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9화. 바그너 (3)
“방패 제대로 들어! 새끼들아─!”
제대로 싸워보기도 전에 겁을 집어먹고 주춤 물러나는 애송이의 뒤통수에 버럭- 소리친 디에고가 쏜살같이 움직여 검을 쑤셔 박았다.
커흑-. 목구멍이 단번에 꿰뚫린 놈이 억눌린 신음을 토하며 손을 들어 올리자, 망설이지 않고 검을 뽑으며 물러났다.
“리암! 이런 씨발롬이!”
“저 새끼 죽여! 죽이라고!”
동료의 죽음에 분개한 습격자들이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전의를 불태웠다. 강도 나부랭이들이 의리 있는 척은….
“퉤! 덤벼!”
디에고는 숨 쉴 틈도 없이 움직였다. 대열을 잡고 다가오는 놈들에게 달려들어 진형을 무너뜨리고, 창을 든 놈의 손가락을 벴다.
옆쪽에서 방패로 몸을 가린 놈이 밀고 들어왔지만, 디에고가 날쌘 몸놀림으로 방패를 걷어차며 물러나자 적은 허탕을 칠 수밖에 없었다.
‘쓰읍. 이거 엿 된 거 같은데…!’
큰 손해도 없이 한 놈을 죽이고, 창 쓰는 녀석의 손가락을 잘랐지만, 그게 끝이다.
디에고는 잠깐 호흡을 고르며 아군 진형을 흘겼다.
바그너에서 노르딕으로 향하는 상행에 고용된 용병은 모두 넷이었는데, 디에고와 젖살도 안 빠진 애송이 둘이 전부였다.
한 놈은 벌써 화살에 모가지 뚫려 뒈진 지 오래였고.
‘최악이군.’
사실상 유의미한 전력은 디에고 자신밖에 없다는 소리였다.
반면에 습격자들은 숫자가 일곱이었고, 모두 그럭저럭 칼질에 능숙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디에고는 상대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얼마 전에 저놈들 동료 하나가 디에고의 손에 불구가 됐으니까.
‘이런 씹. 불행이 맞군.’
“야이 개새끼들아! 헤펠트 백작의 영역에서 보복 살인이라니! 장사 접고 싶어?!”
“닥쳐! 시몬과 리암의 곁에 보내주마!”
“그 시몬이란 놈은 살아있잖냐!”
“죽여!”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방금의 대화로 이 싸움이 자기들과 연관이 없단 걸 깨달은 건지, 애송이 두 녀석과 상단의 인부들이 슬금 몸을 내빼는 게 보였기에.
‘저 멍청한 놈들이…!’
습격자가 자기들이 저질렀단 증거를 남겨둘 리가 없건만….
디에고는 그 사실을 알리려다 불쑥- 휘어져 날아든 창대에 배를 얻어맞고 말았다.
오러를 휘두르는 기사나, 검술의 달인들인 검호가 아니고서야. 혼자 감당 가능한 숫자는 정해져 있었다.
시큰한 위액을 쏟고도 악착같이 싸워 기어코 습격자 하나의 목을 반쯤 썰어버린 디에고는, 결국 사지가 붙들린 채 무릎이 꿇려졌다.
“사, 살려줘……!”
“우린 아무것도 못 봤어! 아무것도 못 봤다고!”
그 뒤로는 당연하게 학살이 벌어졌다.
“정말 미쳐버린 거냐? 헤펠트 백작이 이 사실을 알고도 가만히 있을 것 같아?”
꼼짝없이 죽을 처지에 놓인 디에고가 비명을 내지르듯 헤펠트 백작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그것만이 유일한 살길이라는 것처럼.
그러나.
“하하하하!”
“이 새끼는 아직도 소문을 못 들었나 본데?”
습격자들은 재밌는 농담이라도 들은 듯 웃음을 터뜨렸다.
‘소문이라고?’
디에고는 죽을 위기에 놓였음에도, 침착하게 머리를 굴렸다.
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싸한 해답이 나올 리는 없었다.
애초에 원한에 의한 보복 살인을 벌였다는 것 자체가, 이 인근에선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일이기에.
“우리가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도저히 모르겠단 표정이군. 디에고.”
그때 습격자의 우두머리가 조소를 띤 채. 무릎을 굽혀 디에고와 눈높이를 맞추며 말했다.
“간단해. 헤펠트 백작은 우리가 사람을 칼로 쑤시건, 대로에서 대놓고 약탈을 하건, 절대 나서지 않아. 이렇게 너를 죽여도……. 아무 문제도 없을 거란 말이지.”
“개소리! 헤펠트 백작이 그럴 리가……! 커헉!”
믿을 수 없는 말에 반사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디에고가 신음을 토했다.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습격자의 우두머리가 돌연 주먹을 휘두른 탓이었다.
“자세한 건 뒈지고 나서 직접 물어봐. 헤펠트 백작한테 말이야.”
“나는 지금 당장 듣고 싶은데.”
마침 단검으로 디에고의 목구멍을 뚫어버리려던 우두머리의 몸이 덜컥- 멈췄다.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눈치 없는 놈이…….”
갑자기 끼어든 제삼자의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린 우두머리가 뒤를 보지도 않고 명령했다.
“나는 이놈을 손봐야겠으니까. 알아서 정리해라.”
그리고 완전히 신경을 꺼버린 우두머리는 입가에 특유의 조소를 되찾았다.
어떻게 해야 눈앞의 이놈을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일 수 있을까를 상상하니, 절로 입꼬리가 치솟았다.
뻐억! 뻐억! 우드드득…!
‘새끼들. 좀 곱게 죽이지.’
여러 번 들려오는 구타음.
자신의 부하들이 상대를 죽이지 않고, 최대한 고통스럽게 괴롭히고 있는 소리이리라.
“흐. 어떤 눈치 없는 놈인지는 몰라도. 참 운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나? 디에고.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으면 어련히 살았을…….”
“누가 눈치가 없다고?”
“……!”
바로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단검을 손안에서 빙그르- 돌리던 우두머리가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소리가 난 쪽으로 몸을 돌리며, 단검을 찔러넣었다.
아니, 찔러넣으려고 했다.
사람 머리통으로 착각할 만큼, 두꺼운 주먹이 그의 얼굴을 먼저 후려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됐을 터였다.
뻥─!
얼굴이 반죽처럼 짓눌려 즉사한 우두머리의 시체가 기우뚱- 쓰러졌다.
“흐억!”
디에고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눈앞에서 사람 머리가 반죽처럼 짓눌린 탓이 아니라, 고작 주먹질로 그 행위를 해낸 괴물의 정체 때문이었다.
오크만큼이나 거대해 보이는 덩치, 왕국에선 보기 드문 회색 피부, 흉악한 굴곡을 자랑하는 근육.
“야, 야만인……?”
바그너 영지에서 용병에게 보복 살인을 당할 뻔한 것만큼 놀라운 상대방의 정체에 놀란 디에고가 침음을 흘리는 가운데.
“시발. 이거 왜 이래.”
정작 주먹을 휘두른 장본인이 놀란 소리를 냈다.
그도 그럴게. 적당히 기절시킬 생각으로 뻗은 주먹에 상대가 곤죽이 돼서 죽어버렸다. 놈이 대뜸 단검을 쑤시길래 반사적으로 힘을 조금 더 주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죽을 정돈 아니었는데.’
멍청한 얼굴로 자기 주먹을 내려다보던 칸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거, 힘이 너무 세진 거 아니야?
*
*
*
칸이 스탯의 증가로 생겨난 신체의 변화를 직접 체감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레벨업 직후엔 거의 체력이 바닥난 상태여서 탈력감 외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고, 그 이후로도 줄곧 회복기를 가지느라 힘을 실험할 시간도 없었기 때문.
‘아무리 그래도…. 힘 조절에 실패할 정도라고?’
칸의 얼굴이 별안간 심각해졌다.
스탯이 높아질수록, 스탯 하나당 상승하는 능력치가 더 커진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번엔 그 상승 폭이 너무 컸다.
설마 60을 넘긴 것으로 어떠한 마지노선을 돌파한 걸까?
‘가능성 없는 얘기는 아니야.’
마법사 빌드를 탄 상태에서 지능이 100을 넘기면, 오색 마탑의 하이 마스터에 도전할 자격을 주니까. 이것도 그 비슷한 맥락이 아닐는지. 야만전사 빌드는 그도 처음이었으니까.
‘흠. 그닥 달갑지는 않은데.’
안 그래도 근력이 너무 기형적으로 높아서 스킬로 인한 체력 소모가 극심했다.
저번 다르킨과의 싸움에서 그랬듯이. 탈진한 상태에서 ‘끓어오르는 힘’을 썼다간, 정말 회복할 수 없는 후유증이 찾아올 수도 있었다.
‘……피의 그릇의 정화를 조금 더 서둘러야겠군.’
“크흠. 거 심각하신 와중에 죄송한데……. 저 미친놈들은 어쩔 작정이시오?”
그때 디에고가 툭- 던진 말에 칸이 상념에서 벗어났다.
“그. 도움까지 받은 마당이니 하는 소리지만. 저것들은 어차피 살아도 산 게 아닐 거요. 바그너의 규칙을 어겼으니까. 아마 조합 쪽에서 먼저…….”
“그거야 내 알 바는 아니지.”
칸이 디에고를 도운 건 딱히 그럴 의도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헤펠트 백작이 어쩌고 하던 얘기나 계속해봐라. 그거 듣자고 나선 거니까.”
“나도 잘 모르겠소. 그쪽이 아는지는 모르겠다만, 바그너는 기본적으로 분쟁 지역을 제외한 곳에서의 전투를 금지하고 있는데…. 저것들이 드디어 미쳐버린 건지, 갑자기 습격해왔거든.”
영양가가 별로 없네. 칸이 속으로 혀를 차더니, 바닥을 기어 다니는 떨거지들 하나를 벌떡 일으켰다.
“아는 거 전부 토해라. 남은 팔다리 세 개도 박살 내기 전에. 우선 헤펠트 백작이 어쩌고 한 부분부터. 그럼 특별히 살려주마.”
“끄으윽. 으흑….”
팔 하나가 꺾인 채 엉기적대던 녀석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때 칸이 친절한 미소를 짓자, 떨거지 녀석은 완전히 울음보를 터뜨렸다. 동시에 자기가 아는 걸 고해성사 하듯 쏟아냈다.
‘당근과 채찍. 굿캅, 배드캅. 판타지에서도 통하는 최고의 화술이지.’
꼼짝없이 죽을 거라 생각한 상황에 자신의 자상한 설득이 더해지자, 감복한 것 아니겠는가. 미개한 중세 놈들이야 무작정 힘으로 다그쳤겠지만…….
‘훌륭한 지성인이자, 21세기 현대인인 나까지 그럴 수는 없지.’
“저, 저는 무쇠 창 용병대의 시몬이라 하는데! 대! 대장이 동료의 원수를 갚자고 해서 따라 나왔고요……. 저는 헤펠트 백작의 규칙을 어기면 돈줄이 끊기는 거 아니냐고 반대했는데, 어……. 대장이 헤펠트 백작은 자기 집에 틀어박혀서 절대 안 나올 거라고 해서! 저는 꼼짝없이 그렇게 믿고!”
떨거지의 설명은 두서없이 마구잡이였다. 누군가에게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하는 걸 처음 해보는 것처럼 말이다.
‘누가 미개한 중세 놈 아니랄까 봐. 말도 제대로 못 하네.’
애초에 미들랜드의 원주민들 대부분이 이 떨거지와 비슷한 수준의 언어 구사력을 가졌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용병이라 더 그렇긴 하겠지만.
이럴 땐 자체적으로 뇌 내 필터링을 거쳐야만 했다.
‘그러니까 대충 정리하자면…….’
“헤펠트 백작이 방구석 찐따가 됐다는 소리군.”
그리 결론을 내린 칸의 표정이 어쩐지 떨떠름했다.
“이봐. 헤펠트 백작은 대단히 권위적인 양반이라고 누구한테 들었는데. 맞나?”
“마, 맞소.”
‘그런 양반이 대체 왜 히키코모리가 됐어?’
알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이것들이 아는 거라 해봐야 ‘헤펠트 백작이 대뜸 저택에 틀어박혔다.’는 수준인 듯하고.
어차피 북부로 가려면 바그너를 경유하는 게 가장 나은 선택지다.
제롬이 언제 무기를 구해다 줄지 모르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맨손으로 다닐 수는 없지 않나.
왕국에서 손꼽는 병기창인 바그너라면, 임시로 쓸 무기 정도는 구할 수 있을 터.
“거기. 방금 뒈질 뻔했다가 살아난 놈.”
“내 이름은 디에고요….”
“그래, 디에고요. 너는 이 자식들 장비 다 벗겨서 저기 주인 잃은 짐마차에 실어라.”
“디에고요가 이름이 아니라, 디에고……. 아, 알겠소.”
칸의 서슬 퍼런 눈빛에 항의할 마음이 꺾인 디에고는 순순히 살아남은 용병들의 장비를 벗겼고, 그가 호위하던 상단의 짐마차에 전부 실었다.
그러면서도 ‘말도 다 뒈졌는데, 마차에 짐을 실어서 어쩌려는 걸까?’ 같은 의문을 품기도 했다.
자신에게 닥칠 개고생을 조금도 짐작하지 못한 채.
*
*
*
바그너는 큰 도시다.
수십 년 넘도록 인근 도시와 분쟁을 지속하고 있기에, 농사를 짓는 사람보다 용병 업계에 발을 걸친 이들이 더 많은 도시이기도 했다.
그런 바그너에 용병 조합의 지부가 들어서는 건, 당연하다 못해 필요한 일이었다.
“이런 씹…. 그렇게 자중하라고 했는데. 이 새끼들이 또 사고를 쳐?”
‘돌아오기만 해. 다리를 아주 분질러 줄 테니까.’
그리고.
바그너의 외성벽에서 손톱을 씹고 있는 붉은 단발의 여인이 바로 바그너의 용병 조합 지부를 총괄하는 관리자이자, 전사로서도 이름을 알린 마이아였다.
“저. 지부장님. 이렇게 기다리실 게 아니라, 저희에게 맡기고 지부에서 쉬시는 것이…….”
“시끄럽습니다. 막상 마주치면 어버버 대다가 봐줄 거 아닙니까?”
“아니…. 원래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과도한 간섭은 지침에 어긋나는…….”
“이런 씨발! 곱게 말해주니까 말을 안 들어 처먹네? 지금이 바로 그 과도한 간섭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히익!”
머리가 벗겨진 중년인이 마이아의 호통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저런 걸 지부장이라고 앉혀놨으니, 용병들이 조합을 물로 보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최근 바그너의 상황은 나날이 어지러워지고 있는데, 쓸만한 놈이라곤 저 머리 벗겨진 겁쟁이뿐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건 안다.
마이아가 바그너에 취임한 건 최근의 일이고, 저 겁많은 대머리와 시키는 일만 겨우 할 줄 아는 책상물림들이 개판 쳐놓은 지부의 상황을 개선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하필이면 그런 상황에, 헤펠트 백작 쪽에 문제가 생기다니…….’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데 격이라고 해야겠지. 그걸 수습하려고 지부장인 그녀가 이렇게 발품을 파는 것이고.
“그. 디에고는 혼자 오크도 참살하는 칼잡이입니다. 거기에 상단의 인부랑 용병 둘이 붙었으니 쉽게 당하진…….”
“지랄하네. 고블린도 못 잡아본 애새끼 둘이랑 주먹질도 못 하는 인부들이 도움이나 될 것 같아?”
어떻게든 면피용 헛소리를 지껄이는 전 지부장을 단번에 격침시킨 마이아가 이내 결심한 듯, 근처에 세워둔 창을 집어 들었다.
“왜, 왜 그러십니까…!”
“아무래도 직접 확인해야 맘이 편하겠어.”
“아이고. 마이아 님이 가시면, 저희들로 용병들을 어찌 막으라고요…!”
그게 너희 일이잖아, 씹새야! 마이아는 차오르는 욕지거리를 애써 참아냈다.
어쨌거나 도시의 혼란이 성벽 너머까지 퍼지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
만약 헤펠트 백작이 복귀한다면, 지부장인 마이아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될 테니까.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해. 나 돌아왔을 때 상황 개판 났으면, 전부 모가지 잘릴 줄 알아. 물리적으로.”
으르렁대며 엄포를 놓은 마이아가 걸음을 옮긴 순간이었다.
‘뭐야, 저건.’
그녀의 시야 끄트머리에서, 몹시 황당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차? 아니, 마차를 왜 사람이 끌고…….”
두 눈을 의심케 하는 광경. 그러나 마이아를 더 황당케 한 것은, 진작 죽었을 거라 추측한 칼잡이가 마차를 끌고 있다는 점이었다.
덜컹…! 덜컹…!
대체 어디서부터 마차를 끌고 온 건지, 디에고의 몸은 전신이 땀범벅이었다.
심지어 속도가 느린 것도 아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마차를 뒤에서 밀어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빨랐다.
기어코 검문소 앞까지 마차를 끌고 온 칼잡이, 디에고가 바닥에 드러누웠다.
“허억! 허억! 다, 다 왔다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광경과 상황. 마이아는 잠시 벙쪄 있다가, 숨을 헐떡대는 디에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으려 했다.
“시발. 두돈반 뒷자리도 아니고, 더럽게 흔들리네….”
“어, 어쩔 수 없다구요! 마법으로 마차를 밀어본 적은 처음이니까….”
“다음부턴 익숙해져라. 손으로 밀기 싫으면.”
“히이익……!”
마차 안쪽에서 누군가가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문제는 그녀의 기억에 있는 목소리가 섞여 있다는 것.
그것도 그녀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목소리가.
오우거가 사람 말을 내뱉으면 저렇지 않을까 싶은, 중후하고 야성적인 목소리. 저걸 내가 어디서 들었더라……?
그리고 그때.
머릿속에서 지웠다고 생각한 흑역사가 마구 범람했다.
‘그래. 저 목소리는 분명…!’
“참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