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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명가의 절대무신-82화 (82/129)

몰락명가의 절대무신 82화

82화. 한번 붙어 보지

“시리우스 님, 오랜만입니다!”

약삭빠르게 생긴 남자가 시리우스에게 달려왔다.

시리우스 덕분에 유테루스 가문의 가주 자리를 차지한 남자 팔테온 유테루스였다.

지금은 동맹 전체의 구성원을 관리하는 협원당(俠員堂)의 당주이기도 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유스티아 님하고도 알콩달콩 잘…… 아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팔테온을 한 대 쥐어박은 뒤, 시리우스는 질문을 던졌다.

“동부는 잘 돌아가고 있나?”

“물론이죠. 현무위단이 제 역할을 잘해 주고 있습니다.”

원래 백무랑의 무림맹은 일전(一殿), 이원(二院), 삼당(三堂), 사각(四閣), 오단(五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당(一堂), 이단(二團) 체제다.

구성원을 관리하는 협원당, 시리우스 직속의 공격 부대인 천랑검단, 그리고 지역 사회의 치안을 지키는 현무위단이다.

이 중에서 현무위단은 여러 가문들에서 제공한 병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팔테온, 이제 현무위단의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어날 거다.”

“네?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남부 가문들도 동맹에 참여하기로 했다.”

“네……?”

팔테온은 귀를 의심했다.

“남부 가문들도, 동맹에 참여하기로 했다고요?”

“그래, 조만간 정식으로 발표할 거다.”

시리우스의 담담한 발언을 듣고, 팔테온은 현기증을 느꼈다.

“아니, 어느새 그렇게…… 미리 말씀을 해 주시지!”

“직접 얼굴 보고 말하면 되잖아.”

“그래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지 않습니까!”

“마음의 준비? 도망칠 준비가 아니고?”

“제, 제가 왜 도망칩니까?”

“일이 너무 많아질까 봐.”

“윽…….”

정확한 지적이었다.

“아니, 시리우스 님, 솔직히 요새 일이 너무 많습니다.”

팔테온이 하소연을 했다.

“동부 사람들을 관리하는 것도 벅찬데, 남부 사람들까지 관리하라고요?”

“협원당 당주 노릇이 힘든가 보지?”

“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힘들더군요. 그냥 유테루스 가문으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네 능력을 믿고 있어서 맡기는 거야.”

“으으…… 그렇게 말씀하셔 봤자…….”

“인원을 보충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마. 남부 연합에서도 인력 관리를 맡아 줄 사람을 보낸다고 하니까.”

“네? 남부 연합이요?”

“스트라우스 가문에서도 사람을 보내 주기로 했어.”

남부 최고의 명문인 스트라우스 가문의 이름을 듣고 팔테온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면 협원당은 그 사람들이 관리하는 겁니까?”

“왜?”

“아니, 저희 유테루스 가문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명문일 테니…….”

“별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하는군.”

시리우스가 코웃음을 쳤다.

“팔테온, 협원당주는 너다. 어떤 명문가 사람이든 협원당 안에서는 전부 네 부하야.”

“……!”

“혹시 너한테 대드는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라. 서열 정리를 확실히 해 줄 테니까.”

시리우스는 팔테온의 업무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특히 사람을 관리하는 것만큼은 유스티아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협원당의 당주 자리를 맡긴 것이다.

누군가가 팔테온의 발목을 잡는다면 그 손을 밟아 줄 생각이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앞으로는 남부 가문들의 병력을 받아들여 현무위단을 확충하면 되는 거군요.”

“단순히 확충하는 걸로 끝나서는 안 돼. 남부 전체를 책임질 수 있도록 대폭 개편해야지.”

남부 지역은 동부 지역보다 훨씬 넓고, 인구도 많다.

그렇기에 동부에서 하던 대로 하면 안 될 것이다.

“본격적으로 대(隊)와 조(組)를 나눠서 담당 구역을 제대로 정해야 해.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하고 논의해서 결정해 봐.”

“음…… 알겠습니다.”

“현무위단은 그렇게 하고…… 이제는 새로운 조직을 하나 더 만들고 싶은데.”

“새로운 조직이요?”

“그래, 강철각(鋼鐵閣)이다.”

무림맹에는 독립적인 역할을 하는 네 개의 각(閣)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병장기를 담당하는 강철각이었다.

“우수한 대장장이들이 모여 있는 이그레트 공방이라는 곳이 있어. 그곳을 중심으로 표준화된 병장기를 생산하여 공급할 생각이야.”

“아, 그러고 보니…….”

“왜 그러지?”

“엔트로빌의 슈미츠 씨가 저에게 검을 전달해 달라고 했는데요.”

슈미츠는 엔트로빌 6인회의 구성원이었던 대장장이다.

시리우스는 슈미츠에게 검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 적이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흠…….”

이쪽 세계의 검은 무림에서 사용되던 검하고 모양새가 다르다.

그래서 이러저러한 모양으로 만들어 달라고 슈미츠에게 부탁해 둔 상태였는데…….

“별로 성에 차지 않군.”

모양새는 그럴듯하다. 무게 중심 같은 것도 잘 잡혀 있다.

하지만 이미 이그레트 공방의 요철검을 손에 넣었기 때문에 이 정도 검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슈미츠도 부하들을 데리고 남부로 오라고 해야겠어. 이그레트 공방에서 기술을 배우라고 말이야.”

“자존심 상할 것 같은데요?”

“자존심 때문에 실력을 기르는 걸 거부하는 놈은 필요 없어.”

“알겠습니다.”

강철각주는 이그레트 공방의 원래 주인이었던 아틸란 이그레트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아틸란은 나인트 길드의 핍박에서 구해 준 시리우스에게 은혜를 느끼고 있었다.

충분한 지원을 해 준다면 천랑검단과 현무위단을 위한 양질의 병장기를 공급해 줄 것이다.

“그러면 협원당과 강철각, 천랑검단, 현무위단…… 이런 체제가 되는 거군요.”

“아니, 각을 하나 더 만들 거다.”

“네?”

“무영각(無影閣)을 추가할 거니까.”

무영각.

그건 무림맹에서도 가장 은밀한 비밀 임무를 수행하던 조직이다.

무림맹답지 않은 암살 작전까지 수행하는 것이 무영각이었다.

“천랑검단은 당당하게 적들과 싸우고, 현무위단은 지역 사회와 어우러지며 치안을 지키는 부대지. 하지만 무영각은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싸우는 무대다.”

“아, 비밀 요원들이군요?”

“무영각은 안드레스 레티우드에게 맡길 거야.”

“아, 그 사람한테…… 네?”

팔테온이 눈을 크게 떴다.

“레티우드 가문의 귀공자 말입니까?”

“맞아.”

“아니, 그 사람이 어떻게 은밀히 싸웁니까? 화려한 외모를 지닌 귀공자라던데.”

“화려한 외모를 지닌 귀공자니까, 남들 눈을 속이기 쉽지.”

“네……?”

연맹 남부 지부도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

레티우드 가문의 귀공자가 밤이면 밤마다 복면을 뒤집어쓰고 악인들을 습격해 불을 지르고 다닐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게다가 그 남자…… 이런 게 적성에 맞는 모양이야.”

“헉…… 정말입니까?”

안드레스는 흑의인 활동을 마음에 들어 했다.

너무 푹 빠진 것 같아서 조금 우려되기는 하지만…… 적성에 맞는 것 같으니 맡겨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남부나 동부에서 은밀히 기습하여 해치울 놈들이 있으면 안드레스에게 맡기면 돼.”

“그러면 안드레스 말고는 어떤 사람을 배치하면 되죠?”

“지금은 안드레스 한 명으로 할 거야. 인원이 많으면 오히려 은밀 행동에 방해가 되니까.”

나중에 쓸 만한 사람이 있으면 인원을 확충할 것이다.

“무영각의 존재 자체도 비밀로 할 거야. 협원당주인 너만 알고 있으면 돼.”

“이것 참, 입단속을 잘해야겠군요.”

팔테온이 웃으면서 말했다.

“알겠습니다. 이런 기밀 사항까지 맡겨 주시니 기대에 보답해야죠.”

“그래, 그리고…….”

“뭡니까?”

“유르켈 전장이라는 악덕 고리대금 업체에서 강탈한 재물들이 있어. 그것도 너한테 맡기지.”

“네? 저한테 말입니까?”

“상당한 거액인데, 아무래도 천랑표국에 맡기기가 좀 그렇더군.”

일부는 사용했지만, 워낙 금액이 커서 아직도 꽤 많이 남아 있었다.

“협원당 비자금으로 써. 가끔 맛있는 것도 사 먹고.”

“헉……!”

팔테온이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도 충성하겠습니다!”

“충성은 무슨. 맡은 일이나 똑바로 해.”

시리우스는 웃으면서 팔테온의 어깨를 두드렸다.

* * *

며칠 뒤, 샤디엔 스트라우스의 공식 발표가 있었다.

남부 연합을 해체한 뒤, 동부에서 시작된 동맹에 가입하겠다는 발표였다.

스트라우스 가문뿐만 아니라 남부 연합의 주요 구성원들도 전부 동맹의 일원이 되기로 했다.

물론 동맹에 참가하는 걸 거부한 가문도 있었다.

프랜시드 상단과 유착 관계였던 라스엔드 가문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들도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지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이 질서에 편입되는 것이, 가문의 미래를 위해 가장 좋은 일이라는 것을.

오히려 늦게 참가하면 늦게 참가할수록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한편 남부의 흑회들은 연맹 남부 지부가 괴멸되면서 완전히 오합지졸이 되었다.

세력이 큰 조직들도 이미 시리우스와 안드레스의 습격으로 와해된 상태였다.

이제 현무위단이 남부 곳곳을 순회하며 치안 유지 활동을 하면 남아 있는 흑회들은 제대로 숨도 못 쉬게 될 것이다.

“정말로…… 순식간에 남부를 바꿔 버렸군.”

환왕은 변해 가는 남부 지역의 상황을 지켜보며 복잡한 심정을 느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남부가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자신이 연맹을 배신한 뒤 건방진 애송이한테 붙을 거라고는…… 더더욱 상상 못 했고 말이다.

“이건 시작일 걸세. 앞으로 더 많이 바뀔 테니까.”

별장 뒤뜰에서 마주 앉아 있던 샤디엔이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리우스가 남부를 정비하는 동안, 환왕은 샤디엔과 함께 있었다.

남부에 두 명밖에 없는 9서클 대마도사로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다.

환왕은 예전에 샤디엔에게 굴욕을 당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설욕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환왕, 이제부터 자네는 어떻게 할 건가?”

“뭘 어떻게 해?”

“시리우스는 곧 남부를 떠날 걸세. 그리고 다음 싸움터로 이동하겠지.”

“…….”

시리우스가 직접 싸움터로 가지 않아도, 싸움이 먼저 찾아올 것이다.

동부 지부에 이어 남부 지부까지 괴멸시킨 시리우스를, 연맹 동부에서 가만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까.

“환왕, 나는 나이가 너무 많네.”

“…….”

“안 그래도 싸움은 적성에 안 맞아. 시리우스를 따라다니면서 함께 싸우기는 어렵지.”

샤디엔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가 함께 다니며 시리우스를 도와주게.”

“흥…… 나는 딱히 시리우스를 도와줄 생각은 없어.”

환왕이 바다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잘나신 분들과는 달리, 나는 그 녀석의 사상에 찬동하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흠…….”

“내가 그 녀석과 동행하는 건, 어디까지나 10서클에 도달하는 힌트를 얻기 위해서야. 착각하지 말라고.”

그렇게 투덜거리자 샤디엔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지금은 그걸로 충분하겠지.”

“왠지 기분 나쁜 말투인데.”

“환왕, 나는 시리우스를 만나면서 많이 바뀌었네. 그냥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을 뿐인데 말일세.”

샤디엔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가 시리우스와 함께 여행한다면 더 많은 변화를 경험하겠지. 그리고 그 경험은…… 자네를 더 성장시킬 걸세.”

“…….”

“10서클에도 더 빨리 도달할 수 있겠지.”

10서클.

9서클에 도달한 대마도사가 추구하게 되는, 전인미답의 경지.

그건 샤디엔에게도, 환왕에게도 꿈이었다.

“자네가 먼저 10서클에 도달하면 자네가 나를 꺾은 거라 할 수 있네.”

“……!”

“그걸로 우리의 승부를 마무리 짓도록 하세.”

환왕은 입술을 깨물었다.

모든 것을 통달한 듯한 샤디엔의 태도는 환왕에게 패배감을 줬다.

같은 9서클 대마도사라고 해도, 진리를 더 깊게 이해하고 있는 건 샤디엔이었다.

“내가 10서클에 도달하기 전에 죽지나 말게, 노인네.”

“그쪽이야말로 시리우스를 따라다니다가 비명횡사하지 않게 조심하게.”

그렇게 말을 주고받고 있었을 때, 뒤뜰에 나타난 사람이 있었다.

시리우스였다.

“슬슬 남부를 떠나려고 합니다, 샤디엔 님.”

“일부러 인사를 하러 온 건가? 고맙군.”

샤디엔이 시리우스에게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다른 용건도 있습니다.”

“용건?”

“샤디엔 님에게 가르침을 청하고 싶습니다.”

“가르침?”

지금까지 시리우스가 이런 태도로 나온 적은 없었다.

그래서 샤디엔도 환왕도 놀랐다.

“무슨 가르침을 원하는 건가?”

“그냥 한 수 가르쳐 달라는 뜻입니다.”

“…….”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봐, 시리우스, 자네 설마…… 샤디엔에게 싸움을 거는 건가?”

“9서클 대마도사의 힘을 체험해 보고 싶습니다.”

“이 녀석아, 샤디엔은 싸움 같은 건…….”

환왕이 시리우스한테 나무라고 있었을 때.

샤디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한번 붙어 보지.”

“어이!”

“말리지 말게, 환왕.”

미소를 지으면서 샤디엔이 흔들의자에서 일어났다.

“나도 자네한테 한 수 배우고 싶네. 괜찮겠나?”

“좋습니다.”

“방식은 어떻게 하지?”

“서로 한 번씩 공격을 주고받는 건 어떻겠습니까? 선공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

“그건 불공평하지. 공평하게 서로 동시에 공격을 시작하는 걸로 하세.”

척척 얘기를 진행시키는 두 사람을 보면서, 환왕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쯧, 마음대로 해라.”

환왕은 일단 지붕 위로 피신했다.

말려들면 골치 아프기 때문이다.

“정말 정신 나간 녀석들이라니까. 자칫하다가 한쪽이 죽으면 어쩌려고…….”

싸움을 싫어하는 성격이면서, 샤디엔은 마치 어린애같이 눈을 빛내고 있었다.

시리우스도 샤디엔 못지않게 기대감을 드러내는 눈빛이었다.

“쯧…….”

계속해서 혀를 차면서도, 환왕은 지붕 위에서 눈을 부릅떴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은 이 대결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 내기 위해.

“시작해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환왕이 심판 역할을 하면서 시작을 선언했고.

시리우스와 샤디엔이 동시에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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