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명가의 절대무신 121화
121화. 부끄러움을 모르는 놈
산적들은 턱수염의 남자가 일격에 쓰러지자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머릿수는 우리가 더 많다! 모조리 죽여라!”
“한 놈도 살려 두지 마라!”
목소리를 높이면서 산적들이 달려들었다.
마법검을 쓰는 놈들도 있었고, 공격 마법을 날리는 놈들도 있었다.
하지만, 천랑검단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1번대, 돌격 진형!”
천랑검단주인 알레이온이 부하들을 이끌고 산적들을 도륙했다.
책임 있는 자리를 맡은 이후, 알레이온은 실력이 더 좋아진 상태였다.
“베르디안, 우측을 조심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요!”
베르디안이 유운진기가 실린 채찍을 휘둘러 우측에서 달려드는 거한을 후려쳤다.
그렇게 거한이 주춤한 사이, 공중으로 뛰어오른 벨리드의 내리찍기가 거한의 머리통에 작렬했다.
“젠장, 이놈들……!”
“보통 실력이 아니다……!”
산적들이 차례차례 쓰러졌다.
아군의 실력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시리우스가 따로 나설 필요가 없었다.
“어이, 시리우스.”
그때 마차 위에서 팔짱을 끼고 앉아 있던 환왕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 굴러온다.”
환왕의 말대로, 산길 양옆에서 산적들이 커다란 바위를 떨어뜨리려 하고 있었다.
저 바위가 그대로 굴러오면 천랑표국에 짐마차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제피로스, 네가 좌측을 맡아라.”
“네, 맹주님!”
제피로스가 마력병장을 사용해 좌측으로 뛰어올랐고, 시리우스는 우측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산적들이 떨어뜨리려던 바위를 주먹질 한 번에 분쇄했다.
“헉……!”
경공을 사용해 종횡무진 움직였다.
다른 곳에서 바위를 떨어뜨리려던 놈들까지 처리한 뒤, 고개를 돌려 제피로스 쪽을 확인했다.
제피로스도 마력병장을 활용해 반대편을 정리해 놓은 상태였다.
“가만있자.”
시리우스는 높은 위치에서 주위를 살폈다.
이런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정작 산적들의 수장인 갈리우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혼자서 안전한 곳에 숨어 있는 걸까?
“저쪽이군.”
시리우스의 시선이 후방으로 향했을 때.
가까운 숲속에서 창칼을 든 무리가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저게 놈들의 작전이었나……!”
알레이온이 다급히 천랑검단에 지시를 내려, 후방에서 방어 진형을 전개하게 했다.
하지만, 시리우스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맹주님……!”
경공을 활용해 솟구쳤다.
그리고 천랑표국의 후방을 기습하려 했던 산적들을 향해 백랑의 공력을 쏟아부었다.
파아앗!
새하얀 기파(氣波)가 산적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산적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승부를 결정짓기 위해 준비된 정예 병력이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백색의 냉기를 뒤집어쓴 산적들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저, 저거……!”
“대체 뭐야?!”
꽁무니 쪽에 있어 목숨을 건진 산적들이 비명을 질러 댔다.
하지만, 그들도 안심할 때는 아니었다.
시리우스가 얼어붙은 산적들의 어깨를 밟고 뛰어오른 뒤, 다시 한번 손을 휘둘렀으니까.
“……!”
새하얀 재앙이 다시 한번 쏟아져 내렸다.
마법을 사용해서 대항하려 했던 놈도 있었지만, 시리우스의 기파가 더 빨랐다.
애초에 마법은 무공보다 발동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네놈……!”
그때, 냉기를 뚫고 솟구치는 사내가 있었다.
얼굴에 큰 상처 자국이 있는 남자였다.
그에게서는 대량의 마력이 느껴졌다.
8서클 상당의 마력…… 산적 세력의 수장인 갈리우스였다.
“대단한 빙결 마법이군! 스승이 누구냐……!”
갈리우스의 주위에서 무수히 많은 화살이 생성되었다.
평범한 화살이 아니다.
차디찬 얼음의 화살이었다.
“빙결 마법은 연맹 바깥에서는 배우기 힘들 텐데……!”
파파팟!
시리우스를 향해 얼음의 화살이 쏟아졌다.
아래쪽에 아직 부하들이 남아 있었지만, 갈리우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얼음의 화살을 날렸다.
“그렇군.”
시리우스는 화천의 공력으로 전환했다.
크게 팔을 휘두르자, 타오르는 불꽃이 방출되어 얼음의 화살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산적 나부랭이가 어떻게 8서클에 도달했나 했더니, 빙왕이 네 스승이었나.”
“……!”
얼음과 불꽃을 번갈아 사용하는 시리우스를 보며 갈리우스가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그런 힘을…….”
갈리우스가 다급히 다음 마법을 준비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네놈, 설마 시리우스 카니스루트냐?!”
“그래, 맞다.”
“젠장, 천랑검단 뿐만 아니라 시리우스까지 온 거였나……!”
갈리우스에게서 다시금 얼음의 화살이 쏟아졌다.
“명문가의 사위라는 놈이 어째서 짐마차 호위꾼 노릇을 하고 있는 거냐!”
“짐마차의 대장이 내 아내거든.”
“뭐, 뭐라고?”
가벼운 말투로 대꾸하면서 시리우스는 화천장법을 펼쳤다.
타오르는 불꽃의 기운이 담긴 장법이 얼음의 화살을 뚫고 갈리우스에게 꽂혔다.
“크억……!”
쿠웅!
멀리 날아간 갈리우스가 산비탈에 충돌했다.
갈리우스는 입에서 피를 토했지만, 곧바로 몸을 일으켜 얼음의 창을 날렸다.
“역시 평범한 산적이 아니군.”
갈리우스는 제대로 훈련받은 마법사였다.
지나가는 상인들만 습격하는 산적이었다면 이런 실력을 갖추기 어렵다.
“빙왕이 너를 이 자리에 꽂아준 건가? 가르간티스 산맥의 산적들을 관리하라고?”
“네가 알 필요는 없다……!”
포효하면서 갈리우스가 솟구쳤다.
빙결 마법을 무차별적으로 퍼부으면서 시리우스를 몰아세우려 했다.
그러나 시리우스는 양손에 화천의 공력을 전개하여 갈리우스의 빙결 마법을 모조리 파훼했다.
“과도한 통행료를 징수한 것도 빙왕의 명령인가?”
“알 필요 없다고 했다……!”
갈리우스가 양손을 치켜든 순간, 얼음의 용이 두 마리 출현했다.
빙룡(氷龍)이 두 방향에서 시리우스를 덮치려 했지만, 시리우스가 펼친 화천장법이 두 빙룡의 머리를 동시에 분쇄했다.
“아니, 그게 아니군.”
갈리우스가 독단으로 결정한 거라면 모를까, 빙왕이 이렇게 과도한 통행료를 받으라고 명령했을 것 같지는 않다.
베르디안이나 환왕에게서 들은 얘기에 의하면 빙왕은 꽤 유능한 인물 같으니까.
제피로스가 지적한 대로, 과도한 통행료를 받으면 오히려 산적들의 수입이 줄어든다.
상납금이 줄어드는 걸 감수하면서도 과도한 통행료를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서부 지역과 북부 지역 사이를 오가는 걸 최대한 어렵게 만들어, 북부 지역을 고립시키려는 의도인가.”
“……!”
갈리우스가 눈을 크게 떴다.
지금 시리우스가 입에 담은 추측이 정확했다는 증거였다.
“안 그래도 북부 지역은 다른 지역과의 왕래가 어렵다. 동부와 남부와 서부는 큰 강으로 이어져 있지만, 북부는 그런 것도 없지. 특히 서부와 북부 사이를 왕래하려면 이 가르간티스 산맥을 넘어야 하는데, 너희 같은 놈들이 길을 막고 과도한 통행료를 징수하면 북부는 더 고립될 수밖에 없지.”
“다, 닥쳐라……!”
“왜 그런 짓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빙왕이라는 놈, 상당히 교활한 것 같군.”
쿵!
화천장법이 다시 한번 갈리우스에게 꽂혔다.
이번에는 가슴에 정확히 들어갔고, 갈리우스는 피를 토하며 비틀거렸다.
“으윽……!”
하지만, 갈리우스는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비틀거리면서도 어떻게든 도망치려 했다.
“맷집이 뛰어나군.”
쉬이익!
시리우스가 날린 비수가 갈리우스의 목에 꽂혔다.
갈리우스는 시리우스의 화천장법을 피해 도망치느라 바빴기 때문에, 갑자기 날아든 비수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끄윽…….”
갈리우스는 힘없이 쓰러졌다.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걸 확인한 뒤, 시리우스는 주위를 확인했다.
천랑표국의 짐마차는 천랑검단이 잘 지켜 주고 있다.
나머지 산적들도 거의 다 쓰러진 상태였다.
“큰형님.”
“누가 큰형님이냐.”
시리우스는 여전히 마차 위에서 농땡이를 피고 있는 환왕에게 말을 걸었다.
“빙왕은 왜 북부 지역을 고립시키려 하고 있던 걸까요?”
“내가 어떻게 알아.”
환왕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북부 지역을 지배하는 데 필요해서 그런 것 아닐까?”
“테르나크 가문을 궁핍하게 만들려는 작전일까요?”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
북부 지역은 식량 사정이 좋지 않다.
식량을 수급하기 어렵게 만들어, 테르나크 가문을 굶주리게 한 뒤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 아닐까.
물론 연맹 북부 지부도 식량 수급이 어려워지겠지만…… 그놈들은 그냥 약탈을 하면 된다.
“하루빨리 북부 지역으로 가야 할 것 같군요.”
생각했던 것보다 북부 지역의 상황이 안 좋은 것 같다.
북부의 실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정천맹의 이름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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