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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명가의 절대무신-118화 (118/129)

몰락명가의 절대무신 118화

118화. 그놈들을 때려잡겠습니다

“놔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그럼 마음대로 하십시오.”

시리우스는 환왕을 공중에 집어 던졌다.

독가루는 전부 태웠고, 화천의 불길에서도 벗어났으니 환왕 혼자서 비행 마법으로 움직이면 된다.

“먼저 가겠습니다.”

“이 자식아……!”

목소리를 높이는 환왕을 내버려 둔 채, 시리우스는 속도를 높였다.

5갑자 내공을 최대한 사용해 경공을 펼치자, 슈레흐트를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

“어딜 도망가는 거지, 슈레흐트?”

“……!”

순식간에 쫓아 온 시리우스를 보고 슈레흐트가 눈을 크게 떴다.

얼굴 절반은 가면으로 가려진 상태였지만,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다.

“어떻게 이런 속도를……!”

“그건 내가 하고 싶은 소리야.”

슈레흐트는 매우 재빨랐다.

풍왕의 비행 마법하고는 조금 달랐다.

중간에 발로 땅을 박차면서 속도를 끌어올리는 게…… 경공과 비슷했다.

“그것도 독왕이 개발한 기술인가?”

“크윽……!”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슈레흐트가 몸을 비틀었다.

그 직후, 슈레흐트의 몸에서 노란색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소용없어.”

“……!”

시리우스는 경공을 활용해 연기를 피했다.

아까처럼 사방이 독으로 가득한 상황이라면 몰라도, 이런 건 그냥 피하면 된다.

독이 퍼지는 것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

“그게 전부인가?”

“컥……!”

쿠웅!

배후로 파고든 시리우스의 우장(右掌)이 슈레흐트의 등을 쳤다.

슈레흐트는 공중을 날아 근처 나무에 부딪혔다.

하지만…….

“버티는군.”

보통 사람이라면 피를 토하면서 쓰러졌어야 한다.

그런데 슈레흐트는 비교적 멀쩡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너도 마력으로 육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건가?”

베르디안의 육체에는 인위적으로 통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 통로를 통해 마력을 흐르게 하여 육체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슈레흐트도 비슷한 몸인 것 같았다.

“그렇습니다, 시리우스 님.”

인상을 찡그린 채 슈레흐트가 몸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독왕 전하가 저한테 베풀어 주신 은혜 덕분이죠.”

“역시 베르디안과 비슷한 몸이었군.”

“베르디안? 그런 애송이하고는 다릅니다.”

그 순간.

슈레흐트가 입 안에서 무언가를 오물거렸다.

“베르디안은 이런 건 못하겠죠.”

쿵!

땅을 박차고 슈레흐트가 돌진했다.

마력병장을 사용한 제피로스보다 재빠른 움직임이었다.

“……!”

휘익!

소매 안에서 튀어나온 단검이 시리우스의 옷자락을 스쳤다.

슈레흐트는 그대로 계속 시리우스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방금 뭘 먹었지?”

“궁금합니까?”

슈레흐트가 하얀 앞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독왕 전하의 실험체가 되시면 알려 드리지요!”

“……!”

쿠웅!

갑자기 뻗어 나온 발차기가 시리우스의 팔을 강타했다.

이것도 제피로스의 공격을 능가하는 것이었다.

그 충격을 분석하면서, 시리우스는 짧게 중얼거렸다.

“약물이군.”

방금 전 슈레흐트는 입 안에서 무슨 약을 씹어 먹었다.

그 결과,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육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몸 안에 통로가 만들어져 있는 상태에서, 약물까지 사용해 효과를 극대화한 건가.”

시리우스의 추측에 슈레흐트가 히죽 웃었다.

“용케 알아채셨군요! 혹시 당신도 비슷한 방식으로 육체 능력을 강화하고 있는 겁니까?”

“그럴 리가.”

천마신교에도 비슷한 약물이 있었다.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에 자진해서 먹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말이다.

“그런 약물을 먹고도 몸이 멀쩡한가?”

“쓸데없는 걱정이군요, 시리우스 카니스루트……!”

그렇게 소리치면서 슈레흐트가 두 팔을 펄럭였다.

양손에서 뻗어 나온 단검이 시리우스의 우측 어깨와 좌측 옆구리를 노렸다.

“걱정한 게 아니라, 순수하게 궁금했을 뿐이다.”

“……!”

휘익!

슈레흐트의 단검은 허공만 꿰뚫었다.

시리우스는 이미 보법을 활용해 그의 배후로 이동한 상태였다.

그리고…… 시리우스의 손바닥에서 푸른 번개가 번쩍였다.

“아무 부작용도 없이 육체 능력을 끌어올리는 약물을 개발했다면, 독왕은 진정한 천재일 테니까.”

“크아악!”

시리우스는 손바닥을 슈레흐트의 등에 대고 직접 뇌기를 주입했다.

슈레흐트는 몸을 경직시키며 비명을 질러 댔다.

아무리 마력으로 몸을 튼튼하게 만들어도, 감전의 고통까지 견딜 수는 없었다.

“끄으으…….”

결국 슈레흐트는 비틀거리며 땅에 쓰러졌다.

그러자 얼굴 반쪽을 가리고 있던 가면이 떨어져 나갔다.

“…….”

시리우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가면 아래에는 근육이 뒤틀리고 혈관이 돌출된 끔찍한 얼굴이 숨겨져 있었다.

“약물의 부작용인가.”

슈레흐트의 손등에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혈관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아까는 멀쩡한 상태였는데, 방금 복용한 약의 부작용이 지금 나타나는 모양이었다.

“독왕의 ‘강화약’일 거다.”

그때 환왕의 목소리가 들렸다.

환왕이 팔짱을 낀 채 시리우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쯧, 예전보다 훨씬 성능이 좋아진 것 같군.”

“그렇습니까?”

“그래, 그동안 인체실험을 잔뜩 했던 모양이다.”

“…….”

“슈레흐트 녀석의 얼굴이 저렇게 된 것도 그 탓이겠지. 잘생긴 놈이었는데.”

그렇게 말하며 환왕이 슈레흐트를 쳐다봤다.

“슈레흐트, 더 이상 저항하지 마라. 강화약을 써도 시리우스한테는 이길 수 없어.”

“크윽…….”

“게다가 독도 통하지 않지. 처음부터 네놈한테는 승산이 없었던 거다.”

슈레흐트가 땅에 쓰러진 채 신음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시리우스는 다시 입을 열었다.

“슈레흐트, 너는 독왕의 명령을 받고 우리를 죽이러 온 건가?”

“…….”

“너는 지금까지 나타났던 독왕의 부하보다 훨씬 수준이 뛰어난 것 같다. 독왕이 우리를 예전보다 더 경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나?”

슈레흐트는 대답이 없었다.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소용없다, 시리우스.”

환왕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독왕은 부하들을 단단히 세뇌해 놓는다. 특히 슈레흐트 같은 최측근들은 베르디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철저히 세뇌해 놓았지.”

“정보를 얻어 낼 수 없다는 겁니까?”

“그래, 그러니…… 그냥 죽이는 게 낫다.”

“…….”

슈레흐트의 몸 상태는 아까보다 더 안 좋아 보였다.

이제는 얼굴 전체에서 혈관이 튀어나와 있었다.

게다가 눈과 코에서 피까지 흘리고 있는 상태였다.

시리우스의 뇌기에 당한 후유증보다 강화약의 부작용이 더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놈한테서 독왕 얘기를 들을 수는 없을 거다. 그러니…… 편하게 해 줘라, 시리우스.”

환왕의 목소리를 들으며, 시리우스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슈레흐트.”

몸을 숙인 시리우스는 슈레흐트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너는 제정신이 아니다.”

“무슨…….”

“너도 알고 있을 거다. 독왕이 너를 미치게 만들었다는 걸.”

“…….”

“제정신이었다면 그딴 약은 복용하지 않았을 거다. 아무리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도 말이다.”

슈레흐트의 얼굴은 이미 인간의 형태를 잃은 상태였다.

시리우스는 떨어졌던 가면을 집어 들어 슈레흐트의 얼굴을 다시 가려 줬다.

얼굴 반쪽을 가렸을 뿐이지만, 그의 눈빛이 살짝 편해졌다.

“너는 독왕에게 진심으로 충성을 바치고 있겠지. 하지만 그건 독왕이 너를 미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정신을 되찾으면 그딴 충성심 따위는 내던지겠지.”

“…….”

“너를 제정신으로 만들어 주고 싶지만, 내 능력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베르디안과는 달리, 슈레흐트는 수십 년에 걸쳐 강력한 세뇌가 유지되었을 것이다.

붙잡아 놓고 타이른다고 갱생시킬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그러니 너를 해방시켜 주는 방법은 네 목숨을 거둬들이는 것밖에 없다.”

“…….”

“네 동료들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해방시켜 줄 거다. 그렇게 알고 있어라.”

슈레흐트는 아무 말 없이 시리우스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그러다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독왕 전하를, 죽일 수 있겠습니까?”

“어느 정도 힘을 지녔는지 알 수 없으니, 장담할 수는 없다.”

시리우스는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나는 독왕을 쓰러뜨릴 생각이다.”

“그렇군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슈레흐트가 두 눈을 감았다.

“알겠습니다, 시리우스 님.”

슈레흐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은 채, 해방의 순간을 기다릴 뿐이었다.

시리우스는 비수를 짧게 휘둘러 슈레흐트의 목숨을 거둬들인 뒤, 천천히 일어섰다.

“아까 슈레흐트와 함께 있었던 여자, 죽었을까요?”

“내가 잠깐 고개를 돌려서 확인했다. 불타 죽었더군.”

“그렇군요.”

“그래도 슈레흐트에게서 아무런 연락도 없으면 독왕도 금방 알아챌 거다.”

젊은 제자들뿐만 아니라, 슈레흐트 같은 실력자도 당했다.

그 사실을 알면 독왕도 대책을 세울 것이다.

“풍왕도 당했고…… 슬슬 연맹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할 거다. 각오해 두는 게 좋아.”

“혹시 독왕이 직접 오지는 않을까요?”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환왕이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풍왕이 죽었으니 다른 왕과 손을 잡고 공동전선을 펼 수는 있겠지.”

“다른 왕이라면…….”

“빙왕(氷王)이나 사왕(死王)이지.”

“…….”

빙왕과 사왕.

북부 지부장을 맡고 있는 빙왕은 연맹 최강의 빙결술사고…… 사왕은 동부에서 싸웠던 발레리온처럼 사령술사라고 한다.

“안 그래도 빙왕은 머지않아 마주치게 될 거다.”

“빙왕은 북부 지역이 본거지라고 하셨죠.”

“그래, 북부의 패자인 테르나크 가문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지.”

테르나크 가문과는 싸울 수도 있고 안 싸울 수도 있지만…… 빙왕은 반드시 쓰러뜨려야 한다.

북부 지부장인 빙왕을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까.

“자네의 불꽃과 빙왕의 얼음…… 어느 쪽이 더 우세할지 궁금해지는군.”

“글쎄요, 꼭 불꽃으로 대처하리란 법은 없습니다.”

시리우스도 빙공(氷功)에는 나름 일가견이 있다.

빙왕의 빙결마법에 빙공으로 대항하는 것도 나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어쨌든, 인제 그만 가죠.”

시리우스는 동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놈들이 팔라미아 방면을 기웃거리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슬슬 마누라가 걱정되기 시작한 모양이군.”

환왕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자네 혼자 전속력으로 출발해라. 그리고 마누라를 꼭 끌어안으며 재회의 기쁨을…… 억!”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시리우스는 환왕의 엉덩이를 걷어찬 뒤, 환왕의 반격을 피해 바로 경공을 펼쳤다.

* * *

“헉, 헉, 이 자식…… 결국 끝까지 도망치다니…….”

팔라미아 근처에 위치한, 그란츠 가문의 성관.

환왕은 거친 숨을 내쉬며 땅에 무릎을 꿇었다.

앞서가는 시리우스를 비행 마법으로 추격했지만, 결국 한 번도 따라잡지 못했다.

“왜 그러시는 건가요?”

유스티아가 환왕을 보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먼저 도착한 시리우스와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자네 남편이 내 엉덩이를 걷어찼어.”

“네?”

“그러고서는 냅다 도망치더군. 유치하게 말이야.”

환왕의 말을 듣고, 유스티아가 시리우스를 흘겨봤다.

“시리우스, 연장자한테 버릇없게 대체 무슨 짓인가요.”

“아니, 그게…….”

시리우스는 말문이 막혀서 환왕을 쳐다봤다.

“이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왜? 부끄럽냐?”

환왕이 바닥에 주저앉은 채 낄낄댔다.

“자네도 아내한테는 멋있는 모습만 보여 주고 싶은 모양이군.”

“그런 게 아닙니다.”

“뭐가 아닌데?”

“…….”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자, 옆에서 유스티아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바깥에서는 저 몰래 이상한 짓을 하고 다니나 보죠?”

“아니거든…….”

“믿기 어렵네요. 예전부터 감추는 게 많은 사람이었고.”

“그건…….”

그때 근처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풋풋하군요. 원래 초기에는 저렇게 가볍게 티격태격하면서 애정을 확인하는 법이죠.”

“후후, 우리도 신혼 시절에는 그랬죠.”

“……!”

리알드와 티타니아 부부가 이쪽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

시리우스와 유스티아는 머쓱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잘 돌아오셨습니다, 시리우스 님. 일이 잘 풀린 모양이군요.”

“네, 리알드 님 쪽은 어떠셨습니까?”

“다른 가문들을 많이 포섭해 놨습니다. 용병단과의 협력 관계도 재구축했고요.”

그렇게 말한 뒤, 리알드가 덧붙였다.

“그리고…… 방금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팔라미아에 안드레스 레티우드 님을 비롯한 남부 대표들이 도착했다고 하더군요.”

“그렇군요.”

벨리드를 먼저 보낼 때, 안드레스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각 지역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슬슬 정천맹의 이름을 대대적으로 알릴 때가 왔군요.”

“정천맹?”

“우리 동맹의 정식 명칭입니다.”

“아……!”

여기서 정천맹의 이름을 들은 건 환왕뿐이었다.

“리알드 님, 안 그래도 에른스트 가문 등 서부 명문가들의 참가를 발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대대적으로 행사를 개최합시다.”

“행사를……?”

“정천맹에 어떤 세력이 참가하고 있는지, 어떤 운영 방침을 가졌는지…… 그런 것들을 세상에 알립시다. 명문가 자제들부터 뒷골목 건달들까지 다 알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란츠 가문의 재력을 활용하면,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한데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연맹에 정식으로 선전 포고를 하겠습니다.”

“……!”

“독왕이든 빙왕이든 사왕이든 검제든 뇌제든 염제든…… 다 덤비라고 하겠습니다. 시리우스 카니스루트가 정천맹을 이끌고 연맹을 도륙할 테니, 불만 있으면 튀어나오라고 말입니다.”

숨을 삼키는 사람들 앞에서, 시리우스는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그놈들을 때려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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