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 속 야만전사-60화 (60/132)

#060화. 와이번 토벌전 (3)

“먼저 가게.”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대로 다 죽을 수는 없잖나.”

얀을 조심히 바닥에 내려놓은 론이 쇠망치를 굳세게 쥐었다.

“나라고 죽고 싶어서 이러는 건 아니야. 어떻게든 살아남을 자신이 있으니까 이러는 거지. 지난 내 경력이 말해주지 않나?”

“아무리 그래도 이건…!”

그래. 이번엔 자신이 없긴 하네.

론은 자학적인 농담을 속으로만 삼킨 채. 머뭇거리는 얀을 떠밀었다. 어리숙하게만 보여도 어쨌거나 마법사인 만큼, 결국엔 론의 말대로 할 게 분명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가능하면 몇 분은 묶어두고 싶구먼. 그래야 나도 맘 편히 도망치지.’

수십, 수백의 마물 군대를 상대로 발을 묶는 일이다.

제아무리 론이 길잡이 계열의 고등급 스킬을 지녔다고 한들, 살아남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 사실을, 론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

“쓰읍….”

솔직한 본심을 말하자면-.

당장이라도 살 가능성이 높은 쪽을 골라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고집이라 해도 좋은 신념이, 론의 발을 이곳에 묶어 두었다.

‘적어도 한 명쯤은. 멍청한 용병이 있어도 괜찮지 않나.’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처음엔 모자란 실력을 충당하기 위해 ‘신의있는 용병’의 모습을 연기한 것에 불과했다.

마이아처럼 무기를 귀신처럼 다루는 재능도 없고, 얀처럼 마법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지도 못한, 무작정 용병이 되겠다며 도시로 나간 촌뜨기 청년의 잔꾀.

물론, 우습게 보이면 잡아먹히는 업계의 생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저지른 실수였다.

그 결과.

동료라 생각한 이들에게 몇 번이고 뒤통수를 맞았다. 다행히 그때부터 가지고 있던 놀라운 생존 본능의 덕택에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이후로도 론은 연기를 멈추지 않았다.

절대 배신하지 않는 용병.

그런 별명으로 론은 업계에서 나름의 명성을 떨쳤고, 언젠가 전장에서 마주친 야만인 친구에게 쇠망치를 이용한 전투술을 익히며 실력 면에서도 장족의 발전을 이룩했다.

그가 어떤 장소에서건 ‘쇠망치 론’이라 떠들고 다니는 이유였다. 지난 반평생의 열등감에 대한 보상 심리라 봐도 좋았다.

‘흐. 이번에도 야만인 형씨랑 다니다 보면 뭔가 얻을 게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뒈질 일만 남았구먼.’

그릇에 맞지 않는 욕심을 부린 대가. 론은 그렇게 담담히 본인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으으…! 스승님한테 엄청 혼날 텐데!”

“얀?”

진작 도망쳤을 거라 여겼던 얀이 손을 벌벌 떨며 앞으로 나섰다. 전에는 본 적 없던, 회색 수정이 박힌 목걸이를 손에 꼭 쥐고서.

“나중에 혹시라도 스승님 만나면, 정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해주셔야 해요. 꼭이요!”

그게 무슨 소리냐고 론이 되물을 새도 없었다.

목걸이의 수정이 쩌적- 갈라지고, 가까이 있던 론이 저도 모르게 닭살이 돋은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얀을 중심으로 발생한 마나의 폭풍은 마나에 민감하지 않은 론조차 소름이 끼칠 만큼 강대했다.

구우우웅─.

이내 얀이 손짓했다.

그의 손끝이 지휘자의 봉이 된 것처럼 마나의 폭풍이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어떠한 형태를 빚기 시작하자 론이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벌렸다.

‘이건……!’

언젠가 느낀 적 있는 압박감이다. 그것도 최근에-.

“물러나요…!”

생각을 멈추고 냅다 뛰기 시작한 론이 고개만 흘긋 움직여 뒤를 보았다.

쿠구구─!

마물의 군세가 진군하는 경로의 상공. 잿빛의 구체가 막대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그 범위를 넓히기 시작했고, 이변을 알아차린 마물들이 혼비백산하여 도주하려 했다.

그러나 알아차린 뒤에는 이미 늦는다.

그런 마법이다.

회색 마탑의 고위계 마법 중에서도 비전에 속하는, 범위에 닿는 모든 걸 찍어누르고- 우그러뜨리는….

‘붕괴!’

다르킨 토벌전에서 다르킨의 네임드 하수인을 일격에 쓸어버렸던 붕괴 주문이, 마탑의 어린 천재의 손에서 현현했다.

“신이시여, 맙소사….”

수십에 달하는 짐승들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짓뭉개지고, 뒤늦게 경로를 우회하려다 붕괴의 범위 안에 발을 들인 마물들이 차례차례 육편이 되어 사라진다.

마법사가 대규모 전장에서 재앙일 수밖에 없는 이유.

제대로 된 마법사에게, 수적 유불리란 그야말로 무의미한 것이었다.

“얀, 자네! 이 정도로 대단한 마법사였나…. 얀?!”

“커헉!”

까마득하게만 느껴지던 마물의 군세가 눈에 띄게 줄어들자 기세가 오른 론이 신나서 외치다, 입에서 피를 토하는 얀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제, 제 수준으로는 원래 불가능한 주문을 써서 그래요…. 원래는 정말 제 목숨이 위험할 때 쓰라고 스승님이 준비해주신 건데…. 이거 꼭, 비밀로 해주셔야 해요?”

“당연히 그래야지. 고맙네. 목숨을 빚졌어.”

“한동안 저는 주문을 쓸 수 없어요. 그러니까 이 틈에…….”

“말 안 해도 아네!”

론이 축- 늘어지는 얀의 몸을 조심스레 짊어지고 내달렸다.

조금이라도 속도를 내기 위해, 애지중지하는 드워프제 쇠망치를 버릴까 고민하던 그때였다.

‘몸이 가벼워졌다…!’

“어서 뛰어요. 지금이라면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을 테니까!”

“성문을 끼고 막아내면 훨씬 수월할 겁니다!”

엘레나가 축복을 걸고, 마이아가 일행의 최후미를 자처하려는 듯 창을 뽑아 들었다.

이러나저러나. 결국 다 함께 이 상황을 극복하려는 것이다.

론은 어쩐지 코끝이 찡했지만, 애써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대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들과 함께라면 정말 이 난관을 해치고, 와이번을 죽일 수도 있겠다는…….

콰강──! 콰가가가각──!!

“으헉! 이게 무슨 난리…!”

“저기 앞에! 도시가…….”

론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얀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이었고, 마이아에 이르러선 어쩐지 열의에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알-라스델을 응시했다.

“역시. 여신께선 틀리지 않았어…!”

그리고 엘레나는 환희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저 멀리.

내전으로 도시가 패망한 뒤로도 그 형체만은 유지하고 있었던, 북부에서도 큰 성세를 자랑하는 대도시 알-라스델이.

쿠구구구궁……!!!

하늘에 닿을 듯한 모래폭풍을 일으키며-.

“형씨.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요……!”

본래의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게 무너지고 있었다.

*

*

*

와이번 공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

“크윽…!”

쾅─!!

그것은 바로 놈의 저 반칙에 가까운 기동력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간단하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

“키에에엑!”

콰드드드득!

급하강과 동시에 내리꽂힌 와이번의 발톱이 도로를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방금까지 칸이 서 있던 자리가 거기에 포함된 건 당연지사였다.

바닥을 구르며 빠르게 태세를 정비한 칸이 드워프제 손도끼를 방패처럼 앞세웠다.

그 즉시, 내장을 뒤트는 충격이 엄습하며 칸의 몸이 뒤로 처박혀 날아간다.

투쾅-!

중앙 첨탑에 몸을 부딪친 칸이 침을 퉤! 뱉고는 아에카리스의 주머니에서 꺼낸 단창을 준비자세 없이 쏘아냈다.

그 어떤 화살보다도 빠르게 날아간 투창을 와이번이 고도를 높이는 것으로 회피했다.

‘시발. 더럽게 깔짝대네.’

저 기동력이 칸에게 일방적인 수세를 강요하고 있었다.

차라리 비슷한 스펙의 주문쟁이나, 전사 계열 직업이라면 사정이 나았을 터였다.

원거리 공격으로 스킬창을 가득 채운 주문쟁이야 말할 것도 없고, 후자의 경우에도 압도적인 속도의 공격 스킬이나 다양한 유틸기로 와이번을 제압하는 것이 가능했다.

칸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에게 가능한 거라곤 부수고, 쪼개고, 던지는 것밖에 없는 까닭이다.

“키익!”

그나마 있는 투척 스킬도 놈에겐 영 효과가 없었다.

마구간에서 투척에 한 번 당한 것이 놈의 경계심을 높인 건지, 녀석은 단 한시도 제자리에 있질 않았다.

후우우웅! 쩌억─!

옆을 스치듯 비행하던 와이번이 꼬리를 채찍처럼 휘두른다.

이번엔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맞받아친 칸의 몸이 굉음을 내며 뒤로 밀려났다.

‘시발. 개사기네.’

손을 타고 흐르는 충격에 칸이 욕을 지껄이며 마검을 회수했다.

어설픈 검격은 죄다 비껴내는 단단한 비늘. 어지간한 트롤 따위는 우습게 여겨질 법한 괴력. 커다란 덩치와 엄청난 속도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질량.

물론, 칸의 힘도 인간을 벗어난 영역에 있는 건 분명하다.

문제는 아룡도 그건 마찬가지란 것. 애초에 인간이 아닌, 용이 남긴 찌꺼기 같은 놈이니.

‘물론, 와이번 정도면 그냥 찌꺼기는 아니고 발톱 때 정도는 되겠지.’

쉽게 말하자면, 칸의 유일한 강점이라 할 수 있는 괴력이 무용한 상대였다.

용인의 모습을 취하고 제힘에 홀려선 멍청하게 정면승부를 시도한 다르킨과 달리, 대단히 교활한 사냥꾼이기도 했다.

“키익. 킥!”

와이번이 비웃음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칸의 주위를 맴돌았다.

자기가 선공권을 틀어쥐었단 걸 인지하고 있단 증거.

이대로 견제 비슷한 공격만을 반복하면서 칸의 체력을 빼놓겠다는 속셈도 있는 듯했다.

“언제까지 깝죽대나 두고 보자고…!”

쿵!

칸의 신형이 대각선 방향으로 상승한다. 와이번의 움직임을 주시하다, 비행 경로에 난입하듯이 도약을 사용한 것이었다.

와이번이 가소롭다는 듯 날갯짓하며 아가리를 크게 벌린다.

목 울대가 꿀렁거리는 게, 화탄을 쏴 칸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도가 훤했다.

[아가리 닥─쳐─라─!}

키엑? 기습적인 워크라이에 와이번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도발 상태 이상의 영향으로 감각이 멋대로 칸에게 집중되자 놀란 것.

물론, 그 틈은 아주 잠깐에 불과했다.

‘그거면 충분하지!’

차르르릉!

잠깐의 틈. 그 사이에 집중력을 끌어올려 아에카리스의 주머니를 연다.

거기서 꺼낸 건 무척 기다란 쇠사슬의 양쪽 끝에 말뚝을 고정한 물건이었다.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 걸까. 와이번이 다급하게 방향을 틀어 칸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교활한 놈답게, 거대한 장애물이나 다름없는 중앙 첨탑으로 방향을 잡고서-.

쾅!

칸이 손에 든 말뚝을 투척 스킬까지 활용해가며 던진다.

와이번은 뒤를 보지도 않고, 날개를 접어 고도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것으로 가뿐히 회피했다.

‘그럴 줄 알았지. 도마뱀 새끼.’

예상했다. 어설프게나마 지능이 있는 놈이, 눈에 뻔히 보이는 든든한 장애물을 이용하지 않을 리가 없다.

카가각! 차르릉.

도시의 성세를 증명하기 위해 세운 단단한 돌탑을 쇠말뚝이 깊숙하게 파고든다. 아마 힘깨나 쓴다는 장정 서넛이 넘게 달려들어도 꼼짝도 안 할 테지.

칸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나머지 쇠말뚝을 전력을 다해 던졌다. 의도적으로 꽁꽁 감춰두었던, 최대한의 속도로-!

차르르릉! 퍼억!

“키에에엑─!!”

몇백 근의 괴력으로 날뛰는 알-라스델의 군마를 붙잡기 위해 특수 제작한 쇠말뚝이 아룡의 비늘을 비집고 살점을 파고든다.

와이번이 비명과도 같은 포효를 내지르며, 제 몸에 박힌 쇠말뚝을 빼내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비튼다.

그런 와중에도 공중에서 내려오지 않는 모습에 칸이 혀를 내둘렀다. 지독한 도마뱀 새끼일세.

차르릉. 차르릉!

“키익…!”

그러다 쇠말뚝과 연결된 쇠사슬을 본 녀석이 눈을 빛냈다.

와이번답지 않은 지능을 지닌 놈답게, 등에 박힌 쇠말뚝을 제거할 방법을 놈이 찾은 것이다.

차르르르륵!

중앙 첨탑과 반대 방향으로 놈이 비행한다.

쇠사슬을 한계까지 당기는 것으로 말뚝을 빼낼 작정인 듯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칸의 투척을 경계하듯, 공중에서 이리저리 방향을 틀어댔다.

애석하게도, 칸은 더 이상 무언갈 던질 생각이 없었다. 쥐톨만 한 꼬챙이를 던져서 어느 세월에 치명상을 입힌다고.

처억-.

어느새 중앙 첨탑의 아래에 자리한 칸이 여신의 신성이 깃든 도끼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나무를 패듯, 자세를 잡는다.

“지금부터 젠가 시작한다. 씹새야!”

지금부터는 속도 싸움이다. 한계까지 쥐어짜 낸 근육이 비명을 내지르는 감각과 함께, 칸이 도끼로 중앙 첨탑을 냅다 찍어버렸다.

쩌엉……!

첨탑의 밑동이 크게 패인다.

누군가 그 흔적을 보았다면, 오우거가 나타나 난동을 부렸다고 생각할 만큼의 깊이였다.

그러나 부족하다.

후욱! 깊게 호흡을 들이쉰 칸의 근육이 기괴하게 느껴질 정도로 부풀고, 칸이 재차 도끼를 첨탑을 향해 휘둘렀다.

쩌엉─! 쩌엉─! 쩌엉─!!

알-라스델 전체가 울릴 정도의 굉음이 수차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첨탑은 미동조차 않는다.

와이번은 그 헛된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어느새 쇠말뚝을 다 빼낸 상태였다.

쩌엉…! 쩌엉…!

그리고 이내 힘이 빠진다.

이미 도약 스킬을 열 번도 넘게 사용하고, 투척 스킬까지 써가며 와이번과 싸운 탓에 상당한 체력을 소모한 뒤였다.

직전에 얻은 탐욕의 그릇과 드라우프니르의 버프가 아니라면, 진작에 탈진하고도 남았을 소모량.

‘이것도.’

예상했다. 오히려 이 순간에 완전히 탈진하도록 체력 소모량을 조절해왔다.

칸은 모든 체력을 쥐어짜 낼 작정으로 도끼질을 멈추지 않았다. 머지않아 한계가 찾아왔다….

무지막지한 탈력감과 함께 무릎이 풀리려 한다.

[불굴의 의지 (A) - 01%]

─전투 불가능 상태에 빠졌을 때. 불굴의 의지로 극복해낸다. 일정 시간 동안 체력 소모를 무시하고 전투를 지속한다.

스킬의 발동과 함께 스러져가던 육체가 마치 시간을 되감은 것처럼 만전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아니, 그렇게 착각하도록 스킬이 작용한 것이다.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칸은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그가 가진 최강의 스킬을 사용했다.

[끓어오르는 힘]

눈앞이 아득해진다.

레벨업 이후 처음으로 사용하는 끓어오르는 힘이다. 전능감에 가까운 괴력이 필멸자의 손아귀에 깃든다.

그 순간 칸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그 시선은 처음부터 칸을 지켜보고 있던 것처럼 자리해 있었고, 이내 의미를 알 수 없는 감정을 전하며 사라졌다. 마치 환상처럼.

시선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마지막에 전한 그 감정은 대체…. 상념이 머릿속을 스쳤으나 그건 아주 잠깐이었고, 칸은 손아귀에 쥔 도끼를 전력을 다하여 휘둘렀다.

꽈릉───!!!

코앞에서 내리친 천둥벼락에 세상이 반쪽으로 쪼개진 것처럼 칸의 눈앞이 번쩍인다.

불굴의 의지가 해제되면서, 끔찍한 탈력감이 칸의 육체를 지배했다.

도끼를 휘두른 자세 그대로 칸이 기우뚱- 뒤로 드러누웠다. 겨우 고개만 내리깔아 자신이 해낸 이적을 감상한 칸이 씨익- 웃었다.

“어디, 이것도 피해봐라. 망할 도마뱀 새끼야.”

밑부분이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소멸한 중앙 첨탑이 칸이 그랬던 것처럼 기우뚱- 쓰러진다. 그 방향은 정해져 있다.

쇠말뚝을 빼기 위해 전력으로 쇠사슬을 당기고 있는 와이번.

놈의 머리 위로 알-라스델의 자랑거리였던 거대한 탑이 추락한다.

그리고 이미 늦은 줄도 모르고 하늘에서 들이닥치는 거대한 탑을 피하려 발버둥 치는 와이번을 보며 통쾌한 웃음을 터뜨리던 칸이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이거. 누가 나한테 물어내라 하지는 않겠지?’

아르곤 왕가, 혹은 도시의 상속자가 나중에 책임지라 난리 치는 광경을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 엿 같은 중세 귀족들의 인성을 생각하면 지극히 현실적인 미래였다.

‘…누가 뭐라 하면 정의의 신이 시켰다고 해야겠다.’

그렇게 현실에서 고개를 돌려버린 칸이 냅다 몸을 웅크렸다.

그날.

북부에서 손에 꼽는 대도시 알-라스델의 삼분지 일이, 어느 야만인의 손에 완전히 붕괴했다.

이후, 현장을 조사한 인물이 증언하길.

천문학적인 금액과 다수의 마법사 인력, 적어도 천 단위의 노동력이 최소 몇 년은 투입되어야 도시가 제 기능을 되찾을 수 있는-.

왕국 역사에 기록될 정도의 기록적인 대파괴였다고 한다.

*

*

*

[레벨 업!]

[레벨 25 -> 26]

[근력 : 60 -> 62] +1

[민첩 : 33 -> 34] +2

[체력 : 35 -> 36] +6

[지능 : 2]

[제2막, 용의 흔적이 묻힌 곳]

─실패할 시, 아르곤 왕국의 멸망. 대마경의 침식 가속화. 이후의 시나리오 난이도 증가.

[최소 클리어 조건 달성.]

─용의 흔적, 최초 발견 및 사살 완료.

─이후 추가 달성률에 따른 보상 변경.

─현재 달성률, 33.3%

─남은 개체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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