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명가의 절대무신 16화
16화. 네가 앞장서라
칼슈타인 검단은 이 근방에서 가장 큰 세력을 자랑하는 흑회다.
7서클의 마법검사 칼슈타인을 정점으로 하며, 소속원들은 전부 칼슈타인의 제자라 할 수 있다.
칼슈타인은 젊었을 때부터 검술로 유명했던 인물로, 여러 지역을 전전하면서 많은 무용담을 쌓다가 10년 전에 이 근방에 정착했다.
원래 마법검은 일반적인 공격 마법보다 수준 낮은 마법으로 취급된다.
마법 술식 자체가 쉽고, 근접전에서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칼슈타인은 무려 7서클의 마법검사고, 검술 실력도 매우 뛰어났다.
이 근방에서 칼슈타인에게 대적할 만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량들을 제자로 받아들이면서 칼슈타인은 자신의 세력을 만들었고, 다른 흑회들을 굴복시키면서 점점 몸집을 키워 갔다.
그렇게 칼슈타인 검단은 유테루스 가문조차 경계할 정도의 세력이 되었다.
이 근방에서 칼슈타인 검단 사람을 만나면 다들 두려워한다.
특히 칼슈타인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는 직속 제자들은 제법 실력 있는 마법사들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칼슈타인에게 배운 마법검을 사용하여 뛰어난 전투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유테루스 가문에도 마법검을 쓰는 마법검사들이 있었지만, 칼슈타인 검단의 직속 제자들에게는 상대가 안 되었다.
그렇기에…… 칼슈타인 검단의 6석 제자인 알레이온은 시리우스가 이렇게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나이엘 유테루스가 그랬던 것처럼,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 줄 거라 생각했다.
아무리 알레이온이 6석이라고 해도 말이다.
“시리우스, 너…… 칼슈타인 검단을 얕보는 거냐?”
알레이온이 노기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코웃음만 칠뿐이었다.
“질문에나 대답해라, 6등.”
“이 자식이……!”
“대체 무슨 용무로 왔냐고 물었는데, 왜 대답이 없지?”
그렇게 말한 뒤, 시리우스는 피식 웃었다.
“보나마나 뻔하겠지.”
시리우스는 냉정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네가 뭔데 나이엘 유테루스를 죽였느냐, 너에게 피해를 입은 유테루스 가문을 대신하여 우리 칼슈타인 검단이 너를 벌주겠다, 목숨이 아까우면 자진해서 항복하라…… 대충 이런 말을 하러 왔을 것이다.”
“……!”
“이봐, 6등.”
알레이온을 차갑게 노려보면서, 시리우스가 내뱉었다.
“그런 협박에 겁먹을 놈이, 나이엘 유테루스를 죽이겠다고 유테루스 가문 한복판에 쳐들어왔을까?”
“뭐……?”
“나이엘은 7서클의 실력자였다. 그 동생 올스테드도 6서클이었지. 그런데 나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혈혈단신 유테루스 본가로 뛰어들었다.”
“…….”
“그렇게 겁 없는 놈이, 칼슈타인 검단 6석 따위가 찾아와서 협박한다고 눈 하나 깜짝하겠나?”
알레이온이 침묵했다.
“6등, 대답해 봐라.”
“…….”
“그런 협박을 들었을 때,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시리우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이 알레이온이 뒷걸음쳤다.
“네, 네놈……!”
“6등, 나는 칼슈타인 검단하고 교섭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
주춤거리는 알레이온을 보면서, 시리우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내 목표는 리겔 가문 주변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그러니 칼슈타인 검단은 당연히 멸망시켜야지.”
“제, 제정신이냐?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하나?”
“어째서 불가능할 거라 생각하지?”
“스, 스승님은 7서클의 마법검사다!”
알레이온이 목소리를 높였다.
“네가 운 좋게 나이엘을 기습해 쓰러뜨렸다고 해도, 칼슈타인 스승님한테는 상대가 안 될 게 분명하다!”
“확실히 나는 7서클의 마법검사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모른다. 아직 경험을 못해 봤거든.”
시리우스는 솔직하게 답했다.
마법검사라면 육체 능력도 단련했을 테니, 나이엘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너는 7서클이 아니지.”
“……!?”
그 순간, 시리우스가 움직였다.
알레이온은 다급히 검을 뽑아 들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헉……!”
시리우스의 왼손이 알레이온의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알레이온은 이미 자루를 붙잡고 있었지만, 시리우스가 손목을 잡고 있어 검집에서 빼지 못했다.
보법을 사용해 순식간에 파고 들어온 시리우스의 움직임에, 알레이온은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악……!”
짜악!
시리우스의 오른손이 알레이온의 뺨을 후려쳤다.
내공이 실리지는 않았다. 그래도 살이 찢어져 핏방울이 튀었다.
“이봐, 6등.”
“억……!”
쫘악!
이번에는 반대편 뺨이었다.
알레이온은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바닥을 굴렀다.
마른 체구이기는 하나, 알레이온의 육체는 치열한 검술 수련을 통해 단련되어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싸대기 두 번에 쓰러진 것이다.
“너를 여기로 보낸 게 누구지?”
“뭐, 뭐……?”
“너한테 명령을 내린 놈이 있을 거다. 그놈이 이 상황을 예상 못 했을까?”
“……!”
“시리우스 카니스루트는 나이엘 유테루스를 아무런 주저 없이 죽여 버린 미친놈이다. 당연히 너 같은 놈은 그냥 죽여 버리려고 하겠지.”
입에서 피를 흘리면서 알레이온이 눈을 크게 떴다.
“너를 보낸 놈은, 그냥 너하고 나를 싸우게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어, 어째서 그런…….”
“그래야 내 역량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니까.”
시리우스는 나이엘 유테루스를 쓰러뜨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시리우스의 역량을 판단하기는 힘들다.
나이엘은 원거리 공격을 특기로 하는 늙은 마법사라서, 기습하여 칼로 찌르면 손쉽게 죽일 수 있으니까.
한편 칼슈타인 검단의 간부들은 근접전만 하는 마법검사들이다.
자신들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레이온을 보내서 판단하려 한 것이다.
“서열 6위인 너를 죽이는 데 어느 정도 품이 드는지 확인하면, 대략적인 수준이 파악되겠지.”
“……!”
“쉽게 단칼에 죽이면 더 경계를 해야 하고, 한참 동안 고전하면서 애를 먹으면 딱히 겁먹을 필요가 없고…… 그런 식으로 판단하면 되는 거다.”
결국, 칼슈타인 검단은 알레이온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앞으로 벌어질 시리우스와의 싸움에서, 어느 정도 전력을 투입하면 될지 판단하기 위해.
“마, 말도 안 돼. 칼슈타인 검단 6석인 나를 그런 식으로…….”
“말했잖아. 애매한 순위라고.”
시리우스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그럭저럭 실력은 있지만, 조직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는…… 그 정도 가치밖에 없는 인재라는 거다.”
“으윽……!”
알레이온이 눈을 치켜뜨고 다시 검을 뽑으려 했다.
“네놈이 뭘 안다고……!”
소리를 지르면서 알레이온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검은 시리우스에게 닿지 못했다.
시리우스가 맨손으로 검을 움켜쥐었기 때문이다.
“……!?”
알레이온이 눈을 크게 떴다.
시리우스의 손에는…… 반투명한 하얀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헉……!”
파파팟!
알레이온의 검이 얼어붙었다.
자칫하면 손까지 얼어 버릴 것 같아서, 알레이온은 다급히 자루에서 손을 뗐다.
“상황 판단이 빠르군. 그 부분은 평가할 만하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시리우스가 사용한 건 천랑신공의 두 번째 단계인 백랑(白狼)의 힘이었다.
백랑은 극음의 기운을 순수한 냉기로 방출하는 것으로, 소위 말하는 빙공(氷功)과 비슷하다.
첫 번째 단계인 북명이 상대방의 기운을 집어삼키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면, 백랑은 상대방의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드는 것에 특화된 힘이었다.
“비, 빙결 마법이냐? 그런데 어떻게 이 정도로 빠르게…… 억!”
쫘악!
한 번 더 싸대기를 때렸다.
다시 바닥에 쓰러진 알레이온이 몸을 떨었다.
“알레이온.”
“……!?”
시리우스가 처음으로 이름을 부르자, 알레이온이 숨을 삼켰다.
“계속 싸워 볼 테냐?”
“그, 그건…….”
상대가 안 된다.
심지어 시리우스는 검도 뽑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는 걸 느끼고, 알레이온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시리우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레이온, 너는 칼슈타인 검단에서 배신자를 처단하는 임무를 주로 맡아 왔다고 들었다.”
“어, 어떻게 그걸…….”
알레이온이 고개를 치켜들자, 근처에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구경하던 팔테온이 몸을 움찔했다.
시리우스는 아무 얘기도 못 들었다는 듯이 굴었지만, 실제로는 팔테온에게서 알레이온의 정보를 듣고 온 것이었다.
“배신자를 처단하는 임무는 정말로 힘든 일이지. 무엇보다 보람이 별로 없다.”
“…….”
“때로는 아직 배신을 안 했는데 앞으로 배신할 것 같다는 이유로 동료를 죽여야 하지. 정말 밥맛 떨어지는 얘기다.”
시리우스가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희생양이 필요할 때는 가장 먼저 선정되지.”
“윽…….”
“아군을 숙청하는 일밖에 안 하던 놈이니까 말이다. 적을 무찌르는 데 공헌한 놈을 희생시키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시리우스의 목소리에는 씁쓸한 감정이 실려 있었다.
무림에서 그런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런 보람 없는 인생에서 탈출하는 방법이 딱 하나 있다.”
“……?”
알레이온이 흠칫 놀라면서 고개를 치켜들었다.
대답을 기다리며 알레이온이 시리우스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자…… 시리우스가 다시금 알레이온의 따귀를 때렸다.
“억……!”
옆에서 지켜보던 팔테온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리우스 님, 왜 또 때리시는 겁니까? 지금은 딱히 때릴 이유가 없었던 것 같은데.”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한 거다.”
“네?”
시리우스는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알레이온을 내려다봤다.
“알레이온.”
“윽…….”
“그 쓰레기 같은 인생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 줄 테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 들어라.”
눈물까지 고인 눈으로 올려다보는 알레이온을 향해, 시리우스가 차갑게 내뱉었다.
“너를 이용해 먹던 놈들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치는 거다.”
“……!”
알레이온이 눈을 크게 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시리우스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어서라, 알레이온.”
시리우스는 알레이온에게 손을 뻗었다.
허를 찔린 알레이온의 손을 붙잡고, 그대로 일으켜 세웠다.
이미 준비는 마쳤다.
백빙화를 복용하여 내공을 증진시켰고, 백랑의 단계에도 입문했다.
아침 식사도 든든히 했다.
이제 길 안내를 해 줄 사람만 필요할 뿐이었다.
“칼슈타인 검단을 치러 간다. 네가 앞장서라.”
숨을 삼키는 알레이온을 향해, 시리우스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희생당할 뿐인 6등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라, 알레이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