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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명가의 절대무신-38화 (38/129)

몰락명가의 절대무신 38화

38화. 저런 놈은 대성한다

시리우스는 말을 타고 동남부로 향했다.

알레이온, 그리고 벨리드와 함께였다.

“젠장…… 정말 이대로 계속 우리끼리만 가는 건가?”

벨리드가 투덜거렸다.

결국 시리우스를 따라온 벨리드였지만, 여전히 이 상황에는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 아그타스 가문의 병력과 마주칠지 모르는데…….”

“자꾸 투덜거리지 마라.”

“이봐.”

보다 못한 알레이온이 한마디 했지만 벨리드가 눈을 치켜떴다.

“언제까지 반말을 쓸 거냐? 이제는 내가 알브라임 가문의 둘째 아들이라는 걸 알았을 텐데?”

“…….”

“근본도 없는 천한 것이 함부로…… 악!”

시리우스가 벨리드의 뒤통수를 때렸다.

“네가 뭔데 남한테 천하다는 소리를 해?”

“시, 시리우스, 하지만…….”

“알레이온한테 대접받으려고 생각하지 마라. 서로 동등한 위치라고 생각하라고.”

“알브라임 가문의 둘째 아들인 내가, 이런 녀석이랑 동등하다고……?”

그때 옆에서 알레이온이 입을 열었다.

“단주님, 그 말씀은 틀린 것 같습니다.”

흠칫 놀라며 벨리드가 알레이온을 쳐다봤다.

하지만 알레이온의 입에서 나온 말은 벨리드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제가 먼저 단주님의 부하가 되었으니 제 서열이 더 높지요. 동등하지 않습니다.”

“……!”

벨리드는 눈을 치켜떴다.

“이봐, 내가 시리우스의 부하라는 소리야?”

“아니었나?”

“아니다!”

“그러면 단주님과 무슨 관계인데?”

“그야…….”

말꼬리를 흐리며 벨리드는 시리우스의 눈치를 봤다.

그리고 멋쩍은 목소리로 말했다.

“치, 친구인가?”

“…….”

시리우스는 말없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벨리드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알레이온이 코웃음을 쳤다.

“아닌 것 같은데?”

“시, 시리우스……!”

벨리드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시리우스는 굳이 답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 위아래를 가리고 싶다면 한번 붙어라.”

“뭐?”

이런 걸로 다툼이 생기면 그냥 서로 한번 싸워서 서열을 정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

“이기는 놈이 더 서열이 높은 걸로 인정해 줄 테니 한번 붙어 봐.”

“잠깐, 시리우스, 그건 좀…….”

“지금부터 시작.”

“자, 잠깐!”

시리우스가 손을 치켜들어 시작을 알리자 벨리드가 다급히 목소리를 높였다.

“하다못해 서로 위치를 잡고 시작해야…… 억!”

알레이온이 기습적으로 휘두른 검집에 얻어맞고, 벨리드는 타고 있던 말에서 낙마했다.

* * *

해가 저물기 시작했기 때문에 들판에서 야영하기로 했다.

새벽에 불침번을 서기로 한 알레이온이 먼저 자리에 누웠다.

“젠장, 그런 식으로 기습하는 게 어디 있어?”

벨리드가 낙마하면서 생긴 타박상에 치유 마법을 쓰면서 투덜거렸다.

시리우스는 모닥불 앞에 앉아 그 모습을 구경했다.

멍든 것이 빠르게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 분야에서는 확실히 마법이 무공보다 우수하다고 느꼈다.

“이봐, 시리우스.”

타박상을 전부 치료한 뒤, 벨리드가 시리우스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떻게 하면 너희처럼 강해질 수 있지?”

“뜬금없군.”

시리우스는 담담히 대꾸했다.

“마법 수련을 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아카데미에서 체계적으로 마법을 배웠다면서?”

“아니,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벨리드가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너희가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깨달았어. 내가 아카데미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실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말이야.”

“…….”

“그야 뭐…… 마법도 못 쓰는 도적 나부랭이 정도야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겠지. 하지만 그것뿐이야.”

그렇게 말하고 벨리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에 봤잖아? 알레이온 녀석의 기습 한 방에 낙마했어. 진검으로 기습했으면 내 목이 날아갔을 거야. 마법 한번 못 쓰고 말이지.”

벨리드는 5서클의 마법사다.

이 나이에 5서클에 도달했다는 건 아카데미에서도 매우 우수한 학생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것이 실전에서의 실력과 직결되는 건 아니다.

최근 벨리드는 그걸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앞으로 동부가…… 이 세상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큰 변화가 일어나긴 하겠지.”

“…….”

“지금 상태면 나는 파리엘 아그타스처럼 처참한 패배를 맛보게 될 거야. 그렇게 되지 않도록, 강해지고 싶어.”

시리우스는 벨리드를 보면서 십이위병의 오랑(午郞)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명문 세가 출신인 그는 자존심이 매우 강했다. 백무랑을 이겨 먹으려고 허세를 부리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여러 번 패배를 경험하면서 정신을 차리고 무인으로서 성장했다.

시간이 흘러 백무랑이 무림맹주가 되었을 무렵, 그는 백무랑이 가장 신뢰하는 수하가 되어 있었다.

벨리드에게서는 그 오랑과 비슷한 기질이 느껴졌다.

게다가…… 정신을 차리는 게 오랑보다 더 빠르다.

“시리우스, 너는 아마 일종의 고유 마법을 쓰고 있을 거야. 그걸로 전투력을 끌어 올리고 있는 거겠지.”

“…….”

고유 마법.

그것은 세상에 알려 있는 보편적인 마법이 아닌, 특정 마법사가 창시한 독창적인 마법을 말한다.

절기(絶技)는 특정 기술 하나만을 말하는 것이지만 고유 마법은 아예 하나의 마법 체계를 의미한다.

“본래 고유 마법은 9서클의 ‘대마도사’가 되어서야 만들 수 있는 건데…… 너는 카니스루트 가문이나 리겔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고유 마법을 익힌 걸까?”

“…….”

“아, 딱히 알려 달라는 건 아니야. 원래 고유 마법은 아무한테나 가르쳐 주는 게 아니니까.”

벨리드가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약간이라도 힌트를 줬으면 좋겠어. 어떻게 하면…… 너처럼 강해질 수 있을까?”

“흠…….”

시리우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가르쳐 주지 못할 것도 없지.”

“뭐? 정말이야?”

벨리드가 눈을 크게 떴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할 수 있다면 강해지는 방법을 가르쳐 주마.”

“하, 할게. 시키는 대로 할게.”

눈을 반짝이는 벨리드 앞에서, 시리우스는 장작으로 쓰려고 주워 온 나무토막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한번 쪼개고 칼로 다듬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목검이야?”

“잘 봐라.”

시리우스는 목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둘렀다.

이어서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마지막으로는 정면으로 찔렀다.

소위 삼재검법(三才劍法)이었다.

“가로 베기, 세로 베기, 찌르기.”

“네?”

“복창.”

“아, 가로 베기, 세로 베기, 찌르기!”

벨리드가 다급히 복창했다.

시리우스는 한 번 더 시범을 보여 준 뒤, 벨리드에게 목검을 넘겨줬다.

“이걸 앞으로 일만 번 반복해라.”

“일만 번!?”

깜짝 놀라는 벨리드 앞에서, 시리우스는 잠들어 있는 알레이온을 가리켰다.

“저 녀석들은 하루에 일천 번씩 한다.”

“그, 그런가? 그러면 열흘이면 되나?”

“지금 네 몸으로 하루에 일천 번은 무리야. 백 번만 휘둘러도 힘들어 죽겠다고 하겠지.”

“그, 그래? 그래도 계속하다 보면 익숙해질 테니…….”

벨리드가 머릿속으로 열심히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건 기초 훈련 같은 거지?”

“그래, 일만 번 반복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해 주지.”

“조, 좋아. 그러면 해 보지.”

벨리드는 이 훈련을 완료해서 몸을 만들면 시리우스한테 특급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크나큰 착각이다.

시리우스는 이걸 최소 십만 번 이상 반복하게 만들 생각이었으니까.

“이렇게?”

“중심을 제대로 잡아.”

시리우스는 손수 벨리드의 자세를 잡아 줬다.

몇 번 교정해 주니 그럴듯한 자세가 나왔다.

“그럼 열심히 해 봐.”

“아, 알겠다!”

목검을 휘두르기 시작한 벨리드를 내버려 두고, 시리우스는 모포를 뒤집어쓴 채 잠을 청했다.

*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시리우스는 알레이온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단주님.”

“벌써 내 차례인가?”

“아닙니다. 그것이…….”

불침번을 서던 알레이온이 어둠 속으로 시선을 향했다.

“주위에서 이쪽을 엿보는 놈들이 있습니다.”

“도적들이군.”

기척을 살펴보니 아그타스 가문의 정규 병력은 아닌 것 같았다.

이 근방에서 여행자를 습격하는 도적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시리우스의 토벌 대상이다.

“알레이온.”

“네, 단주님.”

“우리는 아그타스 가문까지 일직선으로 가지 않는다.”

시리우스는 아그타스 가문이 있는 남쪽 방향을 응시했다.

단순히 아그타스 가문의 허를 찔러 기습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시리우스 혼자서 경공을 사용해 달려갔을 것이다.

“도적 떼든 뭐든, 지나가면서 눈에 보이는 놈들을 모조리 때려잡으면서 간다.”

“그러면 소문이 퍼지겠군요.”

“그래, 소문이 퍼지겠지. 엔트로빌에서 퍼뜨리는 소문과는 별개로 말이다.”

신출귀몰 움직이면서 동남부의 악인들을 때려잡는 인물이 있다.

아그타스 가문은 금방 그 인물이 시리우스라는 걸 눈치채게 될 것이다.

“알레이온, 우리는 아그타스 가문을 침략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

“동부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서 가는 것이다. 아그타스 가문도 그 새로운 질서에 동참해 달라고 말이다.”

시리우스는 정면에서 아그타스 가문을 방문할 생각이었다.

아그타스 가문을 단순히 무력으로 쓰러뜨리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에게 무릎을 꿇도록 만들어야 하니까.

“아그타스 가문이 쉽게 굴복할까요?”

“그러지는 않겠지.”

이미 조사를 끝마쳤다.

카이엔 아그타스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지만, 그 배후에는 요주의 인물이 있다.

그 인물을 쓰러뜨렸을 때…… 비로소 아그타스 가문을 굴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저기서 알짱거리는 도적들부터 토벌하자. 숫자가 얼마 안 되니 금방 끝낼 수 있겠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알레이온이 목소리를 낮추며 다른 쪽을 쳐다봤다.

“아까 불침번 교대하고 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안 온다고 일어나서 저러고 있습니다.”

“…….”

시리우스도 알레이온이 쳐다본 방향으로 시선을 향했다.

벨리드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혼자 목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이백삼십일…… 이백삼십이…….”

벨리드의 근육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태다.

하지만 정신력만으로 목검을 휘두르고 있다.

빨리 일만 번을 완료해서, 다음 단계의 가르침을 받고 싶다는 일념으로.

“알레이온, 나는 사람을 보는 눈이 있는 편이다.”

천랑무제 백무랑은 무림에서 많은 사람을 지켜봤다.

그래서, 사람의 기질을 꿰뚫어 보는 눈이 있었다.

“저런 놈은 대성한다.”

“…….”

“따라잡히지 않으려면 노력해야 할 거다, 알레이온.”

시리우스의 도발에 알레이온의 눈빛도 날카로워졌다.

알레이온도 앞으로 더 성장해야 한다.

뒤에서 쫓아오는 존재가 있다는 건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 * *

“파, 파리엘이…… 그렇게 당했다고?”

카이엔 아그타스는 현기증을 느꼈다.

엔트로빌에서 들려온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아그타스 가문의 정예병들이 매복에 당해 전멸했으며 파리엘은 시리우스에게 당해 오른팔을 잃는 중상을 입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쿵!

카이엔은 주먹으로 벽을 쳤다.

오른팔을 잃는 건 마법사에게 심각한 일이다.

마법사로서의 기량을 회복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우수한 성적으로 아카데미를 졸업한 파리엘이 이런 일을 당하다니, 아버지로서 피눈물이 나는 일이었다.

“시리우스는 알브라임 가문에 가 있었다고 하지 않았나? 대체 어떻게 된 거냐?”

“정보를 수집해 보니 시리우스가 알브라임 가문에 머물렀던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다만 어느새 사라졌다고…….”

“우리 움직임을 예측한 건가? 하지만 알브라임 가문에 머무르던 놈이 엔트로빌까지 도착하려면 아무리 말을 빨리 달려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이 모든 게 시리우스의 계략인 걸까?

“엔트로빌 측에서는 파리엘을 어떻게 하겠다고 하지?”

“부상을 치료한 뒤 돌려보내겠다고…….”

“웃기는군. 이대로 인질로 삼을 생각이겠지.”

카이엔은 이를 갈았다.

“사람을 보내라. 우리가 치료할 테니 파리엘을 넘겨 달라고.”

“알겠습니다.”

“놈들이 순순히 파리엘을 돌려주지는 않겠지만…….”

차라리 파리엘이 목숨을 잃었다면 아들의 복수를 위해 전 병력을 끌고 가서 동북부를 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파리엘이 멀쩡히 살아 있고 포로로 잡혀 있는 이상,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잠깐, 그놈들이 또 괴문서를 퍼뜨리는 건 아니겠지?”

“그, 글쎄요. “

이번에는 아그타스 가문의 아들인 파리엘까지 생포했다.

있는 일 없는 일 다 휘갈겨 쓴 괴문서를 대륙에 퍼뜨려 아그타스 가문을 궁지에 몰아넣을 가능성이 높다.

생각할수록 정신이 아득해지는 거 같았다.

“도대체 왜 이런…….”

그동안 카이엔은 동남부에서 여러 싸움을 경험했다.

다른 중소 가문과 충돌할 때도 있었고, 흑회 조직을 토벌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경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런 식으로 싸우는 놈을 보는 건 처음이다. 시리우스 그놈…… 대체 뭐 하는 놈이지?”

“가주님……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크윽…….”

입술을 깨물며 고민한 뒤, 카이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젠 어쩔 수 없군…….”

“가주님, 설마…….”

“영묘(靈廟)에 다녀오겠다.”

“……!”

영묘.

그것은 아그타스 가문의 조상들을 모시는 묘지다.

하지만 카이엔은 참배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곳에 머무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만나 뵙고 오겠다.”

십여 년 전에 카이엔에게 아그타스 가문을 물려주고 은둔한 선대 가주.

그는 현재 동부에서 유일한…… 8서클 마도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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