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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명가의 절대무신-51화 (51/129)

몰락명가의 절대무신 51화

51화. 전부 말해 봐라

“크윽…….”

비수가 못처럼 박혀 손이 탁자 위에 고정된 상태.

노이엔 마이우는 손을 빼지도 못하고 신음하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지 않는 것만 봐도, 그가 단순한 잔챙이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시리우스 님…… 무슨 오해가 있으신 것 같군요.”

노이엔이 이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입을 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시리우스는 피식 웃었다.

“오해라.”

“네, 오해입니다.”

“무슨 오해인지 궁금하군.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봐라.”

노이엔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중이었다.

“저는…… 예전부터 연맹을 증오해 왔습니다.”

“아주 흥미로운 도입부로군. 계속해 봐.”

빈정거리는 말투로 쏘아붙였지만 노이엔은 어떻게든 말을 이어 갔다.

“제 가족이 연맹에 피해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맹에 복수하고 싶어서…….”

“일부러 연맹에 잠입한 거라고?”

“네, 그겁니다.”

노이엔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탁자는 노이엔의 손에서 흘러나온 피로 질척거리고 있었다.

“시리우스 님, 이것 좀 빼고 말하면 안 되겠습니까?”

“빼면 피가 더 나올 텐데.”

“제가 마법으로 지혈할 수 있습니다.”

“그래?”

시리우스는 노이엔의 손에서 비수를 뺐다.

노이엔이 다급히 마법을 사용하자 바로 피가 멎었다.

“네, 그러면 설명을…….”

“잠시만.”

노이엔의 손을 붙잡고, 시리우스는 상처를 확인했다.

흔적은 남아 있지만 봉합한 것처럼 상처가 닫혀 있었다.

“치유 마법 실력은 벨리드보다 뛰어난 것 같군.”

“하하, 저도 예전에 아카데미를 나와서…… 으윽!”

노이엔의 손등에 다시 비수가 꽂혔다.

“가주님, 무슨 일이십…… 헉!”

비명 소리를 듣고 바깥에서 집사가 뛰어 들어왔지만, 알레이온이 일격에 기절시켰다.

“단주님,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그래, 맡기도록 하지.”

알레이온이 바깥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시리우스는 다시 노이엔을 쳐다봤다.

“그러면 얘기를 계속해 봐.”

“너,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다시 빼 줄까?”

“…….”

여기서 다시 뺀다고 해도, 결국 다시 꽂을 것 아닌가.

노이엔은 몸을 떨었다.

“그래서…… 연맹에 잠입했던 거라고?”

“그, 그렇습니다. 놈들의 동료가 되어서, 연맹을 타도하기 위한 내부 정보를 입수하려고…….”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로 대단한 얘기군.”

“사, 사실입니다. 그러니…….”

노이엔이 힘겹게 말했다.

“시리우스 님이 연맹을 타도하기 위해 움직이고 계신 거라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흠…….”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아무도 저를 의심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저기 있는 베르디안도…… 마찬가지였겠죠.”

노이엔의 시선이 베르디안에게 향했다.

하지만 아혈을 짚어 놨기 때문에 베르디안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러니 제가 도와드리면…… 의외로 쉽게 연맹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겁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시리우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노이엔.”

“네, 시리우스 님…….”

“내가 그 소리를 믿을 것 같냐?”

“…….”

“즉석에서 만들어 낸 이야기치고는 그럴듯하긴 한데, 단지 그럴듯할 뿐이군.”

“어떻게 하면 믿어 주시겠습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가…… 악!?”

노이엔이 짧은 비명을 질렀다.

시리우스가 예고도 없이 비수를 뽑았기 때문이다.

아까처럼 한 번 더 찌르는 줄 알고 노이엔이 얼굴을 일그러뜨렸지만 그게 아니었다.

“벨리드.”

“왜?”

“지금까지 몇 번쯤 했지?”

“구천육백오십 번.”

시리우스가 벨리드에게 지시한, 삼재검법 연습.

일만 번에 도달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해 주겠다고 했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진보가 빠르다.

알레이온이라면 하루에 일천 번도 가능하지만 벨리드는 지금까지 검술은 전혀 배워 본 적이 없는 녀석이다.

처음에는 하루에 백 번만 휘둘러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벌써…… 일만 번에 근접한 상태였다.

“벨리드, 여기서 구천육백육십 번까지 채우자.”

“여기서?”

“저놈 상대로.”

“흠…….”

벨리드가 바로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노이엔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눈만 껌벅이고 있었다.

“두 분, 지금 무슨 얘기를…….”

“노이엔 마이우.”

목검을 손에 든 채 벨리드가 노이엔에게 다가갔다.

“저는 명망 높은 마이우 가문의 가주인 당신을 존중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벨리드 님……?”

“하지만 인륜을 벗어난 추잡한 짓을 저질렀고, 게다가 발뺌까지 하려고 하다니…… 더 이상 존중해 드릴 수 없을 것 같군요.”

“잠깐, 지금 무슨 짓을…….”

퍽퍽퍽, 퍽퍽퍽…….

삼재검법이 펼쳐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시리우스는 베르디안에게 시선을 향했다.

“베르디안, 이제부터 노이엔한테서 자백을 받을 생각인데…… 사실대로 말하고 있는지 확인해 줄 수 있나?”

“…….”

베르디안은 입을 다문 채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시리우스가 아혈을 풀어 주자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당신한테 연맹 내부의 정보를 알려 줄 생각은 없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애초에 저는 노이엔이 평소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릅니다.”

“몰랐다고?”

“저는 동부 지부에서 신참이라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베르디안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외부인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죠. 그래서 동부 지부 사람들은 저한테 내부 사정을 별로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독왕이 너를 동부 지부에 파견했기 때문인가?”

“네, 그러니 저한테 동부 지부의 자세한 상황을 캐내려고 하지 마시죠. 노이엔을 고문해서 알아내는 게 더 빠를 겁니다.”

“…….”

베르디안이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말아 달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이건 시리우스에게 중요한 정보를 줬다.

연맹 내부에 여러 파벌이 존재한다는 걸 시사하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아마 동부 지부는 독왕이 아니라 다른 상위 간부의 파벌에 속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독왕이 보낸 베르디안을 내심 경계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구천육백오십구…… 구천육백육십……!”

“으윽……!”

대화를 나누는 사이, 벨리드가 삼재검법 10회를 마쳤다.

시리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노이엔에게 다가갔다.

“노이엔 마이우, 슬슬 자백할 건가?”

“시, 시리우스, 당신, 대체 어쩌려고 이러는 겁니까……?”

바닥에 웅크린 채 노이엔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 자백을 받아 낸다고 해서, 일이 잘 풀릴 것 같습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

“그동안 연맹에서 당신을 그냥 가만히 지켜보기만 한 건, 당신이 연맹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 게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절 이렇게 만든 이상,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노이엔이 눈을 부릅뜨고 시리우스를 노려봤다.

“동부 지부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진지하게 당신을 죽이기 위해 나설 거란 말입니다.”

“…….”

“물론 당신이 동부 지부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닙니다. 연맹 전체가 당신을 적대하게 될 겁니다. 그걸 감당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노이엔의 질문을 듣고, 시리우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연맹 전체라고 해도…… 연맹의 실제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니 잘 와닿지 않는군.”

“시리우스……!”

“어차피 너도 연맹의 전체상을 모르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쭉 살펴보니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정보가 많이 공유되는 것 같지는 않던데.”

“…….”

노이엔이 입술을 깨물었다.

“물론…… 연맹이 정말로 엄청나게 강대한 조직일 수도 있겠지. 내 상상을 초월한 힘을 지녔을 수도 있어.”

“그, 그렇습니다. 당신은 지금 그 연맹에게 싸움을 걸고 있…….”

“하지만.”

노이엔의 말을 끊으면서, 시리우스는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거대한 조직이 이 세계에 숨어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면 제대로 색출해서 뿌리를 뽑아야겠지.”

“……!”

시리우스는 연맹이 아무리 강대한 세력이라고 해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런 조직을 무너뜨리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시리우스가 만들 진정한 무림맹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노이엔…… 네가 알고 있는 정보를 모조리 알려 줘 봐라. 그걸 듣고 잘 생각해 볼 테니까.”

“시, 시리우스, 당신 대체…….”

“벨리드, 노이엔 님은 아직 자백할 생각이 없으신 모양이다.”

벨리드를 다시 부르면서, 시리우스는 노이엔에게서 등을 돌렸다.

“열 번만 더 해 드려라.”

“흠, 어쩔 수 없군.”

“자, 잠깐……!”

벨리드의 연습 상대로 지정해 줬지만 노이엔이 다급히 목소리를 높였다.

“벨리드 님! 저는 마이우 가문의 가주입니다! 저한테 이런 폭력적인 짓을 해도 되는 겁니까? 알브라임 가문이라는 명문가의 둘째 아들인 당신이 이래서는 안 됩니다!”

“아…….”

벨리드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시리우스를 쳐다봤다.

“시리우스, 어떻게 할까?”

“어쩔 수 없군.”

시리우스는 다시 노이엔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노이엔의 손목을 붙잡았다.

“윽……!”

또다시 비수로 찌르려는 게 아닐까.

노이엔이 겁먹으면서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굳이 그럴 생각이 없었다.

“폭력적이지 않은 걸 원한다면 그렇게 해 주마.”

“……?”

시리우스는 백랑의 공력을 노이엔에게 주입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손목이 차가워지는 걸 깨닫고 노이엔이 눈을 크게 떴다.

“이, 이게 무슨…….”

손목뿐만이 아니었다.

노이엔의 체내로 차가운 냉기가 스며들고 있었다.

“시, 시리우스, 지금 이건…….”

“폭력은 쓰지 않겠다.”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노이엔은 온몸을 떨었다. 공포 때문이 아니라 추위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몸을 떠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아예 몸이 얼어붙고 있었으니까.

“아, 아…….”

얻어맞은 상처에서 흐르던 피도 얼어붙었다.

피부 위에 살얼음까지 생기고 있었다.

“우와…….”

벨리드가 그 모습을 보면서 감탄했다.

베르디안조차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고 있었다.

“시, 시리우스, 시리우스, 님, 멈, 멈춰 주십시오. 이대로면 얼어, 얼어 죽…….”

혀가 굳어서 발음도 제대로 안 되는 상태였다.

그런 노이엔을 차가운 눈으로 응시하면서, 시리우스가 물었다.

“동부 지부는 어떤 놈이 이끌고 있지?”

“지, 지부장은…….”

노이엔이 얼어붙은 입술을 달싹였다.

“이, 이름은 모릅니다. 항상 가면을 쓰고 있어서, 얼굴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건가?”

“아, 아는 것도 있습니다. 뇌전 마법을 씁니다.”

뇌전 마법.

이름대로 번개를 만들어 내는 마법이다.

상당히 난이도가 높아서, 사용자는 흔치 않다.

“아마 7서클…… 8서클일 수도, 있습니다.”

“8서클일 수도 있다…….”

“동부 지부를, 그 사람이, 이끌고 있는 건…… 그 사람이 지부장으로, 임명되었기 때문입니다.”

“누가 그놈을 지부장으로 임명했지?”

“그건…….”

얼어붙은 입을 움직여서, 노이엔이 가까스로 이름을 말했다.

“연맹의…… 뇌제(雷帝) 폐하입니다.”

뇌제.

그 이름을 듣고, 시리우스는 고개를 돌려 베르디안을 쳐다봤다.

베르디안은 눈을 질끈 감고 한숨을 쉬고 있었다.

“좋아. 지부장을 해치우면 뇌제 폐하라는 놈이 움직이겠군.”

“그, 그건…….”

뇌제든, 독왕이든…… 그쪽에서 먼저 움직여 주면 더 좋다.

일부러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뇌제 ‘폐하’인가.

베르디안도 독왕 ‘전하’라고 불렀고, 기묘한 느낌이었다.

무슨 이유가 있는 걸까.

“좋다. 계속해서 말해 봐라, 노이엔.”

시리우스는 노이엔에게 냉기를 더 주입했다.

베르디안은 아무리 고문을 해도 입을 열지 않도록 세뇌가 되어 있지만 마이우 가문에서 곱게 자란 노이엔은 그렇지 못하다.

“연맹에 대해서 네가 알고 있는 것을, 전부 말해 봐라.”

온몸이 얼어붙는 공포 속에서, 노이엔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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