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몰락명가의 절대무신-8화 (8/129)

몰락명가의 절대무신 8화

8화. 모든 것을 집어 삼켰다

겨울 밤하늘에서 가장 반짝이는 별을 천랑성(天狼星)이라 한다.

천랑이란 하늘의 늑대라는 뜻인데, 옛사람들은 천랑성이 늑대처럼 탐욕스럽고 잔인한 성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천랑성은 전쟁을 암시하는 별로 여겨졌으며, 무림에도 천랑성과 관련된 여러 전설이 있었다.

백무랑의 천랑신공은 이 천랑성에서 이름을 따왔다.

잘못 익히면 천랑의 포악한 성질에 지배당해 파멸하게 되지만, 대성하면 덤벼드는 모든 적들을 물어 죽이고 무림의 정점에 군림할 수 있다.

백도(白道) 정파답지 않은 패도적인 무공이라, 종종 마공(魔功)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그런데 참 묘하단 말이지.’

시리우스의 기억에 의하면…… 원래 시리우스는 별의 이름이다.

큰개자리라는 별자리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시리우스라고 한다.

그런데 백무랑의 기억과 대조했을 때, 시리우스는 천랑성과 같은 별이었다.

‘천랑무제라 불리던 내가…… 천랑성과 같은 이름을 지닌 남자의 몸에 깃들었다.’

이것이 과연 우연일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아무리 고민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식후의 운기조식을 마친 뒤, 시리우스는 천천히 눈을 떴다.

천랑신공은 현재 첫 번째 단계인 ‘북명’에 진입한 상태다.

두 번째 단계에 진입하기에는 아직 내공이 부족하기 때문에, 북명의 힘을 보다 완벽하게 제어해야 했다.

첫 번째 단계라고는 하지만, 북명은 매우 강력한 힘이다.

혼자서도 다수의 적과 장시간 싸울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내 예상이 맞다면, 북명의 힘은 마력에도 적용이 될 터.’

시리우스의 육체는 아직 허약하며, 내공도 그리 많지 않다.

유테루스 가문과 싸우려면 북명의 힘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다른 아군도 없는 이상, 혼자서 적들을 쓰러뜨려야 하니까.

그런데…… 아까부터 바깥이 소란스러웠다.

“시, 시리우스 님!”

이윽고 하녀가 문을 두드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치안대 사람들이 와서 시리우스 님을 찾고 있습니다!”

“…….”

치안대.

즉, 카르데인의 부하들이다.

“결국 왔군.”

유스티아하고 얘기했듯이, 카르데인이 당했다고 해서 유테루스 가문이 곧장 리겔 가문으로 쳐들어오지는 않을 터였다.

가주인 나이엘 유테루스는 이번 기회에 확실히 리겔 가문을 접수하려 할 테니까.

하지만 이 주변에 머무르고 있던 카르데인의 부하들은 어떨까.

교육이 잘 되어 있는 놈들이라면 상급자의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대기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놈들이라면 감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시리우스는 놈들이 어느 쪽일지 파악하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응접실에서 기다리라고 해라.”

시리우스는 몸을 일으키면서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내가 상대할 테니까.”

어떤 놈들인지는 이미 파악했다.

그러니 이제 움직여도 될 것이다.

* * *

응접실 안에는 두 남자가 서 있었다.

한 놈은 몸집이 컸고, 한 놈은 깡마른 체구였다.

공통점은 두 사람 다 허리에 검을 차고 있다는 점이었다.

“발레온, 카투스.”

하녀들에게 들은 이름을 부르면서, 시리우스는 응접실 안으로 들어섰다.

“손님 대접을 제대로 못해서 미안하군. 응접실이 이 모양만 아니었어도 차라도 한 잔 내왔을 텐데 말이다.”

“…….”

응접실은 카르데인의 화염 마법 때문에 엉망진창이었다.

심지어 소파도 잔뜩 불에 그슬린 상태였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위에 앉았다.

“그래서, 무슨 일로 찾아왔지?”

“후우…….”

발레온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옆에서 카투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봐, 병신 사위.”

병신 사위.

그 호칭 하나만으로, 유테루스 가문이 시리우스를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카르데인 님을 기습해서 불구로 만들었다고 하더군.”

“…….”

“다 죽어 가던 놈이 용케도 그런 짓을 했구나.”

발레온이 시리우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하긴, 카르데인 님도 방심하고 계셨을 거다. 설마 리겔 가문의 병신 사위가 칼을 들이 댈 거라고는 예상 못하셨겠지. 그래서 너한테 허를 찔리신 걸 테고.”

“…….”

“카르데인 님은 급히 본가로 이송되었다. 치료를 받아도…… 마법사로서 복귀하려면 한참 시간이 걸리겠지.”

그렇게 말하고 발레온이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어떻게 책임질 거냐?”

“책임?”

“네 목숨으로 책임질 거냐?”

“내가 왜?”

“…….”

발레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정말로 죽고 싶은가 보군.”

발레온이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았다.

하지만, 그 직후.

“윽……!”

챙!

발레온이 손목을 부여잡고 검을 떨어뜨렸다.

어느새 시리우스가 검을 뽑아 발레온의 검을 중간에서 쳐 냈기 때문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카투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발레온, 이 녀석…….”

“이, 이 자식이…….”

발레온이 황급히 검을 집어 들고 뒷걸음쳤다.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는 시리우스를 노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너, 검술을 배운 거냐!?”

“카르데인이 자세히 말해 주지 않았나 보군.”

카르데인은 그냥 시리우스한테 기습을 당해서 손목을 잃었다고만 얘기했을 것이다.

시리우스가 자신을 어떻게 제압했는지 설명했다면, 발레온이 이렇게 무모하게 덤벼들 리 없다.

“이 개자식……!”

욕설을 내뱉으면서 발레온이 눈을 부릅떴다.

그 직후, 발레온의 칼날에 푸르스름한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것은…… 검기(劍氣)와 비슷했다.

“마법검(魔法劍)인가.”

이 세계에 무공은 존재하지 않지만, 검기와 비슷한 기술이 존재한다.

칼날을 마력으로 강화하여 위력을 끌어올리는 ‘마법검’이다.

일반적인 공격 마법에 비해 술식이 단순하기 때문에 발동이 빠르고, 마법의 재능이 부족한 사람도 쉽게 익힐 수 있다.

마법검을 전문으로 사용하는 마법사는 ‘마법검사’라고 부른다.

“그래, 너 같은 놈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쓰는 힘이다!”

마법검은 마법의 재능이 부족해도 사용할 수 있지만, 아예 재능이 없는 사람은 사용할 수 없다.

마법을 못 쓰는 ‘0서클’이라 알려져 있는 시리우스 앞에서, 발레온은 보란 듯이 마법검을 휘둘렀다.

“하압……!”

쿵!

이번에는 아까와 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시리우스가 발레온의 검을 막았지만, 시리우스의 검이 튕겨져 나간 것이다.

“…….”

시리우스의 검은 응접실 구석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혼잣말을 했을 뿐이다.

“그렇군. 칼날을 예리하게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칼날이 부딪힐 때 발생하는 충격도 끌어올리는 건가.”

“뭘 중얼대고 있어!”

마법검의 효과를 분석하는 시리우스 앞에서, 발레온이 의기양양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멍청한 자식! 어디서 검술을 좀 배운 모양인데, 마법검사한테는 통하지 않는다!”

방금 전처럼, 평범한 검과 마법검이 충돌하면 평범한 검이 튕겨져 나간다.

어떨 때는 검이 부러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법을 못 쓰는 검사는 마법검사에게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러게 왜 까분 거냐! 아무런 힘도 없는 병신 사위 주제에!”

“…….”

“네 목숨 하나로 끝날 것 같으냐? 이번 일로 리겔 가문은 완전히 무너질 거다! 전부 다 네 책임이다!”

바깥에서 하녀들이 응접실 안을 엿보며 몸을 떨고 있었다.

그녀들한테 들려주려는 듯이, 발레온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래, 네 아내도 우리가……!”

“지금 뭐라고 했지?”

바로 그때.

시리우스의 입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 아내를 어떻게 하겠다고?”

“뭐……?”

“유테루스 가문은 계속해서 내 아내를 탐하고 있는 모양이군.”

“……!”

지켜보던 하녀들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다들 걱정 마라.”

시리우스는 그녀들을 향해 말을 건넸다.

진심이 전혀 담겨 있지 않지만, 진지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유스티아는 내가 지킬 것이다. 유테루스 가문과 맞붙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

무림에서는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남의 아내를 빼앗는 것이 더 악독한 짓으로 취급받았다.

사람을 오십 명 죽이는 걸로는 강호에서 이름을 널리 알리기 어렵지만, 남의 아내를 오십 명 빼앗으면 색마(色魔)라 불리며 무림 공적이 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유테루스 가문에서 시리우스를 죽이려 했다는 것만으로는 명분이 부족하다.

하지만 유테루스 가문에서 시리우스를 죽이고 유스티아를 빼앗으려 한 거라면?

세상 사람들은 유테루스 가문을 손가락질하면서 ‘망해도 싼 가문’이라 욕할 것이다.

시리우스가 유테루스 가문을 잔혹하게 멸문시켜도, 자신의 아내를 빼앗으려 한 놈들을 응징한 거라면서 사정을 이해해 줄 것이다.

이 세계의 명문가들은 무림의 명문 정파들처럼 명분을 중요시 한다.

그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시리우스는 아내를 탐한 놈들을 응징하는 애처가 행세를 할 생각이었다.

“시리우스 님……!”

하녀들이 감탄하면서 시리우스에게 열렬한 시선을 보냈다.

그 광경에 발레온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발레온, 잠깐만…….”

“이 자식이……!”

카투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발레온이 시리우스한테 달려들었다.

단칼에 시리우스를 죽이려는 듯이 마법검을 크게 치켜들었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냉정했다.

마법검이 어떤 것인지는 이미 파악이 끝났다.

그러니, 굳이 더 이상 어울려줄 필요는 없다.

시리우스는 오른팔을 뻗었다.

그 손에는 이미 칠흑 같은 기운이 서려 있었다.

“……!?”

쿵!

충격이 발생해 응접실이 흔들렸다.

발레온의 마법검을…… 시리우스가 손으로 잡아냈기 때문이다.

“매, 맨손으로 마법검을……!?”

발레온이 당황하면서 다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발레온의 칼날은 다시금 시리우스의 손에 붙잡혔다.

아니, 시리우스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이것이 천랑신공의 첫 번째 단계 ‘북명’의 진정한 힘이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 이런…….”

북명은 시커먼 북쪽 바다를 뜻하는 말이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북해처럼…… 북명의 기운은 다른 것들을 끌어당겨 붙잡아 버리는 인력(引力)이 있다.

이것은 단순히 물체를 잡아당긴다는 의미가 아니다.

“마, 마력이 빨려 들어가고 있…….”

급기야 발레온은 칼을 손에서 놓고 뒷걸음쳤다.

그는 다급히 다른 마법을 쓰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북명의 공력이 실린 정권(正拳)이 이미 발레온의 가슴으로 파고들고 있었으니까.

“커헉……!”

가슴의 서클이 산산이 깨지면서 마력이 쏟아져 나왔고, 시커먼 기운이 그 모든 것을 집어 삼켰다.

상대의 기를 흡수하는 천랑신공 북명의 진가가 발휘된 순간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