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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명가의 절대무신-100화 (100/129)

몰락명가의 절대무신 100화

100화. 영영 깨어나지 못하면

“이게 제가 발견한 돌연변이 천년초입니다.”

“아……!”

피에트가 보여 준 천년초를 확인하고, 시리우스는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잎사귀가 훨씬 크긴 하지만 형상이 삼(蔘)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천년초라는 건 원래 이렇게 생겼습니까?”

“아니요, 일반적인 천년초는 더 보기 좋게 생겼죠.”

그렇게 말하고 피에트가 약초 한 뿌리를 가져왔다.

“아직 건조 중인데, 이게 일반적인 천년초입니다.”

“이것이…….”

방금 보여 준 것보다 훨씬 튼실해 보였다.

모양새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확실히 삼과 비슷하다.

“천년초는 어떤 효과가 있습니까?”

“몸에 기운이 나게 해 주죠. 장기를 강하게 해 주고, 속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 아주 좋은 약초죠.”

시리우스가 알고 있는 인삼(人蔘)의 성질과 유사하다.

그렇다면 인삼의 대용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몇 년 정도 된 천년초 같습니까?”

“정말로 천 년 묵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최소 수백 년은 되었을 겁니다.”

수백 년 먹은 삼.

이건 영약의 재료가 될 수 있다.

“피에트 님, 이것도 저희한테 넘겨주십시오.”

“네? 이건 제가 복용하려고…….”

“충분한 값을 치르겠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시리우스는 피에트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 몸에 좋은 약초를 너무 많이 드셔서 뜨거운 기운이 위로 솟구치고 있는 상태입니다. 천년초는 한동안 복용하지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네?”

“열이 나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하지 않으십니까?”

“마, 맞습니다만…….”

“따뜻한 성질의 약재를 남용하면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시리우스는 처음 봤을 때부터 피에트가 그런 상태라는 걸 눈치챈 상태였다.

리알드처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앞으로 약초를 지나치게 복용하는 건 피해야 할 것이다.

“피에트 님, 시리우스 님의 말에 따르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때 베르디안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리우스 님은 약학 지식은 부족하지만 의학 지식은 상당합니다. 특히 인체의 생명 에너지가 균형을 잃은 상태에 박식해서, 얼마 전엔 그란츠 가문의 가주님도 치료해 드렸습니다.”

“그, 그란츠 가문의 가주님을? 대단하군요.”

피에트가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충분한 금액만 지불해 주신다면…… 이 천년초도 넘기죠.”

“감사합니다. 필요한 약초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시리우스는 베르디안에게 눈짓했다.

이 일반 천년초는 베르디안이 복용할 영약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금색 천년초 말입니다만…….”

시리우스는 다시 금색 천년초의 모습을 확인했다.

일반적인 천년초와는 달리 뿌리도, 잎사귀도 금색으로 빛나고 있다.

자연에서 이런 식으로 빛나는 식물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은 입에 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시리우스도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었다면 이런 풀은 건드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알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태양의 정기를 잔뜩 축적한 영약 중의 영약이다.

“정말로 대단합니다. 이 금색 천년초, 제가 사겠습니다.”

천년초가 삼과 비슷한 성질을 지니고 있으니…… 이 금색 천년초는 천년금삼(千年金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리우스가 보기에 이건 적염초보다 훨씬 가치 있는 영약이었다.

* * *

시리우스는 다른 약재들도 살펴봤다.

베르디안과 함께 개발 중인 영약에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천년초 말고도 쓸 만한 약재를 몇 가지 확보할 수 있었다.

“피에트 님, 앞으로 계속 천랑표국에 약재를 보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야 뭐…… 후원만 많이 해 주신다면 얼마든지 가능하죠.”

피에트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후원금보다 더 중요한 게 있긴 합니다.”

“어떤 거죠?”

“시리우스 님과 베르디안 님의 지식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모르는 것들을 많이 알고 계신 것 같더군요.”

시리우스의 지식은 무림의 본초학(本草學)이고, 베르디안의 지식은 독왕의 약물학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계의 일반적인 약초만 연구해 온 피에트가 모르는 사실을 많이 알고 있다.

“알겠습니다. 여기 베르디안을 통해 정기적으로 학술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어쩌면 피에트는 나중에 베르디안이 담당할 성제각(聖濟閣)의 일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영약 관련 지식을 미리 전수해 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피에트 님, 다음에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유스티아 님에게도 안부를 전해 주십시오.”

피에트와 인사를 나눈 뒤, 시리우스는 레스파다 가문을 뒤로했다.

이제 마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해야 한다.

“이봐, 시리우스. 이제는 어디로 갈 거지?”

“흑철맹 쪽으로 가 볼 생각입니다.”

“흑철맹…… 역시 그래야겠군.”

서부를 평정하려면 결국 흑철맹을 제압해야 한다.

정보는 충분히 수집했고, 이제는 직접 흑철맹과 부딪힐 차례다.

“흑철맹은 서부의 많은 지역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부처럼 이곳저곳 들쑤시면서 타격을 주려고 하면 오히려 서부가 더 혼란해질 겁니다.”

“흠, 그렇게 생각하나?”

“네, 그러니 흑철맹 본부를 직접 찾아가는 게 맞습니다.”

물론 놈들도 시리우스 일행이 본부에 도착하게 가만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흑철맹의 수하들이 시리우스 일행을 막아선다면 무력을 사용해 돌파해야 한다.

“이봐, 시리우스. 그럼 연맹 놈들은 어떻게 할 거지? 가르발디도 죽였고, 다음에는 풍왕 본인이 나타날지도 모르는데.”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그놈들이 알아서 우리를 쫓아올 테니까.”

“아, 그런 건가?”

질문했던 벨리드가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면…… 흑철맹과 연맹을 서로 싸우게 만들 수도 있겠는데?”

“그래, 그런 것도 가능하겠지.”

흑철맹과 연맹 서부 지부는 서로 적대하는 사이다.

심지어 전임 지부장이 연맹을 배신하고 흑철맹에 투신하기도 했다.

시리우스가 연맹의 추격자들을 데리고 흑철맹의 세력권 안으로 들어가면 흑철맹과 연맹의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물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지만 말이야.”

“아, 그 약초…… 영약이라고 했던가? 그걸 복용하는 것 말이군.”

“맞아.”

시리우스는 저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로 시선을 향했다.

산세가 그럴듯해서 좋은 장소가 있을 것 같았다.

“베르디안.”

“네, 시리우스 님.”

“저기서 운기조식을 한다.”

시리우스의 말에 베르디안이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너부터 영약을 복용해. 내가 옆에서 지켜봐 줄 테니.”

“…….”

이미 영약의 재료는 확보했다.

수백 년 묵은 천년초도 얻었으니 베르디안은 충분한 내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베르디안이 영약의 기운을 제대로 흡수했을 때의 얘기지만 말이다.

“그다음에는 내가 금색 천년초를 복용하고 운기조식을 할 거다.”

“…….”

“그때는 무방비해질 거야. 그러니…….”

시리우스는 고개를 돌려 베르디안과 환왕, 벨리드까지 차례차례 쳐다봤다.

“그때는 다 같이 나를 지켜 줘야 한다. 부탁하지.”

* * *

눈여겨봤던 산에 도착한 뒤, 시리우스는 산봉우리에 자리를 잡았다.

“베르디안, 준비는 다 됐나?”

“네, 다 됐어요.”

베르디안은 손에 작은 환약(丸藥)을 들고 있었다.

천년초를 비롯한 다양한 약재를 조합해서 만들어 낸 영약이었다.

“베르디안, 나는 지금까지 백빙화와 적염초를 복용하면서 꽤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

“하지만 이 약을 먹으면서 그런 일을 겪지는 않을 거다. 여러 약재를 조합해서 안정성을 확보한, 제대로 된 영약이니까.”

물론 그냥 무턱대고 복용한다고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내공 심법을 활용해 영약의 기운을 흡수해야 내공을 획득할 수 있다.

“유운심법(流雲心法)의 구결을 잊지 마라, 베르디안.”

“네, 시리우스 님.”

베르디안이 환약을 입에 넣고 삼켰다.

그리고 바위 위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시리우스, 식사는…….”

“쉿.”

아래쪽 야영지에서 벨리드가 얼굴을 내밀었다가 아차 하면서 내려갔다.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도록, 시리우스는 베르디안을 제대로 지켜볼 생각이었다.

환왕도 산 아래에서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베르디안이 갑자기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눈물까지 흘리게 되었다.

“베르디안, 흔들리지 마라.”

시리우스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너는 할 수 있다. 내공을 얻고,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

“과거는 버려라. 독왕 밑에서 가혹하게 학대받았던 기억 따위는 너한테 필요 없다. 형제자매들과 죽고 죽이는 싸움을 했던 것도 잊어버려.”

가부좌를 튼 채 눈물을 뚝뚝 흘리는 베르디안에게, 시리우스는 계속 말을 건넸다.

“너는 이미 독왕의 노예가 아니다. 우리들의 막내, 새로운 맹(盟)의 맹원, 미래의 성제각주다.”

“…….”

“다시 태어나서, 밝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거다.”

언제부터인가, 베르디안은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게 되었다.

표정도 점점 편안해졌다.

주화입마의 위기를 넘긴 베르디안의 육체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후우…….”

그리고, 마침내 베르디안이 눈을 떴다.

오른손을 단전으로 내리는 동작을 취하면서 길게 호흡을 내뱉었다.

“베르디안.”

“…….”

“어떤 것 같나?”

베르디안이 말없이 자신의 하복부를 만졌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감각은 처음 경험하는 것이에요. 하지만, 알겠어요.”

“…….”

“제 단전에…… 내공이 깃들었어요.”

그렇게 말하며 베르디안이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베르디안이 저렇게 밝게 웃은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보고 있는 시리우스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잘했다, 베르디안.”

“감사해요, 시리우스 님.”

시리우스의 예상대로라면 베르디안은 반 갑자에 조금 못 미치는 내공을 획득하게 되었을 것이다.

아직은 그다지 내공이 많지 않지만 여기서부터 조금씩 내공을 늘려 나가다 보면 강력한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유운진기(流雲眞氣) 수련은 천천히 하고…… 일단 쉬어라.”

“네, 그러면…….”

“이제는 내 차례지.”

시리우스는 품에 넣어 놨던 금색 천년초를 꺼냈다.

태양의 정기를 잔뜩 머금은 극양의 영약.

이것을 복용하여 내공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만약 내가 피를 토하거나 시커먼 땀을 흘려도 건드리지 마라. 오히려 더 위험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만에 하나…… 내가 영영 깨어나지 못하면 팔라미아로 돌아가면 된다.”

시리우스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남부로 돌아가서 안드레스 레티우드와 샤디엔 스트라우스에게 의지해. 잘 보살펴 줄 거다.”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베르디안이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

두 번이나 반복하는 베르디안을 보면서, 시리우스는 작게 미소 지었다.

“그래, 쓸데없는 얘기를 했군.”

그렇게 말하며 시리우스는 금색 천년초를 입안에 넣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베르디안.”

금색 천년초를 전부 씹어 삼킨 뒤, 바로 가부좌를 틀었다.

“무공의 진정한 힘을 보여 줄 테니까.”

천랑신공의 구결에 따라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이제 곧 시리우스는 내공을 4갑자 이상으로 늘리고…… 천랑신공의 네 번째 단계에 진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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