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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명가의 절대무신-54화 (54/129)

몰락명가의 절대무신 54화

54화. 한 줄기 푸른 번개

“다, 단주님…….”

알레이온의 목소리가 떨렸다.

방금 전, 동부 지부장이 떨어뜨린 뇌전은 엄청나게 빨랐다.

평소 시리우스가 움직이는 속도보다 훨씬 빨랐던 것이다.

이건 단순히 번개가 날아오르는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가 아니다. 상대방이 마법을 발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빠르다는 뜻이다.

그러니 시리우스가 공격을 예측하고 움직여도 회피가 어려울 수 있다.

그동안 알레이온은 시리우스를 따라다니며 여러 싸움을 경험해 봤지만 이렇게 공격이 빠른 상대는 처음이었다.

“단주님, 저도 합세하겠…….”

방패 역할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알레이온이 앞으로 나섰을 때.

베르디안이 손을 들어 저지했다.

“필요 없을 테니 물러서 있어요.”

“뭐라고?”

알레이온이 인상을 찡그렸지만 베르디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까는 지부장의 뇌전 마법이 예상보다 강한 걸 보고 깜짝 놀랐지만, 시리우스의 여유로운 태도를 보고 뒤늦게 이해했다.

시리우스가 전력을 다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을.

“방해되니 우리는 잠시 뒤로 가 있죠.”

“자, 잠깐.”

베르디안이 알레이온을 데리고 물러섰다.

그 기척을 느끼면서, 시리우스는 베르디안이 이미 눈치챘다는 걸 깨달았다.

“다, 단주님!”

“베르디안과 함께 물러서 있어라, 알레이온.”

얼마 전, 베르디안은 시리우스의 실력을 충분히 조사하고 시리우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그 직전에 발레리온의 마력을 완전히 정제하여 2갑자 내공에 도달한 상태였다.

베르디안은 한 단계 강해진 시리우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때 시리우스가 2갑자 내공을 활용해 움직이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에…… 베르디안은 지금 시리우스가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게다가 베르디안은 모르고 있는 사실이지만…… 시리우스는 베르디안의 마력까지 흡수해서 내공을 더 증진시킨 상태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시리우스가 펼친 무공은 1갑자 정도의 내공만 반영된 것이었다.

“어리석은 남자구나, 시리우스.”

지부장이 공중에서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졸개들을 앞으로 내세우면 공격 한두 번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나는 너희들하고 다르다, 지부장.”

천랑무제 백무랑이 혐오하던 행위가 하나 있다.

상대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 혹은 상대의 체력을 소모시키기 위해 수하들을 희생시키는 행위다.

그건 시리우스 카니스루트가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방금 희생된 놈들도 나름 너희한테 충성을 바치던 놈들이었을 텐데, 미안하지도 않나?”

“미안하다? 저런 놈들한테 왜 그런 감정을 지녀야 하는 건지 모르겠군.”

지부장이 코웃음을 쳤다.

“저런 놈들을 대체할 사람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

“사실 나는 네놈이 그런 역할을 해 주길 바랐지만 말이다.”

파직!

뇌전을 튀기면서 지부장이 웃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묻겠다, 시리우스.”

“…….”

“연맹에 무릎을 꿇을 생각은 없나?”

지부장의 질문에 시리우스는 냉담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런 일은 없을 테니 시간 낭비하지 마라, 지부장.”

“1분 1초라도 오래 살려고 발버둥 쳐야 하는 상황인데, 죽음을 재촉하는구나.”

피식 웃으면서 지부장이 손을 치켜들었다.

“좋다. 원하는 대로 죽여 주지.”

콰르릉!

아까 샤잘리나의 숨통을 끊은 뇌전이 시리우스에게 떨어졌다.

지부장의 계산대로라면 시리우스는 이 공격에 대응하지 못한다.

일격에 감전되어 심장이 멎어야 했다.

하지만…….

“……!”

시리우스는 멀쩡했다.

빠르게 움직여 뇌전을 피한 것이다.

지부장은 인상을 찡그리면서 다시 한번 뇌전을 날렸지만, 이것도 피해 버렸다.

“네놈…….”

아까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빠른 움직임이다.

지부장의 눈으로는 제대로 쫓기도 어려운 속도였다.

“감히……!”

지부장은 서클의 마력을 더 많이 끌어올렸다.

남들한테 드러내지는 않고 있지만, 지부장은 8서클의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마력을 끌어올려 거대한 뇌전의 폭풍을 구현했다.

시리우스가 지부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다고 해도, 넓은 범위를 뇌전으로 쓸어버리면 도망가지 못할 것이다.

“…….”

시리우스는 지부장이 어떤 식으로 공격하려 하는지 눈치채고 있었다.

경공을 사용해 지부장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도 가능했지만 다른 방법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시리우스는 백랑의 공력을 전개한 채 검을 움직였다.

“하압……!”

콰콰콰쾅!

광범위 뇌전 마법이 주위를 휩쓸었다.

눈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번개 폭풍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시리우스를 제압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하며 지부장이 회심의 미소를 지은 순간.

“……!”

뇌전이 잦아들면서, 시리우스의 모습이 드러났다.

커다란 백색의 방어막을 전개한 모습이었다.

“뭐, 뭐냐, 그 방어 마법은……!”

뇌전 마법은 관통력이 뛰어난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뇌전 마법을 막아내려면 상당히 두꺼운 방어막을 전개해야 한다.

하지만 시리우스가 펼친 방어막은 결코 두껍지 않았다.

“이건 방어 마법이 아니다.”

“뭐라고?”

“검막(劍幕)이라 한다.”

“……!”

검막.

검의 궤적을 따라 검기를 펼쳐 넓은 방어막을 만드는 절기.

내공의 소비가 크기에 1갑자였던 때는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시리우스의 내공은 2갑자를 훌쩍 넘어선 상태이기 때문에 광범위 뇌전 마법도 막아낼 수 있었다.

“으윽……!”

한 줄기 벼락이 떨어졌다.

시리우스에게 정확히 떨어졌지만, 검막을 뚫지는 못했다.

“지부장, 이게 전력인가?”

“뭐라고?”

“뇌전의 위력을 더 이상 끌어 올릴 수 없는 거냐고 물었다.”

“……!”

까득.

지부장이 이를 갈면서 마력을 끌어올렸다.

“건방진 놈……!”

콰릉!

이번에는 번개의 창이 만들어졌다.

뇌전을 하나의 창으로 압축시킨 형태였다.

이번에야말로 시리우스의 검막을 뚫어 버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마법이었다.

“하아압……!”

콰콰쾅!

굉음과 함께 번개의 창이 사출되었다.

확실히 지금까지보다 관통력이 극대화된 것 같았다.

하지만…… 시리우스가 그걸 일일이 받아 주고 있을 이유는 없다.

“……!?”

시리우스는 도약했다.

가벼운 움직임으로 번개의 창을 피한 뒤, 검풍을 날려 지부장을 견제했다.

지부장은 다급히 공중에서 이동하며 시리우스의 공격을 피하려 했다.

“시리우스……!”

이번에는 번개의 창이 여러 개 생성되었다.

대량의 뇌창(雷槍)을 연속 발사하는 지부장의 절기(絶技)였다.

이거라면 피하기도 어렵고, 제대로 명중하면 치명상이다.

“…….”

폭우처럼 떨어지는 번개의 창을 보면서, 시리우스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제야 겨우 상대할 가치가 있는 기술을 쓰는군. 그 생각을 하면서 내공을 끌어 올렸다.

콰콰쾅!

뇌창의 폭우 속에서 시리우스는 검기를 펼쳤다.

백랑의 공력이 아니라 북명의 공력이다. 흑색의 검기에 휩싸인 칼날을 휘두르며 시리우스는 뇌창을 요격하기 시작했다.

인체의 모든 감각을 총동원하여, 초고속의 뇌창을 모조리 받아친다.

“……!”

지부장이 경악했다.

방금 전, 지부장은 시리우스가 생각보다 더 빠르다는 걸 깨닫고 놀랐다.

하지만 지금의 시리우스는 그것보다 더 빨라진 상태였다.

뇌전 마법보다 더 빠르게 검을 휘두르며 시리우스가 뇌창의 폭우 사이로 돌진해 왔다.

지부장이 할 수 있는 건 뇌창을 더 거세게 쏟아붓는 것뿐이다.

쏴라, 쏴라, 쏴라. 스스로에게 명령을 내리며 지부장은 서클이 터지도록 마력을 끌어올렸다.

이렇게 미친 듯이 마법을 연사하는 건 동부에 부임한 이래 처음이었다.

지부장의 코에서 피가 흘렀다.

육체가 경고 신호를 보냈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시리우스가 조금도 멈추지 않고 있는데, 자신이 멈출 수는 없었다.

“으윽……!”

지부장의 신음 소리를 들으면서, 시리우스는 도약했다.

검을 휘두르는 속도는 조금도 느려지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더 빨라지고 있다.

그것은 어째서일까.

기분이 고양되었기 때문? 스스로 한계 이상의 힘을 끌어내고 있었기 때문?

어느 쪽도 아니다. 답은 지금 시리우스의 칼날에 전개된 검기에 있다.

원래 시리우스는 지금 북명의 공력으로 검기를 형성한 상태였다.

북명은 특유의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타인의 기운을 빨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소위 흡성대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지금 시리우스는 북명의 공력을 전개한 검으로 뇌창을 수없이 받아치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파직, 파직.

시리우스의 흑색 검기에서, 뇌전이 튀고 있었다.

“네놈……!”

뒤늦게 눈치챈 지부장이 경악했다.

“내 뇌전을 흡수하여…… 마법검으로 활용한다고!?”

콰릉!

시리우스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뇌전의 성질이 검을 휘두르는 속도를 더욱 끌어 올렸다.

지부장이 퍼붓는 뇌창을 받아칠 때마다 칼날의 뇌기(雷氣)가 더욱 강렬해졌고, 속도도 빨라졌다.

지부장의 마법이 시리우스를 더욱 강화해 주고 있는 꼴이었다.

“으윽……!”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부장이 공격을 멈출 수는 없었다.

공격을 멈추는 순간, 시리우스가 일직선으로 접근해 자신의 숨통을 끊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지금 지부장이 할 수 있는 건, 시리우스의 체력이 소진하길 기원하면서 계속 뇌창을 퍼붓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시리우스는 아직도 여력이 남아 있다.

지부장의 뇌전 마법에서 얻어 낸 뇌기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내공 소모가 평소보다 적었다.

그리고, 일정 수준에 도달한 순간.

“이 정도면 됐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시리우스는 한층 속도를 올렸다.

동시에 빨아들인 뇌기를 전신에 분배했다. 물론 뇌전 마법을 그대로 쓰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시리우스의 육체에는 푸른색 기운이 전개되어 있었다.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

지부장은 푸른색 기운을 펼치며 돌진하는 시리우스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동안 지부장은 시리우스에 대해 많은 조사를 했지만 이런 힘을 사용한다는 정보는 입수한 적이 없다.

“뇌전 마법도 아니고…… 대체 무엇이냐!”

“궁금하다면 알려 주지.”

사실 이것도 천랑신공이었다.

다만 지금까지 사용하던 북명이나 백랑과는 다르다.

그동안 시리우스는 백빙화에서 얻어 낸 극음의 내공을 바탕으로 천랑신공을 사용하고 있지만, 원래 천랑신공은 딱히 극음의 무공이 아니다.

첫 번째 단계인 북명과 두 번째 단계인 백랑이 음의 성질을 지닌 건 맞지만, 세 번째 단계부터는 다르다.

천랑신공은 본디 음과 양을 조화시켜 태극을 구현하는 무공.

그렇기에 제대로 펼치려면 극음의 내공과 극양의 내공이 동시에 필요하다.

지금까지 극음의 내공밖에 없었기 때문에 북명과 백랑만 펼쳐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뇌기는 양의 기운.

그것을 잔뜩 누적시킨 지금이라면…… 일시적으로나마 세 번째 단계를 펼칠 수 있다.

벽력이 우는 것 같은 소리를 발생시키며 시리우스는 허공을 질주했다.

표적은 경악하며 절규하는 뇌전술사다.

그는 미친 듯이 뇌창을 쏟아붓고 있었지만, 이쪽은 그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뇌검(雷劍)을 펼치고 있다.

방금 전, 지부장은 시리우스에게 물었다.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지부장을 향해 솟구치면서, 시리우스는 그 답을 입에 담았다.

“천랑신공, 창뢰(蒼雷).”

한 줄기 푸른 번개가 된 시리우스의 칼날이 지부장의 가슴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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