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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명가의 절대무신-71화 (71/129)

몰락명가의 절대무신 71화

71화. 어떤 게 제일 효율적일까?

시리우스와 안드레스는 평소에는 따로 행동했다.

우연히 마주치는 일이 있어도 냉랭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두 사람의 동맹을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흑의를 뒤집어쓴 채 합류, 흑의인 2인조로 활동을 시작했다.

작전도, 계획도 필요 없었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흑회 조직이 있으면 찾아가서 칼부림을 하고 불을 지르고 돌아올 뿐이다.

첫날처럼 연맹 간부와 조우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연맹과 가까운 사이에 있는 놈들을 많이 때려잡았다.

소문은 금방 퍼져 나갔다.

정체불명의 2인조가 밤마다 나타나서 악당들을 단죄하고 다닌다니, 사람들이 흥미로워 할 이야기였다.

힘없는 사람들은 흑의인들이 자신들을 구원해 주기를 기대했고, 죄가 많은 악당들은 흑의인들이 자신들을 습격할까 봐 노심초사했다.

연맹 남부 지부는 하위 조직들을 닦달해 흑의인들을 찾아내려 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얻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흑회 조직들의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남부 지부의 위상도 급락하게 되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겁니다.”

산적들의 산채 하나를 불태우고 돌아오는 길.

시리우스는 안드레스에게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일을 앞으로 영원히 계속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 우리도 언제까지고 이 일에 매달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놈들도 대책을 세울 테고.”

“결국 남부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시리우스와 안드레스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남부를 대표하는 명문가들의 모임…… 남부 연합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내가 알아보니 남부 연합의 다른 가문들도 지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흑회들의 내부 항쟁이라 생각하는 것 같더군.”

“어쩔 수 없지요. 그쪽은 나중에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 지금은 연맹의 남부 지부를 무너뜨리는 게 우선이지.”

결국 남부 지부를 쓰러뜨려야 한다.

다만 아직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파사리아가 살해당한 걸 알고 간부들이 보안을 더 철저히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동부 지부와는 달리 정해진 본거지도 없는 것 같아서……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놈들이 우리를 상당히 경계하고 있는 모양인데……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러면 미끼를 던져 볼까요?”

“미끼?”

시리우스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고장을 보내는 겁니다. 다음에는 어디 어디를 습격할 테니 단단히 각오하고 있으라고 말입니다.”

“미친 생각이군.”

안드레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시작하지.”

* * *

“이놈들이 우리를 우롱하는군.”

까드득.

적색 가면을 쓴 남자가 이를 갈았다.

그는 남부 지부 전체를 책임지는 ‘지부장’으로, 연맹의 최고 실력자 중 하나인 염제(炎帝)의 제자였다.

“감히 예고장을 보내?”

지부장의 손에는 편지가 들려 있었다.

오늘 새벽에 유르켈 전장(錢莊)에 도착한 편지를 전달받은 것이었다.

유르켈 전장은 고리대금업을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남부 지부의 주된 자금원 중 하나다.

그런데 그 유르켈 전장을 습격하겠다는 편지가 도착한 것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유르켈 전장에…….”

“지부장님, 일단 돈을 옮기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청색 가면을 쓴 남자가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지부장의 참모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이었다.

“만약 놈들이 유르켈 전장에 불을 지르면 손해가 막심합니다.”

“그렇지. 안 그래도 프랜시드가 죽어서 타격이 큰데…….”

프랜시드 상단도 남부 지부의 주된 자금원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프랜시드가 죽으면서 프랜시드 상단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상태였다.

마침 동부에서 진출한 ‘천랑표국’이 남부 상인들 상대로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라…… 타격이 더 컸다.

“일단 돈을 옮겨야겠군. 최대한 조용히 말이다.”

“네, 놈들의 위협 때문에 우리가 돈을 옮긴다는 사실이 알려져서는 안 되니까요.”

안 그래도 연맹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정체불명의 2인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부 지역은 소규모 조직들까지 연맹이 지배하고 있다.

상납금은 꼬박꼬박 뜯어 가는 주제에 정체불명의 2인조는 잡지 못하고 있으니……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놈들의 습격이 무서워서 자금을 피신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남부 지부의 위신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돈을 옮긴 뒤, 유르켈 전장에 병력을 충분히 배치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잠깐, 너무 많이 배치해 두면 놈들이 겁을 먹고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어.”

“네? 나타나지 않으면 더 좋은 것 아닙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이번 기회에 놈들을 잡아야지.”

“아……!”

지부장은 이를 갈면서 말했다.

“그러니 소수정예만 배치한다. 놈들이 방심하고 접근했을 때 붙잡는 거다.”

“하, 하지만 지부장님…….”

청색 가면의 남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놈들은 신출귀몰합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바로 도망칠 겁니다. 소수의 인원만으로는 붙잡기가…….”

“나한테 생각이 있다.”

“네?”

“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설마…….”

지부장이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선대 지부장에게 가자.”

* * *

현재의 지부장이 염제의 명을 받고 남부에 부임하기 전.

당시의 남부 지부장은 연맹의 골칫거리였다.

직위는 지부장이었지만, 제대로 된 업무를 한 적은 없었다.

지부장 노릇보다는 개인의 실력을 갈고닦는 것을 더 우선했기 때문이다.

그 탓에 남부 흑회들의 관리가 되지 않아 언제나 문제가 생겼었다.

참다못한 연맹은 결국 지부장을 교체했다.

선대 지부장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연맹 본부 복귀를 거부했고, 남부에서 은거 생활을 시작했다.

본부에서 여러 번 사람을 보내 그를 돌아오게 하려 했지만, 그는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

결국 연맹 본부도 그를 복귀시키는 걸 포기했다.

그 이후 선대 지부장은 계속 남부에 눌러앉아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선배님, 지부장입니다.”

깊은 산속에 위치한 오두막집에 지부장이 발을 들였다.

그동안 몇 번이고 찾아온 적이 있었기에 거리낌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선배님, 안 계십니까?”

지부장은 오두막집 안을 두리번거렸다.

외출을 한 건지 아무도 없었다.

“무슨 일이냐, 애송이.”

“……!”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지부장은 흠칫 놀랐다.

아무 기척도 없었는데, 어느새 한 남자가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였다.

얼핏 보기에는 연령을 잘 알 수 없지만 실제로는 노인에 가까운 나이를 지녔다.

전체적으로 불길한 분위기여서, 괴인(怪人)이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남자였다.

“이번 달 봉급을 주러 온 건가?”

“일도 안 하시는데 봉급은 무슨…….”

“4년 전에 내가 샬레이온 일파를 몰살시켜 준 은혜를 잊었나?”

“그 은혜는 이미 갚았습니다. 5년은 충분히 먹고사실 수 있는 사례금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그건 5일 만에 다 썼다.”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지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괴팍한 인물하고 대화하고 있으면 정신이 피곤해진다.

“도와주셔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적염초(赤炎草)를 구해 달라고?”

“…….”

적염초.

그건 남부 지부에서 염제에게 바치기 위해 찾고 있는 약초다.

하지만 너무 희귀한 약초라서 아직까지 한 뿌리도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럼 무슨 일이지?”

“신출귀몰한 괴한들이 남부 지부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놈들을 잡아 주십시오.”

“어떤 놈들인데?”

“2인조인데, 밤마다 나타나서 흑회 조직을 습격하고 불을 지릅니다. 저희 간부도 당했습니다.”

“미친놈들이군.”

당신만큼 미친놈이죠.

그 말을 입안에서 삼킨 뒤, 지부장은 계속 말했다.

“오늘 밤, 놈들이 다음에 어디를 습격할지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우르르 몰려가서 미리 대기하고 있으면 놈들이 꽁무니를 뺄 것 같으니 나 같은 사람 몇 명만 대기시켜 놓겠다는 얘기군.”

“네, 맞습니다. 선배님이라면 아무리 신출귀몰한 놈이라도 추격해서 잡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뭐, 그렇겠지.”

지부장이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것도, 이 괴인이 그만큼 능력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부장의 상관이자 스승인 염제에는 못 미치지만…… 그 바로 아래의 지위에 있으니까.

“좋다. 오랜만에 도시 구경이나 해야겠군.”

“감사합니다……!”

지부장은 깍듯한 태도로 괴인을 안내했다.

괴팍한 성격이기는 해도, 도움을 요청하면 의외로 잘 들어준다.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일에 한해서지만 말이다.

자신을 ‘선배님’이라 부르라고 하는 걸 보면…… 의외로 후배를 잘 챙겨 주는 성격일지도 모른다.

그런 인물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지부장도 이 괴인을 예우하면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염제 녀석은 잘 지내고 있나?”

“염제 녀석이라뇨. 말이 심하십니다.”

“그럼 내가 꼬박꼬박 염제 폐하라고 부르란 말이냐?”

“저도 잘 모릅니다. 직접 뵐 일이 없으니까요.”

“그 녀석이 요새 많이 초조한가 보구나. 이제 와서 적염초를 찾아다니다니.”

“…….”

잡담을 나누면서 산에서 내려갔다.

그리고 마차를 몰고 유르켈 전장이 있는 도시로 향했다.

“여기도 많이 변했군.”

“마지막으로 오신 게 언제입니까?”

“10년 전인가?”

“너무 옛날이군요.”

유르켈 전장은 도시 한가운데에 있다.

주위에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업장이 많기 때문에 밤이 되어도 별로 어둡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소와 별 차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곳곳에 실력자들이 배치되어 있죠.”

“흐음…….”

“놈들이 나타나면 일부러 가만 내버려 두다가 일제히 덮칠 겁니다. 선배님도 그때 나서 주시죠.”

“일부러 가만 내버려 둔다?”

괴인이 주위를 둘러보며 피식 웃었다.

“놈들은 불을 지르고 다닌다면서? 너희들이 나서기 전에 놈들이 유르켈 전장에 불을 지르면 어쩔 생각이냐? 손해가 막심할 텐데.”

“걱정 마십시오. 금고째로 전부 안전한 곳으로 옮겼습니다. 지폐도, 전표도 불에 탈 염려는 없습니다.”

“뭐라고?”

그때 괴인이 인상을 찡그렸다.

“전부 옮겼다고? 금고째로?”

“네, 아마 몇 시간 전에 완료되었을 겁니다.”

“어디로 옮겼지? 어느 방향이냐?”

“왜 그러시죠?”

“쯧쯧…… 어리석은 놈.”

괴인이 혀를 찼다.

“놈들이 원하는 것이 남부 지부에 타격을 주는 거라면, 어떤 게 제일 효율적일까?”

“네?”

“비어 있는 전장을 습격하는 게 효과적일까, 아니면 전장 바깥으로 나온 금고를 습격하는 게 효과적일까?”

“……!”

눈을 크게 뜨는 지부장을 보면서, 괴인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금고를 어느 방향으로 보냈는지나 어서 말해라! 내가 추격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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