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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명가의 절대무신-17화 (17/129)

몰락명가의 절대무신 17화

17화. 강력한 마법검을 펼쳐 봤자

시리우스는 알레이온 한 사람만을 데리고 출발하기로 했다.

팔테온이 걱정스러워하며 사람을 더 붙여 주겠다고 했지만, 필요 없다고 했다.

“만약 시리우스 님이 당하면 저희는 어떻게 합니까?”

“그때는 칼슈타인 검단에 복종하면 되겠지. 다른 방법이 있을까?”

“그것도 그렇습니다만…….”

팔테온은 이해타산이 빠른 인물이다.

나이엘이 죽자 바로 시리우스에게 고개를 숙이고 복종할 정도였다.

하지만 시리우스가 칼슈타인 검단과 싸우다가 죽어 버리면 입장이 난처해진다.

팔테온은 시리우스에게 복종하면서 유테루스 가문의 실권을 잡았지만, 그 과정에서 나이엘에게 충성을 바치던 친족들에게 욕을 먹었다.

그들은 복수를 꿈꾸며 칼슈타인 검단에 몸을 의탁했기 때문에, 만약 그들이 다시 돌아와서 유테루스 가문을 장악한다면 팔테온의 목숨이 위험하다.

“걱정 마라.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

팔테온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 모습을 보면서 시리우스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아직 그들에게는 확신이 부족하다.

시리우스가 보여 준 것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으로 계속 보여 줘야 한다.

시리우스 카니스루트가 어떤 존재인지 말이다.

“가자, 알레이온.”

팔테온을 내버려 둔 채, 시리우스는 알레이온과 함께 유테루스 본가를 나왔다.

“알레이온, 여기까지 혼자 왔나?”

“네, 그렇습니다만…….”

알레이온이 시리우스에게 존댓말로 답했다.

아까까지는 반말을 썼지만, 얼굴에 온통 멍이 든 상태라 저절로 존댓말이 나왔다.

“혼자가 아니다.”

“네?”

시리우스는 경공을 사용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나무 위에 몸을 숨기고 있던 놈을 떨어뜨렸다.

“컥!”

“……!”

목이 꺾인 채 추락한 남자의 얼굴을 보고 알레이온이 숨을 삼켰다.

“아는 얼굴이냐?”

“네, 정보 수집을 담당하던 놈입니다. 이 녀석이 어떻게…….”

“네가 나한테 어떻게 죽었는지, 유테루스 가문 내부의 내통자한테 얘기를 들은 뒤 칼슈타인 검단에 전달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을 거다.”

“……!”

“우리가 함께 나오는 모습을 목격하고 당황했던 모양이다. 고개를 내밀고 우리 모습을 엿보고 있더군.”

시리우스는 시체를 내버려 둔 채 걸어갔고, 알레이온이 다급히 쫓아 왔다.

“다른 놈이 벌써 소식을 전한 게 아니라면, 칼슈타인 검단의 허를 찌를 수 있을 거다.”

“그, 그런데 말입니다.”

알레이온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시리우스 님은…… 칼슈타인 검단을 쓰러뜨릴 자신이 있으신 겁니까?”

“어려울 것 같나?”

“이제 와서 이런 말씀 드리기도 뭣하지만…… 칼슈타인 검단은 강합니다.”

“…….”

“머릿수도 많고, 간부들도 강합니다.”

“네가 6등이었지. 너보다 강한 놈이 다섯 명이나 있는 건가.”

“아, 제가 6석이라는 건 제자 중에서 6석이라는 뜻이라…… 스승님까지 포함하면 여섯 명이 있는 것이죠.”

“그렇군.”

고개를 끄덕이는 시리우스에게 알레이온이 계속해서 말했다.

“스승님은 7서클이고, 수석인 팔리스 사형도 6서클입니다.”

“그 아래는?”

“차석부터 5석까지는…… 5서클이죠.”

“너는 몇 서클이었지?”

“4서클입니다만…….”

“역시 6등은 한 단계 처지는구나.”

“…….”

알레이온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시리우스가 째려보자 바로 시선을 피했다.

“그런데 말이다, 알레이온.”

“네?”

“서클이 중요한가?”

“무슨 뜻이죠?”

“7서클이었던 나이엘은 내 칼에 목이 날아가서 죽었다.”

“…….”

숲길을 걸으며 시리우스가 말했다.

“8서클이든 9서클이든 내 칼에 목이 날아가면 죽는다.”

“그야 당연한 얘기 아닙니까?”

“알레이온, 이건 너한테도 마찬가지다.”

“네?”

“너는 4서클에 불과하지만, 네 칼날이 도달하기만 한다면 네 스승이든 수석이든 다 죽일 수 있다. 서클이 중요한 게 아니란 말이다.”

그건 궤변 아니냐는 눈빛으로 알레이온이 시리우스를 쳐다봤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더 이상 설명해 주지 않았다.

“…….”

솔직히 알레이온은 시리우스에게 의구심을 느끼고 있었다.

뭔가 그럴듯한 얘기를 늘어놓기는 하는데, 그걸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웠다.

지금 시리우스에게 길 안내를 하고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리우스에게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딱히 시리우스를 추종하게 된 건 아니고, 마음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도망치고 싶었다.

그런 짓을 저지르면 그때는 정말로 시리우스에게 목숨을 빼앗길 것 같기 때문에 순순히 길 안내를 하고 있을 뿐이다.

칼슈타인 검단의 본거지에 도착하면 과연 어떻게 될까.

불안감에 휩싸인 채, 알레이온은 시리우스와 함께 숲 속을 걸었다.

* * *

칼슈타인 검단의 본거지는 깊은 산속에 있다.

가장 깊은 곳에 우두머리인 칼슈타인의 산장이 있으며, 수석 제자인 팔리스도 그곳에서 머무른다.

하지만 그곳으로 직행할 수는 없다.

산장으로 가는 길목에 부하들이 머무르는 거점이 여러 개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요새처럼 거창한 시설을 만들어 놨다.

“5석인 유르카가 저곳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쪽에서 마차가 실어 오는 물건은 뭐지?”

“근처 마을에서 상납 받은 물자일 겁니다.”

시리우스의 질문에 알레이온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답했다.

“상납? 강탈한 게 아니고?”

“그건 아닙니다. 몇 달 전에 4석인 발가트 사형이 부하들과 함께 쳐들어가서 이제부터 정기적으로 물자를 바치라고…… 윽!”

시리우스가 뒤통수를 때렸다.

힘 조절은 했지만, 알레이온은 머리를 움켜쥐고 신음 소리를 냈다.

“알레이온, 가자.”

“어, 어떻게 하시려고요?”

“몰래 숨어들어 가기가 어려운 지형이다. 정면에서 들어가야지.”

“네?”

“네가 앞장서라. 그리고…….”

어리둥절한 알레이온에게 시리우스가 귓속말을 했다.

“괜찮을까요?”

“시키는 대로 해라.”

“…….”

결국 알레이온이 앞장섰다.

문으로 걸어가자 허리에 검을 찬 남자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알레이온 님? 유테루스 가문으로 가셨던 게…….”

“유르카 사형을 만나겠다. 비켜.”

“아, 알겠습니다.”

6석이라고는 해도, 말단들에게는 까마득하게 높은 간부다.

그들은 바로 길을 비켜 줬고, 아무런 저항 없이 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음? 알레이온 아니냐?”

“유르카 사형…….”

구석진 곳에 있는 나무집으로 들어가니,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혼자서 검을 손질하고 있었다.

그가 바로 칼슈타인 검단 5석인 유르카였다.

“네가 어떻게 여기에…….”

“…….”

유르카는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시리우스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해 보냈던 알레이온이 멀쩡히 살아서 돌아왔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알레이온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감정을 숨기면서 사전에 시리우스가 지시한 대로 행동했다.

“시리우스를 데려왔습니다.”

“뭐라고?”

시리우스가 앞으로 나오면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시리우스 카니스루트다. 만나서 반갑군.”

“……!”

유르카가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여기에…….”

“왜 놀라는지 모르겠군. 그쪽에서 먼저 사람을 보냈으면서.”

시리우스가 알레이온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칼슈타인과 직접 얘기를 하고 싶다. 안내해 다오.”

“…….”

유르카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면 우리한테 무릎을 꿇겠다는 얘기냐?”

“그건 아니지.”

“뭐라고?”

“내가 왜 너희한테 무릎을 꿇어야 하지?”

“…….”

유르카의 눈빛이 험악해졌다.

“알레이온, 이게 어떻게 된 거냐.”

“그게…….”

“대체 이놈을 왜 여기에 데려온 거지?”

“…….”

침묵하는 알레이온을 보면서, 유르카가 눈을 치켜떴다.

“알레이온, 대답해!”

“사형.”

알레이온이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시리우스에게 죽을 거라 생각하고 사자로 보낸 겁니까?”

“무, 무슨 소리냐!”

유르카가 말을 더듬었다.

그 태도가 곧 대답이었다.

알레이온은 눈을 질끈 감았다.

시리우스의 말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알레이온, 설마 네 녀석…….”

“유르카.”

시리우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칼슈타인에게 안내해 달라고 말했을 텐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지?”

“네놈, 대체 무슨 생각이냐!”

“무슨 생각이긴.”

유르카가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지만, 시리우스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너희가 나한테 제안하려고 했던 걸 그대로 돌려 줄 생각이다.”

“뭐라고?”

“목숨이 아까우면 자진해서 항복하라고 말이다.”

그렇게 말한 뒤, 시리우스는 피식 웃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살려 줄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네놈……!”

유르카가 손질하던 검을 들고 몸을 일으켰다.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그 칼날에는 벌써 마법검이 전개되어 있었다.

마력이 담긴 검이 시리우스를 노렸다.

“……!”

숨을 삼키는 알레이온 옆에서, 시리우스는 보법을 펼쳤다.

자신을 덮치는 칼날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면서, 유르카의 검술을 유심히 관찰했다.

유르카의 태도는 거칠었지만, 검술은 의외로 정교한 편이었다.

칼슈타인이라는 놈이 생각보다 검술을 제대로 가르쳐 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5석 제자가 이 정도라면, 칼슈타인 본인도 상당한 실력자일 것이다.

“이놈……!”

하지만, 유르카의 칼날은 시리우스의 몸에 전혀 닿지 못했다.

좁은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시리우스가 교묘한 보법으로 유르카의 공격을 모조리 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내공과는 무관하게, 천랑무제 백무랑의 감각과 경험은 그대로 시리우스에게 계승된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정도 공격은 어려움 없이 피할 수 없었다.

“도망다니기나 하고……!”

시리우스가 반격하지 않고 회피에만 집중하는 건, 유르카의 검술을 더 관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관찰 결과에서 역산하여 칼슈타인의 검술을 예상해야 했다.

하지만, 시리우스가 계속 회피만 하자 유르카도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녀석……!”

유르카의 눈빛에 경계심이 깃들기 시작했다.

분노와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이성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는 나약해 보이는 미청년이지만, 나이엘을 비롯한 유테루스 가문의 실력자들을 모조리 참살한 놈이다.

혼자서 무작정 달려들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유르카가 바깥에 도움을 요청하려 했다.

“여봐라! 여기…….”

하지만, 유르카의 목소리는 더 이어지지 못했다.

갑자기 뱀처럼 뻗어 나온 시리우스의 장검이 유르카의 옆구리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허억!”

옆구리에서 피가 튀었다.

유르카는 다급히 뒷걸음쳤지만, 시리우스의 후속 공격이 이어졌다.

목소리를 낼 여유조차 주지 않는, 쾌속의 연격(連擊)이었다.

“……!?”

당황하면서 유르카가 계속 뒷걸음쳤다.

하지만, 곧바로 벽에 부딪혔다.

아까 시리우스는 실내의 넓이를 생각하고 보법을 펼쳤지만, 유르카는 그러지 못했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진 유르카가 어떻게든 도움을 요청하려고 입을 벌린 순간.

“컥!”

시리우스의 검이 유르카의 목을 꿰뚫었다.

단말마의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유르카가 축 늘어졌다.

“끝났군.”

“시, 시리우스 님…….”

모든 걸 지켜본 알레이온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떻게 마법검도 쓰지 않고…….”

방금 시리우스는 검기를 펼치지 않은 채 유르카를 쓰러뜨렸다.

심지어 내공도 쓰지 않았다.

순수한 체술만으로 유르카를 제압한 것이다.

“말했을 텐데. 서클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이다.”

“……!”

“마법검을 쓰면 검의 위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서클이 많을수록 더 강력해지겠지.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마법검을 펼쳐 봤자 상대의 몸에 닿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알레이온의 눈빛에 경외심이 깃들었다.

칼슈타인 검단 5석 유르카가 옷자락조차 건드리지 못하다니…… 시리우스의 검술은 정말로 상상을 초월했다.

“계속해서 앞장서라, 알레이온.”

그런 알레이온에게, 시리우스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대로 칼슈타인이 있는 곳까지 올라간다.”

산속 깊숙한 곳에 있다는 칼슈타인의 산장.

시리우스는 그곳까지 거침없이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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