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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명가의 절대무신-21화 (21/129)

몰락명가의 절대무신 21화

21화. 천랑검단이라고 해라

“나는 너희들이 모두 죽어 마땅한 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시리우스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은 결코 차분하지 못했다.

앞으로 튀어 나갔던 이십여 명이 순식간에 몰살당했기 때문이다.

“너희들 중에는 지금 죽은 놈들보다 더 악독한 놈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튀어나오지 않고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는 건, 최소한의 눈치라도 있다는 거겠지.”

“…….”

“눈치가 있다면 알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너희들이 갱생할 기회라는 것을.”

갱생.

그 단어에 사람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제대로 눈치를 챙겨라. 나는 칼슈타인 검단이 하던 것처럼 아무한테나 칼을 들이대고 재물을 강탈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인신매매도 마찬가지고.”

“…….”

“그 밖에 칼슈타인 검단이 하던 더러운 짓들, 오늘부로 전부 중단한다. 거역하는 놈들은 모가지다.”

시리우스는 손으로 목을 치는 시늉을 했다.

“앞으로 너희는 내 명령에만 따른다.”

“…….”

“말해 두지만, 나는 앞으로 너희들을 잔뜩 부려 먹을 생각이다. 칼슈타인 검단이 부려 먹던 것보다 훨씬 가혹하게.”

그렇게 말한 뒤, 시리우스는 알레이온에게 시선을 향했다.

“알레이온, 내가 너무 심한가?”

“목숨을 살려 주시고 갱생의 기회를 주셨는데도 불만을 품는 놈들이 뻔뻔한 겁니다.”

“그래, 똑똑하군.”

알레이온은 이미 태도를 확실히 정한 모습이었다.

짧게 칭찬해 준 뒤, 시리우스는 다시 사람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그동안 지은 죄가 있다. 그러니 죽을 때까지 그 죗값을 치르면서 살아야지.”

“…….”

“그게 싫으면 그냥 이 자리에서 죽는 수밖에 없고.”

그 순간, 시리우스가 살기를 드러냈다.

“도망쳐도 소용없다. 지옥 끝까지 추격해서 죽여 버릴 테니까.”

“……!”

다들 겁을 먹고 숨을 삼켰다.

그 얼굴들을 확인하면서 시리우스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너희도 보람은 있어야겠지. 열심히 일한 이에게는 보상이 주어져야 하니까.”

“…….”

“이렇게 말하면 너희도 의문을 느낄 것이다. 그간 하던 일을 모조리 금지시켰으면서, 대체 그 돈을 어디서 마련할 거냐고 말이다.”

맞는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힘없는 민초들을 털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앞으로는 다른 흑회들을 턴다.”

“……!”

흑회들을 턴다.

그 발언에 다들 눈을 크게 떴다.

“아까 잠깐 훑어봤는데, 칼슈타인과 그 직속 제자들이 쌓아 놓은 재물이 무지막지하게 많더군. 다른 흑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그것들을 모조리 빼앗아 우리 것으로 만들 예정이다.”

시리우스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은 고기와 좋은 술, 배 터지게 먹여 주마. 이건 내가 너희들에게 하는 약속이다.”

“아……!”

그동안 칼슈타인 검단은 민초들에게서 많은 재물을 빼앗아 왔다.

하지만 말단 조직원들의 삶은 딱히 민초들보다 나을 게 없었다. 모든 부(富)는 칼슈타인과 직속 제자들이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쩍 야윈 그들에겐 배불리 먹여 준다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었다.

어느새 시리우스를 보는 조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시리우스는 사람들 앞에서 천천히 말했다.

“너희들이 충분히 죗값을 치렀다고 판단되면…… 칼을 내려놓고 떠나게 해 주마. 그때는 한밑천 두둑이 챙겨 줄 것이다. 어디 가서 장사라도 하면서 결혼도 하고 가정도 이루며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

아까는 죽을 때까지 죗값을 치르라고 말했다.

명백히 지금의 발언과는 모순되는 내용.

하지만 그 사실을 신경 쓰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다들…… 시리우스가 말하는 미래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너희들 중에는 유테루스 가문에서 도망쳐 여기로 흘러들어 온 놈들도 있을 것이다.”

“……!”

“너희들도 슬슬 정신을 차려라. 나이엘은 이미 죽었다. 그놈의 복수를 위해 칼슈타인 검단에 의지한 거였는데, 칼슈타인이 죽었으니 이제는 다른 흑회로 도망칠 거냐?”

불편한 표정을 짓는 놈들을 향해, 시리우스는 차갑게 내뱉었다.

“이미 유테루스 가문은 팔테온 유테루스가 장악했다. 나이엘을 따르던 너희가 돌아갈 곳은 없으니, 이대로 여기서 머물면서 내 밑에서 일해라.”

“…….”

“나중에 때가 되면 유테루스 가문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주선해 줄 것이다.”

그렇게 쏘아붙인 뒤, 시리우스는 다시 알레이온에게 시선을 향했다.

“알레이온, 바깥에도 너희 검단원들이 흩어져 있을 거다.”

“네, 맞습니다.”

“그놈들한테도 지금 상황을 알려라. 갱생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놈들은 모가지를 날려 버리고, 나머지 놈들은 확실히 휘어잡아.”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알레이온은 이미 시리우스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었다.

오늘 행적만 봐도, 칼슈타인보다 훨씬 섬길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검술도 더 뛰어나다.

알레이온은 시리우스에게 검술을 배우고 싶었다.

“칼슈타인이 죽었으니, 발카인 길드와 오블레아 용병단이 이쪽 지역을 넘볼 거다. 작은 규모의 흑회들도 한탕 해 먹으려고 기웃거릴 테고.”

“알겠습니다. 예의주시하겠습니다.”

아까 칼슈타인이 지적한 대로, 리겔 가문과 유테루스 가문만으로는 주위 흑회들의 위협에 대처할 수 없다.

곳곳에서 난동을 부리는 잔챙이들까지 시리우스 혼자서 다 때려잡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흡수한 조직을 활용하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각지의 민중을 수탈하는 데 썼던 힘을, 외부에서 기웃거리는 흑회들을 견제하는 데 사용하면 되는 거니까.

시리우스는 그들의 힘으로 대처할 수 없는 실력자가 나타날 때 나서면 된다.

“다른 지시 사항은 없으십니까?”

“글쎄다…….”

눈을 빛내며 자신을 쳐다보는 알레이온의 모습에, 문득 시리우스는 기시감을 느꼈다.

천랑무제 백무랑 시절의 수하를 떠올린 것이다.

‘십이위병 중에 술인(戌刃)이 이런 녀석이었지.’

술인은 십이지에서 개에 해당하는 술(戌)의 이름을 지녔던 녀석이다.

본래 흑사련의 살수 출신이었으나, 백무랑이 거둬들여 수하로 삼았다.

충성심이 강한 사냥개 같던 남자로, 백무랑을 섬기며 수많은 적을 쓰러뜨렸다.

이 녀석이 과연 술인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지켜봐야 할 것이다.

“특별히 없는 것 같군.”

“알겠습니다. 아, 그런데 말입니다.”

“뭐지?”

“저희는 이제 어떤 이름을 쓰면 됩니까?”

“이름?”

“칼슈타인 검단이라는 이름을 계속 쓸 수는 없지 않습니까. 칼슈타인이 죽었는데.”

알레이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부터는 시리우스 검단이라고 할까요?”

“아니, 그건 됐다.”

시리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내 이름을 전면에 내세울 생각이 없어.”

“네?”

“딱히 이득 볼 게 없으니까.”

시리우스는 5대 명가 중 하나인 리겔 가문의 사위다.

그런 사람이 흑회 조직을 이끌고 있다고 알려져 봤자 좋을 게 없다.

물론, 완벽하게 비밀로 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널리 광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뭐라고…….”

“가만있어 봐.”

시리우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벌써부터 무림맹 운운하는 건 좀 그렇겠지.”

“네?”

이 조직은 시리우스가 만드는 새로운 무림맹의 시발점이다.

무림에서 무림맹은 정파 백도들의 모임이었지만, 새로운 무림맹은 흑과 백을 아우르는 조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무림맹을 표방하기에는 너무 조직이 작다.

무림맹이라는 이름 자체를 이해시키기도 어려울 테고 말이다.

“천랑검단(天狼劍團)이라고 해라.”

“천랑검단…… 알겠습니다.”

천랑검단.

그것이 시리우스가 생각한 이름이었다.

시리우스가 천랑성을 뜻하니, 사실 별 차이는 없다.

“칼슈타인은 어떻게 되었냐고 묻는 사람이 있으면, ‘연맹’에서 파견한 고수가 칼슈타인을 죽이고 조직을 차지했다고 말해 줘라.”

“아, 그렇게 하겠습니다.”

칼슈타인은 흑회들 위에 군림하는 연맹을 경계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연맹과 직접 충돌하게 될 날까지, 시리우스는 자신이 연맹에서 파견된 고수인 척 소문을 퍼뜨릴 생각이었다.

“너희들도 들어라.”

시리우스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천랑검단 소속이다. 너희들 우두머리가 누구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으면, ‘천랑’이라는 놈이 단주라고 답해 주면 된다.”

“천랑…….”

원래 백무랑은 천랑무제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무제라는 별호를 쓰기엔 너무나 미약하다.

기껏해야 사냥감을 물어 죽이는 늑대 수준에 불과하니, 천랑으로 충분할 것이다.

“알겠나?”

“네……!”

다들 일제히 대답했다.

그 대답에 만족하며 시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갑자기 알레이온이 두 팔을 치켜들었다.

“천랑 만세! 천랑검단 만세!”

허를 찔린 시리우스가 알레이온을 쳐다보자, 다른 놈들도 팔을 치켜들고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천랑 만세!”

“천랑검단 만세!”

만세는 꽤 오래 이어졌다.

시리우스는 인상을 찡그린 채 그 광경을 지켜봤다.

“알레이온.”

“네, 단주님.”

시리우스가 알레이온의 머리를 한 대 쳤다.

“두 번 다시 하지 마라.”

“죄송합니다.”

알레이온이 이마로 흐르는 피를 닦으며 사과했다.

나름대로 기강을 잡기 위해 한 일이겠지만, 시리우스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알레이온, 검단 안에서 쓸 만한 놈들이 있나?”

“8석과 9석, 12석이 믿을 만합니다. 7석은…… 방금 전에 단주님이 죽이셨습니다.”

“그놈들을 불러.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줄 테니.”

“알겠습니다.”

“그다음에는 너희들이 책임지고 진행해. 나는 가 봐야 하니까.”

그렇게 말하자 알레이온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 머무시는 게 아닙니까?”

“칼슈타인처럼 산속 깊숙한 곳에서 유유자적 머무르라고? 그럴 시간 없다.”

사실 조용히 운기조식을 하면서 무공을 수련하기에는 좋은 곳이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은지라, 나중으로 미뤄야 한다.

“그러면 유테루스 가문으로 돌아가시는 건지?”

“유테루스 가문이 내 집이냐? 왜 거기로 돌아가.”

“아, 그러면 리겔 가문으로…….”

알레이온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신 신혼이니…… 사랑하는 부인에게 돌아가셔야죠. 알겠습니다.”

“알레이온.”

시리우스는 다시 한번 알레이온의 머리를 때렸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죄송합니다.”

알레이온이 코피를 닦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곧바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단주님이 신혼이시래.”

“아, 그래서 우리한테 결혼도 하고 가정도 이루라는 말을…….”

“그 행복을 알고 계셔서 우리한테도 그렇게…….”

몇몇 놈들이 멋대로 수군대고 있었지만, 시리우스가 째려보자 바로 조용해졌다.

“알레이온.”

“네, 단주님.”

“기강 제대로 잡아라.”

“제가 책임지고 기강을 잡겠습니다. 안심하십시오.”

“안심이 안 되는데…….”

알레이온은 이미 시리우스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는 상태지만…… 뭔가 약간 어긋나 있다.

그러다 보니 과잉 충성 때문에 이상한 짓을 할까 봐 걱정되었다.

“알레이온, 나는 발카인 길드와 오블레아 용병단을 무너뜨릴 생각이다. 그리고 연맹하고도 맞설 수 있는 세력을 만들 거고.”

“아……!”

발카인 길드와 오블레아 용병단을 쓰러뜨리면, 연맹에서도 시리우스를 가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대적하려면 준비가 필요했다.

“리겔 가문과도 얘기해 봐야 하니, 그동안 너희도 준비를 진행해 놔라.”

“알겠습니다. 리겔 가문의 가주와 논의하시는 거군요.”

“글쎄, 가주하고는 별로 논의할 게 없을 거야.”

가주인 루트베인은 너무 점잖다.

시리우스가 흑회를 이용해서 다른 흑회들과 거친 싸움을 벌이겠다고 했다간, 분명 난색을 표할 것이다.

가문을 재건하겠다는 의욕이 강한 유스티아하고 상의하는 게 맞다.

“이런 일은 유스티…….”

말을 하다가 시리우스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알레이온이 재빠르게 눈치채고 입을 열었다.

“부인하고 모든 걸 의논하시는군요. 서로를 신뢰하는 부부 관계, 멋진 것 같습니다.”

“아니라니까.”

쓸데없는 방향으로 아부를 하는 알레이온 앞에서, 시리우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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