가 미로처럼 변하는 함정이야 게임에서 여러 번 겪었지만, 여긴 현실이었다.

마나를 감지하는 게 불가능한 야만전사의 몸뚱어리로는 도저히 파훼할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고대 유적처럼 파훼 기믹이 있는 것도 아닐 테고…….’

설령 있다고 한들, 이 넓은 네카르 산에서 그 기믹을 어찌 찾으란 말인가.

“어쩔 수 없군. 일단 걷는 수밖에.”

“결국 내 말대로 할 거면서, 비꼬기는 왜 비꼬았나?”

“더 처맞고 싶다고?”

“어서 가지! 아직 갈 길이 멀다네.”

결국 일행의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무작정 걷는 것.

다행히 론은 헤매는 와중에도 마물이 머무는 위치를 기가 막히게 찾아냈다. 만약 길을 잃은 와중에 마물과 싸우기까지 했다면, 체력이 먼저 빠졌겠지.

문제는 마물이 아니었다. 사람. 정확히는 흑마법사들.

“놈이 저기 있다─!”

“잡아!”

대체 어떻게 길을 찾고, 일행의 위치를 정확히 쫓아오는 건지, 잊을 만하면 흑마법사가 찾아와 덤볐다.

이번엔 그 수가 꽤 많았다.

여섯 명. 다르킨의 제자 외에 악마에게 영혼을 넘기고 흑마법사가 된 악마숭배자도 드문 섞인 눈치였다.

“으랏차!”

론이 언데드의 골통을 깨부수는 걸 확인한 칸이 흑마법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시체 무리가 귀찮게 엉기긴 했지만, 칸의 돌진을 막는 건 불가능했다. 주먹으로 골통을 부수고, 도끼로 시체를 완전히 박살 내며 조금의 지체도 없이 내달렸다.

“미, 미친…! 어떻게 한 방에!”

“네가 약한 거다.”

칸의 무지막지한 돌격에 당황한 흑마법사가 저주를 쏘아 발을 묶으려 했으나, 그것도 통하진 않았다. 머리가 으깨지는 속도를 아주 잠깐 늦췄을 뿐.

뻐걱!

흑마법사 하나가 비명에 골로 가버렸다. 그러나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입은 하나로 충분하니까.

“저주로 발부터 묶어라! 크리스 님께서 준비를 마칠 때까지만 버티면 돼!”

검은색 매연이 뭉친 듯한 물체가 칸의 몸에 덕지덕지 붙었다. 그 영향으로 호흡이 조금 답답해지는 게 느껴졌다. 새끼들이 귀찮게….

얼굴을 찡그린 칸이 다시 땅을 박찼다.

쾅!

“으아아악!”

칸의 돌격을 미처 피하지 못한 악마숭배자 둘이 말에 치인 것처럼 날아갔다. 2m가 넘는 근육질 거구와 부딪쳤으니 마냥 틀린 표현도 아니었다.

“이걸 어떻게 막으라고! 난 못해!”

“제, 젠장…!”

그 광경을 눈앞에서 지켜본 악마숭배자 둘이 전의를 상실하고 도망치려 했다.

누가 악마숭배자 아니랄까 봐. 배신이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이루어졌다.

단검 못난이들에게서 빼앗은 단검을 던져 도망치는 놈들을 먼저 마무리한 칸이 이번엔 다르킨의 제자로 보이는 흑마법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막아라! 막으라고!”

악에 받친 놈의 고함에 언데드들이 칸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그사이에 필사적으로 주문을 외우는 꼴이 같잖았다. 이런 잡스러운 놈들로 누굴 막겠다고.

처음으로 내지른 주먹에 오크 언데드의 가슴이 뻥- 뚫렸다. 단번에 무력화된 오크 시체를 발로 밀어 찼다.

“뒤 조심하게!”

론의 경고가 닿기도 전부터 접근을 감지한 칸이 보지도 않고 도끼를 부웅- 휘둘렀다.

그그그극!

여러 사람의 해골을 뭉쳐 만든 스켈레톤이 뼛가루가 되어 스러졌고, 그 틈을 노려 펄쩍 뛴 짐승형 마물이 칸의 머리 위에서 입을 쩍 벌렸다.

“흐읍!”

칸은 피하지 않고 마주 손을 내밀어 늑대의 그것과 닮은 주둥아리를 위아래로 힘주어 벌렸다. 쩌어억! 대가리가 두 쪽이 난 늑대 대가리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렇게 다음은 발끝으로. 또 다음은 도끼로. 주먹으로…….

언데드란 언데드는 덤비는 족족 분쇄한 칸이 성큼- 흑마법사의 앞에 멈춰섰다.

“더 없나? 영 싱겁군.”

“……뒈져라!”

마침 주문을 완성한 놈의 주변으로 시체들이 모여들었다.

따다닥- 철퍽-.

뼈와 살점이 어지럽게 뒤엉키는 꼴은 썩 보기에 좋지 않았다.

‘시발, 안구 테러 오지네.’

“그워어어──!!!”

“하하하! 봐라! 내 걸작을! 이거로 널 붙잡아 공을 세워 수제자가 될 것이다!”

2m가 넘는 장신인 칸조차 고개를 한참 들어야 하는 시체 골렘이 포효하고, 잔뜩 기고만장한 흑마법사가 보란 듯 팔을 활짝 펼쳤다.

“죽여라! 엘리자베스!”

칸의 얼굴이 왈칵 구겨졌다.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달린 주정뱅이가 토해놓은 괴생물체처럼 생긴 시체 골렘에 ‘엘리자베스’란 이름을 붙이다니?

‘미친놈인가. 진짜.’

저 엿 같이 생긴 시체 반죽의 뭐를 보고 엘리자베스란 깜찍한 이름을 지어줬단 말인가.

별별 특이한 닉네임에 익숙한 현대인조차 이해할 수 없는 파멸적인 네이밍 센스였다.

칸은 깍지낀 주먹을 내리치는 시체 골렘을 향해 주먹을 마주 뻗었다. 조금 진심을 담아서.

“흐읍.”

느릿하게 뻗어진 칸의 주먹은 시체 골렘과 비교하면 아이의 투정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결과는 판이했다.

푸화하하학─!

신체 내부에서 폭탄이 터진 것처럼 시체 골렘이 산산조각이 나 흩어졌다. 아니, 비산했다.

‘뭐지? 한 방…? 그럴 수가 있나? 어지간한 하급 기사도 상대할 수 있게 만든 녀석인데?’

흑마법사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넋이 나가버렸다.

“그래서. 더 꺼낼 거 없으면, 얌전히 묻는 거에 대답이나 하지.”

칸은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얼굴에 묻은 살점을 털어내며 물었다. 그도 그럴 게. 처음 상대했던 엘리야랑 비교하면, 숫자만 많았지 완전 오합지졸 그 자체 아닌가.

“뭐, 뭐냐.”

흑마법사의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서 ‘무엇이든 대답할 자신이 있어요.’라는 의지가 느껴져, 칸이 혀를 찼다.

‘괜히 주문쟁이가 싸이코패스 소리 듣는 게 아니라니까.’

“너랑 네 따가리들은 심부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것 같던데. 어떻게 한 거냐.”

“네, 네놈에겐 불가능한 방법이다.”

“왜.”

“심부 곳곳에 새긴 흑마법 각인을 따라 움직이는 거니까. 네놈 야만인들은 마나조차 느끼지 못하는 열등……. 특이 체질이지 않으냐.”

“음. 그래.”

맞는 말이었다. 그럼 론은? 이 자식은 평범한 대륙인이니까 마나는 느낄 수 있는 거 아니야. 칸이 쇠망치에 묻은 핏자국을 닦고 있던 론을 흘겼다.

“나는 길잡이지, 마법사가 아닐세. 친구.”

“아까는 길잡이가 아니라 쇠망치라며.”

“……나는 쇠망치일세. 길잡이가 아니라.”

‘미친놈.’

칸은 론과의 대화를 포기하고, 흑마법사의 밑천을 더 털기로 했다.

사실 이놈을 시켜서 은신처까지 안내하라 협박하면 편하겠지만….

‘어차피 금제 때문에 그건 불가능할 테고.’

“그럼. 너희 말고도 추격자가 더 있나?”

“…있다.”

“그놈들도 기가 막히게 내가 있는 곳을 찾아오겠지? 너네처럼.”

흑마법사 놈이 고개를 끄덕여 수긍하자 칸은 품에 챙겼던 흑수정 목걸이를 꺼내며 또 다른 질문을 꺼냈다.

“다르킨 그놈. 아에카리스의 권능을 쓰더군.”

“……!”

현시점의 다르킨이 어느 정도 수준의 경지에 이르렀는지. 그걸 유추할 수 있는 결정적인 질문을.

“설마 그놈. 악마와 직접 계약을 맺은 상태인가?”

“그, 그, 그……!”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한 걸까. 흑마법사의 낯빛이 새파랗게 질렸다. 계속 ‘그’라는 단어만 반복하며 말을 더듬는 게 꼭 고장 난 인형처럼도 보였다.

“그, 그, 그, 그, 그, 그, 그.”

“저 양반 저거 왜 저래?!”

“그. 그. 그.”

그런데 갑자기 놈의 상태가 급변했다. 입에 게거품을 물고 발작을 일으키더니, 이번엔 또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마치 B급 공포영화에 나오는 악령에 씐 사람 같았다.

‘아니, 정말 악령에 씐 건가.’

빈 허공을 쳐다보는 눈이 된 흑마법사의 앞에, 쪼그려 앉은 칸이 씨익- 웃으며 말을 건넸다.

“이렇게 보는 건 또 처음이군.”

[흠. 내가 아는 야만인은 이렇게 지성 넘치는 인종이 아니었는데 말이지.]

“그래? 그거 이상하군. 너는 딱 내가 아는 주문쟁이인데. 콧대는 더럽게 높은 주제에, 자기가 직접 나서는 건 무서워하는 겁쟁이 말이야.”

[흐흐흐.]

흑마법사의 입을 빌린 누군가가 재밌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이런 점은 또 야만인 같군. 자기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꼴이 말이야.]

“새끼. 쫄아서 쥐구멍에 숨은 녀석이 폼은 더럽게 잡네. 그렇게 자신 있으면 당장 이리로 와라. 골통을 부숴줄 테니까.

[내가 누군지는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가? 야만인.]

그럼. 당연하지. 훅- 하고 흑마법사의 눈앞까지 머리를 들이민 칸이 자기 제자의 몸을 빌려 헛소리나 지껄이는 늙은이를 향해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다르킨 페레야스.”

반갑다. 내 경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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