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몰락명가의 절대무신-9화 (9/129)

몰락명가의 절대무신 9화

9화. 리겔 가문이 우습냐?

천랑(天狼)은 지치지 않고 끝없는 싸움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준비된 것이 천랑신공의 첫 번째 단계인 북명이다.

북명이란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북쪽 바다를 뜻한다.

그렇기에 천랑신공의 북명은 상대방의 기를 빨아들이는 힘을 지녔다.

‘이 북명 덕분에, 다수의 적을 상대해도 내공이 고갈되는 일 없이 오랫동안 싸울 수 있었지.’

무림에서 종종 회자되는 흡성대법(吸星大法)과 다른 점은, 서로 다른 기운을 흡수하더라도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이 던져지든 아무런 변화가 없는 북쪽 바다처럼, 서로 다른 기운을 통째로 집어삼켜 조화롭게 만들 수 있다.

다만, 이렇게 흡수한 기운을 단전에 정착시켜 내공의 총량을 크게 증진시키는 건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쉽지 않다.

또한 일정 수준 이상의 고수라면 북명의 흡인력에 버틸 수 있기 때문에 결코 만능은 아니다.

그래도 전투 도중에 소모된 내공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고…… 특유의 흡인력을 활용해 적의 허를 찌르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역시 마력도 흡수할 수 있군.’

방금 시리우스는 북명의 공력을 실은 주먹으로 발레온의 가슴을 타격했다.

그 충격에 발레온의 서클이 파괴되었고, 거기서 터져 나온 마력이 흡수되었다.

마력 자체가 미약하여 큰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마력도 내공처럼 흡수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되었다.

“우욱…….”

발레온이 입에서 피를 쏟으며 비틀거렸다.

그는 서클이 파괴된 걸 깨닫고 경악하고 있었다.

“내, 내 서클이…….”

“발레온……!”

상황을 지켜보던 카투스가 뒤늦게 움직였다.

마법검을 전개하면서 시리우스를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커헉!”

“……!”

무심히 휘두른 시리우스의 검에 발레온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카투스가 이를 악물고 달려들었지만, 시리우스는 가벼운 움직임으로 카투스의 검을 막아 냈다.

이미 북명의 공력이 칼날에 실린 상태였다.

“뭐, 뭐야!?”

시리우스의 검기와 카투스의 마법검이 충돌하자, 마법검 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북명의 흡인력이 마법검을 구성하는 마력을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얼핏 보기에는 늑대가 칼날을 물어뜯어 상처를 만드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빈틈으로, 시리우스의 칼날이 파고들었다.

“……!”

콰직!

카투스의 검이 부러지고, 시리우스의 검이 카투스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피를 뿜으며 쓰러지면서도, 카투스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시리우스를 보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네가 이런 힘을 갖고 있는 거냐.

리겔 가문의 병신 사위 주제에, 대체 어떻게.

그렇게 묻고 싶은 눈빛이었다.

“응접실이 더 지저분해졌군. 미안하다.”

“아, 아닙니다!”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하녀들이 다급히 목소리를 높였다.

“속 시원했습니다, 시리우스 님!”

“그동안 저놈들이 리겔 가문에서 어찌나 행패를 부렸는지……!”

“유스티아 아가씨를 넘보다니, 죽어도 쌉니다! 잘하셨습니다!”

성원을 보내는 하녀들을 보면서, 시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뒤처리를 부탁하지. 나는 이만 나가 봐야겠다.”

“네? 나가신다고요?”

“이곳까지 온 녀석들이 전부일 리는 없지 않나? 본관 쪽으로 가 보마.”

“앗…….”

본관에도 카르데인의 부하가 남아 있을 것이다.

리겔 가문의 가주가 있는 본관에서 칼부림을 벌이지는 않겠지만, 행패를 부리고 있을 가능성은 높다.

그런 상황에서 시리우스가 들이닥친다면, 놈들을 리겔 가문에서 완전히 쫓아낼 수 있다.

“그러니, 바로 본관 쪽으로 가 보겠다.”

“유스티아 아가씨를 지키러 가시는 거군요!”

“훌륭하십니다, 시리우스 님……!”

“…….”

하녀들의 찬사를 들으면서, 시리우스는 잠시 침묵했다.

유스티아를 지키고 싶었다면 처음부터 유스티아와 동행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녀들은 완전히 헛다리를 짚고 있는 거지만…… 굳이 정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뒷정리를 부탁한다.”

“네, 시리우스 님!”

하녀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면서, 시리우스는 별관을 뒤로했다.

* * *

본관은 말을 타고 가면 한두 시간 정도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그래도 출발 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깊은 밤이 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규모가 제법 크군. 무림의 쟁쟁한 세가들 이상이야.’

하지만, 규모가 컸을 뿐이다.

전체적으로 연식이 오래된 것 같은데, 제대로 보수가 되어 있지 않아 허름해 보였다.

‘몰락명가는 몰락명가인 건가.’

그리고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았다.

입구 근처에서 횃불을 든 놈들이 큰 목소리로 떠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옷차림이 비슷한 걸 보니 발레온과 카투스처럼 치안대 놈들인 것 같았다.

“음……?”

말에서 내려 접근하자, 놈들의 시선이 시리우스에게 향했다.

“누구냐!”

깊은 밤이라,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놈들이 횃불을 치켜들고 얼굴을 확인하려 했다.

“별관에서 왔다.”

“별관……?”

책임자처럼 보이는 놈이 인상을 찡그리며 가까이 왔다.

“네놈, 설마……!”

그놈이 검을 뽑으려던 순간.

시리우스는 주저하지 않고 손을 움직였다.

쫘악!

싸대기를 얻어맞은 놈이 땅을 굴렀다.

“어억……!?”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시리우스는 땅에 쓰러진 놈을 발로 걷어찼다.

내공이 실려 있었기 때문에, 놈은 그대로 날아 본관 외벽에 충돌했다.

“끄윽…….”

그대로 기절해 버리는 모습을 보고, 다른 놈들이 주춤거렸다.

사람을 발로 차서 날려 버리는 괴력(怪力)에 겁을 먹은 것이다.

“나는 리겔 가문의 막냇사위, 시리우스 카니스루트다.”

“……!”

“리겔 가문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놈이, 리겔 가문의 막냇사위에게 다짜고짜 검부터 뽑으려고 했다. 그래서 제재를 가했다.”

시리우스는 눈앞에 있는 놈들을 한번 쓱 훑어봤다.

“불만 있는 사람은 앞으로 나와라.”

“……!”

앞으로 나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조금씩 뒷걸음치고 있었다.

느껴지는 기세로 보아하니, 발레온이나 카투스보다 하수인 것 같았다.

“비켜.”

“앗…….”

놈들이 좌우로 물러서며 길을 열어 줬다.

시리우스는 성큼성큼 본관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한밤중인데도 불구하고 말다툼을 벌이는 소리가 들렸다.

다투는 목소리 중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있었다.

유스티아의 목소리였다.

“…….”

시리우스는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유스티아가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또한 유스티아 옆에는 진중한 인상의 남자도 있었는데…… 오늘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시리우스의 기억 덕분에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저 사람이 리겔 가문의 가주인가.’

루트베인 리겔.

몰락명가 리겔 가문을 이어받은 남자로, 유스티아의 아버지다.

5대 명가의 가주이면서 6서클밖에 안 되기 때문에, 마법사로서의 자질은 부족한 편이지만…… 딱히 무능한 인물은 아니었다.

애초에 루트베인이 없었다면 리겔 가문은 진작 멸망했을 것이다…… 그런 평가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지금도 유스티아와 함께 열심히 놈들을 설득하는 중인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점잖군.’

루트베인이 마법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건, 어디까지나 5대 명가의 가주치고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6서클이면 치안대의 우두머리였던 카르데인보다 강하다.

마음만 먹으면 눈앞의 불한당들을 강제로 쫓아낼 수 있었을 텐데, 어떻게든 대화로 해결하려 하고 있었다.

“실례하지.”

“……!”

갑자기 들린 시리우스의 목소리에, 유스티아와 루트베인을 몰아세우던 남자들이 눈을 치켜떴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그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늦은 밤에 죄송합니다, 가주님.”

“시리우스, 자네…….”

“소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직접 달려왔습니다.”

루트베인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시리우스를 쳐다봤다.

한편 유스티아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시리우스가 나타나서 일이 더 꼬이는 걸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시리우스, 네놈…….”

가장 몸집이 큰 남자가 시리우스에게 다가왔다.

시리우스의 기억에 의하면…… 카르데인의 사촌인 해리스 유테루스다.

치안대의 2인자라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 발레온과 카투스가 갔을 텐데?”

“그놈들은 내 손에 죽었지.”

“……?”

해리스가 잠시 침묵했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지금 뭐라고 했지?”

“내 손에 죽었다고 말했다, 해리스.”

“무슨 개소리냐, 시리우스.”

해리스의 눈빛이 험악해졌다.

“네가 발레온과 카투스를 죽였다고? 그 녀석들은 마법검을 쓰는…….”

“믿지 못하겠으면 지금 별관으로 가서 확인해 봐라. 아직 시체가 남아 있을 테니까.”

“…….”

시리우스는 지금 헛소리를 하는 게 아니다.

그 사실을 이해하고, 해리스가 눈을 치켜떴다.

“시리우스, 미친 거냐?”

해리스가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

“카르데인 형님을 그렇게 만들고, 발레온과 카투스까지 죽여? 뒷일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런 일을 벌인 거냐?”

“뒷일이라.”

“리겔 가문은 유테루스 가문 없이는 아무것도 못해! 그런데 너 때문에 두 가문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게 생겼다!”

해리스의 목소리는 거칠었지만, 동시에 음흉했다.

감정적으로 비난만 해 대던 발레온과는 달리, 이번 기회에 리겔 가문을 궁지에 몰아넣어야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지금도 봐라, 너 때문에 가주님이 얼마나 곤경에 처한 줄 알고 있는 거냐? 응?”

그렇게 물으면서 해리스가 루트베인을 손가락질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시리우스는 해리스에게 다가갔다.

“해리스.”

“네가 양심이 있으면 가주님한테…… 크악!”

해리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움직인 시리우스의 오른손이 해리스의 손가락을 꺾어 버렸기 때문이다.

“가주님께 삿대질이라니, 예의가 없군.”

“이, 이 미친 자식……!”

해리스 곁에 있던 놈들이 달려들었다.

마법이 아니라 몸을 쓰는 걸 전문으로 하는 놈들 같았지만, 시리우스 앞에서는 의미 없었다.

시리우스가 팔을 한번 휘젓자, 놈들은 비명을 지르며 땅을 굴렀다.

“이 자식이……!”

해리스가 손을 치켜들며 마법을 쓰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시리우스가 손을 움직이는 게 더 빨랐다.

“손버릇이 안 좋구나.”

“끄아악!?”

우두둑!

손을 꺾어 버린 뒤, 바로 얼굴을 후려쳤다.

해리스는 입에서 부러진 이빨을 우수수 쏟으면서 쓰러졌다.

“시, 시리우스……!”

유스티아가 목소리를 높이며 끼어들려 했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손을 치켜들어 제지했다.

어차피 더 이상 무력을 쓸 생각도 없었다.

“해리스, 리겔 가문이 우습냐?”

“무, 무슨…….”

“유테루스 가문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너는 가주도 뭣도 아니다. 게다가 너는 리겔 가문에게 돈을 받고 있는 하수인에 불과하지.”

시리우스는 뒷짐을 진 자세였다.

하지만 해리스는 시리우스가 언제 또 손찌검을 할까 봐 겁을 먹고 있었다.

“그런 놈이 패거리를 끌고 와서 리겔 가문의 가주와 막내딸을 핍박해? 이런 늦은 밤까지?”

“아, 아니, 이건…….”

“해리스 유테루스, 이건 리겔 가문에 대한 모욕이다. 대륙 5대 명가 중 하나인 리겔 가문의 명예를 흙발로 짓밟고 있는 거다.”

지금 해리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시리우스는 카르데인을 불구로 만들고, 발레온과 카투스를 죽일 수 있는 실력을 지녔다.

하지만 해리스가 두려움을 느낀 건 단지 그것 때문만이 아니다.

이 남자는 7서클의 나이엘 유테루스가 버티고 있는 유테루스 가문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사실이 해리스에게 공포로 다가왔다.

이 남자는 완전히 미친놈인 걸까.

그게 아니라면…….

“바깥에 있는 부하들 데리고, 리겔 가문에서 꺼져라.”

“……!”

“그리고 나이엘 유테루스에게 전해라.”

해리스뿐만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던 유스티아와 루트베인도 숨을 삼켰다.

그들 모두가 똑똑히 들을 수 있도록, 시리우스는 분명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시리우스 카니스루트가 리겔 가문의 사위가 된 이상, 이 세상 그 누구도 리겔 가문을 우습게 여기지 못할 거라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