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속 야만전사-25화 (25/132)

#025화. 다르킨 토벌전 (5)

[보아라. 이 완벽한 육체를.]

황홀감에 젖은 음성이 아리에스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제 몸을 희대의 미술품 마냥 감상하는 다르킨에게선 엄청난 농도의 악취가 풍겼다.

저건… 수천, 수만의 악의를 뭉쳐놓은 오물 덩어리나 다름없었다.

‘용?’

다르킨은 어린 소년과 용을 반쯤 섞어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딱 봐도 보통 사술이 아니겠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신화시대에 존재했다는 진룡의 자식들이자, 완전무결의 초월종이 바로 용이다.

완전히 멸종한 거인들과 달리, 현시대까지 그 명맥이 일부나마 이어졌단 말이 있는 영생종이기도 하다.

그런 존재의 모습을 사령술과 인체 개조에 능통한 흑마법사가 빌렸다….

“설마. 자신의 육체에 용의 일부를 이식한 건가?”

제롬이 믿기지 않는단 투로 중얼거렸다.

[정답이다. 마탑의 떨거지. 나는 용의 일부를 내 육체에 이식하는 데에 성공했다! 너희 마탑의 금색조차 하지 못한 일을 이 내가─!]

다르킨의 격노에 반응한 듯 뼈로 엮어진 꼬리가 땅을 퉁- 하고 내리쳤다.

쿵───.

둔중한 진동이 일행의 발밑에서부터 전해졌다.

위력이 심상치 않다는 증거다. 성기사라면 모를까. 연약한 마법사의 육체는 일격에 박살 낼 것이 분명했다.

[원래는 그쪽의 계집과 노르딕의 사제들을 이용해서 의식을 완성할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일이 좀 꼬였어. 웬 멍청한 야만인이 대신 끌려와선 난동을 부리지 뭔가. 그놈도 곧 죽겠지만. 불행하게도 부족한 제물을 채우느라 내 사랑스러운 제자들이 모두 죽었어…….]

“미, 미친 사람인가 봐요!”

다르킨의 말에 담긴 뜻을 이해한 얀이 경악하여 뒷걸음질쳤다. 저 흑마법사는 부족한 제물을 자기 제자로 벌충했다는 소릴 하고 있었다!

“흑마법사는 전부 정신이 이상하단 말이 진짜였어요! 어떻게 자기 제자를 그렇게……!”

“조용히 하거라. 얀.”

“스, 스승님.”

제자의 입을 닫게 만든 제롬이 앞으로 나섰다.

“흥미롭군. 겉모습만 봐서는 용의 신체를 이식한 것처럼 보이는데…. 자네는 여전히 인간성을 유지하고 있어. 보통은 그럴 수 없지. 격이 맞질 않으니까. 거부 반응으로 신체가 괴사하거나, 용의 기운을 이겨내지 못하고 이지를 잃는 게 정상.”

[나에겐 가능하다. 이 다르킨 페레야스에게는!]

“그래 보여. 역시 직접 오기를 잘했군.”

제롬은 얼마 전의 일을 떠올리며 마나를 일으켰다.

아르곤 왕국 동부에서 오우거 사체의 경매가 이루어진단 말을 듣고 마탑의 마구스들이 제국의 국경을 넘었고, 제롬도 그 인원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의 제자인 얀은 아르곤의 영토에서 실종된 자기 사형제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며 따라왔고, 그러던 도중에 아르곤 왕국에 있는 마탑 지부에 특이한 연통이 도착했다.

왕국 서부에 있는 수도원에서 엘리야의 신분패와 함께. ‘흉수인 다르킨 페레야스는 사령술과 인체 개조의 달인이며, 금색 마탑에도 없는 비술을 몇 개나 가지고 있다.’는 편지가.

마탑이 ‘인체를 다루는 지식’을 수집하고 있는 건, 마탑의 마스터와 마구스들, 제국 황실 정도에게나 공유된 아주 은밀한 정보였다.

‘처음엔 변방의 수도원 따위가 마탑의 내부 사정을 어찌 알고 그런 편지를 보냈는지 의아했지만…….’

교회의 성기사쯤 되는 귀한 몸이 직접 정보의 진위를 보증했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제롬이 직접 나섰다.

대륙 최대의 종교 세력인 만신전 교회의 성기사라면 남들이 모르는 정보 하나둘 정돈 알고 있어도 크게 이상하지 않거니와, 썩 믿을만한 존재이기도 했기에.

“마음이 바뀌었다. 흑마법사.”

그리고 지금.

다르킨 페레야스의 비술이 마탑의 지식에도 없는 부류란 걸 직접 목도했다.

초월종의 신체 일부를 인간의 몸에 이식하는 기술이라니? 저런 건 마탑에도 없는 지식이다.

“적당히 할 생각은 버려야겠군. 얀.”

“예, 예! 스승님.”

오색 마탑의 다섯 마탑은 각자 다른 영역에 특화되어 있다.

적색은 염열계, 청색은 그 반대. 녹색의 마법사는 드루이드라 불리고, 금색은 연금술사라 불린다.

회색 마탑의 영역은 어찌 보면 다른 마탑에 비해 단순하고, 그만큼 광범위했다.

“적당히 보조해라.”

“옙!”

‘조작’이란 개념 자체. 그게 회색 마탑의 영역이었다.

제롬의 손에서 응집된 마나가 순식간에 창의 형태를 이룬다.

반투명한 잿빛 기류에 휘감긴 창이 곧이어 모습을 드러낸다. 회색 마탑의 저위계 주문, ‘파괴의 창’이다.

그런데 그 수가 심상치 않았다.

하나, 둘, 셋, 넷……. 순식간에 스무 자루도 넘게 생겨난 ‘파괴의 창’이 제롬의 등 뒤 허공에 둥둥 떠오른다.

“긴말은 필요 없겠지. 나에겐 자네의 연구가 필요하고, 저기 성기사께선 당신의 목을 바라니까.”

하나만 있어도 일반적인 투창의 배가 넘는 위력을 발휘하는 주문이 물경 스물. 그걸 눈 깜짝할 새에 만들어내는 제롬의 전력은 또 어떻겠는가.

본인이 어째서 마구스인지 단 한 수로 증명한 제롬이 창을 넓게 퍼뜨리며, 손을 휘저었다.

“어디. 자네가 정말 용의 힘을 가졌는지 시험해보도록 하지.”

그 직후.

투콰콰콰콰쾅──!!

화살처럼 쏘아진 ‘파괴의 창’들이 다르킨의 신형을 뒤덮었다.

*

*

*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아리에스였다. 제롬의 주문이 쇄도함과 동시에 그녀가 발끝으로 땅을 밀어찼다.

하나만 있어도 철제 방패를 우그러뜨리는 위력의 주문이 무려 스무 개 이상. 보통의 흑마법사라면 어찌할 도리조차 없는 재앙에 가깝다.

그러나 아리에스는 확신하고 있었다.

‘안 통할 거야.’

용을 떠올리게 하는 저 겉모습은 괜한 것이 아닐 터였다. 적의 수준을 쉬이 유추할 수 없는 한, 단번에 몰아치는 것이 정답이다.

투콰콰콰콰쾅──!!

굉음과 함께 맨몸의 다르킨과 잿빛의 창이 충돌했다. 결과는 아리에스가 예상한 그대로였다.

[가소롭군.]

뼈날개로 모든 주문을 막아낸 다르킨의 피해는 몸이 뒤로 몇 걸음 밀려난 게 끝이었다.

화르르륵-!

아리에스의 검이 ‘성화’를 머금고 찬란한 빛을 흩뿌린다.

뼈날개로 제롬의 주문을 막느라 앞쪽에 시야가 가려진 틈을 비집고, 순백의 검이 위에서 아래로 쇄도했다.

쩌어엉……!

그러나 다르킨은 눈으로 보지도 않고 꼬리를 휘둘러 검을 튕겨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눈을 허공에 띄워놓은 것처럼.

아리에스의 몸이 허공에 붕- 떴다.

회피가 불가능한 위치였고, 다르킨의 꼬리가 재차 움직여 그녀의 조그만 몸을 꿰뚫듯 쏘아졌다.

“흐얍!”

그녀를 구한 건 힘 빠지는 기합과 함께 발현된 얀의 주문이었다. 무형의 파동이 다르킨의 꼬리와 충돌해 궤도를 비틀었다.

“정의의 신이시여!”

잠깐의 틈을 번 아리에스가 ‘광휘의 외침’을 터뜨렸다.

평소엔 육체라는 그릇에 가둬져 있던 신성력이 넘쳐흐르듯 사방으로 뻗쳐나간다. 그녀의 신성갑주와 성화가 더욱 밝은 빛을 토했다.

발이 땅에 닿기 무섭게 돌진한 아리에스가 육탄전에 돌입했다.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순백의 참격이 수 갈래의 궤적을 동시에 그려냈다.

흑마법사가 성기사를 상대로 근접전을 시도하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다르킨은 물러서지 않았다. 두 주먹과 꼬리를 휘둘러 참격에 맞섰다.

쾅-! 쾅-! 쾅-!

성기사와 흑마법사의 충돌이라곤 믿기 힘든 격돌이었다. 평범한 사람의 반응속도로는 인지조차 불가능한 검격을 다르킨은 모조리 읽고 쳐냈다.

아리에스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

다르킨의 피부를 감싼 비늘은 진정 용의 그것을 연상케 할 만큼 단단하다. 거기에 힘과 속도 모두 아리에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아니. 나보다 강해.’

다만 몸을 제대로 쓸 줄 모르기에 막상막하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아리에스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여기서 다르킨을 잡지 못하면, 놈은 진정 괴물이 될 수도 있노라고.

[가렵지도 않다. 성기사 계집아!]

다르킨이 기습적으로 꼬리를 창처럼 찔렀다. 아리에스는 검으로 막을 생각조차 못 하고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창과 검의 싸움은 서로의 간격이 승부의 향방을 가르는 법이다. 하지만 다르킨에겐 그러한 상식이 통용되질 않았다.

[죽어라─!]

우드득! 갑자기 자라난 꼬리가 기존의 거리를 무시하고 파고든다. 불의의 일격이고, 지극히 효과적인 기습이었다.

촤악!

피가 튄다. 신성갑주가 있어 치명상은 피했으나, 스친 상처가 난 어깨에 흑마력이 묻어나며 신성력의 운용을 방해했다.

‘치유의 빛’으로 아리에스가 흑마력과 상처를 없애는 동안, 제롬이 존재감을 과시하듯 주문을 토해냈다.

‘아르세이스의 손아귀’

아리에스를 추격하려던 다르킨의 움직임이 강제로 멎었다. 정체불명의 힘이 사방에서 그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이거나 먹어라…!”

거기에 제롬의 제자, 얀이 똑같은 주문을 겹쳐서 발현했다.

주변의 공간 자체가 자신을 찌부러뜨리는 듯한 감각에 다르킨이 몸을 절로 웅크렸다.

‘기회.’

아리에스가 눈을 번뜩이며 허리를 비틀었다. 순백의 검을 타고 흐르던 성화가 한 점에 뭉친다. 악을 벌하는 불꽃은 이내 신의 징벌로 화했다.

‘단죄의 일격’

불벼락이 점멸하며 커다란 공동을 새하얗게 물들였다. 만신전의 신격이 지상에 내세운 단죄자가, 사악한 용인을 향해 불벼락을 내리쳤다. 우르르릉──!!

쾅─!!!

굉음이 동굴 전체를 뒤흔든다. 뒤에서 다르킨을 묶어두고 있던 두 마법사조차 섬찟할 위력. 정의의 신이 총애하는 성기사의 전력은 그토록 대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울리는군.]

“마, 말도 안 돼!”

다르킨은 죽지 않았다.

불벼락을 정통으로 견딘 뼈날개는 반쯤 박살이 났고, 등판에 깊은 검흔이 남았지만, 그의 피부를 감싼 황금색 비늘은 여전히 건재했다.

[이 일격. 기억에 있다. 십오 년 전인가……. 살면서 처음으로 성기사에게 쫓기던 때에 똑같은 공격을 받고 중상을 입었었지.]

전력을 쏟아낸 여파로 호흡을 가다듬던 아리에스의 눈꺼풀이 파르르- 경련했다.

[그자의 실력도 너처럼 대단했었어. 그때의 난 속수무책으로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고, 다행히 살아남았다. 그리고 오 년의 시간을 그자에 대한 복수로 할애했지.]

뜬금없이 옛이야기를 늘어놓던 다르킨의 눈동자가 웃음기를 머금었다.

[그자를 상대하기 위해 삼백 명의 인간을 인질로 잡았었다. 성기사에게 인질이 통할 리가 없지만, 그자는 멍청하게도… 우스운 인질극에 놀아나더군. 너처럼 말이다. 어린 계집아.]

차분히 호흡을 고르던 아리에스의 얼굴에서 표정이 완전히 사라졌다. 침착해진 게 아니었다. 그녀는 극도로 분노하고 있었다.

뿌드득─.

[웃기지도 않는군. 위신의 개가 사람처럼 구는 꼴이라니. 너희는 그저 만신전의 적을 베는 것밖에 못 하는 인형 아니냐?]

“닥쳐.”

앙다문 입술로 어울리지 않는 욕지꺼릴 내뱉은 아리에스가 성화를 채찍처럼 길게 늘어뜨리고, 크게 휘둘렀다. 다르킨은 크게 비웃음을 터뜨리며 성화의 채찍을 가볍게 쳐냈다.

날카로운 검격을 맨몸으로 받아내며 전진하는 다르킨과 부상을 입어도 ‘치유의 빛’을 일으켜 금새 만전의 상태가 되는 아리에스.

강철 같은 육체를 가진 성기사와 끊임없이 재생하는 언데드의 싸움을 보는 것만 같았다.

‘이상하다.’

뒤에서 전황을 지켜보던 제롬은 적절한 순간에 주문을 발현해 아리에스를 지원하면서도, 마법사 특유의 냉철한 이성으로 전황을 살피는 걸 잊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용의 육신을 얻은 것처럼 날뛰는 다르킨이지만, 놈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흑마법사다.

사령술에 특화되어 있다고 하지만, 이런저런 흑마법에 두루 능통할 것이 분명하다.

저주는 물론이고, 직접적으로 공격에 활용할 수 있는 주문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을 터.

위화감의 정체는 거기서 나온다.

‘놈은 전투가 시작된 이후로, 단 한 번도 흑마법을 사용한 적이 없다.’

그것은 어째서인가? 자신의 가장 강력한 패를 놈이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텐데?

“스승님…!”

얀이 비명을 질렀다. 그들이 지나온 통로에서 다수의 기척이 물밀듯이 밀려들고 있었다.

제롬은 곧장 위화감의 정체를 인지했다. 놈은 일부러 흑마법을 쓰지 않은 것이다.

대화를 통해 자기 제자와 악마숭배자들을 제물로 썼다는 걸 은근히 밝히고, 자신의 육체를 과시라도 하듯 무리하게 근접전을 고집하고, 성기사를 도발하는 것으로 깊게 끌어들이는 그 일련의 과정들 모두.

‘함정이다…!’

본인의 진짜 힘이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언데드의 군세’라는 걸 잊게 만들기 위한 다르킨의 계략에 불과했다.

“얀! 통로에서 멀어져라!”

“스승님……!”

뒤늦게 후방의 이변을 알아차린 아리에스가 다르킨을 밀어내려 했으나, 그럴수록 다르킨은 더욱 끈덕지게 아리에스의 발을 묶었다.

[어디를 가느냐!]

방어를 도외시하고, 흑마법까지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다르킨의 맹공은 제아무리 아리에스라 한들 쉬이 떨쳐낼 수 없었고, 이대로라면 뒤쪽에서 나타난 언데드들에게 제롬과 얀은 꼼짝없이 포위당할 것이 분명했다.

‘진퇴양난이다.’

제롬은 그리 느꼈다.

과연 저 어린 성기사가 마법적 지원 없이 혼자 다르킨을 상대할 수 있을까? 본격적으로 흑마법을 활용하기 시작한 다르킨을?

제롬은 선택의 순간이 왔음을 직감했다.

불확실한 승부에 임하는가. 아니면, 거의 확실한 도주에 가능성을 거는가. 저울의 양극단에 올릴 것은 제롬 자신과 얀의 목숨. 그리고 마탑의 목표였으니.

‘……고민할 것도 없지.’

결심을 내린 제롬이 마나를 끌어 올렸다. 머지않아 통로에서 무수히 많은 언데드가 들이닥칠 터였다. 그 타이밍에 맞춰 최대한의 주문을!

콰아아앙──!

좁은 통로를 억지로 비집고 뛰쳐나온 키메라들이 둑이 터진 강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눈을 부릅뜬 제롬이 주문을 완성하려던 그때.

“스승님! 저기! 저기 보세요!”

어딘가 넋이 나간 제자의 목소리가 집중을 깨뜨렸다. 주문의 완성을 잠시 유예한 제롬이 얀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곳엔 쏟아지듯 뛰쳐나온 키메라들이 있었다.

“뭐…….”

이미 토막 나고, 짓뭉개진 상태의 키메라들이 말이다.

“시발. 진짜 더럽게 많네! 내 쇠망치 맛 좀 봐라! 이 괴물들아!”

순간 제롬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낯선 목소리로 내뱉어진 저급한 욕설이 통로 너머에서 들려왔다.

‘누구지? 대체 누가?’

철벅- 철벅-

그리고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붉은 체액으로 범벅되어 본래 형체를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었으나, 덩치가 오크만큼이나 거대하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또한, 손에 든 도끼에는 키메라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살점이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너는……! 대체 어떻게?!]

처음으로 경악이란 감정을 표현한 다르킨이 눈앞의 성기사를 상대하는 것조차 잊고, 시선을 빼앗겼다.

그 반응이 썩 유쾌하게 느껴진 듯. 검붉은 체액의 괴인이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말했지. 모가지를 비틀어주겠다고.”

[어떻게 여기까지……! 네놈은 분명 심부의 마물을 상대하고 있었을 텐데!]

언제적 얘기야, 그게. 칸은 손등으로 얼굴에 묻은 체액을 쓰윽- 닦아내려다, 오히려 문질러댄 탓에 더 더러워졌음을 깨닫곤 인상을 썼다.

“그 괴물은 진작에 머리 터져서 뒈진 지 오래다. 씹새야.”

다음은 네 차례고. 그리 말하려던 칸이 이상한 걸 본 듯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저 녀석 저거. 왜 저 모양으로 생겼지? 본 적 없는 꼬락서니인데?

‘아니, 그전에 황금색 비늘? 그건…….’

칸의 얼굴이 미미하게 굳는다. 서부 대산맥, 진룡, 황금색 비늘. 그가 동부를 떠나 여기까지 오게 된 신화의 글귀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다르킨, 너.”

서부 대산맥에서 뭘 찾은 거냐? 라고 물으려던 칸의 목소리가 뒤에서 울려퍼진 고함소리에 파묻혔다.

절망적인 눈치를 가진 길잡이에 의해서.

“여기 쇠망치 론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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