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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명가의 절대무신-23화 (23/129)

몰락명가의 절대무신 23화

23화. 바로 나다

“시리우스, 자네는 정말 대단하군.”

“아닙니다, 가주님.”

리겔 가문의 영지 구석에 위치한 마을.

그곳의 식당에서 시리우스와 루트베인은 마주 앉아서 식사하고 있었다.

“자네가 가세해 준 덕분에 도적 떼들을 쉽게 소탕할 수 있었네. 숲속에 숨어 있는 놈들까지 찾아내서 해치우다니, 정말 감각이 날카로워.”

“가주님이 놈들의 주력 부대를 괴멸시켜 주신 덕분입니다.”

요 며칠 동안 시리우스는 루트베인과 함께 인근의 도적 떼를 소탕했다.

최근의 치안 공백을 노리고 기어들어 온 놈들이었다.

“가주님.”

“왜 그러지?”

“제가 지금까지 지켜보니, 가주님 실력이면 이 일대의 치안을 유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리겔 가문은 전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가주인 루트베인 만큼은 잔챙이들이 감히 대적하지 못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문제는 점잖은 학자 같은 인물이라, 적극적으로 힘을 과시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리우스는 그 점을 지적했다.

“아주 잠시만이라도 좋습니다. 가주님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힘을 보여 주십시오. 그렇게만 해도 잔챙이들이 기웃거리지 못할 겁니다.”

“흠…….”

“그동안 제가 바깥을 정리해 놓겠습니다. 그걸로 이 일대는 안정될 겁니다.”

그동안 유테루스 가문에 의존했던 건, 루트베인 혼자서는 영지 안팎의 흑회 세력에 대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리우스가 있다.

루트베인이 위엄을 보이는 사이, 시리우스가 주변의 세력들을 모조리 쓸어버린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안 그래도 유스티아와 비슷한 얘기를 했네.”

루트베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최대한 힘써 보지. 자네는 바깥일에 집중하게.”

“감사합니다.”

루트베인은 시리우스에게 신뢰 어린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조만간 둘째가 돌아올 예정이네.”

“둘째라면…….”

“유스티아의 작은언니지.”

루트베인에게는 딸이 세 명 있다.

첫째와 둘째는 출가해 영지 밖에 나가 있고, 막내인 유스티아만 루트베인 곁에 머무르고 있었다.

“둘째는 마법의 재능이 없지만…… 그 남편은 제법 실력이 있네. 꽤 도움이 되겠지.”

“…….”

과연 도움이 될까.

시리우스는 의구심을 느꼈다.

그들이 시리우스와 유스티아를 견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서는 후계자를 정할 때 태어난 순서 및 성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3자매 중 누구나 가주가 될 수 있다.

만약 유스티아의 작은언니가 가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면, 시리우스의 행보를 방해할 수도 있다.

“가주님, 그 사람들은…….”

시리우스가 루트베인에게 질문하려고 했을 때.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지?”

“글쎄요. 제가 나가 보겠습니다.”

식사를 중단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식당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자, 루트베인의 부하들이 뒷걸음치는 모습이 보였다.

“뭔 일이냐.”

“시, 시리우스 님.”

그들이 시리우스를 보고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며칠 함께 싸워 봤기 때문에, 그들은 시리우스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저 사람이…….”

날렵한 체구의 남자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당신이 시리우스 님이시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누구지?”

“일단 안으로 들여보내 줬으면 좋겠는데.”

남자는 느긋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가주님하고 직접 얘기하고 싶어서 말입니다. 이번 일은…….”

“이봐.”

시리우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누구냐고 물었을 텐데.”

“…….”

남자가 잠시 침묵했다.

“실례했습니다.”

“그래서, 누구라고?”

“오블레아 용병단에서 나온 라그나스라고 합니다.”

“…….”

오블레아 용병단.

이 일대를 노릴 거라 예상되었던 흑회 조직 중 하나였다.

“오블레아 용병단 사람이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왔지? 꽤 남쪽에서 활동하는 걸로 아는데.”

“하하, 경비가 허술하더군요.”

“…….”

남자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유테루스 가문과의 분쟁 이후, 주변 방비가 예전보다 훨씬 허술해졌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죠.”

“그래서?”

“어떠십니까, 시리우스 님.”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블레아 용병단이 리겔 가문을 지켜 드리겠습니다.”

“…….”

시리우스는 잠시 라그나스의 제안을 음미했다.

그리고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공짜로?”

“하하, 농담을 잘하시는군요…….”

라그나스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칼슈타인이 죽은 걸 아십니까?”

“알고 있지.”

“연맹에서 파견된 실력자가 칼슈타인을 제거하고 그 조직을 그대로 차지했다고 하더군요.”

시리우스는 피식 웃었다.

그는 시리우스가 퍼뜨린 소문을 그대로 믿고 있었다.

조금만 더 자세히 알아봤으면 정보에 허술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욕심에 눈이 먼 나머지 급하게 움직이느라 제대로 확인을 못 한 모양이다.

모두 시리우스가 계산한 대로였다.

“왜 웃으십니까?”

“아니, 계속해 봐.”

“흠…… 어쨌든 연맹에서 본격적으로 이 일대에 개입하려고 마음먹었다면, 리겔 가문도 위험합니다.”

라그나스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놈들은 유테루스 가문처럼 명분을 챙기지 않습니다. 머지않아…… 피바람이 불겠죠.”

“그러니, 오블레아 용병단에서 리겔 가문을 지켜 주시겠다?”

“그런 것이죠.”

“공짜로?”

“…….”

라그나스의 표정이 한층 더 굳어졌다.

“일단 가주님을 만나게 해 주십시오. 가주님과 얘기하겠습니다.”

“라그나스.”

시리우스는 성큼성큼 다가갔다.

“잠깐 다른 곳에서 얘기를 하지.”

“다른 곳이라니요?”

경계하는 라그나스에게 시리우스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현재 리겔 가문의 자금은 우리 부부가 꽉 잡고 있어.”

“……!”

“돈 얘기를 하고 싶으면 나하고 얘기하는 게 빨라. 가주님은 빼놓고 얘기하자고.”

라그나스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무슨 소리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자리를 바꾸죠.”

“그래, 잘 생각했어.”

시리우스는 웃으면서 라그나스를 데리고 뒷골목으로 향했다.

“여기서 얘기하지.”

적당한 빈집으로 들어간 시리우스는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오블레아 용병단이 우리 가문을 지켜 주시겠다?”

“네, 그렇습니다.”

라그나스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음흉해진 상태였다.

“시리우스 님과 유스티아 님이 이미 리겔 가문을 꽉 잡아 놓고 계셨군요.”

“차기 가주 자리를 노리고 있어서 말이야.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거든.”

“아하, 그런 거군요.”

라그나스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저희 오블레아 용병단이 두 분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겔 가문이 아니라, 우리 부부한테 도움을?”

“차기 가주가 되실 분들을 밀어드려야죠.”

그렇게 말한 뒤, 라그나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원래 저희는 가문 내부의 권력 싸움에도 자주 개입합니다.”

“무슨 소리인지 알겠군.”

리겔 가문에는 차기 가주 자격이 있는 사람이 두 명 더 있다.

필요하다면 유스티아를 위해 그들을 제거해 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말이다, 라그나스.”

“네?”

“지금 우리한테 가장 큰 골칫덩이는 칼슈타인을 죽였다는 그 실력자야.”

“…….”

“너희 오블레아 용병단이 그놈을 상대할 수 있나? 우선은 그 부분을 확인해야 너희하고 계약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그나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단장님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너희 단장이 그렇게 강한가?”

“물론이죠.”

“9서클이라도 되나 보지?”

시리우스의 질문에 라그나스가 멈칫했다.

“시리우스 님, 9서클이면 대륙 전체에 이름을 날릴 수준입니다. 저희 용병단에 9서클이 있었으면 이미 중앙으로 진출했겠죠…….”

“그러면 어느 정도지?”

“저희 단장님은 7서클의 마도사입니다.”

지역을 주름잡는 중간 규모 세력의 수장들은 대부분 7서클이라고 한다.

6서클 이하면 다른 세력에 먹히거나 하극상을 당하기 쉽고, 8서클쯤 되면 더 큰 무대를 노리기 때문이다.

“칼슈타인도 7서클 아니었나?”

“그랬죠.”

“그 칼슈타인을 쓰러뜨린 놈이야. 그런데 7서클인 너희 단장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소문을 듣자니, 그놈도 칼슈타인처럼 마법검사인 것 같더군요.”

라그나스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접근을 허용하지만 않는다면, 그놈이 설사 8서클이라고 해도 저희 단장님이 이기실 겁니다.”

“7서클이 8서클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얘기인가?”

“그야 서로 똑같은 마법으로 싸운다면 7서클이 밀리겠죠. 하지만 싸움이라는 건 결국 전술입니다.”

“흠…….”

“멀리서 공격 마법을 퍼부으면 되는 것이죠. 마법검사? 접근하기 전에 원거리 마법으로 죽이면 끝입니다.”

라그나스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저희 단장님 실력이면 8서클 마법검사도 제압할 수 있습니다.”

“자신만만하군.”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발카인 길드의 수장보다 저희 단장님이 더 강합니다.”

“그런가?”

“그 녀석은 화염 마법을 주로 쓰는데, 사정거리가 짧습니다. 그 탓에 저희 단장님한테 당해서 부상을 입은 적도 있죠.”

생각지도 못한 발카인 길드의 정보까지 얻었다.

시리우스는 다양한 정보를 알려 준 라그나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설명을 잘해 주는군. 평소 계약을 많이 따오겠어.”

“하하, 제가 저희 용병단의 영업왕입니다.”

“그런데 라그나스, 한 가지 의문이 생기는군.”

시리우스는 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너희 단장님이 마법검사한테 강하다면…… 왜 그동안 칼슈타인을 내버려 두고 있던 거지?”

“그건…….”

“칼슈타인은 8서클도 아닌 7서클이었어. 그런데 너희는 칼슈타인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었지. 그리고 녀석이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다급히 움직이기 시작했어.”

오블레아 용병단은 줄곧 칼슈타인과의 정면충돌을 꺼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칼슈타인이 죽었다고 하자 비로소 행동에 나섰다.

“이유가 뭘까, 둘 중 하나다.”

시리우스는 손가락 두 개를 치켜들며 말했다.

“너희 단장님이라는 놈이, 실제로는 7서클이 아니라 6서클 이하거나.”

“그, 그건 아닙니다!”

라그나스가 다급히 부정했다.

“아니면…… 방금 했던 얘기와는 반대로, 상성을 따졌을 때 너희 단장님이 불리했거나.”

“……!”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더 멀리서 공격할 수 있는 마법사가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싸움이라는 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실제로 시리우스도 나이엘 등 강력한 원거리 마법을 쓰는 마법사 상대로 우위를 점했다.

“시, 시리우스 님, 그런 걸 따져서 어쩌겠다는 겁니까?”

라그나스가 당혹스러워하며 말했다.

“지금 중요한 건 리겔 가문을 보호하는 것 아닙니까? 왜 자꾸…….”

“라그나스.”

물론, 시리우스의 목적은 오블레아 용병단의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

그런 속셈을 숨긴 채, 시리우스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한 가지 특급 정보를 알려 주마.”

“특급 정보요?”

“누가 들어서는 안 되니, 가까이 와 봐.”

“…….”

“무려 칼슈타인 검단을 쓰러뜨린 놈에 대한 정보다.”

미심쩍어하는 표정을 짓던 라그나스는 칼슈타인 검단을 쓰러뜨린 놈의 정보라는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

“어, 어떤 겁니까?”

라그나스가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런 라그나스에게 얼굴을 가까이하며, 시리우스가 속삭였다.

“칼슈타인을 죽인 천랑검단 단주가 바로 나다.”

“…….”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라그나스가 다급히 몸을 빼면서 오른손을 치켜든 순간.

“컥……!”

쫘악!

시리우스가 뻗은 손이 라그나스의 얼굴을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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