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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명가의 절대무신-3화 (3/129)

몰락명가의 절대무신 3화

3화. 왜 저렇게 변해 버린 걸까

무공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었다.

그 대신 ‘마법’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내공과 비슷한 자연의 기운인 ‘마력’으로 발동하는 힘이다.

이 세상의 사람들은 대부분 마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다만 마력을 갖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마법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며, 마력을 정제하여 ‘서클’을 만들어야 비로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서클을 만들기 위해선 선천적인 재능이 있어야 하는데, 특히 혈통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탓에 대륙 5대 명가는 대대로 뛰어난 마법사를 많이 배출했다.

‘리겔 가문은 더 이상 그런 마법사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지만…….’

시리우스의 기억을 되새기면서, 방바닥에 가부좌를 틀었다.

이곳은 시리우스를 위해 리겔 가문에서 준비해 준 ‘연구실’이었다.

‘설마 사위라는 놈이 신혼 첫날밤부터 연구실에 틀어박힐 거라고는 상상 못했겠지.’

시리우스를 위해 준비한 공간이라, 문을 걸어 잠그고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는 장소였다.

‘그러면…… 슬슬 시작해 볼까.’

지금 해야 할 일은 천랑신공(天狼神功)에 입문하는 것.

천랑신공은 옛 무공을 발전시켜 백무랑 스스로 완성한 절세 무공으로, 백무랑이 천랑무제라 불리면서 세상에 이름을 떨칠 수 있었던 건 모두 천랑신공 덕분이다.

‘몸을 고치려면…… 먼저 음양의 불화(不和)부터 해결해야 한다.’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체내에서 흐르는 기운이 느껴졌다.

추측이 맞다면, 마력이라는 것은 인체에 흐르는 진기(眞氣)를 뜻한다.

그 진기를 아랫배에 잘 다져 넣으면 단전의 내공이 되는 것이고, 심장 부근에서 잘 응집시키면 서클의 마력이 되는 것이다.

‘내가 서클을 만드는 방법은 몰라도…… 단전을 형성하여 내공을 쌓는 방법은 잘 알고 있지.’

분명 시리우스는 서클을 만들지 못하는 ‘0서클’의 무능력자였다.

하지만 천랑신공의 구결에 따라 진기를 운용하여 단전을 형성한다면…….

‘마법은 못 써도, 무공은 쓸 수 있는 몸이 되는 것이지.’

가부좌를 튼 상태로 운기조식을 하면서, 천랑신공의 입문 의식을 시작했다.

예상대로라면…… 아침이 될 무렵에는 그나마 사람 구실은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창살 너머로 햇살이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으나,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었다.

“후우…….”

시리우스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지만, 기분은 더없이 개운했다.

몸에 쌓여 있던 탁기가 모조리 배출되었기 때문이다.

무너졌던 음양의 조화가 갖춰지고 경맥의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전신에 활력이 생긴 상태였다.

무엇보다…… 하복부에 단전이 형성되어 앞으로 무공을 사용하기 위한 토대가 마련되었다.

‘내 예상대로, 마력을 내공으로 전환하는 게 가능하군.’

지금 단전에는 정순한 내공이 저장되어 있다.

시리우스의 몸에 흩어져 있던 마력을 천랑신공으로 정제하여 내공으로 쌓은 것이다.

그런데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어째서 극음(極陰)에 가까운 기운을 갖고 있었던 걸까.’

시리우스의 마력은 극음지기(極陰之氣)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차가웠다.

몸 안에 그렇게 차가운 기운이 흐르고 있으니, 몸 상태가 비실비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걸 천랑신공으로 정제하여 단전에 잘 갈무리했기 때문에 지금은 상태가 양호하지만…… 솔직히 언제 맥이 끊겨도 이상하지 않은 몸이었다.

‘원인이 뭘까.’

시리우스의 기억을 되새겼다.

카니스루트 가문은 추운 북부 지역 변방의 가문이다.

그렇다면 시리우스는 추운 곳에서 차가운 자연지기를 잔뜩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런 몸이 된 것일까?

‘카니스루트 가문 사람들이 전부 이런 몸은 아니었을 텐데, 시리우스만 특이 체질이었던 걸까? 아니면 무슨 이상한 걸 주워 먹었나?’

혹시 시리우스는 어렸을 때 설삼(雪蔘) 같은 차가운 기운을 지닌 약재를 먹었던 게 아닐까.

차디찬 기운이 몸 안으로 들어와도, 마법의 재능이 없었던 시리우스는 그 기운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목숨을 건지긴 했어도, 몸 안에 스며든 한기가 시리우스를 계속 병들게 했겠지.’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시리우스의 기억을 뒤져 봐도 마땅히 짚이는 구석이 없다.

하지만 시리우스가 어렸을 적에 본인도 모르게 차가운 성질의 영약을 섭취했다면, 시리우스의 특이한 몸 상태가 설명된다.

‘불쌍한 녀석.’

시리우스에게 동정심을 느꼈다.

적절한 내공심법을 익혔다면 극음의 내공을 지닌 고수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에 내공심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시리우스는 체내에 자리 잡은 차가운 기운에 떨면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군.’

어젯밤을 떠올렸다.

유스티아는 시리우스가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거라 생각한 모양이지만, 그건 착각이다.

당시 시리우스는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던 상태였다.

맥이 끊어져서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어쩌면 시리우스는 그때 이미 죽었고…… 백무랑의 영혼이 깃들면서 다시 살아난 걸지도 모른다.

‘일반적인 술은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 하지만 시리우스는 몸이 극도로 차가워진 상태였지.’

단순히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 때문에 몸 상태가 안 좋아져 체온이 내려간 게 아니다.

차가운 기운이 몸 안에 추가로 들어와서 시리우스의 몸을 망가뜨린 것이다.

‘그렇다면, 피로연에서 누군가가 시리우스에게 차가운 기운이 담긴 무언가를 먹인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게 자연스러워진다.

어떤 놈이 차가운 성질의 약을 술에 섞어 시리우스에게 먹인 것이다.

시리우스의 체질을 알면서도 말이다.

‘즉…… 시리우스의 죽음을 원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거지.’

시리우스는 아무런 힘도 없는 병약한 막냇사위였다.

그런 놈을 굳이 죽이려 했던 놈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놈은 큰 실수를 한 거다.’

시리우스의 몸에 흐르는 차가운 기운은 모조리 정제되어 단전의 내공이 되었다.

시리우스를 죽이기 위해 투여되었던 차가운 기운도, 전부 다 제어하여 단전에 보탰다.

그러니 놈의 암살 시도는 시리우스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준 셈이다.

‘덕분에 극음의 내공을 갖출 수 있게 되었군.’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몇 갑자 내공을 갑자기 획득한 건 아니었다.

지금 시리우스가 보유하고 있는 내공은 1갑자도 안 된다.

하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천랑신공의 첫 번째 단계를 펼치기에는 무리가 없다.

‘게다가 극음의 내공은 천랑신공의 첫 번째 단계와 상성이 좋지.’

천랑신공은 여러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첫 단계가 북명(北溟)이다.

원래 북명은 어두운 북쪽 바다를 가리키는 말이다.

넓디넓은 시커먼 바다는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그러고도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변화가 없다.

천랑신공의 첫 번째 단계는 이런 북쪽 바다와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내공을 더 쌓으면 두 번째 단계인 백랑(白狼)에도 진입할 수 있겠지.’

그렇다면, 여기서 내공을 더 쌓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쪽 세계에 어떤 영약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극음의 내공을 획득할 수 있는 약이 존재하는 건 확실하다.

‘시리우스를 죽이려 했던 놈…… 그놈이 열쇠로군.’

시리우스에게 차가운 성질의 약을 먹인 놈을 찾아내서 족치는 것.

그것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면 슬슬 나가 볼까.’

몸을 일으켰다.

사실 아까부터 계속 공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경맥의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소화 기능도 회복되었다.

원래 시리우스는 음식을 조금만 먹는 소식가였지만, 지금 상태라면 평소보다 서너 배 이상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디서 아침 식사를 해야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연구실 바깥으로 나왔다.

마침 복도에는 하녀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이봐.”

“……!?”

다가가서 말을 걸자, 하녀들이 흠칫 놀라며 시리우스의 얼굴을 쳐다봤다.

“시, 시리우스 님……?”

“아침 식사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시, 식사 말인가요? 유스티아 아가씨와 같이 드시지 않으셨는지…….”

“…….”

아무래도 이미 침실로 두 사람 분량의 식사가 보내진 뒤인 것 같다.

“식사를 아직 못 하셨으면 주방에 얘기해서 준비해 드릴 수 있습니다만…….”

“그래 주면 고맙지. 아, 2인분으로 준비해 줄 수 있나?”

“2인분이요?”

“내가 배가 많이 고파서 말이다.”

하녀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당혹스러워했다.

“시리우스 님은 식사를 적게 하신다고 들었는데…….”

“뭔가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군. 앞으로는 남들처럼, 아니 남들보다 여유 있게 부탁한다.”

“아, 알겠습니다. 주방에도 얘기해 두겠습니다.”

“고맙군.”

감사를 표하자, 긴장하고 있던 하녀들의 표정도 부드러워졌다.

식사를 준비해 주는 사람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속으로 불만을 품고 있으면 푼돈에 회유되어 식사에 독을 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백무랑은 아랫사람이라고 해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버릇이 있었다.

‘그렇게 해도 결국 아내가 독을 탔지만 말이다.’

무형지독(無形之毒)에 당했던 전생을 떠올리면서, 시리우스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 *

“왠지 기분 나쁘네요. 아가씨를 내버려 두고 밤중에 침실을 뛰쳐 나간 사람이, 아침부터 하녀들하고 시시덕거리고 있다니.”

“…….”

멀리서 시리우스가 하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지켜 보며, 유스티아는 말없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가씨, 한마디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아니, 필요 없어요.”

어릴 때부터 같이 크다시피 한 마리아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유스티아는 고개를 저었다.

“하녀들과 시시덕대든 말든 저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죠.”

“아가씨…….”

“별 관심 없어요.”

결혼하기 전에도 이미 얘기를 나눴다.

서로 간섭하지 않으면서 살기로 말이다.

하녀들과 노닥거리든 말든 상관할 일이 아니다.

“그, 그래도, 남들 앞에 나설 때는 적어도 세수 정도는 했으면 좋겠네요. 머리도 땀에 젖어서 너무 너저분하잖아요!”

“그건 그렇군요.”

마리아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유스티아는 시리우스의 모습을 다시 살폈다.

“그런데…….”

원래 시리우스는 별로 호감을 주는 인상이 아니었다.

창백한 피부와 탁한 눈빛, 무기력한 표정 등이 꼴 보기 싫었다.

그런데 지금은…….

“왜 그러시죠?”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시리우스는 완전히 달라졌다.

피부에 혈색이 돌아왔고, 눈빛은 또렷했으며, 표정에는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원래 이목구비 자체는 단정한 편이라…… 지금은 충분히 미남자라고 불러도 될 듯한 모습이었다.

“이상한 사람…….”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유스티아는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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