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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명가의 절대무신-101화 (101/129)

몰락명가의 절대무신 101화

101화. 이제부터는 내가 맡으마

일반적인 생물은 햇빛을 받아도 자신의 생명 활동을 위해 사용할 뿐이다.

하지만 특별한 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는 태양의 정기를 그대로 저장해 놓기도 한다.

그런 상태로 오랜 시간이 지나면 금구(金龜)나 만년화리(萬年火鯉)처럼 금색으로 물들게 되며, 막대한 양기(陽氣)를 부여하는 영약이 된다.

게다가 이 양기는 매우 정순하다.

태양의 정기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양기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몸에 받아들일 수 있다면 누구보다 정순한 극양(極陽)의 내공을 얻을 수 있다.

‘훌륭하다.’

금색 천년초의 기운을 받아들인 채 시리우스는 천랑신공의 구결에 따라 운기조식을 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계속 감탄했다.

원래 천랑무제 백무랑은 수십 년의 강호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영약을 복용했다.

극양의 기운이 담긴 영약을 복용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단언할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정순한 양기를 지닌 영약은 없었다고.

‘정말로 귀한 영약을 얻었군.’

원래 식물은 햇빛을 많이 받으면 쑥쑥 자랄 뿐이다.

태양 아래에서 수백 년, 수천 년 자라 온 나무도 금구나 만년화리처럼 금색으로 물들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이런 금색 천년초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적인 일이었다.

그것이 이렇게 손에 들어오다니…… 정말로 이쪽 세계는 새로운 기회로 가득 찬 것 같다.

‘유스티아에게 감사해야겠어.’

유스티아가 없었다면 피에트 레스파다를 만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적염초도 유스티아가 구해 줬으니…… 정말 덕을 많이 보고 있다.

다음에 만나면 한 번 더 감사를 표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시리우스는 계속해서 진기를 운용했다.

“…….”

금색 천년초의 막대한 기운이 시리우스의 전신에 퍼졌다.

매우 깨끗하다고는 하나, 기운 자체가 워낙 강했기에 온몸에서 부담이 느껴졌다.

시리우스가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견디지 못하고 혈맥이 터져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천랑신공을 익힌 천랑무제 백무랑이다.

전생에서는 현경(玄境)에 도달했을 정도로 높은 성취를 이뤘다.

이 막대한 기운을 온전히 녹여 낼 자신이 있었다.

시리우스는 천랑신공으로 태양의 정기를 계속해서 녹였다.

막대한 양기가 체내를 순환하면서 점점 자신의 몸에 녹아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일주천, 이주천, 삼주천, 사주천…… 금색 천년초에서 흡수된 태양의 정기를 녹이고, 녹이고, 또 녹였다.

그렇게 반복할수록 태양의 정기가 시리우스의 몸에 적응했다.

그리고 동시에 시리우스가 지니고 있던 내공도 태양의 정기에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태양의 순수한 기운이 기존의 내공까지 정순하게 만들어 줬다.

극도로 정순한 기운이 단전을 채우고, 채우고, 또 채웠다.

시간이 흘러…… 태양의 정기가 모조리 시리우스의 것이 되었다.

눈을 감은 채 단전에 가득 찬 내공을 확인하고, 시리우스는 무심코 숨을 삼켰다.

3갑자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던 내공이…… 단번에 5갑자에 도달한 상태였다.

‘이럴 수가.’

기대하던 것 이상이었다.

어쩌면 피에트의 추측과는 달리 정말로 천 년 이상 묵은 약초였을지도 모른다.

‘이쪽 세계에 온 지 1년도 채 안 되었는데 5갑자에 도달하다니…….’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아서, 단전의 내공을 운용해 보려 했다.

단전에서 내공을 끌어 올려 전신에 퍼뜨리려 했을 때.

“……!”

갑자기 내공이 말을 듣지 않고 날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신이 타는 것 같은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다.

“아……!”

폭발적인 통증을 느끼면서, 시리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 * *

“젠장, 하필이면 이럴 때……!”

벨리드는 가검을 꽉 쥔 채 투덜거렸다.

산 아래에서 칼과 도끼를 든 흑회 무리가 몰려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흑철맹 놈들인 것 같다. 지난번에 우리가 손봐 준 노이트만이 상부에 보고했나 보군.”

환왕이 산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숫자가 제법 많은데, 두 방향에서 올라오려 하는군. 나 혼자서 대처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시리우스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인데…… 어떻게 하죠?”

“쯧, 그게 가장 문제란 말이지.”

이게 평범한 상황이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지금은 산봉우리에서 운기조식을 하고 있는 시리우스를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상황이다.

놈들은 산을 두 방향에서 올라오고 있다.

환왕이 맡을 수 있는 건 그중 한쪽뿐이다.

다른 방향에서 올라온 놈들이 시리우스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어쩔 수 없죠.”

그때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베르디안이 입을 열었다.

“환왕 전하는 우측을 맡아 주세요. 반대쪽은 벨리드 님하고 제가 맡을 테니.”

“괜찮겠나?”

환왕이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놈들 숫자가 적지 않다. 벨리드는 그렇다 쳐도, 자네는 아직 싸울 수 있는 몸이 아닐 텐데.”

베르디안은 몇 시간 전에 운기조식을 마쳤다.

자신에 몸에 깃든 내공에 익숙해지기 위해 연습을 조금씩 하는 중이었다.

“실전을 겪어야 더 빨리 적응하겠죠.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쯧…… 어쩔 수 없군.”

환왕이 혀를 차면서 벨리드를 쳐다봤다.

“벨리드, 말은 저렇게 해도 베르디안은 아직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야. 그러니 자네가 알아서 챙겨 줘.”

“맡겨 주십시오, 큰형님.”

“누가 큰형님이냐.”

투덜거리면서 환왕이 몸을 날렸다.

우측으로 몰려드는 놈들 한가운데로 날아가는 환왕을 확인한 뒤, 벨리드와 베르디안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베르디안, 일단 내가 앞으로 나설…….”

“아니요. 당신은 후방에서 공격 마법을 사용해 주세요.”

“뭐?”

“당신이 아무리 검술을 수련했다고 해도, 머릿수가 많은 적을 상대할 때는 마법으로 공격하는 게 효율적이니까요.”

“아니, 그래도 너한테 전위(前衛)를 맡길 수는…… 아, 잠깐!”

목소리를 높이는 벨리드를 내버려 둔 채 베르디안이 좌측으로 뛰어 내려갔다.

산길을 올라오는 흑회 놈들을 응시하면서, 베르디안은 품 안에서 부채를 꺼내 들었다.

부채 안에는 그동안 영약 연구를 하면서 따로 제조한 독약이 들어 있었다.

“후우…….”

베르디안은 정신을 집중하면서 바람의 방향을 재확인했다.

스스로 이쪽을 맡기로 한 이유도 바로 이 바람 때문이었다.

바람에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 베르디안은 부채를 움직여 독을 뿌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독 가루가 바람을 타고 내려가면서 적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으윽……!”

“아, 앞이 안 보여……!”

적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하지만 기껏해야 서너 명 정도였다.

많은 상대를 정확하게 중독시키려면 마법의 도움이 필요하다.

베르디안이 마력 대신 내공을 얻었다고는 하나, 내공을 사용해 독 가루를 정확하게 날릴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바람에만 의존해서 독을 날리는 건 이 정도가 한계다.

베르디안 혼자만 있었다면 대량의 독을 무차별 살포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하면 너무 위험하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벨리드가 휘말릴 수 있고, 자칫하면 산봉우리의 시리우스한테도 피해가 간다.

“베르디안, 조심해!”

쿠쿵!

후방에서 불덩이가 날아왔다.

벨리드가 5서클 마력으로 공격 마법을 날린 것이다.

아래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지만, 화염을 뚫고 올라오는 놈들도 있었다.

“…….”

베르디안은 입술을 깨문 채 허리에 손을 댔다.

그곳에는 유운진기에 익숙해지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시리우스가 준비해 준 무기가 있었다.

“후우…….”

험상궂은 인상의 남자가 도끼를 들고 달려들고 있었다.

베르디안은 심호흡을 하면서 내공을 끌어 올렸다.

유운심법에 의해 만들어진 유운진기가 오른손으로 모였다.

“으악……!”

파앙!

강렬한 소리가 울려 퍼진 직후, 남자가 땅을 나뒹굴었다.

그는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였다.

베르디안의 ‘채찍’에 당했기 때문이다.

“하압!”

촤악!

베르디안은 정신을 집중하며 채찍을 휘둘렀다.

채찍이란 무기는 끝부분으로 갈수록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제대로 명중하면 살점이 뜯어져 나간다.

여기에 내공까지 실리면 살상 무기로서 충분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게다가 유운진기는 부드럽고 날렵한 움직임에 특화된 힘이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베르디안의 채찍이 접근해 오는 놈들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밀어붙여!”

“접근하면 채찍을 못 쓸 거다!”

놈들이 어떻게든 베르디안에게 접근하려 했다.

채찍은 충분한 거리만 확보된다면 상당히 무서운 무기지만 접근전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채찍의 위력은 그 길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놈들의 판단은 적절했다.

하지만.

“……!”

베르디안이 높이 뛰어올랐다.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뛰어오르는 그 모습에 다들 시선을 빼앗겼다.

원래 베르디안은 마력으로 육체 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몸이었다.

그런 체질로 내공을 활용하니 육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수밖에 없다.

공중으로 뛰어올라 거리를 확보하면서, 베르디안이 다시 한번 채찍을 휘둘렀다.

“악……!”

“끄윽……!”

유운진기의 힘을 빌려 종횡무진 움직였다.

자신을 붙잡으려 하는 놈들을 향해 계속해서 채찍질을 했다.

몸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내공을 어떻게 사용하면 될지 감이 오기 시작했다.

이것이 내공인가.

이것이 무공인가.

베르디안은 새롭게 손에 넣은 힘에 전율했다.

입문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이렇게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데, 여기서 더 수련하면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까.

그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베르디안, 아래쪽에……!”

바로 그때.

후방에서 마법으로 지원 사격을 해 주던 벨리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려 보니 커다란 방패를 내세우며 뛰어 올라오는 남자가 보였다.

“……!”

베르디안은 다급히 뒤로 물러섰다.

벨리드의 화염 마법이 작렬했지만, 방패를 든 남자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마법으로 방패를 강화하고 있던 것이다.

최소 5서클 이상의 마법사로 보였다.

“윽……!”

공중으로 도약하면서 방패 뒷면을 노렸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채찍이 방패 모서리에 걸리면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유운진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된다면 방패 뒤에 숨어 있는 놈도 쓰러뜨릴 수 있겠지만 지금의 베르디안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베르디안……!”

벨리드가 다급히 뛰어 내려왔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벨리드의 검으로는 저 방패를 뚫을 수 없을 테고, 애초에 너무 늦었다.

남자는 아예 방패로 깔아뭉개겠다는 듯이 달려들어 왔다.

저 육중한 방패라면 베르디안처럼 가냘픈 체구의 여자 정도는 단번에 짓이겨 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

쿠웅!

배후에서 날아온 그림자가, 남자를 날려 버렸다.

그토록 단단해 보이던 방패는 완전히 깨져 버린 상태였다.

“어……?”

베르디안은 눈을 의심했다.

처음에는 환왕이 도와주러 온 줄 알았다.

하지만 결코 환왕은 아니었다.

“시리우스 님……?”

당혹감을 느꼈다.

그는 분명 시리우스였다. 그런데 아까 산봉우리에서 봤을 때하고는 전혀 달랐다.

원래 시리우스는 체격이 그다지 건장하지 못했다.

충분히 단련되어 있긴 했지만, 선천적인 골격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골격 자체가 달라진 건지 키도 커지고 어깨도 넓어졌다.

심지어 이목구비조차 예전보다 훨씬 뚜렷해졌다.

“어떻게 된 거죠……?”

“환골탈태다.”

환골탈태.

처음 들어 보는 단어에 베르디안이 눈을 깜박였다.

“잘 버텨 줬다, 베르디안.”

시리우스는 더 이상의 설명을 해 주지 않았다.

몰려드는 흑회 놈들을 상대로, 당당하게 앞으로 나섰다.

이 남자의 등이 이렇게 컸던가.

베르디안은 자신도 모르게 그 뒷모습에 눈을 빼앗겼다.

“이제부터는 내가 맡으마.”

몰려드는 적들 앞에서 시리우스가 가볍게 팔을 움직인 순간.

저녁노을 같은 색깔의 불꽃이 그 주먹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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