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명가의 절대무신 102화
102화. 놈들이 우리를 습격했으니
무림에는 삼화취정(三花聚頂)과 오기조원(五氣朝元)이라는 말이 있었다.
본래 이것은 신선이 되는 것을 추구하던 옛 도사들의 말이다.
삼화취정은 삼양취정(三陽聚頂)이라고도 하는데, 육체의 모든 양기(陽氣)가 정순해진 상태를 의미한다.
이것이 더 발전하면 오행(五行)의 기운이 조화로워지니, 이것이 오기조원이다.
이 정도 되면 인체의 액(液), 즉 음기(陰氣)도 이미 조화를 이룬 상태다.
이렇게 음양과 오행이 모두 조화로워진 상태가 되면 온몸에서 금빛이 나면서 평범한 인간의 몸을 초월해 신선이 될 수 있다…… 라는 것이 옛 도사들의 말이었다.
그러면 이것을 무공의 경지로 해석하면 어떻게 될까.
일단 매우 정순한 양기를 보유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삼화취정이 가능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음양과 오행을 완전히 조화시키면 오기조원까지 달성할 수 있다.
그러면 기존의 육체를 초월하여 새로운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내 몸에서 일어났다.’
금색 천년초를 복용하여 매우 정순한 양기를 확보했다.
그걸 천랑신공으로 제어하여 기존의 진기와 조화롭게 만드니 온몸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골격이 변화하여 최적의 몸 상태가 된 것이다.
‘이게 바로 환골탈태지.’
원래 시리우스는 도저히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근골을 갖고 있었다.
수련을 통해 근육을 단련하고 자세를 바로잡기는 했으나, 타고난 골격까지는 어떻게 바꿀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골격조차 개선되었다.
마치 다시 태어난 것처럼 최적화된 육체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화경(化境)에 도달한 거다.’
화경.
무림에서는 초절정의 고수들조차 함부로 넘보지 못했던 경지다.
일단 정순한 양기를 갖춰야 삼화취정이 가능한데, 극양의 내공만 갖춰서는 오기조원이 불가능하다.
극음의 내공도 보유하고 오장육부를 다스려서 음양과 오행을 완벽히 조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삼화취정, 오기조원을 달성하고 환골탈태를 거치면 화경에 도달했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화경에 도달하면 어떤 힘을 갖게 되는가.
“저놈이다!”
“시리우스 카니스루트다!”
흑철맹 놈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놈들은 처음부터 시리우스를 잡는 것을 목표로 이곳에 모였다.
시리우스가 무기도 들지 않고 걸어 나오고 있으니 기회다 싶어서 달려들었다.
그들 앞에서 시리우스는 단전의 내공을 끌어 올렸다.
방금 전에 금색 천년초에서 얻어 낸, 정순하기 그지없는 극양의 내공이었다.
“…….”
본래 극양의 무공은 내공 소모가 격심하다.
이것은 음양의 성질과 관련이 있다. 음은 모이고 저장하는 성질이지만 양은 퍼지고 방출하는 성질이기 때문이다.
뇌기(雷氣)도 내공 소모가 심하지만, 화기(火氣)는 그 이상이다. 결국 내공을 불태워서 화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니까.
그렇기에 시리우스는 화경에 도달할 필요가 있었다.
‘무공에 최적화된 육체이니, 내공의 효율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지.’
환골탈태를 거친 시리우스의 육체를 통해 극양의 내공이 흐른다.
천랑신공의 세 번째 단계였던 창뢰의 공력이 아니다.
이건 천랑신공의 네 번째 단계다.
‘화천(火天).’
시리우스에서 오른쪽 주먹에서 거센 불꽃이 타올랐다.
저녁노을처럼 약간의 금색을 머금은 붉은색 불꽃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의 눈에는 화염 마법을 쓰다가 실패한 것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천랑신공의 네 번째 단계, 화천의 공력이었다.
“쳐라……!”
고함을 질러 대면서 놈들이 시리우스의 코앞까지 왔다.
그들 앞에서 시리우스는 오른손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염이 전방으로 방출되었다.
귀를 먹게 하는 굉음과 함께 터져 나간 화염이 적들을 집어삼켰다.
쟁쟁한 마도사들의 화염 마법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격렬한 불꽃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으아악!”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방비해 보인다고 달려들던 놈들은 등불에 날아든 날벌레처럼 불에 타죽었다.
물론 그중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은 자도 있었다.
후방에 있던 놈들이 질풍 마법으로 날아올랐다.
그들은 공중에서 시리우스를 노렸다.
하지만 그들이 공격 마법을 날리는 것보다 시리우스가 도약하는 것이 더 빨랐다.
“……!”
콰앙!
오른쪽 손바닥을 내지르자 타오르는 불꽃의 기운이 방출되어 놈들을 덮쳤다.
화천의 공력을 사용하는 화천장법(火天掌法)이었다.
“시리우스, 네놈……!”
그때 후방에서 새로운 놈이 마력탄을 난사했다.
6서클가량의 마력을 지닌 놈이다. 아무래도 저놈이 이 집단의 우두머리 같았다.
“여기서 네놈을 죽이고 맹주님께 네 목을 바치겠다……!”
시리우스는 대꾸하지 않았다.
바람에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놈에게 쇄도했다.
놈은 오른손에 장검을 들고 있었고, 왼손으로는 마력탄을 난사하는 중이었다.
시리우스는 화천장법으로 마력탄을 모조리 상쇄시키면서 놈과의 거리를 좁혔다.
“윽……!”
마력탄이 하나도 안 먹히는 걸 확인하고, 놈이 마력검을 펼쳤다.
마력이 실린 칼날로 달려드는 놈을 향해, 시리우스는 주저 없이 맨손을 뻗었다.
쿵!
시리우스의 맨손이 장검을 튕겨 냈다.
눈을 크게 뜨는 상대의 손목을 시리우스가 붙잡았다.
화천의 공력이 주입되면서 소매가 불타기 시작했고, 놈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끄아아아……!”
그가 결국 장검을 놓쳤다.
시리우스는 바닥에 떨어지려던 장검을 공중에서 잡은 뒤, 그대로 화천의 공력을 주입했다.
타오르는 화천의 검기.
남부에서 염제의 부하들이 쓰던 화염의 마법검을 능가하는, 진정한 화염검(火炎劍).
그것이 눈앞의 적을 일도양단했다.
“아……!”
단말마의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두 조각으로 나눠진 놈이 불꽃에 휩싸였다.
그 시체를 뒤로하고 시리우스는 크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화염이 사방으로 방출되었다.
타오르는 불꽃은 주위에서 주춤하던 모든 적을 집어삼켰다.
“…….”
모든 적들이 침묵한 걸 확인하고, 시리우스가 염열지옥에서 빠져나왔을 때.
다른 방향의 적들을 괴멸시킨 환왕이 다급히 날아왔다.
“미친 녀석! 우리 모두를 불태워 죽일 생각이냐?!”
환왕은 혈색을 달리하고 삿대질을 해 댔다.
“갑자기 이성을 잃은 거냐?! 이렇게 마구잡이로……!”
“내공 소비량을 확인했을 뿐입니다. 딱히 주화입마에 빠져서 날뛴 게 아니니 오해 마십시오.”
“뭐, 뭐라고?”
천랑신공의 네 번째 단계인 화천은 내공 소비가 극심하다.
아무리 5갑자 내공을 지녔다고 해도 화천의 힘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순식간에 내공이 바닥난다.
하지만 지금 시리우스는 내공이 아직 고갈되지 않은 상태였다.
화경에 도달하면서 내공 효율이 극적으로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가르발디와 싸웠을 때는 내공이 부족해서 조금 위태로웠죠. 앞으로는 그럴 일이 없을 겁니다.”
“……!”
그렇게 말하며 시리우스는 북명의 공력을 전개했다.
그러자 시커먼 기운이 주위로 퍼져 나갔고, 산을 불태우던 화염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화천의 힘으로 방출한 내공을 북명의 힘으로 일부분 회수한 것이다.
이렇게 북명의 힘까지 활용하면 전투 도중에 내공이 고갈될 일은 없다.
끝없는 투쟁을 상징하는 천랑성(天狼星)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적을 완전히 쓰러뜨릴 때까지 전력으로 싸울 수 있다.
“이 자식…….”
환왕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리우스가 더 높은 경지에 도달했다는 걸 완전히 이해한 것이다.
“무공이라는 건 대체…….”
“시리우스!”
그때 벨리드가 베르디안과 함께 위쪽에서 뛰어 내려왔다.
“이제는 괜찮은 거야? 움직여도 아무 문제 없고?”
“그래, 수고 많았다.”
벨리드에게 말을 건넨 뒤, 시리우스는 베르디안을 쳐다봤다.
“베르디안, 너도 고생했다.”
“아니에요.”
“실제로 무공의 힘을 써 보니 어떤 기분이었지?”
“그건…….”
베르디안이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솔직히 마법을 쓰는 것보다 더 몸에 잘 맞는 것 같았어요. 앞으로도 더 수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 다행이군.”
원래도 베르디안은 마력으로 육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건 독왕이 베르디안의 육체 곳곳을 손봐 놨기 때문이다.
평범한 인간들은 마력으로 육체 능력을 강화하려고 하면 몸이 망가지지만 베르디안은 별문제 없이 버틸 수 있다.
그런데 이건 결국 전신의 혈도가 잘 정비되어 있는 상태라 할 수 있다.
내공을 운용하기에 딱 좋도록 혈도가 뚫려 있는 것이다.
결국 독왕은 베르디안한테 벌모세수(伐毛洗髓)를 해 준 것과 다름없었다.
“베르디안, 앞으로 제대로 무공을 익혀라. 그러면 누구도 얕볼 수 없는 힘을 갖게 될 거다.”
“네……!”
스승을 대하는 목소리로 답하면서 베르디안이 고개를 숙였다.
“시리우스, 그러면 이제 바로 흑철맹으로 갈 거냐?”
“그래야지요.”
환왕의 질문에 답하며 시리우스는 서쪽 하늘을 쳐다봤다.
“놈들이 우리를 습격했으니 우리도 놈들을 습격해 줘야 합니다.”
* * *
“맹주님.”
뜨거운 목욕물에 몸을 담그고 있던 제피로스는 천천히 눈을 떴다.
고개를 돌려 보자 참모 역할을 하는 측근이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카르파인 무뢰단이 주도한 습격 작전이 실패했습니다.”
카르파인 무뢰단.
그 이름을 듣고 제피로스는 인상을 찡그렸다.
“어떻게 됐지?”
“전멸했습니다. 카르파인도 죽었습니다.”
“역시 6서클 정도로는 시리우스에게 상대가 안 되는군.”
제피로스가 젖어 있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놈들은 어디로 갔지?”
“마차를 버려서 추적이 어려워졌습니다. 말을 타고 이동하는 것 같은데, 금방 찾아내겠습니다.”
“소규모로 이동하는 놈들은 추적이 어렵다는 게 문제야.”
시리우스가 천랑검단을 이끌고 움직인다면 추적하기가 쉽다.
흑철맹의 하위 조직이 거미줄처럼 퍼져 있기 때문이다.
아직 지금 시리우스 일행은 고작 네 명.
만약 변장이라도 한다면 추적은 불가능에 가깝다.
“맹주님, 저에게 작전이 있습니다.”
측근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시리우스의 아내를 납치하면 어떻겠습니까?”
“시리우스의 아내? 팔라미아 쪽에 있다고 들었는데?”
현재 팔라미아는 사실상 시리우스 세력에게 지배당하고 있다.
크고 작은 흑회 조직들이 시리우스와 천랑검단에 굴복했고, 최대 세력이었던 가르투스 용병단까지 투항했다.
심지어 그란츠 가문이 막강한 자본력으로 뒷받침해 주고 있는 상황이다.
“팔라미아 쪽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만, 충분한 전력을 투입하면 시리우스의 아내를 포로로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관둬. 쓸데없는 짓이야.”
“네?”
측근이 눈을 크게 떴다.
“맹주님, 시리우스는 보통 놈이 아닙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그런 의미가 아니다, 멍청한 녀석.”
제피로스가 뜨거운 목욕물로 얼굴을 씻으며 말했다.
“그쪽에 병력을 투입할 여유가 없다. 모든 전력은 시리우스 한 사람한테 투입되어야 해.”
“시리우스 한 사람한테……?”
“팔라미아에 병력을 투입해서 시리우스의 아내를 포로로 잡았다고 치자. 하지만 시리우스가 전혀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야망을 위해 이쪽으로 돌격해 오면 어떻게 하지? 우리는 귀중한 병력을 쓸데없는 곳에 투입한 셈이 된다.”
“앗…….”
“어차피 시리우스 한 사람을 죽여야 끝나는 싸움이다. 그러면 오로지 그것에만 집중하면 돼.”
제피로스의 목표는 서부 지역뿐만 아니라 대륙 전체의 지배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리우스는 언젠가 반드시 쓰러뜨려야 하는 상대였다.
“각지에 나가 있는 간부들을 전부 불러들이고…… 5인회를 소집해라.”
“네? 5인회를 말입니까?”
“그래, 한 놈도 빠짐없이 출석하게 해. 다 함께 모여서 시리우스를 잡을 작전을 논의해야 하니까.”
5인회는 흑철맹에 복종하고 있는 5대 주요 조직의 수장들을 뜻한다.
흑철맹의 맹주인 제피로스를 제외하면 서부 흑회에서 가장 실력 있는 다섯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5인회를 소집한다는 것은 시리우스를 잡기 위해 정말로 최고의 전력을 투입하겠다는 소리였다.
“특히 산중노인회는 반드시 출석시켜라. 지난번처럼 핑계 대고 오지 않았다간 내가 직접 찾아가서 벌을 줄 거라고 얘기해.”
“네, 알겠습니다.”
지시를 내린 뒤, 제피로스는 천천히 목욕물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주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녀들이 달라붙어 물기를 닦아 줬다.
“가만있자. 시리우스 그놈, 미인계 같은 건 안 통한다냐?”
“글쎄요…….”
원래 미인계는 제피로스가 서부에서 세력을 형성할 때 유용하게 써먹은 무기였다.
“워낙 애처가로 유명한 인물 아닙니까? 미인계가 통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흥, 애처가라. 그런 건 다 가식 아닌가?”
제피로스는 코웃음을 치면서 하녀가 입혀 주는 대로 옷을 입었다.
“남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애처가 행세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지.”
“그러면 거짓으로 애처가 행세를 하고 있단 말입니까?”
“그래, 아내에게 일말의 애정도 없으면서 말이다. 리겔 가문의 사위라는 입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애처가 행세를 하는 거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해.”
제피로스에게는 대륙 전체의 지배자가 된다는 야망이 있다.
그 야망을 위해, 흑철맹의 모든 힘과 지혜를 모아서 시리우스를 잡아야 한다.
“미인계든 뭐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시리우스만 잡으면 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