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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명가의 절대무신-68화 (68/129)

몰락명가의 절대무신 68화

68화. 너희가 알 필요는 없다

와장창!

창문이 깨지면서 나인트 길드의 조직원이 유흥가 길바닥으로 추락했다.

취객들의 비명이 울려 퍼지는 한편, 유흥가 곳곳에 흩어져 있던 나인트 길드의 조직원들이 몰려오는 소리도 들렸다.

“되도록 주위 건물에는 옮겨붙지 않게 조심해서 불을 질러 주십시오, 형님.”

“어려운 부탁을 하는군, 아우!”

시리우스와 안드레스는 서로를 형님과 아우라 부르기로 했다.

정체를 숨기는 흑의인이 된 이상, 서로의 이름을 불러 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 정체불명의 흑의인 형제의 소문이 남부에 퍼져 나갈 것이다.

“뭐 하는 놈들…… 으악!”

“너희가 알 필요는 없다, 후후…….”

그 대사가 마음에 든 걸까.

안드레스는 아까 시리우스가 가르쳐 준 대사를 다시 읊으면서 화염 마법을 날렸다.

안드레스는 비교적 젊은 나이로 8서클에 도달한 천재 마법사다.

단순한 화염 마법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전개할 수 있다.

나인트 길드의 조직원들이 어떻게든 안드레스를 제압하려고 달려들었지만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화염에 통구이가 될 뿐이었다.

“제법이십니다, 형님.”

“자네야말로, 아우.”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시리우스와 안드레스는 나인트 길드의 잔챙이들을 쓰러뜨렸다.

도망치는 놈들을 굳이 추격하지는 않았다.

전멸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도망친 놈들은 앞으로 흑의인의 소문을 널리 퍼뜨려 줄 것이다.

“가만있자, 싱클레어 검회의 정보를 얻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

열심히 잔챙이들을 쓰러뜨리던 안드레스가 아차 하면서 시리우스를 쳐다봤다.

“걱정 마십시오.”

시리우스는 처음에 칼을 휘둘렀던 뚱뚱한 남자에게 다가갔다.

사실 그가 바로 나인트 길드의 우두머리였는데,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살려, 살려 주…….”

“싱클레어 검회의 간부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시, 싱클레어 검회? 그건 왜…….”

“질문은 내가 하는 거지 네가 하는 게 아니다.”

시리우스가 비수를 남자의 목덜미로 가져가자 남자의 동공이 커졌다.

“시, 싱클레어 검회는 오늘…… 요 근처의 요클랜드에서 연회를 연다고…….”

“확실한가?”

“우, 우리가 거기로 술을 보냈으니 확실하다. 정말이다…….”

“그렇군.”

시리우스는 고개를 돌려 안드레스를 쳐다봤다.

“요클랜드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내 비행 마법이면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지.”

“그렇군요.”

비수를 거둬들이자 남자가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살려 준 거라 생각한 것이다.

“형님, 마지막으로 크게 불 지르고 떠납시다. 주위 건물에는 옮겨붙지 않게.”

“……!”

안드레스가 활활 타오르는 화염구를 날렸고, 방 안은 불길에 휩싸였다.

뚱뚱한 남자의 비명 소리를 들으면서 시리우스는 창문 바깥으로 몸을 날렸다.

“저는 방향을 잘 모르니 앞장서시죠, 형님.”

“아우, 방금 전의 그 대사……. ‘질문은 내가 하는 거지 네가 하는 게 아니다.’였나? 좀 멋지더군.”

“나중에 쓰셔도 됩니다.”

안드레스와 함께 어둠 속을 달리면서, 시리우스는 잠시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안드레스는 명문가의 귀공자로서 점잖은 삶을 살아왔다.

복면을 뒤집어쓰고 악당들을 마음껏 쳐 죽이고 다니다니,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안드레스에게 이런 일탈을 가르쳐 줘도 되는 걸까.

“어떻게든 되겠지.”

“지금 뭐라고 했지?”

“아무것도 아닙니다.”

경공과 비행 마법을 사용해 요클랜드로 향하다 보니 한밤중에 미친 듯이 말을 달리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뭐 하는 사람이지?”

“뻔하죠.”

시리우스는 비수를 날려 놈을 말에서 떨어뜨렸다.

“아까 잠깐 봤던 놈입니다. 싱클레어 검회에 이번 일을 알리기 위해 뛰어가는 중이었겠죠.”

“그렇군!”

“어쩌면 싱클레어 검회에서 파견한 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비수를 회수한 뒤, 시리우스는 안드레스와 함께 계속해서 질주했다.

요클랜드는 방금 전에 방문했던 도시처럼 번화하지는 않았다.

도시 한복판에 커다란 저택이 있었는데, 잔치라도 하는 것처럼 한밤중에 불을 환하게 밝혀 놓고 있었다.

“저기인 것 같군요.”

“확실한가?”

“느낌이 옵니다.”

사실 이미 기를 뻗어서 마력을 확인했다.

7서클의 마력을 지닌 놈이 저택에 있었다.

“이번에도 창문으로 들어가나?”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들어갈 만한 창문이 없습니다.”

“아…….”

“그냥 담을 넘으면 됩니다.”

저택은 커다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정원에서 불을 환하게 켜 놓고 모임을 갖고 있는 듯했다.

시리우스는 경공을 사용해 담장 위로 뛰어 올라갔다.

안드레스도 시리우스를 따라 담장 위에 착지했다.

한밤중에 담벼락 위에 서 있는 두 명의 흑의인.

아주 그럴듯했다.

“…….”

유흥가의 나인트 길드하고는 분위기가 달랐다.

허리에 검을 찬 인물들이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안쪽에는 가검을 사용해 대련을 하고 있는 자들도 있었는데, 주름살이 많은 노인이 그걸 구경하고 있었다.

“음……?”

노인이 움찔하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담벼락 위에 서 있는 두 흑의인을 발견했다.

“웬 놈이냐?”

“너희가 알 필요는 없다, 후후…….”

안드레스가 지체 없이 대꾸했다.

“그 대사가 마음에 드셨나 보군요.”

“왠지 기분이 좋더군.”

어째서일까.

시리우스는 명문 정파의 후기지수를 마도(魔道)에 타락시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당장 거기서 내려와라!”

“스승님의 생신 축하연에서 감히……!”

검을 든 놈들이 달려들었지만, 시리우스와 안드레스는 동시에 담벼락에서 도약했다.

“이곳이라면 불이 옮겨붙는 걸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

“네,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십시오.”

그 직후.

안드레스의 두 손에서 진홍색 화룡(火龍)이 뿜어져 나왔다.

불꽃의 용은 순식간에 정원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뭐, 뭐야……!”

“이런 고화력 마법을 단시간에 펼치다니 그렇다면…… 커헉!”

추리를 시작한 놈이 있었기에 시리우스는 바로 비수를 날려 숨통을 끊었다.

“대체 뭐 하는 놈이냐!”

“몰라도 된다.”

그렇게 대꾸하면서 시리우스는 검을 휘둘렀다.

담장으로 둘러싸인 정원은 완전히 불바다가 된 상태였다.

그 속을 뛰면서 놈들을 베고, 베고 또 베었다.

노리는 건 아까 흑의인들의 존재를 가장 먼저 눈치챈 노인이었다.

“멈춰라!”

“거기까지다!”

그때 두 남녀가 튀어나왔다.

아까 노인 앞에서 대련을 하던 검사들이다.

달려드는 움직임만 봐도 실력이 상당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알레이온보다 한 수 위였다.

“하압!”

“하앗……!”

두 방향에서 달려드는 남녀에 맞서, 시리우스는 검기를 전개했다.

평소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평범한 마법검과 비슷하게 보이는 검기였다.

북명의 공력이나 백랑의 공력을 전개하면 정체가 들킬 수도 있기 때문.

하지만 놈들을 상대하기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컥……!”

“……!”

반걸음 정도 빠르게 달려들었던 남자의 검을 쳐 낸 뒤, 그 기세로 목을 그었다.

그리고 몸을 반회전시켜 여자의 검을 피한 뒤, 한 번 더 반회전하여 그녀의 배후를 찔렀다.

쓰러지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앞으로 움직이자 내 앞에는 주름살 많은 노인만 남아 있었다.

“흐음…….”

노인은 허리가 구부정했다.

하지만 눈빛은 이 저택에 있는 누구보다 표독스러웠다.

“최상급의 요철검이군. 기억이 난다.”

노인이 손가락을 치켜들어 시리우스가 들고 있는 검을 가리켰다.

“그건 내가 직접 프랜시드 님에게 가져다 드린 물건이다. 설마 프랜시드 님이 너희를 보낸 거냐?”

노인의 목소리에는 노기가 섞여 있었다.

“뭐가 문제였지? 그동안 나는 지시에 충실했다. 사람을 죽이라고 하면 죽이고, 돈을 바치라고 하면 바쳤다. 대체 왜 이러는 거냐?”

“궁금한가?”

시리우스는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알 필요는 없다.”

“크윽……!”

노인이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 칼날에는 찬란한 마법검이 전개되어 있었다.

“너를 죽이고, 프랜시드를 찾아가 따지겠다!”

노인의 움직임은 날카로웠다.

그리고 속도가 빨랐다.

예전에 싸웠던 칼슈타인처럼 바람의 마법을 활용해 속도를 끌어 올리는 것으로 보였다.

길게 뻗어 나온 칼끝이 시리우스의 목을 노렸다.

평범한 사람한테는 보이지 않을 정도의 쾌검(快劍)이었다.

하지만 쾌검이라면 시리우스도 뒤지지 않는다.

“아니!?”

챙!

칼날과 칼날이 부딪혔다.

완벽했을 터인 궤도가 어긋나자 노인이 눈을 크게 떴다.

노인은 이를 악물고 전신을 움직였다.

이미 눈앞에 있는 괴한의 속도가 자신과 동급이라는 걸 눈치챈 상태였다.

“흐읍……!”

노인은 기술로 승부하기로 했다.

움직임 하나하나에 속임수를 섞었다. 같은 동작인 척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줬다.

연속해서 공격을 펼치면서 눈앞의 흑의인을 현혹시키려 했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밀리지 않았다.

노인의 어떤 속임수에도 말려들지 않으며 견실하게 모든 공격을 방어해 냈다.

노인의 눈빛에 초조함이 깃들기 시작했고, 반대로 시리우스의 눈빛은 여유로웠다.

“끄윽……!”

노인이 비명 같은 기합 소리를 냈다.

그 직후 노인의 눈에서 실핏줄이 터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노인의 마법검이 훨씬 격렬해졌다.

속도도, 기술도 먹히지 않으니 마법검의 위력으로 승부하려는 것이었다.

쿠쿵!

칼날과 칼날이 부딪힌 순간, 시리우스의 검기에 흠집이 생겼다.

그 정도로 노인의 마법검은 강력했다.

노인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

이렇게 시리우스를 몰아세우면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활활 불타던 나무 한 그루가 쓰러지며 굉음이 울려 퍼진 순간.

“……!”

시리우스의 검기가 하얗게 물들었다.

백랑의 공력으로 검기를 재구성한 것이다.

갑자기 하얗게 물든 칼날을 보고 노인이 눈을 크게 떴다.

“그 마법검은…….”

콰직!

노인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시리우스가 휘두른 검을 받아 낸 순간, 노인의 마법검이 깨져 나가고 칼날 자체도 부러졌기 때문이다.

노인은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검을 꺾은 기술의 정체를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이미 검기를 거둬들인 상태였다.

“욱……!”

촤악!

요철검이 노인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노인은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타오르는 정원 위에 쓰러졌다.

“아우!”

그때 안드레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리우스가 노인을 상대하는 동안, 그는 잔챙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방금 서쪽 문을 통해 도망치는 놈들이 있었다. 허리에 검도 차고 있지 않고, 다른 놈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더군.”

“프랜시드가 파견한 놈들인가 보군요. 아마 프랜시드한테 이 소식을 알리러 달려갔을 겁니다.”

“프랜시드?”

“싱클레어 검회에게 명령을 내리는 놈인 것 같습니다. 혹시 아시는 이름입니까?”

“유명한 상인이다. 프랜시드 상단(商團)을 이끌고 있는데, 설마 그놈이……?”

“걸려들었군요.”

싱클레어 검회 위에는 누가 있는지 알 수 없었는데, 드디어 밝혀졌다.

“서쪽 문으로 도망친 놈들을 쫓아갑시다. 그러면 프랜시드와 만날 수 있겠죠.”

“알겠다.”

시리우스는 안드레스와 함께 서쪽 문으로 향했다.

그때 피를 흘리며 쓰러진 누군가가 신음 소리를 내며 물었다.

“너희는 대체 누구냐. 우리뿐만 아니라 프랜시드 님까지 노리다니, 대체…….”

“…….”

시리우스와 안드레스는 잠시 발을 멈춘 뒤, 입을 모아 말했다.

“너희가 알 필요는 없다.”

“…….”

할 말을 잃고 쳐다보는 놈을 내버려 두고, 시리우스와 안드레스는 활활 타오르는 저택을 빠져나왔다.

사람들이 저택 주위로 몰려들어 구경하고 있었지만 상관하지 않고 그들 사이로 걸어갔다.

사람들이 기겁하면서 길을 비켜 줬고, 두 명의 흑의인은 거침없이 전진했다.

이제 이 사람들이 하룻밤 만에, 아니 순식간에 싱클레어 검회를 괴멸시킨 신비한 흑의인들의 소문을 널리 퍼뜨려 줄 것이다.

지금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이, 시리우스의 남부 공략 계획의 협력자가 되는 것이다.

“저기 가고 있는 저놈들이다.”

“쫓아가지요.”

도망치는 놈들을 쫓아서, 시리우스와 안드레스는 몸을 날렸다.

어두운 밤하늘 속으로 사라지는 두 흑의인의 모습에 사람들이 탄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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