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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명가의 절대무신-61화 (61/129)

몰락명가의 절대무신 61화

61화. 그들 나름의 도(道)다

“당돌한 놈이군.”

샤히트는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네가 뭔데 우리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지 모르겠구나. 너한테 그럴 권리가 있다 생각하나?”

“너희는 권리가 있어서 강을 가로막고 돈을 갈취했나?”

시리우스는 가차 없이 쏘아붙였다.

“이 구역에서 너희가 주장할 수 있는 권리는 아무것도 없다.”

만약 샤히트 일당이 이곳에 선착장을 만들고 휴게소를 운영했다면 그 영업권은 보장해 줬을 것이다.

하지만 이놈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놈들이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는 아무것도 없다.

“이곳은 우리가 차지한 구역이다. 피 튀기는 싸움을 거쳐서 정당하게 확보한 것이란 말이다.”

“누구한테 그 정당함을 인정받았지? 강물한테 인정받았나?”

시리우스는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물 속으로 들어가서 확인서를 받아 오면 인정해 주마.”

“말이 안 통하는군.”

샤히트가 손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측근 한 명이 커다란 대검을 샤히트에게 건네줬다.

칼날이 폭이 넓어서 마치 도끼처럼 보이는 대검이었다.

웬만한 남자보다 체구가 큰 그녀에게 어울리는 무기였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을 것 같구나. 오늘 여기서 천랑표국의 버릇을 고쳐 줘야겠다.”

측근들이 다급히 뒤로 물러섰다.

우두머리의 싸움에 방해되지 않도록…… 아니, 말려들지 않도록.

“단주님, 저희는…….”

“너희도 물러서라.”

시리우스는 알레이온, 벨리드, 베르디안에게 지시를 내렸다.

“아마 너희들이 나설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샤히트가 움직였다.

거구임에도 불구하고 속도가 빠르다. 마치 커다란 바위가 날아오는 듯한 기세였다.

대검의 칼날에는 이미 마법검이 전개된 상태였다.

사람 하나 정도는 단번에 짓이길 수 있는 파괴력을 지녔을 것이다.

하지만 시리우스한테는 통하지 않는다.

“……!”

쿠웅!

굉음과 함께 배가 흔들렸다.

칼날과 칼날이 부딪치면서 발생한 충격파 때문이었다.

샤히트의 육중한 일격은 시리우스의 칼날에 완전히 틀어막혔다.

하지만 샤히트는 눈을 크게 뜨고 놀라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눈을 가늘게 뜨고 시리우스의 전력을 빠르게 분석했다.

“보통 놈이 아니구나.”

쿠쿵, 콰직!

샤히트가 검을 크게 휘둘렀다.

주위가 파괴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 거친 기세의 공격이었다.

시리우스가 보법을 펼치면서 그 공격을 피하자 샤히트가 즉각 왼손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그곳에서 무속성의 마력탄(魔力彈)이 터져 나왔다.

마력탄은 원래 하급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기초 마법이다.

복잡한 술식을 구성할 능력이 없기에 그냥 마력 덩어리를 발사하는 것이다.

단순한 마법이고 위력도 약하지만 그만큼 발동 속도가 빠르다.

샤히트는 이 마력탄을 활용해 시리우스를 견제했다.

“제법이군.”

시리우스는 샤히트가 제법 잘 싸운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마법검으로 근접전만 하지 않고, 마력탄을 함께 사용하며 능숙하게 중거리 견제도 하고 있었다.

샤히트는 상당량의 마력을 갖고 있다.

이 정도 마력이면 단순한 마력탄만으로도 꽤 위력적이다.

하지만 시선의 방향을 제대로 간파하면 마력탄이 어디로 날아올지 예측할 수 있었다.

“두, 두령님, 배가……!”

쿠웅!

마력탄이 꽂혀 벽에 구멍이 뚫렸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샤히트의 부하들이 당황스러워했다.

이 정도로 거칠게 싸우면 배가 박살 난다.

하지만 샤히트는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전력을 다해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상대라는 걸 이미 깨달은 상태였으니까.

“하압……!”

샤히트가 시리우스를 벽으로 몰아세운 뒤,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그러나 시리우스는 종이 한 장 차이로 그 공격을 피했다. 샤히트의 대검은 기둥 하나를 부러뜨렸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샤히트는 계속 맹공을 펼쳤다.

“아, 알레이온, 이거 아무래도…….”

“빨리 도망치는 게 낫겠군.”

벨리드와 알레이온이 대화를 나눈 직후.

우지끈 소리와 함께 천장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허억……!”

“두령님!”

쿠쿠쿵!

배가 박살 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리우스와 샤히트는 계속해서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부하들이 비명을 질러 댔지만 샤히트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청년을 제압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맹공을 펼치고 있었다.

“이건 어떠냐……!”

콰직! 나무 바닥이 무너질 정도로 강하게 돌진했다.

시리우스는 정면에서 막아내려 했지만, 그때 마침 배가 기우뚱했다.

돌진해 오는 샤히트와 충돌한 순간, 시리우스의 몸이 처음으로 뒤로 밀렸다.

“하아압!”

샤히트는 전력을 다해 밀어붙였다.

배가 부서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리우스를 어떻게든 깔아뭉개려 했다.

“……!”

하지만 샤히트가 눈을 크게 떴다.

이렇게 뒤로 밀리면서도, 시리우스가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정도인가?”

“……!”

그 직후, 이번에는 샤히트가 뒤로 밀렸다.

이번에는 시리우스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시리우스의 장검은 샤히트의 대검 앞에서는 왜소해 보인다.

하지만 칼날끼리 충돌할 때마다 샤히트의 대검이 뒤로 튕겨 나갔다. 힘에서 밀린 것이다.

“윽……!”

샤히트는 다급히 자세를 바로잡고 방어하려 했다.

하지만 팔과 다리에서 피로감이 느껴졌다.

방금 전의 돌진 공격에 힘을 너무 많이 썼기 때문이다.

마력탄을 날리면서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이번에 시리우스는 피하지 않았다.

“……!”

쐐액!

시리우스는 검을 휘둘러 마력탄을 막아냈다.

검풍을 날려서 요격할 때도 있었고, 직접 칼날로 일도양단할 때도 있었다.

샤히트의 얼굴에 초조함이 깃들기 시작했다.

시리우스의 공세에 샤히트는 계속해서 뒷걸음치는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그녀는 무너진 갑판 위까지 도망치게 되었다.

“두, 두령님!”

“어떻게 이런……!

주위 수적들도 샤히트가 열세에 몰려 있다는 걸 이해했다.

배를 뛰어넘어 가세하려는 놈들도 있었지만 샤히트가 제지했다.

“끼어들지 마라!”

무기를 뽑아 들고 있던 놈들이 주춤했다.

샤히트는 그들이 가세해 봤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걸 눈치챈 상태였다.

“옳은 자세다.”

기울어진 갑판 위에 선 채 시리우스가 말했다.

“괜히 수하들을 희생시킬 필요는 없지.”

샤히트가 소인배였다면 부하들을 불러 모아 고기 방패로 활용했을 것이다.

그렇게 부하들을 희생양으로 던져 준 뒤, 다른 배로 옮겨서 도망치면 되는 거니까.

그런 짓을 하지 않고 일대일로 싸우는 걸 고집하다니…… 한 집단의 우두머리 자격이 있는 것 같았다.

“후우…….”

샤히트가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시리우스를 노려봤다.

그녀의 눈빛은 아직 죽지 않은 상태였다.

“이제야 알겠군. 네가 시리우스 카니스루트인가.”

시리우스는 여기 와서 한 번도 자기소개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실력을 보여 주면 샤히트도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설마 네가 천랑표국의 배를 타고 여기까지 올 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

“강물 구경도 하고 싶어서 말이다.”

“강물 구경?”

“신혼여행을 겸한 거라.”

“…….”

시리우스가 가벼운 목소리로 던진 말을 듣고, 샤히트가 눈을 깜빡였다.

“농담도 잘하는군.”

샤히트는 시리우스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호흡을 조절하면서 다시 자세를 취했다.

그녀는 여전히 승리를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하압……!”

화르르!

갑자기 샤히트의 칼날이 불타기 시작했다.

화염의 마법검이었다.

“그런 수를 숨겨 놓고 있었군. 왜 지금까지 아끼고 있었지?”

“나무로 만든 배 안에서 화염 마법을 쓰면 나까지 위험해지니 말이다.”

“그것도 그렇군.”

칼날에서 불씨가 떨어져 갑판에도 불이 붙었다.

하지만 샤히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법검의 화력을 더 끌어올렸다.

“흔치 않은 수법인 것 같은데, 독자적으로 개발했나?”

“내가 스스로 마법을 개발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해 보이나?”

“그러면 누구한테서 배웠지?”

그동안 여러 마법검사들과 싸워 봤지만 이렇게 불타오르는 마법검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화염 마법을 응용한 것 같은데, 샤히트는 과연 누구한테서 이런 마법검을 배웠을까.

“연맹인가?”

“…….”

샤히트는 대답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갑판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안 그래도 샤히트의 대검은 공격 범위가 넓었다.

여기에 화염의 마법검까지 부여되니 더 넓은 범위를 휩쓸어 버리는 게 가능해졌다.

시리우스가 방어한다고 해도, 타오르는 불꽃이 터져 나가 시리우스의 전신을 뒤덮을 것이다.

“……!”

쿠쿵!

불타오르는 대검이 시리우스를 덮쳤다.

대검 자체는 시리우스의 장검에 막혔지만 막대한 화염이 방출되면서 시리우스를 집어삼켰다.

샤히트는 마력을 모조리 쏟아 냈다.

이 공격으로 시리우스를 완전히 숯덩이로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샤히트는 금방 깨달았다.

이 엄청난 화염 속에서도, 시리우스는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다는 것을.

화염을 견뎌 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새하얀 방어막이 시리우스를 둘러싸고 화염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었다.

“그게…… 뭐지?”

“검막(劍幕).”

시리우스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백랑의 공력으로 펼친, 검막이다.”

화염의 기세가 사그라진 순간.

시리우스는 지체 없이 검을 움직였다.

백랑의 냉기가 실린 칼날이 화염을 꿰뚫었다.

푸욱!

샤히트의 가슴에 칼이 꽂혔다.

치명상이었다.

“…….”

쿵 소리와 함께 대검이 갑판 위로 떨어졌다.

불타는 갑판 위에서 샤히트가 뒷걸음쳤다.

“후우…….”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확인하면서, 샤히트가 시선을 움직였다.

부하들이 눈을 크게 뜨고 샤히트의 최후를 지켜보고 있었다.

샤히트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부하들에게 말을 남겼다.

“투항해라. 그래야 너희 목숨을 건질 수 있다.”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남긴 뒤.

샤히트의 거체가 옆으로 쓰러졌다.

배가 기울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샤히트는 갑판 위를 미끄러져 강으로 추락했다.

샤히트 수적단의 수장은 그렇게 강물 속으로 사라졌다.

“아…….”

“아아……!”

여기저기서 탄식과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것뿐만은 아니었다.

악귀 같은 형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자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저놈을 죽여라!”

“두령님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

그들은 샤히트의 유언을 무시하고 시리우스에게 달려들었다.

얄궂은 일이다.

샤히트는 부하들이 개죽음을 당하는 걸 원치 않는 인물이었다.

하나 그런 인물이었기에 오히려 부하들은 샤히트의 복수를 하겠다고 달려들고 있다.

개죽음당하는 것도 감수하고 말이다.

“너희만큼 의리가 있는 흑도(黑道)들이라면 존중해 줄 가치가 있다.”

무림의 흑도들에게도 협(俠)이 있었다.

존경하던 수장의 복수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면 그건 그들 나름의 도(道)다.

천랑무제 백무랑은 흑도들을 토벌하는 입장에 설 때가 많았으나, 나름의 도를 지닌 자들이라면 결코 업신여기지 않았다.

활활 타오르는 갑판 위에서 시리우스는 검을 들었다.

그것이 그들을 존중해 주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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