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명가의 절대무신 104화
104화. 오물로 더럽히고 싶지 않을 뿐
흑철맹 본부.
의자에 앉아 있던 제피로스는 인상을 찡그렸다.
흰 수염을 기른 노인이 안 좋은 소식을 전했기 때문이다.
“미인계는 실패한 모양이오.”
“아무 성과가 없었던 건가?”
“로스본의 에틸라나는 약물도 잘 쓰는 아이였소. 그런데 시리우스한테는 전혀 통하지 않은 것 같소.”
“쯧,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었지만 정작 얘기를 들으니 실망스럽군.”
제피로스가 투덜거리면서 모여 있는 사람들을 확인했다.
지금 회의실에는 흑철맹에 복종하는 5대 조직의 수장들이 집결해 있었다.
“산중노인회는 실패했는데, 그랑제나는 어떻게 생각하지? 그랑제나 연합에서는 쓸 만한 인재가 없나?”
“산중노인회에서 전문 훈련을 받은 사람도 실패했는데, 우리 가게 애들이 먹히겠어?”
자줏빛 머리카락의 여성이 나른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녀는 서부에서 가장 많은 숫자의 주점과 도박장을 보유하고 있는 유흥가의 대모(大母) 그랑제나였다.
“어쩔 수 없군. 미인계는 포기하도록 하지.”
제피로스가 중얼거리자 팔짱을 끼고 있던 건장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맹주, 복잡한 작전을 세울 필요 없이 그냥 이곳으로 불러들이면 어떨까?”
“폴테인, 그게 무슨 소리지?”
“어차피 시리우스는 이곳으로 쳐들어올 거야. 그러면 방비를 잘해 놓고 놈을 맞아들이면 되지 않겠나?”
“흐음…….”
“병력은 내가 제공하지. 내 부하들을 쫙 깔아 놓으면 시리우스도 쉽게 돌파하지 못할 거야.”
용병단장 폴테인의 말을 듣고, 제피로스가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때 커다란 모자를 쓴 여자가 입을 열었다.
“너무 많은 병력을 배치해 놓으면 시리우스가 아예 얼씬도 하지 않을 수 있어.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야.”
그녀는 8서클의 화염 마법사인 소피아였다.
원래는 아카데미까지 졸업한 명문가 출신의 인물이지만 가문이 파산하자 암흑가에 투신했다.
“차라리 소수 정예만 배치해 놓고 시리우스를 유인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
“그런 거라면 함정을 많이 설치하지요.”
서부 최대의 암시장을 관리하는 거상(巨商) 리포이드가 끼어들었다.
그는 두꺼운 손가락으로 셈을 하면서 떠들어 댔다.
“허가만 내려 주시면 이 성채 곳곳에 함정을 설치하겠습니다. 함정 설치가 끝나기 전에 시리우스가 쳐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시간만 끌어 주십시오.”
“흐음…….”
각양각색의 얘기를 들으며 제피로스는 팔짱을 꼈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그다지 끌리는 게 없었다.
역시 서부 흑회에는 머리가 좋은 놈이 없다.
제피로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시간을 끌면 안 될 것이오.”
그때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산중노인회의 ‘장로’가 입을 열었다.
“연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소. 풍왕의 부하들이 서부에서 자꾸 얼씬거리는 걸 보면 풍왕 직속의 간부들이 나서서 서부 지부의 재건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소.”
“…….”
“그러니 시리우스를 빨리 해치우고, 연맹에 맞설 준비를 해야 하오.”
그렇게 말하며 장로가 제피로스에게 시선을 향했다.
“맹주, 이번 일은 계속 나에게 맡겨 주시오. 끝까지 책임지고 시리우스를 해치우겠소.”
“가능하겠나?”
“조직 대 조직의 싸움이라면 몰라도, 특정 개인을 죽이는 건 우리 산중노인회의 전문 분야라고 할 수 있소. 그러니 우리한테 맡겨 주시오.”
산중노인회는 오랜 역사를 지닌 암살자 단체다.
그 장로가 이렇게 말해 주니 제피로스도 안심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시리우스를 해치우는 동안, ‘검사’나 제대로 준비시키시오. 연맹에 대항하려면 그 남자의 힘이 필요할 것 아니오?”
“…….”
장로의 발언에 제피로스를 제외한 사람들의 표정이 굳었다.
지금 장로가 말하는 ‘검사’란…… 얼마 전까지 연맹의 서부 지부장을 맡고 있었던 남자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니까.
솔직히 5인회는 그 인물을 경계하고 있었다.
갑자기 연맹을 배신하고 흑철맹에 들어와 조직의 2인자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제피로스가 그 남자를 특별 대우하고 있기 때문에 5인회는 흑철맹에서의 기득권을 빼앗기게 될까 봐 신경 쓰는 중이었다.
“그러면 다녀오겠소, 맹주.”
“그래, 좋은 소식을 기대하지.”
나머지 5인회를 내버려 둔 채 장로는 유유히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 * *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숲속.
그곳에서 시리우스는 일행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산중노인회는 흑철맹과 다른 꿍꿍이를 갖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시리우스가 입을 열자 육포를 뜯고 있던 벨리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지난번에 싸웠던 놈들은 나를 죽이려 했어. 하지만 에틸라나는 나를 현혹시키려 했지.”
현혹시킨 다음에 죽이려던 것도 아니다.
에틸라나는 시리우스를 붙잡아 놓고 산중노인회에 넘기라는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흑철맹은 시리우스 님을 죽이라고 명령했지만, 산중노인회는 그 명령과는 달리 시리우스 님을 생포하려 했다는 얘기인가요?”
물을 마시던 베르디안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그런 짓을 하죠? 암살자 단체에서 시리우스 님을 붙잡아서 뭘 한다고.”
“글쎄, 어쩌면 산중노인회는 흑철맹을 배신할 생각일지도 몰라.”
“네? 산중노인회가요?”
베르디안도, 벨리드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산중노인회가 흑철맹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잔뜩 암살해 왔다는 건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얘기였다.
“흑철맹은 철저하게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야.”
“음…….”
“여러 조직들이 흑철맹에 군말 없이 복종하고 있는 건 흑철맹을 따르는 편이 가장 이득이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흑철맹을 따르지 않는 편이 이득이라 판단되면…… 얼마든지 배신할 수 있어.”
그렇게 얘기하자 벨리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면 산중노인회는 흑철맹을 배신하고 어쩔 생각이지?”
“나한테 붙는 거지.”
“뭐?”
“애초에 산중노인회는 나를 포로로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니야. 미인계를 써서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든 뒤 자기들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던 거니까.”
“아, 그런 건가…….”
고개를 끄덕이는 벨리드 옆에서 베르디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산중노인회는 흑철맹보다 시리우스 님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거군요. 서부 흑회에도 똑똑한 사람이 있었나 보네요.”
지금까지 살펴보니…… 서부 흑회 놈들은 단순 무식한 측면이 있다.
또한 외지인을 깔보는 성향이 있다.
산중노인회가 시리우스의 우세를 점치고 미리 움직이고 있다면, 서부 기준으로는 상당히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리우스.”
그때 주위를 살펴보러 갔던 환왕이 돌아왔다.
“기척을 숨긴 채 이쪽으로 접근하는 집단이 있다. 평범한 놈들이 아니군.”
“암살자들입니까?”
“그런 느낌이다.”
“일단 앉으시죠. 놈들이 도착하기 전에 식사를 마무리합시다.”
환왕이 자리에 앉아서 남아 있던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무리하고 입에 묻은 것을 닦고 있자 주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식사는 다 끝났소?”
나이가 많은 노인의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나무들 사이에서 허리가 굽어진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별다른 기척도 없었는데, 수십 명의 암살자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더니 주위를 포위했다.
“산중노인회인가?”
“그렇소. 나는 산중노인회를 이끄는 늙은이요.”
노인이 앞으로 나서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로라고 불러 주시오, 시리우스.”
“만나서 반갑군, 장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리우스는 주위를 다시 확인했다.
암살자들이 사방을 포위하고 있었지만, 공격을 시작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어쩔 생각이지? 이렇게 포위를 했으면 바로 기습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오해 마시오. 이건 단지 내 목숨을 지키기 위한 것이니.”
“목숨?”
“그동안 소문을 많이 들었소, 시리우스.”
그렇게 말하며 장로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패도적인 성격으로 유명하더군. 하지만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이렇게 포위당한 상태라면 함부로 폭력을 쓰지 못할 것이오.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 부하들도 다칠 수 있으니.”
“…….”
“우리는 싸움을 바라지 않소. 평화적으로, 대화로 모든 것을 해결하길 바라오.”
시리우스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그래서, 결국 뭘 어쩌겠다는 거지?”
“우리 산중노인회는 당신과 우호 관계를 맺는 것을 원 하오.”
“우호 관계?”
“흑철맹이 아니라 당신의 아군이 되고 싶소.”
곁에 있던 벨리드와 베르디안이 서로 얼굴을 마주 봤다.
아까 시리우스가 했던 얘기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흑철맹의 내부 정보를 잘 알고 있소. 그걸 당신에게 제공해 줄 생각이오.”
“…….”
“맹주인 제피로스뿐만 아니라 그랑제나, 폴테인, 소피아, 리포이드…… 5인회 구성원들의 정보도 알려 주겠소. 그들의 약점까지도 말이오. 앞으로의 싸움에서 유리해지지 않겠소?”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는 시리우스에게, 장로가 계속해서 말했다.
“물론 병력도 제공하겠소. 기척도 없이 접근하여 당신들을 포위한 것만 봐도 알겠지만, 산중노인회의 암살자들은 매우 우수하오. 흑철맹 간부의 절반은 우리가 해치워 줄 수 있소.”
“…….”
“우리들의 협력을 얻으면 쉽게 서부를 접수할 수 있을 것이오, 시리우스.”
시리우스는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장로의 말을 음미하는 듯이 시간을 끈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면 당신들은 뭐가 이득이지?”
“당신의 심복이 되고 싶소.”
장로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백 년 전, 우리 산중노인회는 체제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아 왔소.”
“흑회의 암살자들이?”
“원래 우리는 권력자들과 손을 잡고 있었소. 체제를 위협하는 놈들을 암살하여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이었지.”
“…….”
“하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우리들은 돈을 받고 사람을 죽여 주는 청부업자로 전락하고 말았소.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것이오.”
시리우스에게 방해가 되는 놈들을 암살하는 역할을 맡게 해 달라.
산중노인회의 장로는 그런 제안을 하고 있었다.
“충분한 지위만 보장해 주시오. 그러면 산중노인회에 소속된 암살자 전원이 당신을 주인으로 섬기게 될 것이오.”
“…….”
“어중간한 흑회 조직들을 수하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더 이득일 것이오, 시리우스.”
그렇게 말하고 장로는 시리우스의 대답을 기다렸다.
“장로, 한 가지 질문을 해도 될까?”
“말해 보시오.”
“원래는 흑철맹에서 그런 역할을 맡으려고 했던 것 아닌가? 그래서 제피로스 밑에 들어간 것이었을 텐데.”
“사실이오. 하지만 당신이라는 더 유능한 인물이 나타났으니 더 이상 제피로스에게 충성을 바칠 필요가 없소.”
장로는 당당한 태도로 말했다.
“제피로스도 분명히 유능한 인물이긴 하오. 하지만 당신에게는 상대가 안 되지.”
“…….”
“우리는 제피로스보다 당신의 승산이 더 높다고 판단했소. 그렇기 때문에 일찌감치 당신으로 주군을 바꾸려 하는 것이오.”
그 말을 듣고…… 시리우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봐, 장로.”
“왜 그러시오?”
“흑회에 도(道)가 있다고 생각하나?”
“도……?”
“지켜야 할 도리 말이다.”
시리우스는 천천히 말했다.
“흑회는 명문가들처럼 체면을 차리지 않고, 그럴듯한 이상을 늘어놓지도 않는다. 그렇게 고상한 놈들이 아니야.”
“…….”
“하지만 그런 흑회들에게도 도가 있다면…… 나는 ‘의리’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의리.
이쪽 세계의 흑회들을 상대하면서도, 시리우스는 종종 이것을 느껴 왔다.
“흑회 놈들은 가문이니 명예니 그런 걸 위해 싸우지는 않지. 하지만 의리를 위해서 목숨 걸고 싸우는 경우는 종종 있다.”
“…….”
“흑회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놈들이라고 하지만 사람끼리 어울리다 보면 결국 인간적인 감정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존경하는 형님이 생길 수도 있고, 지켜 주고 싶은 아우가 생길 수도 있다. 고마운 은인이 생길 수도 있고, 충성을 바치는 주군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 의리를 위해 싸우는 것이 흑회의 도…… 흑도(黑道)라 할 수 있다.”
천랑무제 백무랑도 그런 ‘진정한 흑도’는 존중했다.
자신의 이득만을 추구하는 ‘시커먼 흑도’는 가차 없이 베어 버렸지만 말이다.
“하지만 너희는 어떠냐.”
“…….”
“너희는 그동안 흑철맹에 충성을 바쳐 왔을 것이다. 흑철맹에 붙어야 너희한테 이득이 될 것 같았으니까.”
산중노인회가 바라는 건 권력자 밑에서 안정적인 지위를 유지하면서 암살자 노릇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서부를 통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흑철맹에 충성을 바쳤다.
“하지만 너희는 지금 흑철맹을 배신하고 나한테 왔다. 흑철맹이 무너지기 전에 누구보다 빨리 나한테 붙어야 한다는 계산도 있었겠지.”
“…….”
“너희 행동 어디에 의리가 있고 도가 있을까? 철저하게 이득만을 추구해 그동안의 의리를 배신하는 놈을, 내가 왜 존중해 줘야 하지?”
시리우스는 장로를 노려보며 물었다.
“장로, 제피로스에게는 미리 말하고 온 건가? 흑철맹을 떠나 시리우스한테 붙겠다고?”
“…….”
“너희가 제피로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작별을 고했다면 그나마 이해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희는 그 정도도 하지 않고 몰래 흑철맹을 배신하려 하고 있지.”
경멸을 담아서, 시리우스는 쏘아붙였다.
“너희는 나보다 더 유망한 인물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똑같은 짓을 할 수 있는 놈들이다.”
“시리우스, 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닥쳐라, 쓰레기 암살자 놈.”
듣다 못한 장로가 변명을 하려 했지만 시리우스는 바로 말을 끊었다.
“어차피 나는 너 같은 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그건 어째서요?”
“암살자 단체를 운영하는 놈들은 항상 인륜을 벗어난 짓을 하기 때문이지.”
무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살수 집단은 대부분 고아를 데려와서 살수로 육성했다.
멀쩡한 부모를 죽이고 아이를 납치하는 일도 많았다.
오로지 조직의 명령에만 복종하는 살수로 세뇌하려면 그렇게 하는 편이 가장 효율적이니까.
산중노인회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너희 같은 존재를 용납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암살할 일이 있으면 차라리 내가 직접 하고 말지.”
“후우…….”
장로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실망스럽군. 세상을 살아가려면 손을 더럽혀야 할 때도 있는 법이오.”
“손을 더럽히는 걸 두려워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피가 아니라 오물로 더럽히고 싶지 않을 뿐이지.”
“오물?”
“그래, 너희는 이 세상의 오물과도 같은 존재다.”
“…….”
장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시리우스…… 참는 데도 한계가 있소.”
“못 참으면 어쩔 거지? 대화로 해결하고 싶다며?”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소?”
그렇게 말하며 장로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어쩔 수가 없군. 당신의 목을 제피로스에게 바치고, 흑철맹의 2인자 자리나 확보해야겠소.”
장로가 손가락을 움직여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암살자들은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원래라면 일제히 암기를 던지며 달려들어야 했는데, 다들 멍하니 주위에 서 있을 뿐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쯧쯧…….”
그때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환왕이 입을 열었다.
“네 수하들은 전부 꿈을 꾸고 있는 중이다. 네 목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아.”
“설마, 환영 마법?!”
환영 마법의 고수가 있다는 걸 깨닫고, 장로가 다급히 몸을 움직이려 한순간.
“크헉……!”
지체 없이 뻗어 나온 시리우스의 주먹이 장로의 얼굴에 정통으로 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