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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명가의 절대무신-79화 (79/129)

몰락명가의 절대무신 79화

79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결국 시리우스는 환왕을 데리고 길을 떠났다.

아침까지 기다려서 유스티아와 안드레스에게 설명을 하고 출발하면 더 좋았겠지만, 시간이 아까웠다.

남부 연합의 회합에 늦지 않으려면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짧은 편지만 남겨 두고 바로 출발했다.

“아내한테 편지 한 통만 남기고 불쑥 여행을 떠나는 남자는 세상에 자네밖에 없을 거야.”

“쓸데없는 참견이시군요.”

“자네 부하들은 그냥 내버려 둬도 되는 건가?”

“이미 향후 방침을 전달해 놨습니다.”

이제 천랑검단은 이그레트 공방을 거점 삼아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레티우드 가문도 천랑검단을 전면 지원하기로 되어 있다.

천랑검단과 레티우드 가문이 공동으로 치안 활동에 나서는 것으로, 남부 지역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동부 지역에서는 이미 현무위단(玄武衛團)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문들이 참여하는 치안 유지 부대가 운영되고 있다.

조만간 남부 지역도 그렇게 될 것이다.

“환왕, 비행 마법으로 어느 정도 속도까지 낼 수 있습니까?”

“뭐라고?”

“한번 최고 속도를 보여 주시죠.”

시리우스의 말을 듣고 환왕이 인상을 찌푸렸다.

“자네가 못 따라올 텐데.”

“과연 그럴까요?”

“하여간 건방진 놈이라니까.”

환왕이 9서클의 마력을 끌어 올렸다.

“알아서 쫓아와라.”

파앙!

환왕이 남쪽 하늘로 솟구쳤다.

그동안 시리우스가 봤던 비행 마법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그러면…….”

시리우스도 내공을 끌어 올렸다.

현재 내공의 총량은 3갑자를 훌쩍 뛰어넘는다.

전신으로 기를 운용하면서 경공을 펼쳤다.

쿵!

땅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도약했다.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날았다.

중력에 의해 높이가 낮아지기 시작하자 근처에 보이는 나무를 발로 차서 다시 도약했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점점 속도를 끌어 올렸다.

“아니?!”

앞서 날아가던 환왕이 뒤를 돌아보며 눈을 크게 떴다.

늦게 출발했던 시리우스가 순식간에 자신을 따라왔기 때문이다.

환왕은 일정 속도로 계속 하늘을 날고 있었지만, 시리우스는 도약을 반복하면서 속도를 점점 더 끌어 올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새 시리우스가 환왕을 앞지르게 되었다.

“이놈이……!”

쿠웅!

발끈한 환왕이 속도를 한 단계 높여서, 다시 시리우스를 추월했다.

굉음과 함께 스쳐 지나간 환왕의 옆모습을 확인하고, 시리우스가 한마디 했다.

“얼굴 살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군요. 안면 관리 좀 하십시오.”

“닥쳐라!”

그렇게 놀리면서도, 시리우스는 환왕의 저력에 감탄했다.

최고 속도를 보여 달라고 했는데, 아직도 여력이 남아 있었을 줄이야.

시리우스도 내공을 더 끌어 올렸다.

오늘 한번 끝장을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공과 비행 마법, 어느 쪽이 이길까?

* * *

“제가 이겼군요.”

“빌어먹을…….”

허름한 동네 식당에 앉아 환왕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속도 대결을 펼쳤지만 결국 환왕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땅에 내려왔다.

아무리 9서클 대마도사라도 몇 시간 동안 비행 마법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어떻게 다리 힘으로 비행 마법을 쫓아오는 거냐?”

“기술이 있지요, 기술이…….”

그렇게 둘러대면서 시리우스는 음식을 주문했다.

슬슬 아침을 먹을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잠시 뒤 거친 빵과 수프가 나왔고, 시리우스와 환왕은 식사를 시작했다.

“큰형님.”

“왜 또 큰형님이라고 부르는 거냐?”

“그럼, 여기서 환왕이라고 불러 댈까요?”

“쯧…….”

주위에는 일을 나가기 전에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있는 상인들이 많았다.

환왕의 이름을 들어 본 사람도 있을 테니 자꾸 언급하면 소란이 벌어질 것이다.

“큰형님은 그동안 결혼 생각은 없으셨습니까?”

“갑자기 뭔 소리야?”

“결혼한 놈이 왜 이런 식으로 불쑥 여행을 떠나냐고 자꾸 타박하셔서 말입니다.”

“결혼이고 자시고, 나 같은 놈은 애초에 가족을 만들지 않는다.”

환왕이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인생의 걸림돌이 될 뿐이니까.”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자네는 가족이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저는…….”

시리우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원래 백무랑은 가족이 없었다.

서문세가의 사위가 되면서부터 가족이 생겼다고 할 수 있는데…… 아내에게 배신당하고 토사구팽당했던 걸 생각하면 환왕의 말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적어도 인생의 걸림돌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유스티아는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게다가 가족은 자칫하면 약점이 될 수 있다. 나 같은 놈들은 가족을 아끼면 아낄수록 약점이 커지는 법이지.”

“…….”

“그런 놈이 무슨 결혼을 꿈꾸겠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씁쓸한 표정을 짓는 환왕을 보면서, 시리우스는 다시 입을 열었다.

“큰형님, 그 부분은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뭐가 말이냐?”

“가족이 죽든 말든 신경 안 쓰는 비정한 악인들도 세상에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가족은 약점이 아니라 그냥 도구일 뿐이죠.”

“그건…….”

“하지만 큰형님은 가족이 생기면 자신의 약점이 될 거라 생각하시나 보군요.”

시리우스는 빵을 한 조각 씹어 먹었다.

“그건 큰형님에게 가족을 아낄 수 있는 인간성이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

환왕의 표정이 굳어졌다.

“대체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건가? 밥맛 떨어지게.”

“스트라우스 가문의 가주는 어떨까요?”

“뭐라고?”

“스트라우스 가문의 가주는 가족을 아끼는 인간성을 지니고 있을까요, 아니면 그걸 초월한 존재일까요?”

환왕이 허를 찔린 표정을 지었다.

“인간은 원래 가까운 사람을 아끼는 본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기 핏줄을 지키려 하는 건 동물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아마 일종의 본능일 겁니다.”

“…….”

“인간의 많은 행동은 이 본성에서 출발합니다.”

지금 시리우스가 입에 담고 있는 건, 제자백가 중 하나인 유가(儒家)의 가르침이다.

유가에서 중시하는 건 인애(仁愛)였다.

이건 가족을 사랑하는 인간 본성을 근거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군주는 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해야 하고, 백성은 군주를 부모처럼 공경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외적이 쳐들어왔을 때 맞서 싸우는 것도, 부모가 자식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의 연장선상이다.

“그런데 가끔 이 본성에서 자유로운 자들이 존재합니다.”

“아까 말했던 비정한 악인들 말인가? 가족이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악인이 아닌데도 그럴 수 있죠.”

“뭐라고?”

“자기 가족이 죽든, 생판 모르는 타인이 죽든…… 다 똑같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고매한 정신성을 갖고 있으면 그렇게 되는 겁니다.”

“……!”

인애는 곧 차별이다.

가까운 사람의 목숨이 먼 사람의 목숨보다 소중하니까.

그 차별이 그릇되었다는 깨달음에 도달한다면…… 그건 일종의 득도(得道)다.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아주 높은 경지에 도달하면서 이런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

“그런 사람들의 눈에는 속세에서 아등바등 싸우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짓으로 보이겠죠.”

무림에도 그런 존재들이 있었다.

흑색의 극치에 도달한 마도(魔道)들과는 반대로, 백색의 극치에 도달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무림맹이 천마신교와 사투를 벌일 때도 멀리서 구경만 했다.

참으로 부질없는 짓을 하는구나, 하고 한심해하면서.

“설마, 스트라우스 가문의 가주가 그런 사람이라는 얘기냐?”

“큰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환왕이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스트라우스 가문의 가주에게 싸움을 걸었다가 무시당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수프가 식겠군요. 식사부터 끝내고 생각합시다.”

“아침부터 밥맛 떨어지는 소리를 해 놓고서는…….”

투덜거리면서 환왕이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시리우스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식사를 재개했다.

“…….”

지나가는 얘기처럼 말했지만 이건 시리우스에게 상당히 중요한 일이었다.

전생에서 천랑무제 백무랑은 그런 존재들을 무림맹에 협력시키지 못했다.

흑색의 극치에 도달한 놈들과 싸워야 하는데, 백색의 극치에 도달한 놈들을 참전시키지 못한 것이다.

결국 천마신교와의 싸움에서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만 했다.

백무랑은 무림맹주로서 이 사실을 줄곧 아쉽게 생각했다.

이번 삶에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 땅에 진정한 무림맹을 만들기 위해서는, 속세에서의 싸움을 부질없이 생각하는 존재들까지 참가시켜야 하니까.

그래서 시리우스는 스트라우스 가문의 가주하고도 제대로 담판을 지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구름 위에서 내려오지 않고 대화 자체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천랑무제 백무랑도 전생에서 그런 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찾아간 적이 있었지만 결국 문전박대당했다.

스트라우스 가문의 가주는 과연 시리우스와의 대화에 응해 줄까.

시리우스는 그게 궁금했다.

* * *

사흘 밤낮을 달려, 시리우스와 환왕은 남쪽 바다에 도달했다.

“이 넓은 바다가 전부 스트라우스 가문의 세력권이다.”

“그렇군요.”

푸른 바다를 둘러보면서 시리우스는 기지개를 켰다.

바다 구경을 한 것만으로도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가주 놈은 저쪽 절벽 위에 세워진 별장에 있을 거다.”

“가 보지요.”

시리우스는 환왕의 안내를 받으며 절벽으로 향했다.

“정문으로 들어갈 건가?”

“지난번에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연맹의 환왕이라 되는 인물이 문을 두드리면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하고 허락을 받을 것 같나?”

“그냥 들어가지요.”

담장을 넘어 들어갔다.

이번에는 시리우스가 앞장섰다.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왔기 때문이다.

목적지는 절벽 바로 앞에 있는 뒤뜰이었다.

그곳에는 흔들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백발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

“…….”

인기척을 느낀 노인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환왕을 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환왕.”

“그래, 오랜만이군…… 샤디엔 스트라우스.”

샤디엔 스트라우스.

지금 눈앞에 있는 백발의 노인이 바로 스트라우스 가문의 가주다.

환왕은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지만 샤디엔은 느긋한 표정이었다.

“그동안 잘 지냈나?”

“그럭저럭.”

“그렇군. 그동안 소식을 듣기 어려웠는데, 조용히 마법 수련만 했나 보군.”

샤디엔은 마치 오랜 친구를 대하는 것처럼 말했다.

그러다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독왕을 향한 집착은 버렸는가?”

“……?!”

환왕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샤디엔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자네의 가슴속 깊숙한 곳에는 독왕을 향한 미련이 남아 있었지. 그걸 버리고 순수하게 마법만 추구하는 존재가 되어야 벽을 뚫을 수 있을 거라 조언했는데…… 아직 그러지 못한 모양이군.”

그 얘기를 듣고, 시리우스는 환왕의 얼굴을 쳐다봤다.

“저 얘기는 왜 안 해 주셨습니까?”

“닥쳐라.”

환왕이 얼굴을 붉혔다.

시리우스는 독왕의 제자인 베르디안 앞에서 환왕이 보였던 태도를 떠올렸다.

표독스러운 마녀 같은 여자하고만 인연이 생긴다고 투덜거렸던 것도.

“역시 큰형님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닥치라니까!”

환왕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제기랄, 왜 여기까지 와서 이런 대화를 해야 하는 거지? 청춘 놀음을 할 나이는 한참 전에 지났을 텐데.”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닥치라고 했다, 시리우스.”

환왕이 그렇게 말하자 샤디엔의 시선이 시리우스에게 향했다.

“그렇군, 자네가 시리우스인가.”

샤디엔은 시리우스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놀랍군.”

“뭐가 놀랍습니까?”

“마음을 전혀 읽을 수 없어. 어떻게 한 건가?”

“…….”

“불쾌해하지 말게. 자네 마음을 일부러 엿보려 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는 거니까.”

천랑신공을 수련하면 마음을 현혹시키는 마공(魔功)에도 저항력이 생긴다.

그렇기에 천랑무제 백무랑에게는 독심공(讀心功) 같은 것도 통하지 않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의 정신에 작용하는 마법을 연구하시나 보군요.”

“사람의 정신뿐만이 아닐세. 모든 것이 내가 탐구하는 대상이지.”

“탐구는 충분히 하셨습니까?”

“아직 멀었네. 몇십 년째 9서클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그 증거지.”

환왕처럼 강해지기 위해 마법을 수련하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다.

이렇게 더 높은 경지에 오르는 것 자체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리우스, 조만간 남부 연합의 회합에 출석한다고 들었네.”

“그 얘기를 들으셨습니까?”

“귀는 열려 있지. 하지만 간섭하는 일은 거의 없네. 속세의 일은 자식들에게 맡기고 있으니까.”

“…….”

속세의 일.

그 표현만으로도, 시리우스는 이 노인이 어떤 성향의 인물인지 알 수 있었다.

무림에서도 이런 인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이 노인은 선인(仙人)에 가깝다.’

그렇다.

흑색의 극한에 도달한 자들이 마도라면.

백색의 극한에 도달한 자들은 선인이었다.

속세에서 아등바등 싸우는 자들을 한심하게 생각하면서 자기들끼리만 고상하게 구름 위에서 도를 닦던 자들.

검선(劍仙)이니 무슨 선이니 하는 거창한 별호로 불리면서도, 정작 그 힘으로 세상을 바로잡을 생각은 하지 않던 백도(白道)의 극치.

천랑무제 백무랑은 그런 선인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마도가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듯이, 선인도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마어마한 힘을 갖고 있었지만, 그걸로 세상을 구하러 나서지 않았다.

무림맹이 아무리 요청해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무림맹주인 백무랑이 직접 찾아가도 무시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노인은 어떨까.

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구름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선인일까?

아니면…….

“자네는 동부에서 했던 것처럼 남부에서도 여러 가문의 협력을 얻어 낼 생각인 것 같더군.”

“그것에 반대하십니까?”

“나는 피를 흘리는 걸 좋아하지 않네. 그게 악인들이라고 하더라도 말일세.”

샤디엔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는 너무 패도적이더군. 지나치게 많은 피를 흘렸어.”

“…….”

“스트라우스 가문의 가풍하고도, 내가 생각하는 이상하고도 맞지 않네.”

그렇게 말한 뒤.

샤디엔이 바다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

“네?”

“며칠 전, 루트베인 리겔이 보낸 편지가 도착했네.”

이 발언에는 시리우스도 허를 찔렸다.

“장인어른의 편지를 받으셨다는 겁니까?”

“그래, 가끔 편지로 소통하지.”

샤디엔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도 루트베인도, 대륙 5대 명가의 가주니까 말일세.”

“아…….”

잊고 있었다.

대륙 5대 명가의 가주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루트베인은 샤디엔과 동등한 존재다.

“주로 자네 얘기를 하더군.”

“제 얘기를 말입니까?”

“그래,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일 없이, 백과 흑을 포괄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낼 사내라고 말일세.”

“…….”

루트베인도 처음에는 시리우스를 의심했었다.

하지만 시리우스가 직접 자신의 뜻을 밝히자 시리우스를 신뢰하고 지원해 주게 되었다.

“그 편지를 받으니 나도 마음이 움직이더군.”

“……!”

“적어도 대화도 해 보지 않고 자네를 내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네.”

그렇게 말한 뒤 샤디엔은 흔들의자에서 일어섰다.

“차를 대접해 줄 테니 안으로 들어오게. 자네가 추구하는 이상이 어떤 것인지, 한번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군.”

“…….”

“자네에게 협력할지 말지는, 얘기를 들어 보고 결정하도록 하겠네.”

샤디엔은 앞장서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시리우스는 입을 열었다.

“환왕, 들으셨습니까?

샤디엔은 분명 구름 위의 선인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스스로 구름 아래로 내려와 시리우스와 대화를 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 준 건, 시리우스의 장인인 루트베인이었다.

이제는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제 가족은……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서문세가는 천랑무제 백무랑을 토사구팽할 생각밖에 없었다.

하지만 리겔 가문은…… 시리우스 카니스루트에게 최고의 아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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