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명가의 절대무신 40화
40화. 쓰레기들까지 받아 줄 자리는
콰직, 쿠웅!
앞을 가로막는 울텐슈바인 총회의 조직원들을 쓰러뜨리고, 닫혀 있는 문을 깨부수며 전진했다.
시리우스는 머릿속을 비운 채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그동안 조사한 내용을 종합해 보니 울텐슈바인 총회는 동북부 흑회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악독한 놈들이었다.
특히 인신매매 쪽으로 더러운 짓을 많이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놈들의 처우를 어떻게 할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다 때려잡으면 되는 거니까.
“사천이백사십…… 아이고, 팔이야.”
“커헉……!”
뒤에서 벨리드가 잔챙이들의 마무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벨리드는 삼재검법을 일만 번 연습하라는 시리우스의 과제를 매우 열심히 수행하고 있었다.
솔직히 시리우스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열의를 보여 줬다.
흑회 조직원들과 싸울 때도 삼재검법을 활용하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물론 지금 벨리드는 삼재검법을 배운 지 며칠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마법으로 싸우다가 삼재검법으로 마무리하는 식이지만 말이다.
“단주님, 제가 좌측을 맡겠습니다!”
한편, 알레이온은 벨리드에게 경쟁심을 불태우는 것 같았다.
사실 검사로서의 실력은 알레이온이 까마득하게 높은 단계에 있다.
하지만 시리우스가 벨리드의 노력을 인정해 주는 걸 보면서 모종의 경쟁심을 느낀 모양이었다.
알레이온의 성장을 위해서는 나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시리우스는 알레이온이 경쟁심을 불태우도록 그냥 내버려 두고 있었다.
“그래, 잘해 봐라.”
시리우스는 만족감을 느꼈다.
알레이온도 벨리드도, 잘 성장시켜서 무공을 전수하면 더 쓸 만한 인재가 될 것이다.
북쪽에서 유스티아를 보좌하고 있는 팔테온과 함께…… 전생의 십이위병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자식들, 거기까지다……!”
그때 전방에서 흑회 조직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리고 일제히 손을 치켜들고 술식을 전개했다.
“단주님!”
콰콰콰쾅!
무속성의 마력탄(魔力彈)이 일제히 발사되었다.
1, 2서클의 마법사들은 저렇게 마력을 응집하여 발사하는 마력탄밖에 못 쓴다.
마력탄 하나하나는 주먹으로 때리는 정도의 위력밖에 없지만 여럿이서 동시에 발사하면 꽤 위협적이다.
물론 시리우스한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다수의 마력탄이 날아오는 걸 포착한 순간, 시리우스는 북명의 공력을 전개했다.
마력탄의 마력을 시커먼 검기로 빨아들인 뒤, 그걸 그대로 전방으로 되돌려줬다.
“으악……!”
쿠쿠쿵!
우르르 쓰러지는 조직원들을 짓밟으면서, 시리우스는 거침없이 전진했다.
뒤에서 알레이온과 벨리드가 마무리를 짓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인가?”
다른 곳보다 더 으리으리한 문이 보였다.
시리우스는 공력을 실어 문을 걷어찼다.
쿵!
문이 쪼개지면서 안쪽 광경이 보였다.
“…….”
시커먼 옷을 걸친 십여 명의 간부들이 좌우로 나눠 앉아 있었다.
가장 상석에는 큰 몸집을 지닌 험상궂은 남자가 앉아 있었고, 그 옆에서 약삭빠르게 생긴 남자가 주춤거리고 있었다.
그동안 수집한 정보대로라면 울텐슈바인 총회의 수장인 울텐슈바인과 그 참모 발드웨인일 것이다.
“이놈…….”
“드디어 여기까지 들어왔군!”
간부들이 병장기를 손에 들고 일어섰다.
마법을 쓰기 위해 오른손을 치켜드는 놈들도 있었다.
“기다려라.”
그때 울텐슈바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흉터투성이 얼굴로 시리우스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내 명령이 있을 때까지 움직이지 마라.”
그 명령에 간부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다들 울텐슈바인에게 철저히 복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알레이온, 벨리드.”
시리우스는 뒤늦게 쫓아온 알레이온과 벨리드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는 내가 맡을 테니 너희는 다른 곳을 돌아다니며 잔챙이들을 쓸어버려라.”
“시리우스, 나도 여기서 함께…… 윽!”
“잔말 말고 단주님 명령에 따라, 벨리드!”
알레이온이 벨리드의 목덜미를 붙잡고 자리를 떴다.
울텐슈바인 총회의 간부들 앞에 시리우스 혼자 서 있는 구도가 되었다.
“시리우스 카니스루트, 한 가지 제안을 하지.”
“제안?”
“너는 아그타스 가문과 싸우고 있다고 들었다.”
울텐슈바인이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울텐슈바인이 그 싸움을 돕겠다. 물론 여기 있는 간부들도 함께다.”
“……!”
울텐슈바인의 발언에 간부들이 깜짝 놀랐다.
미리 조율되지 않은 발언이었던 것이다.
“우리의 이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해 준다면 너희가 동부 전체를 장악하는 걸 도울 수 있다. 어떠냐?”
“고려할 가치가 없는 얘기군.”
시리우스는 차갑게 대꾸했다.
“울텐슈바인, 나는 네놈들 목을 들고 아그타스 가문에 찾아갈 생각이다.”
“뭐라고?”
“그리고 아그타스 가문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손쉽게 때려잡을 수 있는 놈들을 왜 지금까지 방치해 놓았냐고 말이다.”
“…….”
“그러니 너희들과 손을 잡는 건 있을 수 없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간부들은 당장이라도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 듯한 분위기였지만 울텐슈바인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입을 다문 채 가만히 시리우스를 쳐다볼 뿐이었다.
“하하…….”
그리고, 그 입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하, 대단한 인물이 나타나셨군!”
비꼬는 의미가 아니었다.
울텐슈바인은 진심으로 시리우스에게 감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울텐슈바인이 발하는 살기가 점점 진해지고 있었다.
“이봐, 시리우스.”
울텐슈바인이 흉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해서 무엇을 이룩할 생각이지?”
“맹(盟)을 만들 거다.”
“맹? 연맹 같은 걸 말하는 건가?”
“흑회들의 연맹보다 훨씬 더 크고, 순리에 맞는 조직으로 만들 생각이다.”
시리우스는 담담히 대답했다.
“그 맹에서는 백도, 흑도가 어우러질 것이다.”
“…….”
“하지만 미안하게 됐군.”
그렇게 말하며 시리우스는 주위를 둘러봤다.
“너희 같은 쓰레기들까지 받아 줄 자리는 없을 것 같다.”
“이놈……!”
간부들이 분노했다.
하지만 아까 울텐슈바인이 내린 명령 탓에 시리우스한테 덤벼들지 못하고 있었다.
“멋진 얘기로군, 시리우스.”
울텐슈바인이 웃음을 유지한 채 말했다.
“하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닐 거다.”
“…….”
“네가 지금처럼 모든 흑회들을 때려잡고 다니면 연맹에서도 움직일 거다. 아니, 이미 움직이고 있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울텐슈바인이 옆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의자 옆에 세워 놓았던 대검(大劍)을 잡았다.
거대한 검을 사용하는 7서클의 마법검사, 그것이 울텐슈바인이었다.
“시리우스, 너한테만 야망이 있는 게 아니다. 나도 연맹에게 인정받아 더 넓은 세상으로 진출하고 싶다는 야망이 있지.”
그 야망을 위해 지금껏 온갖 더러운 일을 자행하면서 재물과 세력을 키워 왔고, 그것에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이 바로 이 울텐슈바인이라는 사람이었다.
지극히 흑에 가까운 사내다.
시리우스는 그렇게 느꼈다.
“네 목을 연맹에 상납하고, 연맹의 인정을 받도록 하겠다.”
그렇게 말하며 울텐슈바인은 대검에 마력을 전개했다.
“쳐라!”
“네……!”
명령에 호응하여, 그동안 기회를 엿보고 있던 간부들이 일제히 뛰쳐나왔다.
절반은 무기를 휘두르려 했고, 절반은 손을 들어 마법을 날리려 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보다 시리우스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커헉!”
“윽!”
쐐애액!
시커먼 빛줄기가 실내를 가로질렀다.
그 섬광에 꿰뚫린 간부 두 명이 즉사했고, 세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그리고 빛줄기는 가장 상석에 있던 울텐슈바인을 덮쳤다.
“흥!”
울텐슈바인이 코웃음을 치면서 그 섬광을 손으로 잡았다.
섬광의 정체는…… 시리우스가 빠르게 날린 비수였다.
“고작 이런 암기로 기습을 하다니…… 윽!”
울텐슈바인의 손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손으로 잡고 있던 비수가 저절로 튀어 오르면서 상처를 입혔기 때문이다.
비수에는 천랑신공의 첫 단계, 북명의 공력이 담겨 있었다.
북명 특유의 인력(引力)으로 한번 날렸던 비수를 다시 끌어당긴 것이다.
시리우스의 현재 내공으로 어검술(馭劍術)을 펼치는 건 불가능하지만 북명의 공력을 활용하면 한번 날린 비수를 다시 회수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놈이 감히…… 어억!”
간부 중 한 놈이 비명을 질렀다.
시리우스가 다시 한번 날린 비수가 목을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시리우스는 북명의 공력을 사용해 비수를 조종하여 유사적인 어검술을 펼치고 있었다.
“괴상한 재주를……!”
간부들이 어떻게든 시리우스를 잡으려 했다.
무기를 휘두르고 마법을 날렸지만, 시리우스는 보법을 펼치면서 그들 사이를 자유자재로 노렸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놈들의 팔다리가 날아갔고, 비수를 날릴 때마다 놈들의 급소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북명의 공력을 전개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시리우스가 움직일 때마다 흑색의 빛이 번뜩였다.
“저 시커먼 기운은 뭐냐!?”
“내 마법이 빨려 들어가고 있…… 커헉!”
지금 여기에 있는 놈들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어떤 더러운 짓도 마다하지 않는 흑중지흑(黑中之黑)이다.
무림의 세력들과 비교하자면 천마신교보다 흑사련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천마신교는 강한 힘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지만 흑사련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자들이다.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악독한지는 무림인 중에서도 의견이 갈렸지만…… 어쨌든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극단적인 흑색이었다.
여기 있는 울텐슈바인 총회도 극단적인 흑색에 해당된다.
그 흑색을 모조리 없애기 위해, 시리우스는 흑색 공력을 무자비하게 펼치면서 그들을 덧씌워 버리고 있었다.
“하앗……!”
그때 시리우스의 측면을 노리고 한 줄기 얼음 화살이 날아왔다.
울텐슈바인 총회의 2인자인 발드웨인이 기회를 노리다가 회심의 일격을 날린 것이다.
시리우스는 검을 휘둘러 얼음을 튕겨 냈지만, 곧바로 거대한 살기가 엄습해 왔다.
마침내 울텐슈바인이 시리우스에게 달려든 것이다.
“흐읍!”
쿠웅!
칼날과 칼날이 부딪힌 순간, 주위로 충격파가 퍼져 나갔다.
울텐슈바인의 대검은 매우 육중했다. 직접 겪어 보니 칼날에 전개된 마력도 상당히 단단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회주님의 일격을 막아내다니……!”
하지만 발드웨인을 비롯한 간부들은 울텐슈바인의 공격을 막아낸 시리우스에게 경악했다.
시리우스는 울텐슈바인과 비교하면 몸집이 절반도 채 안 된다.
그런데 여유롭게 울텐슈바인의 공격을 받아 내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시리우스의 검이 교묘하게 움직였다.
울텐슈바인의 측면을 찌르려 했지만, 그는 손잡이를 돌려 대검의 넓은 면을 방패처럼 사용해 막아냈다.
“제법이군, 울텐슈바인.”
“너야말로다, 시리우스.”
시리우스는 북명의 공력을 전개한 상태였지만 울텐슈바인의 마법검을 흐트러뜨리지는 못했다.
예전에 칼슈타인과 싸웠을 때와 마찬가지로, 7서클 마법검사의 마법검을 집어삼키기에는 내공이 아직 부족했다.
그렇기에…….
“음……?”
칼날을 부딪치던 울텐슈바인이 흠칫 놀랐다.
시리우스의 칼날에 전개되어 있었던 흑색 기운이 변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컴컴한 흑색에서…… 투명감이 느껴지는 백색으로.
“……!”
쿵!
백색의 검기가 충돌한 순간, 울텐슈바인의 칼날에 냉기가 파고들었다.
그냥 평범한 냉기가 아니다. 마력조차 얼려 버리는 백랑(白狼)의 공력이다.
칼날을 보호해 주던 마력이 하얗게 얼어붙는 걸 알아채고, 울텐슈바인이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는 시리우스는 흑색으로 놈들의 흑을 덧씌우려 했다.
이제는 백색으로 놈들의 흑을 완전히 지워 버릴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